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라캉과 '도둑맞은 편지'

숀 호머의 <라캉 읽기>(은행나무, 2006)을 얼마전에 신간으로 소개한 바 있는데, 저널리뷰로서는 가장 '본격적인' 기사가 눈에 띄어옮겨놓는다. 나는 서론에 해당하는 '왜 라캉인가?'를 지난주에 읽었는데, 바쁜 일들도 있었지만 마저 읽지 않은 것은 복사해놓은 원서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구석에 쌓여있는 복사물과 책더미 어딘가에 있을 텐데 꼭 찾으려고 하면 쉽게 눈에 안 띈다.

 

 

 

 

내가 계획한 '라캉 읽기'는 숀 호머의 <라캉 읽기>와에 오질비의 <라캉, 주체 개념의 형성>(동문선, 2002)과  맬컴 보위의 <라캉>(시공사, 1999), 박찬부의 <라캉: 재현과 그 불만>(문학과지성사, 2006) 등을 같이 읽는 것이다. 모두 이전에 완독하지 않았거나 이번에 새로 나온 책들이다. 거기에 러시아에서 나온 빅토르 마진의 <라캉 입문>(2004)을 겹쳐 읽으려는 것이 곧 시작될 겨울의 초입에 잡은 간단한 '라캉 읽기'이다. 혹 동행하시려는 분은 아래의 기사를 읽는 걸로 워밍업을 하시고 뛸 만하다 싶으면  몇 권의 책을 주문해 보시길(물론 읽는/뛰는 건 각자가 하시는 거다).

북데일리(06. 11. 28) 라캉이 해석하면 애드가 앨런포우도 달라!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자크 라캉(1901-1981). 그는 언어를 이용해 인간의 욕망을 분석하는 이론을 정립했다. ‘프로이트의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사상은 문학, 영화학, 여성학을 넘어 법률학, 국제관계까지 적용되고 있다.

라캉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 다가서지 못했던 독자라면 숀 호머의 <라캉읽기>(은행나무. 2006)의 일독을 권한다. “그렇게 어렵다던 라캉이 이렇게 재미있었나?”라는 반문이 든다면 이 책의 묘미를 제대로 느낀 것이 맞다. 책은 완곡한 문투로 라캉을 프로이트와의 관계 속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완곡한 문투'라고 했는데, 교과서적인 문투이기도 해서 읽기에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저자 숀 호머는 이 책을 쓴 두 가지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첫째는 라캉의 정신분석에 충실하면서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라캉 입문서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입문서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숀 호머가 철학자나 사상가가 아닌 ‘문화이론가’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라캉의 개념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학자들이 지난 수년 간 라캉에 대한 글을 너무나 많이 써왔기 때문에 그들과는 차별적인 개론서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 책을 썼다. 그만큼 <라캉읽기>는 여타의 라캉입문서와 다르다. 라캉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임상적 지침이 아닌 인문과학 분야의 학생들이 라캉을 처음 대면할 때 필요한 개론서에 가깝다.

책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거울단계 등 현대정신분석까지 이어지는 주요 개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부분의 결론에서는 이 개념들이 어떻게 문학, 영화, 사회이론에 적용되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예가 제시된다. 듀팽에 관한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에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 <도둑맞은 편지>가 라캉의 이론에 의해 복개되는 과정은 문학과 정신분석학이 만나는 그야말로 ‘새로운’ 텍스트다. 간단히 그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라캉을 어렵게만 느꼈던 독자라면 포우의 소설과 라캉이 어떤 접점을 찾아 나가는지 흥미롭게 들여다 볼 만 한 대목이다(*이 주제에 관한 글들을 집약해놓은 책은 J.P. 멀러 등이 편집한 <도둑맞은 포우(The Purloined Poe)>(1998)이다).

단편소설 <도둑맞은 편지>는 한 장관이 여왕의 편지를 훔치고 처음에 편지를 찾아 수색 한 경찰들은 실패하지만 후에 듀팽은 성공적으로 편지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포우의 반전은 편지가 사실은 숨겨진 적조차 없었으며, 늘 완전히 드러난 상태로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저자 숀 호머는 이를 라캉 식으로 재해석한다. ‘라캉에 의하면’ 이 이야기는 두 장면으로 나뉠 수 있다.

