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없음으로, 나는 '시대'에 뒤떨어지게 살고 있다. 주변에서 하도 '하이킥'이 재미있다고 해서 (대화가 안 될 정도는 기피해야 하겠기에) 보기 시작해서 현재 Ep27까지 봤다. 하루에 3편정도 밥먹을 때마다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기는 하다.
Ep27을 보면서는 기분이 언짢았는데, 이는 문화 제국주의와 계급 적대라는 부분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영어를 잘 못하는 '이순재 부부'는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한국 지사장 집에 박해미 부부(며느리-아들)과 함께 초대되는데, 며느리 부부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순재 부부는 영어를 못하는 고로, '발 마사지스트'와 '파출부'로 오해받는다는 설정이다.
보면서 기분이 나쁜 것은 첫째, 외국인 한국 지사장 부부가 전혀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과, 이순재 부부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웃긴' 이유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전혀 웃기지 않는데, 이것이 웃긴 것으로 설정된다는 것 자체가 한국인의 '영어 콤플렉스'를 보여준다.
한국 지사장이야말로 한국어를 배워야 할 사람임에도, 그들은 전혀 한국어를 못하며, 왜 '파출부'가 왜 '발 마사지스트'가 영어를 전혀 못하냐고 화를 내고, 그들을 '종' 다루듯 한다. 나중에서야 이들이 '한의원장'으로 초대받은 손님으로 밝혀져서 너무 미안하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 제국주의적 마인드를 나는 한국에서 5년 이상 영문학을 가르친 '영국' 출신 교환교수에게서도 발견했는데, 그는 전혀 한국어를 못했고 배우고자 하지도 않았다. 무려 5년 동안, 아는 단어라고는 '안녕하세요' 정도이다.
또 이런 '한국 지사장'이라는 중상류 이상 계급이 문화 식민지인 한국에 와서 각 계급마다 다르게 대하는 것 자체도 심히 거슬렸다. 파출부면, 발 마사지스트면, 그렇게 막 대해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에피소드를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것이, 현재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백인' 할리우드 스타들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이라는 문화 제국주의적 현상들을 이 에피소드가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은 이제, 준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도약하려고 애쓰고 있는 국가로, 중심부에 의한 착취를, 주변부에 대한 착취로 이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문화적으로는, 중심부에 대한 동경과, 주변부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동남아'나 '아프리카'에 대한 무시와 우월감/ '미국'이나 '서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 제국주의의 역사를 배운 지식인이라해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에 앞장 서는 것이 바로 '유학파' 지식인들이다.
이에 대해 반성으로, 역사적으로 우리가 큰 빚을 지고 있는 베트남에 대한 관심,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젊은 문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더욱 증폭되어야 할 것이다.




* 애인이 이제 외교관으로 외국에 나가면, 이것만큼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외교관은 다국적 기업의 해당 국가 '지사장'과는 다른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띄기 때문에 '덜' 띄껍게 하는 것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겠지만, 별반 다를 것은 없다.
나도 앞으로 한국문학이나 한국어를 외국에서 가르치거나 소개할 기회가 많아질 터인데, 이것이 문화 제국주의적인 방식으로 도입될 우려가 크다. 내가 몽고에 가서 한국문학을 가르친다고 하면, 나는 '몽고문화/몽고어/몽고역사'에 대해 충분히 관심과 노력을 쏟을 수 있을까?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