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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 한국문학대표작선집 4
채만식 지음 / 송정문화사(송정)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본 작품에서는 심청이 이야기와 춘향이 이야기가 등장한다. 동생 계봉이가 초봉이를 심청이에 빗대서 이야기하는 것과, 또 춘향이도 초봉이에 비견된다. 실제로, 이 작품은 전근대적인 조선의 ‘바람직한’ 여성상인 춘향이와 심청이가 근대라는 시공간에 놓아졌을 때에 일어날 법한 일을 채만식 특유의 냉소적인 비꼼으로서 표현하고 있다. 그 결과는? 제목 그대로 <탁류>이다.

수동적이고, 일부종사를 최대의 미덕으로 생각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초봉이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 자신이 정을 준 ‘승재’에게 메달린다. 그 승재는 계몽이에게 푹 빠져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첫남편에게 사기 결혼을 당하고 –심청이의 공양석과 비슷한 이유로 시집을 갔다- 그 다음에 첫남편의 친구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 후 또 아버지 친구와 살림을 시작했다가 버림을 받은 후에, 다시 강간범과 살림을 한다. 초봉이 스스로도 자신을 ‘무주체적’이고 알 수 없고 ‘운명’을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어쩔 수 없다. 그는 ‘춘향이’기도 해서 일부종사를 최대의 미덕으로 삼지만서도, 이미 정절을 잃은 춘향이는 일개 ‘기생’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것도 그 ‘정절’을 초봉이 안에 있는 ‘심청이’의 속성 때문에 그랬을 때에는!

채만식은 특유의 비꼼과 냉소를 작품 내내 유지하고 있지만서도, 이와 같은 전통적인 여성상인 심청과 춘향이의 근대판인 초봉이가 어떻게 근대적인 시공간에서는 비참하게 유린되고 끝내는 살인자가 되고야 마는가 라는 포괄적인 스토리를 통해서 그 냉소가 빛을 발한다. 이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인간상을- 특히 여성에 대해서는- 찬양하던 당대 사람들에 대한 냉소요, 또 그러한 전근대적 여성을 착취하고 유린하는 폭력적인 근대 공간에 대한 폭로이다.

본 작품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루신에게서 받은 영향이다. 승재에 대해 특별히 많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코멘트를 달고 있는 채만식의 본 소설은 어찌 보면 미완성이 승재의 성장담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성장담의 과정은 루신의 일대기 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또한 성격 형상화에 있어서는 초봉이와 계봉이의 성격이 <<작은 아씨들>>의 첫째와 둘째를 떠올리게 한다. 이 또한 비교 혹은 그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또한 채만식의 뛰어난 이야기 꾼으로서 독자와 작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독자들의 긴장감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장치를 여러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희곡 작가로서의 채만식 을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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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 마빈 해리스 문화 인류학 3부작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현상의 기저에 있는 원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로운 책이다. 물론 30여년 전에 쓰여진 만큼, 조금 핀트도 어긋나고 번역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읽게 되는 책이다.

그는 문화를 ‘신화적’으로 ‘우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견해를 거부하고, 각 문화집단이 어떻게 해서 그러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경제적인 하부구조 분석을 통해서 설명하려 한다. 그에 의하면 문화발전은 ‘생식압력-> 생산증강과정-> 생태환경의 파괴, 고갈 -> 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에 있다. 성공적인 문화는 생식압력과 생산증강과정에서 생태환경의 파괴, 고갈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장치를 가진 문화이다. 그 예로 힌두교의 암소숭배, 회교도의 돼지 혐오, 원시인들의 전쟁 발생 원인들을 예로 들면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책에서는 다윈과 맑스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물론 변형된 진화론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몸이 아니라 ‘문화’로서 세계에 적응한다. 그래서 알맞게 진화된 문화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문화는 멸종한다.”는 내용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그는 철저하게 각 문화집단의 하부구조를 분석함으로서 그 문화를 설명하려 하고, 깊은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점은 마빈 해리스 안의 맑스를 느끼게 하였다.

