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 이상해 옮김 / 까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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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이 팔린 책일 성경부터, 이른바 최초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돈키호테', 최근의 '해리 포터'시리즈까지.

크게 16세기부터 시작해서 지난 500여년간의 서양 역사를 훑어내려오며 400여권에 달하는 책들에 대해 분석하며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는 책이다.

 

서문

제1부 책, 베스트셀러란 무엇인가
1 거대 숫자의 매력
2 성공의 시간
3 베스트셀러의 지리학

제2부 저자,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만드는가
4 작가와 성공
5 사기꾼들의 소설
6 발행인의 부상(浮上)
7 검열 만세!
8 책과 이미지의 결혼

제3부 독자, 왜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가
9 의무적인 독서
10 파뉘르주 콤플렉스
11 안락의 문학

결론 : 기적은 계속된다

주
한국어 판 편집자의 후기
인명 색인
서명 색인

 

 

이 책의 목차만 훑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첫째,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둘째, 어떤 저자가 쓴 글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세번째, 어떤 독자가 책을 구입하여 베스트셀러를 만드는지에 대해 적고 있다. 베스트셀러란 빠른 시간 내에, 엄청난 판매량에 도달한 책으로,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는 경향이 있고 '판매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 적절한 예로 '해리포터' 시리즈 특히, 전 세계 동시 발매 첫날에 1100만부가 팔렸던 7권을 든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냐? 반드시 훌륭하고 고상한 책만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정도의 애서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대체 왜 저런 영화가 대박이 나는지 모르겠으나, 대박이 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며, 한 영화의 성공 뒤에는 영화 자체의 훌륭함 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수많은 영화 외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베스트셀러 또한 다르지 않다고.

 

400여권의 책들, 500여년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오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책, 학창 시절에 고전으로 읽었던 책들, 영화화된 책들, 최근의 베스트셀러 등 익숙한 이름들을 확인하여 그 뒷이야기를 알아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존재하는데, 단순히 작가가 프랑스인이라서 프랑스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많고, 동양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쉽다. 다른 건 몰라도, <아라비안 나이트>와 <삼국지>는 포함이 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마오 쩌둥의 저서들은, 근대로 접어든 이후라서 책의 집계량이 어느 정도 정확히 잡히고, 역사적으로 중국이 서양과 여러 면에서 밀접했던 시기이기 떄문에 저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고, 근대 이전의 중세, 동양이 서양과 달리 독자적으로 존재했을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쉽다. 또 아쉬운 것은, 수많은 역사 속의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전부 논하다보니 결국 하나의 주장으로 모아지지 않고, 이것 저것 사례의 나열에 끝나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베스트셀러가 나오려면, 책의 분량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하며, 시대정신과 어느 정도 닿아 있으면서, 유명 인사가 직접 이 책을 언급하거나, 작가가 유명해지거나,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책의 발매 전후에 작가와 책 자체에 대한 스캔들이 발생하는 등의 일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이 책에서 가장 자주 꼽는 책 중 하나인 '해리포터시리즈'는 이 모든 공식에 들어맞지 않는 책이다.

 

아마도 책의 맨 마지막 장, 작가의 말만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드는 유일한 결론일 것이다.

 

토머스 쿤은 과학적 혁명의 구조에 대한 시론에서 우리가 어떤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지적인 틀 속에 위치해 있는 한, 그 틀에 들어오지 않거나 그 패러다임과 모순되는 사건이나 사실들은 존재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패러다임을 바꿀 때까지 불가능하다. 이런 인식은 문제가 되는 사실들이 자리를 잡는, 더 이상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정립하도록 이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것이 바로 문학계 혹은 출판계에서 우리가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탐정소설이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짧아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가 미리 그 독자들이 지속적이고 어려운 독서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대중적인 독자는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것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예단한다. 그리고 우리는 거꾸로 여유가 있고 교양이 풍부한 사람들은 아무리 그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라도, 피곤에 절은 프롤레타리아들이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기차 3등칸에서 읽는 책을 상기시키는 형태로는 절대 읽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작품이 조금이라도 성공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패러다임들은 막연한 경험주의에 근거한 가설들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다. 어떤 일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그 일이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경험주의 말이다. 그러나 그 일은 일어난다. 그럼으로써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사라지게 하고, 수많은 모방자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볼 때, 스티그 라르손은 2004년 이후로 서점들의 진열창을 가득 채운, 하지만 『밀레니엄』의 대성공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던 웅장한 탐정소설의 선구자였다.

