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입소 전, 소개팅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왠 소개팅-_-; 물론 나는 사랑하는 애인이 있기에 일언지하ㅋ 에 거절했지만, 소개팅 이야기를 한 선배의 말로는 연봉 1억의 큰 로펌 변호사고, 이상형이 나 같은 남자라는 것.

아니 로펌 변호사고 연봉 1억인데, 이상형이 나 같은 남자라니 -_-;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역시 호기심이 생겼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당신이 이상형이에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게다가 그 소개팅을 제안했던 선배가 마태우스님 표현대로 엄청난 미녀 ^^; 였기에, 그 선배의 친구라고 하니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시급 300원 공익이었지만, 그 때는 더(?) 별볼일 없는(ㅋ) 인문대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소개팅 대상자는 나보다 3살 연상이라는 거다.

그럼 도대체 왜? 이상형이 나같은 사람일까. 그리고 나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무얼 말하는 걸까?

등등의 의문이 드는 수 밖에. 그렇다고 소개팅을 나갈 수 없으니

(항상 칸트의 말대로,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되게 하라'에 따라 나름 살고 있으니, 내 애인이 소개팅을 나가겠다고 하면 얼마나 열 받겠는가? 뭐 '아내가 결혼했다'도 있는 마당이기는 하지만;; )

왜 제가 이상형이에요? 라고 물었다. ㅋㅋ

어쩌면 나는 대형로펌에 다니는 20대 후반 변호사들에게 있어서는 이상형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음.. 그러니까, 그 조건은. 우선 직업이 없을 것. 돈을 벌고자하는 의지도 없을 것. 말 잘 들을 것. 페미니즘을 공부한 경력이 있으며, 이에 전반적으로 동의할 것. 인문학도일 것. 별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을 것.

등등................... 이런게 이상형인 사람도 있나? -_-;

그래서 알고 보니, 그 분의 이상형은,

A형 장남, 물병자리.

가 조건이었던 것이다. -_-;;

뭐야 이건. -_-;;;;;;;;;;;;;;;;;;;;;;;;;;;

뭐 내심. 그 거 말고도 여러가지로 내가 괜찮으니까 소개팅을 하라고 했겠지. 음훼훼훼 라고 생각했지만. 쩝. 괜찮을게 뭐있나.

대학원생끼리 하는 말이 있다. 인문대 박사과정은 결혼 선호 순위 9위라고. 8위는 농부라고. (물론 농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농부랑 결혼하기 싫어하니까 그것보다 인문대 박사과정 학생이 낮다는 야기)

여하튼 그 이후 화제는, 선배분 친구가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부터 시작했는데, 그렇게 돈을 잘 벌면 역시 남자가 무슨 필요야 라는 것으로 선배들(모두 누나 3분. 2분은 기혼, 1분은 미혼인데 올해 결혼예정)이 말씀을 하셔서 나는 경청하고 있었다.

그러니 결국, 경제적 독립이 된다면, 남자는 무슨 필요! 라고 말씀하고 계셨던 셈. ㅋㅋ

역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가.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인식.

으음. 그래도 외롭겠지. 외로우니까 사람이잖아. 헛헛;

 

이상하게 요즘 '버블세븐' 때문에 월급쟁이들이 우울증에 걸렸다느니, 계층갈등이 부각된다느니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때 소개팅 일화가 생각이 났다. 언론에서 단순화시켜서 전달하는 것에 따르면 월급쟁이들이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하는 것. 열심히 일해봤자, 부동산 값 뛰는 것만 못하다는 것. 결국, 돈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닌다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돈 벌기 위해 일을 한다니.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한다면, 그것만큼 생이 지옥인 것이 어디 있을까? 그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겠지, 자신의 직업에. 아니면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서 야근까지하는 삶. 더 좁은 집에서 덜 먹고 살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극빈층 분들도 아닌데...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짤리는 거겠지. 편하고 적게 버는 것은 힘든 일일까?

나는 뭐, 월급쟁이도 아니고 시급 300원 공익이고, 단칸방에 월세로 살고 있지만. 아니 그러니까 버블세븐이니 뭐니 해도 전혀 현실감이 없다. 물론 아파트 값이 몇억이 아니라 십몇억 이십몇억 한다는 이야기에, '감'이 안잡힐 뿐. 이제 곧 전세라도 얻어야 결혼을 하던지 할 텐데....

전세라도 '몇천만원'은 있어야 한다던데.

참.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 많다. 세상에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가 들어가 살 집은 없다니...

그래도 별로 의욕이 안 생긴다. 이제 하던 과외도 다 때려치고, 최소한의 과외로 입에 풀칠이나 해야지. 

내 친구는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꼴 나서 거품이 걷히면서 돈 빌려서 투기한 사람들 다 망하고 연쇄적으로 은행도 망하고 산업도 도산할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금'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 이제는 금인 건가. (결국 이 글의 결론. 이제는 금이다. -_-; )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6-11-2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여자분 특이한 이상형을 가지고 있군요! 와. 딱 아직 뜨지 않은 인문학도 나 글쟁이와 연을 맺으면 되겠는걸요?

기인 2006-11-2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인문학도가 뜰일이 뭐가 있겠어요? ㅎㅎ

해적오리 2006-11-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애 중에 하나도 선비처럼 명성이 없어도 열심히 학문을 연마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시고' 살 수 있다든데요...

Mephistopheles 2006-11-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A형 장남, 물병자리." 이부분에서 뒤집어졌습니다..ㅋㅋ
그런데..별자리만 빼고 저와 똑같군요..^^

산사춘 2006-11-2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형 장남, 물병자리... 저두요. ㅎㅎㅎ
소개팅 기대됩니다.

기인 2006-11-2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오~ 정말 의외로 그런 분들에게 제 장점이 있군요. 근데 저는 선비처럼 명성이 없어도 열심히 학문을 연마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메피님/ 그러게요. 내심 기대를 했는데. ㅡ,.ㅡ; 너 알고 보면 여자들한테 인기 많아 등등 -_-ㅋ ㅋㅋㅋ
산사춘님/ 아니 님도 제가 이상형이라는 겁니까? ㅋㅋ 인기 폭발이네요.
근데 소개팅은 안 하기로 했다니까요 ^^; ㅋ

마늘빵 2006-11-2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형 장남은 여기 있습니다. 양자리에요.

seeker16 2006-11-2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가난한 인문학도보다도 물병자리 A형 장남이 더 슬프게 들린다. 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마친 양반의 '이상형'이 참 해괴하군! 세상엔 수많은 타인의 취향이 있나봐. ㅋㅋ

기인 2006-11-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ㅋㅋ 그러니까 또 다른 수많은 타인들이 제 짝을 찾는 거 아니겠어요? :)
그리고 제가 딱 A형 장남 물병자리의 성격이라는데. 그게 과연 무언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