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과 통합 추진… “인문학 사망선고” 반발::)

인문학 위기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광운대가 국어국문 학과를 사실상 폐지하는 개편안을 마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광운대가 내놓은 ‘동북아대학 신설 계획안’에 따르면, 광운대는 인문대학 소속의 국문과·영문과·중국학과·일본학과와 경영대학 국제통상학과 등 5개 학과를 통합해 2008학년도에 동북아대학을 신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동북아대학의 6개 전공 분야 는 영어 필수, 중국어와 일본어 중 택일, 통상·문화·국제관계 중 택일하도록 돼 있다. 국문학은 필수나 선택 학문에서 제외된 것이다.

국문과 교수들은 “학교측에선 새로운 강좌를 신설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국문학과의 정체성은 없어지는 것”이라며 “인문학의 기초인 국문과를 폐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 했다. 이들은 또 “담당 교수는 물론 학생들에게조차 알리지 않 은 채 밀실 논의가 이뤄졌다”며 “인문학 위기 얘기가 나올 때 부터 국문과 혁신안을 수차례 내놓기도 했지만 돌아온 건 ‘사망 선고’뿐”이라며 분개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개편안에 대해 ‘전공의 벽을 허물고 국문학과 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권태한 대외협력처장은 “국문학과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틀 속에서 다른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이라며 “한국문화의 근본인 문학 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등 우리 문화의 세계화에 국문학과가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당연 나름 '의의'는 있는데, 이것이 국문과 교수/학생을 제외하고 자기네들 맘대로 규정한 것이라는 점이 말이 안된다.)

권 처장은 또 “2025년엔 국내 대학 입학 인구가 크게 줄어 광운대 같은 규모의 4년제 대학 100개는 없어질 것”이라며 “IT 대 학이라는 명성뿐 아니라 동북아지역 최고 전문가 대학으로 성장 하기 위해 이번 추진안을 내놓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광운대는 15일 오후 전체 학생 공청회를 열고, 단과대별로 세부 안을 마련 내년초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

광운대 국어국문학과는 국문학과 교수진이 6분 (국어학 2/고전 2/현대 2)로 비교적 국어국문학의 비중이 큰 학교다. 특히 조영복 교수라는 현대시 분야에서는 왕성한 활동과 독특한 연구로 (내가 ^^) 주목하고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더욱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앞으로 국어국문학은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서 많이 변화될 수 밖에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와중에 교수진이나 학생들의 의견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 '밥그릇'싸움이라고 폄하되면서 학교 당국자들은 국문학 당사자들을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시키고 일을 진행시킬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나도 이제 슬슬 '사파'의 길을 걷기로 하고 있지만, 국어국문학의 상당 부분은 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어문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선배의 말을 들어보면 '그래도' 국어국문학은 편한 입장이라고 한다. 시장논리에 따라서 점점 없어지는 과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중남미,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없고, 한국외대나 부산외대에 중남미/아프리카 '언어'를 전공한 분들이 전문가로 '취급'되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홈이 너무 깊게 파인 공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학생/예비 학자들의 문제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떤식으로 광운대가 변해갈지 지켜볼 일이다. 최근 국문과가 많이들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국문과들도 변하겠고 가장 '마지막'에 국립대 국어국문학과도 변할 것이다. 그러면 그 와중에 학생들, 학자들, 교수들도 변하겠지. 그 변화의 과정 중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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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1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하네.

기인 2006-12-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변하기는 해야 될테지만, 너무 급작스럽고
정말 '대화가 필요해'입니다. ㅋ 대화로 잘 될지도 의문이지만...
지켜봐야죠. 어떻게 변해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