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도 드라마를 안 봐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한탄하던 중, 나름 '국문학도'이고 '문화연구'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나에게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에 대해서 '얻어들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헐. 듣다보니 2000년대 유행을 한 '트랜디 드라마'를 몇 가지 떠올려보며 그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니 '커피프린스', '파리의 연인', '궁' 등, 또 한쪽으로는 '허준', '대장금', '주몽', '불멸의 이순신' 등이 떠올려지더라고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 이름은 김삼순', '옥탑방 고양이', '환상의 커플', '쩐의 전쟁', '풀하우스'등.

90년대 인기 드라마였던, '모래 시계', '사랑과 야망', '한지붕 세가족' 등과의 격차가 새삼 느껴집니다.

뭐랄까. 드라마를 보지도 않고, 흘러 들은 풍문만으로 짐작해보자면.

90년대는 80년대 이후 대문자 '역사/시대'와 삶의 겹쳐짐, 그 폭압성을 다루고 고민하는 드라마들이 제법 있었고, 이 때는 '국가'가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대중의 삶에 개입하면서 마찰도 많았고, 대중도 이 '국가'가 삶에 간섭하는 힘을 끊임없이 자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드라마는 또한 이를 반영했고요. 

반면 이제 2000년대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지금-여기'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역사를 소재로 차용해서 새로운 상상력의 공간으로 만들어활용하는 역사 드라마가, 자본의 확대와 몇몇 '사극'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한편에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또 '만화'같은 상상력 또는 만화에 원작을 둔 드라마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문자 '역사/시대'가 아니라 '일상'에서 느껴지는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기보다는 이를 소재적으로 차용하여 '차이'의 매력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노처녀'/'동성애'/'사채업'/'혼전동거'/) 한편에서는 고전문학에서부터 계속 이어져내려오는 혼사장애담, 출생의 비밀, 환생, 첫사랑, 기억상실, 불치병 등의 classical한 소스도 들어가 있고요. 

이것에 대해 가치평가를 섣부르게 하지는 못하겠지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드라마도 없고, 90/2000년대라고 딱 자를수도 없고 어떤 경향성만을 지적할 수 있을 뿐이겠지요. 요즘에는 친구의 추천으로 '연애시대'를 조금씩 보고 있는데, 꽤나 재미있는 면도 있기는 합니다.


'역사/시대'를 고민하는 것에서, '일상'을 사유하는 것으로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정말 사실인 것 같습니다. 대문자 '역사/시대'가 아닌 '일상'이야말로 '역사'이고 '시대'이다라는 의미라면 동의할 수 있겠지요. 국가는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의 삶에 개입하고 있거나, 개입하는 듯 보이게 선전선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FTA나 이랜드 사태를 보면, '본질'이 달라진 것이 있을까 싶지만, 이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각 주체들의 반응은 여러모로 달라진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시대'로 '일상'을 억압했던 것이 80년대의 '과오'였다고 누군가 지적할 수 있다면, '일상'이 곧 '역사/시대'이다라는 인식이 없이는 21세기는 희망이 없는 시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도, '역사/시대'에 대해, '진리'나 '정의'에 대해 '인간'에 대해, '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 이러한 일반명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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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7-08-23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봤어요 ^,^ 커프는 별 생각없었는데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동성애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다시보니 또 드라마가 새롭게 보이데요. 역사,정의,진리까지는 힘들지만 조금씩 부드럽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드라마의 힘에 새삼 놀라곤 해요

기인 2007-08-2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ㅎㅎ 사실 참 그게 힘든 것 같아요. 적당한 '새로움'을 통해서만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대중드라마란 그런 것이겠지요..

도서관여행자 2007-10-0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프린스... 저는 이 드라마를 근대성, 성 등의 주제로 접근해서 과제를 해야하는데, 시청하지 않아서 난감하네요^^; 특히 전 수용자의 반응과 언론 기사 등을 살펴보는데, 글 잘 읽었습니다.

기인 2007-10-0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럼 시청하셔야죠 :) somun.info 에도 커피프린스 관련 기사 있으니 한번 봐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