첫 장면에서는 왕과 장관이 자리한 상태에서 편지가 여왕에게 전달되고 여왕은 개봉되지 않은 편지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탁자 위에 놓아둔다. 장관은 즉시 그것이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성질의 편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탁자에 놓인 편지를 집어 드는데 여왕은 그 중요성을 왕에게 알리지 않고서는 편지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경찰은 비밀리에 편지를 찾아 수색하지만 실패한다. 그들은 장관이 편지를 숨겼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반면 장관 역시 편지를 벽로 선반에 달려있는 편이꽂이에 드러나도록 놓아두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 우리는 첫 번째 장면의 반복을 보게 된다. 이번에는 장관이 편지를 갖고 있고 경찰이 바로 코앞에 있는 편지를 보지 못하는 위치를 점유한다. 듀팽은 공개적으로 벽로 선반 아래에 달려 있는 위장된 편지의 가치를 알아본다.

라캉의 독해는 두 가지 중심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첫 번째는 라캉이 볼 때 이야기의 진정한 주체의 역할을 하는 ‘편지의 익명성’ 이며, 두 번째는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주체들 사이의 관계들의 양상이다. 라캉에 의하면 이야기 안의 다양한 주체 위치들은 세 가지 특정 형태의 ‘시선’ 또는 ‘응시’에 의해 정의된다. 첫 번째 시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시선인데 다시 말하면 첫 번 째 장면에서 왕의 위치고, 두 번째 장면에서는 경찰이 점유하는 위치다. 포우의 복선과 반전이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을 통해 라캉의 개념에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문화이론가가 쓴 라캉입문서가 갖는 또 다른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라캉이후’에서는 현대의 텍스트와 영화분석, 정치, 사회이론에서 라캉이 차용되어 온 다양한 방식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라캉의 그래프, ‘수학소들’ 그의 ‘네 가지 담론’은 문학과 문화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차용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루지 않았다. 저자 숀 호머는 <문제는 정치경제학이란 말입니다! 지젝의 마르크스주의에 관하여>(2001)에서 지젝의 이론적 모순을 비판한 바 있으며 그리스 시티칼리지 미디어학부 학과장을 맡고 있다.(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06. 11. 28.

 

 

 

 

P.S. 마지막 문단에서 언급되고 있는 지젝 비판 문건은 책이 아니라 논문이며 우리말로 번역돼 있고 언젠가 옮겨놓은 바 있다. 이 리뷰기사에서 정리하고 있는 <도둑맞은 편지>에 관한 라캉의 세미나는 호머의 책 88-94쪽에서 다루어지고 있는데, 중요한 세미나이긴 하지만 이에 대해 다룬다고 해서 "문화이론가가 쓴 라캉입문서가 갖는 또 다른 차별점"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이다(기자는 아마도 책을 절반 정도 읽고 리뷰를 쓴 듯하다). 

이 세미나는 저자 자신이 '라캉에 대한 개론서들' 가운데 제일 먼저 꼽고 있는 벤베뉴토/케네디의 'The Works of Jacques Lacan'(1986)에서 보다 자세하게 이미 분석/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다른 입문서들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된다). 이 책은 이전에 라캉 입문서들을 나열하면 소개한 적이 있는데, 국내에는 <라깡의 정신분석 입문>(하나의학사, 1999)으로 번역돼 있는 책이다. 숀 호머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독자가 이전에 라캉에 대한 어떤 책도 읽은 적이 없다면 이 책은 다른 입문서들보다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254쪽)

숀 호머가 두번째로 추천하고 있는 책은 딜런 에반스가 편집한 <라깡 정신분석 사전>(인간사랑, 1998)이다. "이 사전은 라캉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독서이다."(가급적 원서도 구해서 같이 읽는 게 좋겠다.) 그리고 세번째 책은 브루스 핑크의 <라캉적 주체(The Lacanian Subject)>(1995). 이 책의 한 장이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 2005)에 번역돼 있는데, 완역본은 아마도 내년쯤에 나오는 듯하다.

