파르바티님 글 읽다가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누군가가 어떤 글에 추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서재생활하면서 추천 버튼 안 눌러본 사람 없을 것이고, 각자가 어떤 페이퍼나 리뷰에 추천 버튼을 누르는 이유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단하게 보면, 동의하거나, 동감, 공감하는 글에 추천을 누를 것인데, 그 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내 경우, 서재 개편 이후부터 활용하고 있는 메뉴인 '브리핑 오늘은'이라는 곳에 그날의 소소한 일상을 정리해서 쓰곤 했는데, 보통은 페이퍼 하나에 짧은 글이 두 세개씩 들어가게된다. 거의 추천이 없긴 했지만. 후훗.
혹시라도 추천을 받은 페이퍼는, 추천을 받은 당사자인 내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도 있다. 혜교에 대해서 쓴 글에 추천을 누른걸까, 아니면 명동의 비오는날 핫초코에 대해서 추천을 누른걸까, 그도 아니면 요즘 게으름 피우느라 뒹굴 놀이 하고 있다는 것에 추천을 눌렀을까. 궁금한데, 추천을 누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고, 또 안다고 해도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고.
아마 사진 속 혜교가 이뻐서라거나, 아니면 명동에서 비오는날 자기도 핫초코를 홀짝여봤다거나, 내가 게으름 피우는 동안 자기도 방바닥에서 뒹굴었다거나 해서 추천을 눌렀을건데, 이런 땐 아마도 공감했기 때문에 추천을 누른 거겠지. 한 페이퍼에 여러 주제가 섞여 있으면 이렇게 어디에 추천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추천이 세 개 라면 셋 다 각기 다른 곳에 공감해서 눌렀을 수도 있고.
한편 페이퍼에 글이 하나인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개는 단일 주제로 끝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주제는 하나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은 두 가지인 경우가 있다. 이번에 내가 쓴 글에서도, 한 주제로 주저리주저리 말했는데 마지막에 말 많아서 죄송해요, 라고 꾸벅 인사드린 별표 부분에 추천을 누르신 분도 있을테고(정말?), 글에 공감했기 때문에, 동의했기 때문에 누르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복잡해지는게, 이런 논쟁 상황에서는, 자신의 필명 걸고 페이퍼를 쓰기는 귀찮고, 그냥 어떤 이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피력했다 싶으면, 댓글을 달거나 댓글로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다면 추천을 누름으로써 소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관련된 어느 페이퍼나 마찬가지일터.
심지어는 글을 또박또박 다 읽지도 않고 추천을 누르기도 한다. 특정한 어떤 분이 글을 쓸 때마다 자연스럽게 추천에 손이 가는 경우이다. 나는 로쟈님 글에서 예전에 한동안 자주 그랬던거 같고 - 요새는 좀 뜸합니다. 로쟈님 죄송합니다. 꾸벅 - 어떤 분은 예전에 많이 활동하시다가 가끔씩 나타나시는 특정분의 글에는 자동적으로 추천에 손이 간다고 말한 바도 있다.
논쟁시에는 아무래도 대놓고 페이퍼를 쓰지 못하시는 분들이나 댓글을 달지 못하시는 분들이, '추천'으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직접 참여하고 댓글도 달고 하는 분들도 추천을 누르겠지만.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또 그 중 어느 부분에 다소간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어떤 의도이고, 무슨 말을 하려는가, 에 의미를 부여해 누를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p.s.
개인적으로는, 페이퍼 혹은 댓글로 '본인을 드러내고' 의사표현을 하는게 제일 낫단 생각이다. '추천'을 통해서 소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도, '비로그인 댓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궁시렁궁시렁 거리는 '애들'보다는 한참, 훨씬, 많이, 더더더더욱 낫겠지만.
정체를 숨긴채 '익명'으로 책임지지도 못할 자기 하고픈 말 툭툭 내뱉고 튀느니 그냥 '로그인 해서' 추천을 누르는게 낫겠다 싶다. 그게 더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당당한,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은,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 펼친 부분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