패러다임이 폭발하기를, 그러면 불가능한 것이란 더 이상 없다. 그떄 기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패러다임의 사라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이 느낌을 더욱 굳건히 해준다. 우리가 딱 하나 아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 바로 그것이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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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완전판) - ABC 살인 사건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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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18번째 장편소설이며, 푸아로가 등장하는 11번째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이 워낙 많다보니, 그녀의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탐정에 따라서 분류할 수도 있고, 살인 방식이나 벌어진 장소, 범죄자의 유형 등등 비슷한 그룹으로 묶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그 중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그런 유일한 소설들이 있다. 이 소설도 그 중에 하나다.

 

이 소설은 1935년 6월, 남아메리카로 이민갔던 헤이스팅스가 영국을 잠시 방문하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푸아로의 초현대식 거처를 보며, 이런 곳에서는 암탉도 사각형 알을 낳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는 부분에서는 <푸아로 사건집>의 '대번하임씨의 실종'이 떠오르며, 네 사람이 브리지 게임을 하다가 한 명이 빠져나와 난롯가에 있던 한 사람을 죽인다면, 누가 범인일 것 같냐는 푸아로의 말은 이 소설 이후에 씌여진 <테이블 위의 카드>와 연결된다. 푸아로의 말처럼, 이상적인 범죄라는 표현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소설에서 탐정과 용의자는 각각 네 명이 등장하므로 크리스티 입장에서 이상적인 추리 소설로 꽤 많은 시간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ABC라는 것은 살인자가 푸아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계획 범죄를 예고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이기도 하며, 살인 기법이기도 하다. A로 시작되는 도시에서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되고, 그 다음은 B, 그 다음은 C...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18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끝내 잡히지 않았던 잭 더 리퍼를 떠올리기도 했고,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던 조디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둘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사실 범인의 이름도 정확하지 않다.

 

이 소설도 마치 이런 살인광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반전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푸아로의 다른 사건들과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악마스러운 범인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작가 또한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서언에서 아서 헤이스팅스 대위가 대영제국 제 4급 훈장 수훈자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며 그의 입을 빌려 '푸아로가 이전에 다루었던 것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말이지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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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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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의미한 삶. 그러나 나는 이 생애 속에서 축제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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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 저택의 비극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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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에 쓰여진 작품이다. 첫 작품으로부터 26년이 흐른 뒤이니, 크리스티의 원숙함이 무르익었을 때의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은 젊은 시절에는 아이디어와 패기가 돋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노련함과 교묘함이 엿보이는데, 이건 크리스티 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의 비슷한 경로일 것이고, 작가뿐 아니라 어느 분야의 예술가든, 아니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꿔 말한다면, 초기 소설의 경우 누가 범인인지 참 알기 어려운데, 후기로 갈 수록 범인이 누구인지는 생각보다 빨리 눈치를 채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만약 그가 범인이라면, 왜 그랬을까?' 혹은 '만약 그가 범인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그것도 전자에 방점이 찍힌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에는 추리 소설의 작가로서 독자에게 지키기 위한 예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추리 소설의 완결성이라는 문제 때문에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지, 사실 크리스티가 작가로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왜'의 문제라는 것이다. 

 

수영장. 무대 장치. 연극 무대.

누가? 누구를 위해서?

터음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에르퀼 푸아로 자신을 위해셔였다고 의심했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곧 아주 불쾌한 장난으로 여겼지만.

여전히 불쾌한 일이긴 했지만....... 장난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푸아로는 고개를 저었다. 알 수가 없었다. 조금도.

푸아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모든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신뢰할 수 있는 대영제국의 공무원 헨리 경, 도무지 종잡을 수 없지만 당황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인 레이디 앵커텔. 자기 자신보다 존 크리스토를 더 사랑한 헨리에타 세이버네이크. 점잖고 소극적인 에드워드 앵커텔. 까무잡잡한 피부에 활달한 미지 하드캐슬. 손에 권총을 쥔 게르다 크리스토의 멍하고 당황한 얼굴. 사춘기 특유의 예민하고 적대적인 성격을 지닌 데이비드 앵커텔.

이들 모두가 법의 그물에 걸려 있다. 이 모든 사라들이 갑작스런 죽음의 여파로 한데 묶여 있었다. 이 사람들 각자 자신만의 비극과 의미,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성격들과 감정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딘가에는 진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에르퀼 푸아로에게 있어 인간에 대한 탐구보다 더 매력적인 단 한 가지는, 바로 진실에 대한 추구였다.

푸아로는 존 크리스토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낼 것이다.

 

존경받는 의사 크리스토가 있다. 그에게는 순종적인 아내 게르다가 있고, 정부인 조각가 헨리에타가 있으며 15년전 헤어진 첫사랑인 배우 베로니카가 있다. 세 여자가 동시에 한 저택에 머물렀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 정황상 아내가 가장 유력하지만, 또 다른 증거들이 등장하며 아내는 용의자에서 벗어난다.