이 책의 핵심인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분석은 놀랍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전투적 메시아니즘이 중세 시대의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구조와 연결시켜서 설명한다. 즉 전투적 메시아니즘은 중세의 불평등한 정치-경제적 구조에 억압받는 자들이 희망과 사회체제 전복을 희망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에 반해 마법광란은 “가난한 자와 무산자들의 저항운동의 가능성을 박탈하고, 서로간의 사회적 거리감을 조장시키며, 서로 의심하게 하고…” 등등으로 지배층들이 당시의 “제도적 구조를 방어하는 필수적인 수단의 하나였다”, 라는 분석은 지금의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들을 준다. “마녀광이 지닌 실제적인 의미는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로부터,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들에게 전가” 시킨 것과 우리나라의 경제불황을 구조조정의 실패로 돌려서 열심히 일하는 뭍 대중들의 서로 눈치보기 예를 들면 ‘오육도’(오십육세까지 월급을 받으면 도둑놈)와 같은 말을 만든 것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서로 수십억씩 수백억씩 ‘차떼기’ 해대는 이들과 전반적인 경제위기는 분명 뚜렷한 관련이 있다. ‘정경유착!’, 이제넌 정말 근본적인 ‘혁명’이 필요하다. 어쩌면 재작년 ‘노무현 신드롬’은 대중들의 구정치-경제적 제도에 분노하고 절망하여 나타난 전투적 메시아니즘의 반영이 아니었을지… 이번 총선의 ‘당선운동’ ‘낙선운동’의 혁명적 파급력을 기대해 본다.

책의 제목이나 선입관과는 다르게 이 책은 다양한 문화들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당시(1970년대) 문화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일침을 나아가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힌두교, 아프리카, 아마존, 중남미의 원시부족 집단의 문화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해서 이를 따라가다보면 예수와 전투적 메시아니즘, 중세의 마녀 사냥에 도달하고 이는 1970년의 ‘반문화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는 2004년 현재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해당될 수 있는 비판과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폭넓고도 깊은 지성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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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
마리 오자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재미는 있는 만화다. 읽으면서 감동도 꽤 되고. 그러나 조금 삐딱하게 볼 필요가 있는 만화이다. 미혼모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옳지 못한 시각이 보이는 점이 아쉽다. 작가도 여성이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데, 만화 내에서는 '일하는 여성'에게 직업이 '부차적'인 것으로 그려진 듯 해서 아쉽다.

좀 더 자세히 작품 속을 들여다보자. 미혼모인 수우는 고등학생 때 임신을 하고 남편인 아키라는 사고로 죽어서 혼자 애를 낳아 키운다. 미혼모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편견을 이겨내며 혼자서 열심히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 여기까지는 매우 감동적인 스토리이다. 작가의 경험도 녹아들어 어떠한 진실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로 꽃미남 동경대 출신 엘리트 '토요가미'라는 자가 나타나면서부터 만화가 요상하게 꼬인다. 이제껏 강인하게 홀로 자신이의 아이를 키워내던 수우가 마구 기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묵묵한 일등 신랑감인 토요가미는 이런 수우를 잘 받아준다.

이 둘은 여차저차 해서 결혼하게 되고 (이전까지 만해도 착하지만 말썽도 조금 피우는 귀염둥이 노조미와 그 어머니 사이의 갈등이 사건을 이끄는 구도였는데 토요가미의 급부상이후는 로맨스만화가 되어버린다.) '당연'하게도 수우는 직장을 그만둔다.

직장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생각도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토요가미는 사랑도 사랑이지만 직장에 대한 책임이 투철하다. 반면 수우는 그저 '짤릴까봐' 열심히 해왔다고 한다. 이는 수우와 토요가미 뿐 아니라 그의 친한 친구 커플도 마찬가지로 남성은 일에 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점들이 아쉽다. 그러나 재미와 감동은 충분히 있다. 쪼금 걸리는 대목들이 눈에 띠는 점만 어떻게 잘 '풀어내었다'면 정말 좋은 만화가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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