그리고 네번째 책은 대니 노버스가 편집한 <라캉 정신분석의 핵심개념들(Key Concepts of Lacanian Psychoanalysis)>(1998)인데, 기억에는 <라깡정신분석의 핵심용어>(하나의학사, 2003)가 그 번역서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A Compendium of Lacanian terms'이란 책의 번역이다.  노버스의 책으론 <라깡과 프로이트의 임상정신분석>(하나의학사, 2002)이 소개돼 있다.

 

 

 

 

그리고 끝저자가 으로 추천하고 있는 책은 루디네스코의 전기이다. 이미 많이 언급된 책이라 중언부언이 될 듯한데, "오백 페이지라는 분량 때문에(*물론 국역본의 분량은 더 된다)  조금은 기가 질리지만 읽기에 수월하며, 라캉의 출판물들의 역사에 대한 풍성한 정보와 다양한 정신분석학회들의 정보를 싣고 있는 포괄적인 부록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교조적 라캉주의자들은 이 책을 싫어한다."

한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 루디네스코가 편집한 <정신분석대사전>(백의, 2005)도 번역돼 있다. 천오백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이야말로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지만. 그리고 루디네스코의 <자크 라캉>에 과장이 심하다는 비판은 다리안 리더의 <라캉>(김영사, 2002)에서도 읽을 수 있다(저자는 '교조적 라캉주의자'인가?). 만화책이기도 하지만 리더의 책은 올해 3판이 새로 출간되었을 정도로 입문서로서는 가장 대중적이다. 해서, 생초보 독자라면 숀 호머보다도 먼저 집어들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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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11-2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ㅇ님/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저는 처음 학생들이 논술에 접근할 때는 김용규 선생님의 '철학 통조림'을 추천해요. ^^ '꼼꼼히 따져보기'라는 것을 가르쳐주면서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사회문제 쪽으로 눈을 넓혀서 신영복 선생님의 책이나, 전태일 평전 같은 것을 같이 읽고, 손석춘 선생의 '신문 읽기의 혁명',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등을 같이 읽으면서, 단지 읽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끼리 토론을 많이 시키지요.

2006-11-29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11-30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 ㅎㅎ 철토는 쉽고도 흥미로워요~ ^^
 
 전출처 : 마늘빵 > [기사] "나는 왜 사교육으로 돈 벌기를 포기했나"

2006. 11. 28

 

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611/27/pressian/v14858179.html

"나는 왜 사교육으로 돈 벌기를 포기했나"

[인권오름]"진보도 '학벌'의 기득권 버려야 하지 않나"

 [프레시안 임재성/'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그런데 어떻게 해서 먹고 살아요?"
  
  사회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활동가들 역시 생계 문제를 회피할 수 없는데, 사회단체들이 그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가들이 흔히 택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입시 과외다.
  
  물론 사교육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현직 활동가들의 경우만은 아니다.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 중 상당수도 졸업 후 사교육 시장에 진출했다. 수감 경력 등으로 인해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다. 이들 중 일부는 시장에서 꽤 성공했다. 게다가 최근 대학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들은 날개를 달았다. 운동권 동아리에서 사회과학 세미나를 하며 훈련한 글쓰기 및 토론 능력을 바탕으로 논술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이제 흔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언론은 "386 운동권 출신이 논술 시장을 장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한 이들은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낄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열에 편승해 돈을 버는 게 그다지 떳떳하지만은 않다는 자책이다. 또 최근 심화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도 이런 자책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쉽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힘든 이들이 생계를 위해 택한 일에 대해 함부로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행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 하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를 지향하는 이라면 사교육으로 돈 벌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인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 5월 출소한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임재성 씨다. 임 씨도 수감 전에는 입시 과외로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수감 생활 도중에 얻은 깨달음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노동자 한 명의 죽음에 대해 분노했던 이들이 해마다 입시 때문에 100여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 대해 무감각하다면 모순이라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학벌 기득권에 안주하여 편하게 밥 벌이를 하다보면 소외된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기 어려우리라는 것.
  
  이런 생각으로 그는 입시 경쟁에 편승한 사교육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사회단체 활동과 병행하기에 가장 손쉬운 생계 수단인 입시 과외를 포기하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임 씨 혼자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해서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입시 경쟁과 학벌지상주의가 사라질 리도 없다.
  
