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어느 결혼식
지난 일요일, 아는 선생님의 자제분 결혼식날이었다.
그런데 양가의 협의하에 각자의 집안에서 50명씩의 가족들만 모여서 결혼식을 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어느 누구에게도, 장소도 시간도, 알리지 않고 말이다.
물론 그 소식도 뒤에 들었다.
정말 신선한 소식이었다.
그 선생님이 다시 보인다
우리의 결혼문화도 좀더 다른 양식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17년 전 나의 결혼식은 시내 어느 호텔에서 치뤘다. 양가에 모두 장남 장녀로서 첫 결혼식이어서
친척들이 많이 모였다. 그리고 축의금도 상당했던 것 같다. 우리쪽보다 시댁쪽이 그랬다.
휴일이면 결혼식장이 모여있는 곳은 교통이 복잡하기까지 하고 휴일날 결혼식이 한 두 건 있으면
모처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축의금으로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고, 아예 어떤 경우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온라인으로 보내라는
경우도 있다하니, 결혼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주자는 의미이긴 하지만 형식적이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면,
그리고 결혼당사자에게의 축복이라기보다 그 어른들에게 하는 의례적인 인사일 경우가 많다면?
결혼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살아가며 어떻게 가꾸어가느냐가 중요하다. 하객을 많이 끌어들이고 축의금을 많이 받고 뜸했던
친구에게까지 우인으로 참석해달라고 하여 겉으로 왁자지껄한 결혼식을 올린들,
사는 모습이 그리 행복하고 아름답지 않다면, 그때 시간을 내어서 축의금까지 내며 자리를 빛내준
사람들은 무엇일까?
지금은 이혼을 두 번 하고 혼자 자기 일에 매달려 살고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
두번째 결혼식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첫번째 결혼식에 나는 늦게 가게 되어 우인 사진도 못 찍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무척 미안한데, 이상하게도 난 발길이 그렇게 당기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내가 그때 제대로 축하해주고 그랬다면 잘 살았을까?
뜬금없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또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