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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7.5 - Vol.1, 창간호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때는 미스테리와 SF
중학교 때는 SF와 판타지
고등학교 때는 판타지와 무협지
라는 식으로 변화해 가던 내 장르문학적 관심이, 대학에 들어와 제도권 교육 속에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학제를 고수하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다보니, 미스테리, SF, 판타지, 무협지는 안 읽게 되었다. 가끔 외국문학을 읽을 뿐이고, 거진 한국문학의 바다 속에 잠겨있었다.
이런 '순문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본격 장르문학 잡지를 표방하는 이 잡지는 순문학을 옹호하고 장르문학을 폄하하는 '평론가'에 대해 꽤나 방어적이고 신경질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아직 제도권력, 또는 상징자본을 '순문학'이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가 미스테리 팬들이 격찬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평이하다고 느낀 것은, 제도문학에 길들여졌기 때문일까? '대중문학'을 무시하는 발언 중 하나는, 대중은 '조그만'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 즉 '적당히'만 새로워야지, '너무' 새로우면 대중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
기시 유스케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순문학은 '인간'을 그리고, 대중문학은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문학을 읽을 때, '재미'가 아니라, '고통'과 '공감', 세계에 대해 내 인식 지평의 확장을 추구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잡지를 살 때는, 앞으로 정기구독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통독해 보니, 내가 앞으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장르문학에 열광하던 소년은, 이제 과거...
어쨌든 많은 독자들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SF, 미스테리, 환타지는 물론 한국적 환타지인 무협이라는 장르에도 주목해주기를 바란다. 창간호는 거진 '미스테리' 잡지이고 SF가 아주 조금 보일 뿐 아닌가..
환타지와, 무협은 '장르문학'에서도 또한 타자인 것? '본격 장르문학'잡지로 성장하기를.. '순문학' 평론가들에게 쫄지말고 방어적으로 가드를 올리고 뒷담화처럼 중얼거리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