  하지만 애당초 임 씨가 수감 생활을 감수하면서까지 병역을 거부한 것 역시 당장 전쟁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누구라도 먼저 총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임 씨가 사교육으로 밥 벌이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임 씨는 "진보도 '학벌'의 기득권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글에 자신의 결심을 담아 인권운동사랑방에 보냈다. 다음은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 실린 임 씨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서 '양심적 사교육거부자'로
  
  수감시절, 출소 이후 활동을 하면서 돈을 어떻게 벌지를 고민하면서 사교육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수감되기 전까지 열심히 했던 사교육의 기억들을 감방 안에서 곰곰이 반추해보면서 그렇게 낯 뜨거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현실적인 금전적 이해에서 조금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그런 성찰의 시간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어쨌든 밥과 잠을 법무부에서 해결해 주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좌파'랍시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가 자신의 학벌을 밑천 삼아서 그 학벌에 목 매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벌다니. 정말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 사실 별 대단한 결심도 아니건만 감옥에서 "양심적 사교육 거부"라는 글을 써서 '전쟁없는세상' 소식지에 싣게 되었다. (당시 '전쟁없는세상 소식지'에 실렸던 글, "양심적 사교육 거부"를 보려면 다음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http://www.withoutwar.org/bbs/view.php?id=www_letter_11&no=6 )
  
  그 글에서 나름대로 노렸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광고. 왜 성공적인 금연을 위한 조언 중 하나가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라'이지 않은가. "생각해보니까 이거 할 짓이 아닌 것 같아. 나 앞으로 사교육 안 할 거야." 당시 글의 내용은 길었지만 핵심이 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명의 욕심이었다. 사교육을 하면서 활동을 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맘 속의 무거움을 알기에, 그러나 그 무거움을 가지면서도 사교육을 계속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나름의 자극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내부적 비판은 당시 내 주변의 활동가들을 많이 불편하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글 일부를 다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페미니스트파시스트건 집에서 설거지 안하는 것은 똑같다는 이야기를 진보건 보수건 사교육 시장에서 학벌주의 조장하는 것은 똑같다고 대유(代喩)하면 비약일까. 페미니스트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진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학벌을 팔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밖에서 후원을 해주었던 친구에게서 대안교육잡지인 '민들레'에서 연락이 와서 글을 그 잡지에 싣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투박한 글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대안교육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권들의 사교육시장 장악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게 여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답답함에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면 정말 기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 광고를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입시학원가 풍경. 출처: 청소년 인터넷뉴스 <1318바이러스>

  학벌주의와 떨어질 수 없는 사교육 거부…쉽지 않은 결정
  
  지난 5월 충주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를 했다. 사람들을 만나며 나누는 여러 이야기 중 하나가 사교육 정말 안 할 거냐는 질문이다. 별것도 아닌데 글까지 쓴 것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화제다.
  
  사교육 아니면 돈 어떻게 벌거냐는 질문도 이어진다. 뭐, 계획은 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교육은 절대 안하련다. 이렇게 답을 하고나면 좀 어색해진다.
  
  함께 활동했던 이들은 여전히 사교육을 통해서 생활비를 벌고, 활동을 해 나가고 있었다. 다 안다. 그 사람들, 그 동지들 다 안다. 내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근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다들 힘들게 살고, 어렵게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급진적 사상과 주장을 가지고 늘 현장을 뛰어다니지만 먹고사는 일 앞에서는 현실적이 될 수밖에 없다.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교육만큼 적당한 게 별로 없다.
  
  과외를 10개 가까이 하면서 대학원 학비를 만들고 집에 생활비를 보내며 공부와 활동을 하는 한 선배는 나에게 그런다. 이것이 치열한 나의 삶이며 자신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교육 어쩌고 하는 비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또 어떤 선배는, 그럼 공교육이 대안이냐고, 사교육 안하는 것이 대안이냐고 묻는다.
  
  함께 평화운동을 했던 이는 그런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나 사교육 아니면 활동 못한다고, 활동을 하지 못하는 거 보다는 나은 거 같다고.
  
