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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침묵과 거짓은 사람을 죽인다, 천국으로 가는 길
하나의 사실을 다섯 개의 시선으로 풀어낸 침묵과 거짓. 천국으로 가는 길.
대학로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에 후안 마요르카의 <맨 끝 줄 소년>을 빌리러 갔다 책이 없어서 같은 저자의 희곡 <천국으로 가는 길>을 빌렸다.
나는 요즘 후안 마요르카의 희곡을 읽고 있으니, 굳이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었다.
맨 첫 장을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희곡. 모노드라마는 아닌 것 같은데, 낯설었다.
유대인과 독일, 적십자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보니 분명히 세계2차대전의 유대인수용소 같은데, 말하는 사람이 묘사하는 내용은 평화로웠다.
이런 평화로움이 껄끄럽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두번째 장에 나온 희곡대본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증폭시켰다.
분명히 아무 일도 없고 평화로운 일상인데, 대화가 낯설었다. 어떤 장면은 희안한 방식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독일인 장교가 하는 말은 의심은 되었지만 그냥 그럴려니 했다. 어쨋거나 지금 그는 정복자이니까.
나의 의문은 4장과 5장에서 풀렸다. 사실 이 모든게 꾸며진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그 지점에서,
1~3장에 나오는 모든 묘사와 이야기가 적십자와 세계에게 독일이 죄가 없고, 유대인은 포로지만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꾸미는 연극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그 시점.
해설부분에는 실제로 독일의 대외홍보용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회색지대라고 불리는
실제로 적십자가 방문했던 독일의 대외선전용 유대인 수용소는 생각보다는 시설이 좋았다고 한다.
- 아무리 생각보다 좋다고 하더라고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설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나기는 한다.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 한 적십자 직원과 독일의 대외홍보를 위하여 연극을 준비한 독일인 장교.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하여 연극에 동참한 유대인.
누구를 나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아니 독일의 대외홍보를 위하여 연극을 준비한 독일인 장교. 저 사람은 비난을 해야겠다.
거짓을 보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 의문을 파헤치려고 하지 않은 적십자 직원, 저 사람도 비난 해야겠다.
개인의 안전을 위하여 연극에 동참한 유대인도 비난 해야겠다.
그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이 홀로코스트에서 죽어나갔으니까.
우리는 거짓을 보고 거짓이라고 이야기해야한다.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