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예비군 훈련. 군대를 늦게 다녀온 - 알만한 분들은 내가 왜 늦게 갔는지 아실테고 - 나는 이제사 예비군 3년차. 요며칠 날씨가 푹푹 찌든데 내일 새벽부터 거기가서 모자 푹 눌러쓰고 군화(난 전투화라고 말하기 싫다. 그게 정식용어니까)신고 땡볕에서 돌아댕겨야겠구나. 그리 힘든거 시키는거 아니지만 산넘고 들판넘어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그래도 훈련이랍시고 타이어 넘고 구멍 통과하고 뻘짓거리 하는데 피곤하지.
- 나는 예비군 훈련 가서 총은 한번도 안쐈다. 사격거부하고 서명하고 사유적었다. 재작년, 작년 둘 다.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 내일 가서 '산넘고 들판건너'는 하겠다만 총은 안쏘겠다. 내 나름대로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재작년엔 함께 다른 두 선배도 동참했는데 두 분 다 이제 예비군 끝나버리고 대학원도 졸업하셨고 이제 나 혼자다. 가서 땡볕에서 얇은 책이나 보면서 시간 보내야겠다. 책세상 문고나 살림총서가 딱이더라고 주머니에 넣기엔.
- 이른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땡볕에서 한참 구르는(?) 것보다, 집에서 두 시간 걸리는 그곳에 오가는 것보다, 더 싫은건,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군인을 혐오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라는 집단 자체와 그것이 사회속에서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아주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길게 이야기할건 못되고.
- 결론은, 내일 예비군 훈련 가느니 그냥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쉬지 않고 꽉꽉 채워 일하고 싶다. 예비군이 5년까지 있던가. 관심도 없다보니 잘 알지도 못한다. 올해 대학원 끝났으니 내년부터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내일 집에 돌아올땐 발바닥과 다리에 상처투성이겠다. 언제나 그랬다. 발바닥이 약해서 조금만 심하게 걸으면 물집이 장난 아니시다. 발등과 발목은 군화의 딱딱한 껍질에 쓸려서 진물나오고 피나고. 부대에 있을 때도 발이 이 모냥인지라 특별한 일 없으면 슬리퍼를 신거나 운동화를 신었더랬다.
* 예비훈 훈련 (before sunset)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259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