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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 마빈 해리스 문화 인류학 3부작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현상의 기저에 있는 원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로운 책이다. 물론 30여년 전에 쓰여진 만큼, 조금 핀트도 어긋나고 번역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읽게 되는 책이다.
그는 문화를 ‘신화적’으로 ‘우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견해를 거부하고, 각 문화집단이 어떻게 해서 그러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경제적인 하부구조 분석을 통해서 설명하려 한다. 그에 의하면 문화발전은 ‘생식압력-> 생산증강과정-> 생태환경의 파괴, 고갈 -> 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에 있다. 성공적인 문화는 생식압력과 생산증강과정에서 생태환경의 파괴, 고갈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장치를 가진 문화이다. 그 예로 힌두교의 암소숭배, 회교도의 돼지 혐오, 원시인들의 전쟁 발생 원인들을 예로 들면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책에서는 다윈과 맑스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물론 변형된 진화론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몸이 아니라 ‘문화’로서 세계에 적응한다. 그래서 알맞게 진화된 문화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문화는 멸종한다.”는 내용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그는 철저하게 각 문화집단의 하부구조를 분석함으로서 그 문화를 설명하려 하고, 깊은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점은 마빈 해리스 안의 맑스를 느끼게 하였다.
이 책의 핵심인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분석은 놀랍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전투적 메시아니즘이 중세 시대의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구조와 연결시켜서 설명한다. 즉 전투적 메시아니즘은 중세의 불평등한 정치-경제적 구조에 억압받는 자들이 희망과 사회체제 전복을 희망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에 반해 마법광란은 “가난한 자와 무산자들의 저항운동의 가능성을 박탈하고, 서로간의 사회적 거리감을 조장시키며, 서로 의심하게 하고…” 등등으로 지배층들이 당시의 “제도적 구조를 방어하는 필수적인 수단의 하나였다”, 라는 분석은 지금의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들을 준다. “마녀광이 지닌 실제적인 의미는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로부터,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들에게 전가” 시킨 것과 우리나라의 경제불황을 구조조정의 실패로 돌려서 열심히 일하는 뭍 대중들의 서로 눈치보기 예를 들면 ‘오육도’(오십육세까지 월급을 받으면 도둑놈)와 같은 말을 만든 것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서로 수십억씩 수백억씩 ‘차떼기’ 해대는 이들과 전반적인 경제위기는 분명 뚜렷한 관련이 있다. ‘정경유착!’, 이제넌 정말 근본적인 ‘혁명’이 필요하다. 어쩌면 재작년 ‘노무현 신드롬’은 대중들의 구정치-경제적 제도에 분노하고 절망하여 나타난 전투적 메시아니즘의 반영이 아니었을지… 이번 총선의 ‘당선운동’ ‘낙선운동’의 혁명적 파급력을 기대해 본다.
책의 제목이나 선입관과는 다르게 이 책은 다양한 문화들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당시(1970년대) 문화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일침을 나아가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힌두교, 아프리카, 아마존, 중남미의 원시부족 집단의 문화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해서 이를 따라가다보면 예수와 전투적 메시아니즘, 중세의 마녀 사냥에 도달하고 이는 1970년의 ‘반문화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는 2004년 현재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해당될 수 있는 비판과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폭넓고도 깊은 지성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