  
그 이후 다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는 자부심은 있지만 유혹도 있다. 사교육, 참 매력적인 돈벌이다. 스트레스야 좀 받겠지만 이만한 돈벌이가 어디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활동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리만 좋으면 한 달에 얼마 일하지 않아도 최저임금에 준하는 돈을 벌 수도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갑자기 '선생님' 소리도 듣는다. 이것저것 '왼쪽'의 이야기를 하며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근데 그 돈, 애들이 좋은 대학 보내달라고 내는 돈이다. 내가 4년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돈이다.
  
  입시 때문에 일 년에 백 명 정도의 학생들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노동자 한 명이 자살하면 눈물을 글썽거리며 살인정권이라 외치는 우리가 왜 그 백여 명의 죽음에는 이리도 무감각한지.
  
  최소한 운동권이라면, 진보주의자라면 현상 이면의 본질에 대해서 성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불편해야 한다. 비록 당장은 계속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어렵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강남 논술시장의 대부분을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교육 중에서도 논술 같은 경우는 운동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요즘 논술의 추세가 조금 진보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는 비결이라는 이야기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런 강사를 찾기도 한다고 한다. 곧 '한국판 소피스트들'이라는 타이틀 안에 운동권 출신들의 논술강사들이 다뤄질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트럭을 몰며 배추장사를 하는 선배가 있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하고 한 달에 백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번다고 한다. 운동하며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그리고 이 사회에서 돈은 번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인데 너무 고민이 없다고 말한다. 사교육이 쉬워 보이지만 그건 운동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운동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그럼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데, 역시 어렵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음에도 아예 생각이나 시도조차 없는 후배들에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비록 현실이 열악하더라도 삶의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 사회의 모순에 저항하고자 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여기서 '운동권'이라는 호칭의 일차적 지칭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누군가 먼저 총을 내려놓아야 한다면 내가 먼저 놓겠다는 신념으로 병역거부를 결심했다. 비록 어렵고 힘들었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늘 자랑스러운 결정이자 가치가 되었다.
  
  수감 시절, 병역과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거부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사교육을 거부한다는 것은 병역거부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막상 사회 속에서 그 매력을 거부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또다시 사교육 거부자로서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도 실렸습니다.
 
임재성/'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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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이사를 했습니다. 신림 9동 단칸방에서 신림본동 단칸방으로 옮기는 일인지라, 가구라고는 책장. 가전제품(?)이라고는 노트북, 가습기, 진공청소기, 물끌이는 주전자가 전부. 그래도 이사하고 나니 쫌 몸이 으슬으슬 아프더라고요. 생각같아서는 책들을 모두 어떤 '질서'를 부여해서 배열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pass

그니까 지금 제 옆 책장에는 자본론 옆에 고진의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이 꼳혀 있어 어느정도 배열이 맞지만(그러고 보니 정치경제학 비판요강은 어디간겨! 버럭), 그 옆에는 이병률의 '바람의 사생활'이 그 옆에는 최영숙의 '모든 여자의 이름은'이 그 옆에는 임노월의 '악마의 사랑' 그 옆은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그 옆에는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하는 식입니다. 그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일.

제 왼편의 책장에는 엘리아데 '성과 속'과 레비 스트로스 '야생의 사고'가 푸코의 '담론의 질서'와 함께 꼳혀있어 이게 무슨 배열이지 곰곰히 따져보려고 할 찰라에, 바로 옆에 '일본 100배 즐기기'라는 책이 꼳혀 있는 식.

아, 제가 매너님에게 항상 배우고 싶었지만, 감히 묻지 못한 ^^; 것은. 어쩌면 그리 정리를 잘 하시는지... 음. 관련 책이라도 한권 읽어봐야 겠습니다.

어쨌든 이사 온 곳은 산동네. 미로. 벌써 길을 두번 잃었습니다. 아, 나의 집은 어디인가... -_-;

근무를 끝내고 집에 겨우겨우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화요일. 그러니 어제 처음 이사한 집에서 잤는데,

오늘 소포가 와 있는 거 였습니다. 이런!!! FBI(?)가 나를 감시하고 있었나, 아님 옛 연인이 멀리서 나를 지켜보다가? 투고도 안 한 신춘문예에 합격했다는 이야기인가? 사지도 않은 로또가 된 건가? 초등학교 때 친구가 알고 보니 비밀기관에 쫒기고 있어서 결국 나에게 마지막 비밀 테이프를 넘겨준겨?