크리스티는 첫번쨰 결혼을 남편의 외도로 끝냈고, 두번째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했으나 그것은 대외적인 것일뿐, 두번째 남편의 외도로도 마음 고생을 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아마도 이 소설은 크리스티가 어쩌면 자신의 인생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나온 흔적이 아닐까 싶다. 추리 소설만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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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2 (완전판) - 다섯 마리 아기 돼지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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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생님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어떤 사건을 맡으셨는지, 그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요. 선생님께서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으시죠? 심리학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아니잖아요. 물리적인 것들....... 그러니까 담배꽁초와 발자국, 유리조각은 사라져 버리죠. 더 이상은 그런 것들을 찾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 사건의 모든 증거들을 살펴볼 수 있고, 어저면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모두들 아직까지 살아 있으니까.......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의자에 앉아 생각해 보실 수 있잖아요.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있으시겠죠."

 

20대 초반의 미모의 여성이 푸아로를 찾아온다. 유명한 화가의 딸로, 다섯 살에 사망한 부모의 유산을 최근 상속받았고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이다. 걱정거리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푸아로를 찾아올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는 여성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16년 전, 아버지를 독살한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1년 후 감옥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한다. 사망하기 전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편지에 자신이 결백하다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재판까지 완료된 사건인데다가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이미 사망한 상태라는 점에서 <누명>이 떠올랐다. 그 작품에서는 크리스티의 어떤 탐정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이미 목격자에 의해 알리바이가 입증된 후,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작품은, 사실 의뢰를 받은 푸아로조차 의뢰인의 어머니가 과연 무죄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 사건의 재구성을 위해 푸아로는 탐문을 시작한다. 탐문의 내용은 목차만 살펴 보아도 알 수 있다.

 

서장 : 칼라 레마챈트

 

제1부

 

피고 측 변호사

검사

젊은 변호사

늙은 변호사

경찰 총경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시장에 갔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집에 머물렀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로스트비프를 먹었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아무것도 먹지 못 했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꿀꿀꿀' 울었네

 

제2부

 

필립 블레이크의 이야기

메러디스 블레이크의 이야기

레이디 디티셤의 이야기

세실리아 윌리엄스의 이야기

안젤라 워런의 이야기

 

제3부

 

결론

푸아로,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지다

사건의 재구성

진실

결론

 

칼라 레마챈트는 본명이 캐롤라인 크레일로, 죽은 어머니와 똑같은 이름을 지녔지만 비운의 사건 이후로 캐나다로 건너가 삼촌과 지내며 이름까지 바꾼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푸아로는 당시 재판의 변호사 몬태규 디플리치를 제일 먼저 만난다. 검사였던 험프리 루돌프는 사망했기에, 후임인 포그 검사를 그 다음에 만나고, 그 다음에 젊은 변호사 조지 메이휴를 만난다. 메이휴의 아버지 역시 변호사로, 동료이자 법정에서 꽤 승률이 높았던 디플리치에게 변호를 의뢰했던 것이다. 현재는 고인이 되었기에 아들을 대신 만났지만,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아들은 그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대신 크레일 가 전속으로 일하고 있던 변호사로, 지금은 은퇴한 아버지의 지인 조너선을 만날 것을 추천한다. 조너선이 운영하던 법률 사무소는 한 번도 범죄 소송을 맡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메이휴 변호사에게 일임했고, 메이휴 변호사는 디플리치에게 변호를 의뢰했던 것이다. 디플리치의 변론은 훌륭했으나, 정작 용의자였던 캐롤라인이 재판 내내 마치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패배주의자적 태도를 보였고, 배심원들의 동정을 사는데 실패하여 결국 유죄 선고를 받게 된다. 그렇게 늙은 변호사와의 만남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푸아로는 퇴직한 경찰 총경인 헤일을 만난다.

 

용의자는 총 다섯 명. 용의자 이전에 당시 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 있던 사람을 먼저 다섯 명 만나는데 그 다섯 명은 직접적으로 사건과 연관이 없는 사람도 있으므로 일부러 숫자를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용의자의 딸이 등장하며 사건이 시작되고, 당시 사건을 가장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용의자를 제외한 다섯 명과, 용의자 다섯 명, 그리고 마지막의 푸아로의 마무리. 1-5-5-1 의 대형. 수미상관의 구조인 것 같기도 하고, 축구의 포지션 같다는 느낌도 든다. 어쨌든 수학적으로 대칭을 이루는데, 읽어가는 내내 하나하나 블럭을 쌓아서 거대한 건축물이나 선박의 모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일단 블럭이 쌓이면, 왠만한 충격에는 분리되거나 무너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며, 모든 낱개의 블럭은 딱딱 아귀가 맞지 않는가.

