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의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한국인 20여명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반군세력들에게 납치됐다. 여기에는 분당 샘물교회 신자 19명과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2명 등 모두 21명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들이 탔던 빈 버스만이 남겨진채 모두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었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탈레반 측의 주장과 한국 공관의 주장이 다르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냐를 따지는건 여기서 중요한 건 아니다. 탈레반 측은 "우리의 무자헤딘이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으며, 이들의 운명과 관련해선 우리는 탈레반 평의회의 결정에 기초에 행동할 것"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후 탈레반은 오늘 오후 5시까지 탈레반 수감자 23명을 석방할 것, 그리고 현지에 주둔중인 한국군을 철수할 것을 이들의 생존 및 안전을 위한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대부분 기사를 통해서 밝혀졌지만, 이 시점에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넘어가면, 첫째, 이들은 왜 아프가니스탄에 갔는가. 분당 샘물교회 소속 신도로 알려진 이들은 예전 故 김선일씨와 마찬가지로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 교회측과 가족들은 봉사활동하러 갔다고도 하는데, 말이 봉사활동이고, 내용은 선교활동이다. 결국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저 먼 곳 아프가니스탄까지 간 건데, 왜 하필 아프가니스탄이냐. 매일 같이 오로지 성경책만을 읽고 있다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에 의해 폭격맞아 기독교라면 치를 떨 그들을 대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겠다니 말이 되는가.
기독교인들께서 들으면 불편하시겠지만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지극히 미국적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진리요 선이니 무지한 너희들을 일깨우리라, 하느님을 믿고 구원받으시라, 오로지 유일하게 우리를 구원해주실 분은 하느님이시다, 라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비종교인 및 타종교인들을 대상으로 작업(?)하려 든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미국식 정치체제와 문화를 따르지 않으면 제제를 가하겠노라고 선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만이 옳고 너희는 틀렸다, 라는 생각은 반드시 충돌을 불러올 수 밖에 없고, 어느 한쪽의 세력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 않는한 양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한쪽의 절대적인 힘 또한 다른 한쪽을 무참히 밟아버리는 사태를 불러온다. 자기들은 좋은 의도에서 그랬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이들 입장에선 테러다.
"한국 개신교 선교사들의 국외선교 열기는 대단하다. 지구상에 이들이 활동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국외 선교 초기인 1970년대 말 100명도 안되던 선교사는 1만 2874명(2004년기준)으로 늘었다. 4만 6천명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3위인 영국의 갑절이나 된다. 개신교 선교단체가운데는 2030년까지 신도 600명당 1명의 선교사를 파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선교 1위 국가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하는 곳도 있다. 특히, 복음주의 교회들은 선교사를 얼마나 많이 파견했는가, 얼마나 두메에 파견했는가를 놓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구 수천명에 불과한 조그만 도시에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한꺼번에 몰려, 곳곳에서 한국 선교사 사이의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02년부터 3년 동안 카불에서 봉사했던, 한국제이티에스의 유정길씨는 "선교 단체들이 심지어 무슬림 사원에서 통성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을 공표하기도 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인들이 모두 개신교 선교사로 인식돼 한국인들이 테러의 표적이 떠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이상 2007년 7월 21일자 한겨레 신문 기사 인용)
참으로 대단한 열정과 노력과 경쟁심이다. 이런 열정과 노력과 경쟁심을 왜 좋은데 안쓰고 다른 엉뚱한 곳에서 발휘를 할까 모르겠다. 하긴 저분들은 다른 무엇보다 저것이 가장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한 것이라 생각하실테니 말 다 했지. 미국 국민 수와 한국 국민 수, 미국 개신교 신자숫자와 한국 개신교 신자숫자가 엄연히 하늘과 땅 차이일텐데 미국을 제치고 1위를 하겠다고 온갖 지역에 신도들을 보내다니 목사님들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크고 크시다. 이런 경쟁은 없을까. 국내 양노원, 고아원, 어린이집 등등의 온갖 시설에서의 봉사시간에 대한 경쟁, 혹은 교회가 아닌 성당이나 절과 연대해서 함께 봉사하는 시간에 대한 경쟁. 이런 경쟁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한국 사회는 너무 쓸데없는데에 경쟁심을 쏟아붓는다. 한국의 대학은 미국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대학 안에 들어가려고 애쓰고, 한국의 교회는 -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 해외파견 선교사수 1위를 하려고 애쓰고.
목표가 잘못 설정되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잘못된다. 목표설정과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 이때 주의해야 할 점 등등은 분명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나 볼 수 있는 - 사실 굳이 교과서에 실으면서까지 가르칠 필요도 없는 - 아주 기본적인 부분임에도, 언제나 기본이 안되어있기에 문제는 발생한다. 제발 좀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서, 도움을 원하는 곳에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과 경쟁심을 발휘해줬으면 한다. 기독교에 반감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가서 선교해봐야 반감만 더 커진다. 가서 최소한의 뭔가라도 건져오려면 이슬람의 가르침을 접하고 오던가. 안티 크리스트를 키우고 싶거든 지금처럼 하고 하느님의 좋은 말씀을 전하고 싶거든 필요로 하는 곳에서 봉사를 해야할 것이다.
둘째, 탈레반은 왜 한국인을 납치했는가. 한국인 뿐 아니라 현재 독일인도 납치되어있다고 하고, 중국인을 납치하려고 계획중이란 기사를 봤다. 인종과 국가를 넘어서서 탈레반은 납치를 감행하고 있고 목적은 자신들의 형제들의 석방과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의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이다. 또한 종교적인 의미에서도 납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프간에 주둔한 한국군 200여명이 재건을 목적으로 그곳에 있다고 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이 되었건 그들에겐 침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거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그들이 한국을 지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했던가를 생각해보자. 비록 우리가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건 아니라 하더라도 미국의 우방세력으로서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라고 해서 아프간이 우리를 달리 보진 않는다. 그들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나는 이참에 아예 정부가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으면 한다. 우리가 아프간의 무장세력에게 굽히고 들어간다는 식의 이기고 지는, 모양새의 문제를 따지지 말고 깔끔하게 철수하자. 괜히 또 우물쭈물 하다가 내일 아침 피랍된 이들 중 한 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고 싶지는 않다. 그들이 선교활동을 목적으로 갔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지금 이 같은 사태로 몰고온 그들이 밉기는 하지만, 일단 살리고 봐야하지 않겠느냐. 아프간의 재건이 우선이냐 - 사실 순수하게 '재건'으로만 보기도 힘들지만 - 아니면 한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냐. 정부는 이런저런 요령 피울 생각말고 이들을 속히 한국땅으로 데리고 와야한다. 또 이후 피랍된 이들로부터 공개 사과를 받아야한다. 그들에게 법적인 처벌까지 가해야한다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고, 하지만 분명 공개적인 사과는 받아야한다. 그것은 이곳에서 당신들을 걱정해준 한국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 기독교 신자들께서 글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모든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교회와 이쪽 계열의 기독교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으로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