등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발송인은 제가 모르는 분. 그런데 받는 이는 또박또박 제 이름이 제 바뀐 주소와 함께 적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사 한 것을 아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 한 줌 일텐데~!

와서 소포를 뜯어보니, 익숙한 썩소와 함께 나타나는 'from Mephisto' 오옷 캐감동! ㅜㅠ

메피님 서재를 들어가서 가끔 궁금해졌던 그 '이심전심'의 음악들! 오옷~~ 첫 곡부터 감동입니다.

메피님 감사합니다. ㅎ 이사하고 처음 받은 소포, 좋은 선물로 잘 간직하겠습니다. :)

지금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답니다. ㅎㅎ 엠피3로 추출해서 들으면서 다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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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11-2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셨군요.힘드셨겠어요..아무리 짐이 적어도 이사는 이사인데.. 잠자리도 바뀌면 적응할 시간이 좀 걸리지요? 몸을 보하세요^^푹 쉬시고요..어머낫! 메피님선물이 그건가요? 느무 기대되는군요.축하드려요!

Mephistopheles 2006-11-2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인님이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답니다....ㅋㅋㅋㅋ

기인 2006-11-2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님/ 네ㅎㅎ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감기 기운 물리치고 있습니다 ^^;
메피스토님/ 헉; 지난 여름!!! ㅋㅋ 생각해보니 열라 힘든 일 하고 있었군요;; ㅎㅎ
 
 전출처 : 로쟈 > 내 연봉은 포도나무 한그루

오랜만에 창비주간논평 한 꼭지를 옮겨온다. 문인들의 '연봉' 얘기를 다룬 보기 드문 논평인데, 필자는 소설가 백가흠씨이다. 이 글이 눈길은 끈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데, 엊저녁에 <현대문학>(12월호)에 실린 특집 '문학과 돈'의 글들을 읽었던 것. 연말정산의 시즌이 곧 돌아오기도 하지만 세밑이 되면 한해동안의 궁상스런 살림살이에 대해서 되돌아보게도 되는데, 궁상으로 치면 여느 직업 부럽지 않은 시인/소설가들의 경우엔 감회가 더할지 모르겠다(비정규직 대학강사들의 처지가 그럭저럭 동병상련이 될 만하다). 손으로 꼽을 만한 극히 일부 소설가를 제외하면 전업시인/작가로서 중산층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부업이 불가피한 이유이고 상금이 걸린 문학상들에 목매달기도 하는 이유이다. 당장에 대안을 떠올리기 어려우므로 대략 그런 속사정만을 챙겨두고자 한다.

 

창비주간논평(06. 11. 28) 내 연봉은 포도나무 한그루

가을이 이렇게 가버리다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개나리가 마음을 들볶은 게 꼭 일주일 전만 같은데, 목련은 피었는지 모르게 빗방울에 후드득 떨어진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낙엽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쓸쓸하게 매달려 있는 감 때문에 저는 어찌할 바 몰라 방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요.


그래서 선배 시인 한분을 꼬여내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늦은 단풍이나 볼까 하고 말입니다. 비온 뒤라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아서 아침부터 마음을 가만히 둘 길 없었는데요. 막상 산에 오르니 기대했던 거와는 달리 낙엽도 거의 진 뒤라 풍경은 시시하기만 했습니다. 대신 멋진 집들을 구경했습니다. 빨간 벽돌, 십 미터도 넘어 보이는 담으로 둘러싸인 예쁜 집들을 말입니다. 사실 예쁜지 어떤지는 잘 몰라요, 집이 보여야 집 구경을 하지요. 실은 멋지고 높은 담 구경을 했다고 해야 맞겠네요.

 

서둘러 내려와선 두부와 막걸리를 먹었어요. 고추전도 먹었구요. 산에 갔다 왔는데도 집에 돌아오는 길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산이 제 것 같지 않아서였던 것도 같아요. 취해서 속으로 중얼거렸지요. 여기다 집을 사야겠는데, 그래야 저 산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집으로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쓰다 만 소설들이 저를 애처롭게 쳐다보는데요. 술 취한 눈으로 저는 소설에게 말했지요. 니가 잘 씌어져야 거기에 집을 짓지. 소설아, 소설아 집 좀 지어줘라. 분명 거기까진 기억이 났었는데, 깨어보니 한낮이었습니다. 집을 짓고 북한산을 갖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지요.