 

푸아로는 이어서 용의자 다섯 명을 차례로 만나러 간다. 재미있는 것이, 용의자에 대한 설명을 초반에 디플리치로부터 들으면서, 푸아로는 마더 구스의 노래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마더 구스의 노래란, 영어권 국가에서 민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노래로, 아이들을 위한 자장가, 속담, 술집이나 병영에서 부르는 노래, 행상인이 외치는 소리, 발라드의 단편, 고대 의식에서 기도할 때 부르던 노래등이 전부 포함되는 것이다. 내용이 잔인한 경우가 많은데,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tongue twist라고 해서, 일부러 의미 없는 단어를 운율만 맞추고 단어를 적절히 배열하여 어린 아이들이 낱말을 빨리 익힐 수 있는 의의가 있다고 한다. 이 마더 구스의 노래가 등장한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소설에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이 있다. 나는 이 두 편에 나온 마더 구스의 노래를 보고 처음에는 크리스티가 온전히 창작해낸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널리 불리던 노래라고 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섬에 모인 사람과 노래 속 병정은 똑같이 열 명이며, <쥐덫>의 눈 먼 쥐는 세 마리로, 역시 소설 속 특정 상황의 세 명의 인물과 맞아떨어진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 원래 존재하던 마더 구스의 노래와 이 책 속 다섯 용의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살인 양상이 정확히 마더 구스의 노래와 일치했던 것처럼, 이 소설도 용의자 다섯 명의 캐릭터가 마더 구스의 노래 속 아기 돼지의 캐릭터와 일치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 <다섯 마리 아기 돼지>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섯 명이 있었다고? 어떤 사람들인가?"

"음, 먼저 필립 블레이크. 그 사람은 크레일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였지. 사건 당시에 그 집에 머무르고 있었어. 지금도 살아 있고 가끔씩 골프장에서 마주치곤 한다네. 세인트 조지 힐에 살고, 주식 중개인이야. 주식 투자를 해서 재미 좀 본 후 꽤 성공해서 부유하게 살고 있어."

"그렇군. 다음은 누구지?"

"그 다음은 블레이크의 형이야.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지. 집에만 처박혀 있는 그런 사람이야."

순간 푸아로의 머릿속에 노래 가락이 떠올랐다. 그는 억누르려 했다. 항상 동요 가락이나 떠올리고 있으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최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동요 가락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직도 그 노래 가락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시장에 갔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집에 있네.......'

푸아로는 중얼거렸다.

"그 사람은 집에만 있었다고?"

"그런 사람이었어. 이것저것 약이랑 약초를 다루는....... 약사처럼 말이야. 그게 그 사람 취미였어. 이름이 뭐였더라? 무슨 문학가랑 똑같은 이름이었는데....... 아, 생각났어. 메러디스, 메러디스 블레이크. 아직 살아 있는지 어쩐지는 나도 모른다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 모든 문제의 원인인 엘사 그리어야."

"작은 돼지 한 마리는 로스트비프를 먹었네."

푸아로가 중얼거렸다.

디플리치는 푸아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아주 부유한 여자긴 하지. 수완이 좋아서 그 사건 이래로 남편을 세 번이나 갈아 치우면서 이혼 법정을 맘껏 들락거렸어. 그래도 매번 더 나은 상대를 고르긴 하더군. 레이디 디티셤이 현재 그녀의 이름이야. 태틀러 지(영국 귀족 사회 소식지-옮긴이) 아무 거나 펼쳐봐도 그 이름을 발결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한 명은 가정교사야.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꼼꼼하고 유능한 여자였지. 톰슨, 존스,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캐롤라인 크레일의 배다른 여동생이었지. 그 때가 열다섯 살 정도였을 거야. 이젠 유명 인사가 됐어. 뭘 발굴하고 먼 오지로 탐험도 떠난다던데....... 그래 워런, 이름이 워런이었어. 안젤라 워런, 요즘 보기 드문 대단한 아가씨야.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다네."

"그렇다면 꿀꿀거리며 우는 작은 돼지는 아니겠군?"

몬태규 디플리치 경은 푸아로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곤 냉담하게 대꾸했다.

"자기 외모 때문에 꿀꿀거리며 울었을지도 모르지! 자네도 알다시피 그 아가씨 외모가 영 볼품없잖아. 얼굴 한 쪽에 길게 흉터가 졌으니. 그 아가씨는....... 아닐세, 자네가 직접 만나보는 게 낫겠지."

 

노래의 순서대로, 용의자를 차례 차례 만나며 그날의 이야기를 듣고, 푸아로는 당시의 일을 종이로 적어 자신에게 줄 것을 부탁한다. 다섯 명의 사람으로부터 푸아로에게 도착한 다섯 통의 편지. 그리고 푸아로는 다시 다섯 명을 차례 차례 찾아가 각각 하나씩 총 다섯 개의 질문을 던진다.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 그리고 서로 간에 어긋나는 기억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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