누구나 연말이 되면 새해에 바라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서둘러 정하곤 하는데요. 몇년 전 망년회가 생각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여자친구도 없는 떨거지 친구들과의 망년회 자리였는데요. 케이크에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끄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진지해서 저도 그에 버금가는 무엇인가를 정해야만 했었는데요. 새해에 바라는 소원, 생각하자마자 금방 떠올랐어요. 제 차례가 되자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새해에는 연봉이 육백만 넘었으면 좋겠다구요. 전혀 웃기지 않는 얘기였음에도 사람들이 웃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웃었지요. 말하고 나니 조금 웃기는 것도 같았습니다.


며칠 후 선생님 댁에 신년인사하러 갔는데 술이 두잔 세잔 돌자 누군가 또 묻는 거예요. 새해에 바라는 소원이 뭐냐구요. 저는 똑같이 연봉이 육백만원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그 시절 진짜 소원이었으니까요. 한명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들이 다 웃었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소설가 이기호가 가흠아, 연봉 육백이면 한달에 오십만원 벌어야 하는데 그거 힘들다, 했어요. 정말 힘든 표정을 지었어요, 이기호 형이요. 그래서 제가 그니까 소원이지 형, 했습니다. 실은 속으로 그때 부러웠거든요. 연봉 육백만원을 이미 이룩했던 기호 형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온나라가 떠들썩하지요. 정치권, 매스컴 할 거 없이 무슨 호재라도 만난 것처럼 떠드는 것이 정말 큰일이 난 것은 분명해 보이기도 한데요. 집값이 오르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저는 웬 호들갑들인가 싶더라구요. 평균임금을 받는 사람이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44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그때도 저는 그러건 말건 했었는데요, 평균임금을 벌게 되니 이젠 집을 갖고 싶은 거예요. 몇년 전만 해도 연봉 육백만원을 간절히 원했던 제가 말입니다. 왠지 집이 있으면 장가도 잘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구요. 그런 생각이 드니 느닷없이 가로수들이 부러워지는 거예요. 니들은 무슨 복이 있어 이렇게 비싼 도로가에 한평씩 집을 지었냐 싶은 거예요. 가로수들이 부러워지니까 신경질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어느날은 집앞에 늘어선 가로수들마다 한대씩 발길질을 한 적도 있어요.


하나 또 예전에 정말 몰랐던 일 하나가 있는데요. 바로 마당이에요. 시골에서 자란 저는 당연히 마당이 있어야 집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서울에서는 마당을 갖는 일이 큰 호사임을 깨닫게 된 거예요. 원래 간사하잖아요, 사람마음. 제가 세들어 사는 집에 감나무, 자두나무가 서 있는 꽤 넓은 마당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제가 감나무, 자두나무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바꿔 말하면 제 욕심이 얼마나 물질적으로 비대해졌나를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땅을 딛고 서 있는 모든 것과 경쟁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경쟁심이 집값을 올리는 것이더라구요. 제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감나무보다 잘살아보려고 정말이지 애썼거든요.

 


예전에 시인 박형준 형과 치악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요. 제가 등단한 지 얼마 안됐을 무렵이었는데요. 작가가 되고 일년을 살았는데,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등단한 지 십년쯤 지난 형에게 치악산을 오르며 물었어요.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어떻게 먹고 사는지 말이에요. 형 연봉은 얼마나 돼요? 박형준 시인이 껄껄 웃더니 내 연봉은 포도나무 한그루쯤 될까 몰라 했습니다. 문학하는 사람에게 연봉은 마음속에 포도나무 한그루 정도 있으면 된다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저는 가로수가 부러우니 제가 시인이 되지 못한 이유가 분명 있기는 있는 것이겠지요?

 

06. 11. 28.

 

 

P.S. '연봉 육백만원' 달성에 보탬이 돼보려고 해도 백가흠의 책으로 나와있는 건 달랑 <귀뚜라미가 온다>(문학동네, 2005)란 소설집 한권이 전부이다. 어느 자리에선가 이 제목의 흠을 꼬집기도 했는데, 사실 '귀뚜라미가 온다' 같은 건 시집의 제목으로나 어울리는 것 아닌가?('귀뚜라미'로 어떻게 먹고 살겠는가?) 차라리 데뷔작의 제목을 따서 <광어>라고 했다면 훨씬 더 묵직해보였을 것이다('광어'는 빼어난 단편이다). 어쨌거나 연말 분위기이기도 하니까 우리의 불우한 작가들을 돕는 의미에서라도 소설집 한두 권씩은 사두시길 바란다. 뭐, 샛노란 게 빛깔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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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11-2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현'공식'연봉은 200만원 정도 되고, 장래 희망은 시인/소설가 이며, 아마 비정규 대학강사를 하게 될 나.
 
 전출처 : Mephistopheles > 세계여행 VS 서재여행

룩셈부르크
-크라잉넛-

기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 안전밸트를 착용하여 주십시요 이 비행기의 도착 예정지는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자 같이 펼쳐보자 세계지도 너의 꿈들을 펼쳐보아라
자 어디 붙어있나 찾아보자 다 같이 불러보자 룩셈부르크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석유가 넘쳐나는 사우디 이거 사람이 너무 많은 차이나
월드컵 2연패에 브라질 전쟁을 많이 하는 아메리카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하루 종일 레게하네 자마이카 하루 왠 종일 해 떠있는 스웨덴
신혼여행 많이 가는 몰디브섬 이제 곧 하나가 될 KOREA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석유가 넘쳐나는 사우디 이거 사람이 너무 많은 차이나
월드컵 2연패에 브라질 전쟁을 많이 하는 아메리카
하루 종일 레게하네 자마이카 하루 왠 종일 해 떠있는 스웨덴
신혼여행 많이 가는 몰디브섬 이제 곧 하나가 될 KOREA

손잡고 떠나보자 세계여행 피부색깔, 말은 모두 틀려도
우리는 자랑스런 인간이다 다같이 노래하자 룩셈부르크
라라라라라라라. . . . . . . . .

다 같이 노래하자 룩셈부르크 Let's go

인디에서 시작한 크라잉넛은 참으로 사랑스런 밴드입니다.
메이저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마이너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골수인디쪽에선 변했다..라는 평가도 받긴 하지만요)
이번에 그들의 이 흥겨운 세계여행 레파토리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살짝...틀어서 세계여행 말고 서재여행 한번 떠나보렵니다..

알라디너 서재폐인
-메피스토-

접속해 계신 서재인 여러분 안전밸트를 착용하여 주십시요 이번 여행의 도착 예정지는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자 같이 펼쳐보자 서재지도 너의 글들을 펼쳐보아라
자 어디 붙어있나 찾아보자 다 같이 불러보자 서재여행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즐찾이 넘쳐나는 마태우스 이거 추천이 너무 많은 로드무비
우수리뷰 다관왕 플레져 댓글 많이 붙는 훈남야클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혼자서도 잘해먹어 작게작게 하루 왠 종일 유머천국 드루이드
가족사랑 많이 하는 아영엄마 이제 곧 되돌아 올 따우서재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알 알 알라디너  서 서 서재폐인

염소가 넘쳐나는 파란여우 이거  글빨이 너무 고은 나무서재
추리문학 최고봉 물만두  최저임금 고급인력 기인서재
다재다능 재치만발 진우맘  하루 왠 종일 창 떠있는 메피스토
낭만여행 많이 가는 하이드 이제 곧 되돌아 올 사야서재
손잡고 떠나보자 서재여행 사는지역, 일은 모두 틀려도
우리는 자랑스런 서재인이다 다같이 노래하자 서재여행
라라라라라라라. . . . . . . . .

다 같이 노래하자 서재여행 Let's go

"님"자는 과감(?)하게 삭제했습니다...호호호 죄송합니다..

뱀꼬리 : 원곡이 듣고 싶으신 분들은...
http://blog.naver.com/ootany?Redirect=Log&logNo=60031319022
이곳을 방문해보시길...전 소심해서 음악 거는 거 무서워요..(닭쵸!) 그리고 할줄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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