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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 이상해 옮김 / 까치 / 2014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이 팔린 책일 성경부터, 이른바 최초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돈키호테', 최근의 '해리 포터'시리즈까지.
크게 16세기부터 시작해서 지난 500여년간의 서양 역사를 훑어내려오며 400여권에 달하는 책들에 대해 분석하며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는 책이다.
서문
제1부 책, 베스트셀러란 무엇인가
1 거대 숫자의 매력
2 성공의 시간
3 베스트셀러의 지리학
제2부 저자,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만드는가
4 작가와 성공
5 사기꾼들의 소설
6 발행인의 부상(浮上)
7 검열 만세!
8 책과 이미지의 결혼
제3부 독자, 왜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가
9 의무적인 독서
10 파뉘르주 콤플렉스
11 안락의 문학
결론 : 기적은 계속된다
주
한국어 판 편집자의 후기
인명 색인
서명 색인
이 책의 목차만 훑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첫째,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둘째, 어떤 저자가 쓴 글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세번째, 어떤 독자가 책을 구입하여 베스트셀러를 만드는지에 대해 적고 있다. 베스트셀러란 빠른 시간 내에, 엄청난 판매량에 도달한 책으로,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는 경향이 있고 '판매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 적절한 예로 '해리포터' 시리즈 특히, 전 세계 동시 발매 첫날에 1100만부가 팔렸던 7권을 든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냐? 반드시 훌륭하고 고상한 책만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정도의 애서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대체 왜 저런 영화가 대박이 나는지 모르겠으나, 대박이 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며, 한 영화의 성공 뒤에는 영화 자체의 훌륭함 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수많은 영화 외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베스트셀러 또한 다르지 않다고.
400여권의 책들, 500여년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오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책, 학창 시절에 고전으로 읽었던 책들, 영화화된 책들, 최근의 베스트셀러 등 익숙한 이름들을 확인하여 그 뒷이야기를 알아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존재하는데, 단순히 작가가 프랑스인이라서 프랑스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많고, 동양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쉽다. 다른 건 몰라도, <아라비안 나이트>와 <삼국지>는 포함이 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마오 쩌둥의 저서들은, 근대로 접어든 이후라서 책의 집계량이 어느 정도 정확히 잡히고, 역사적으로 중국이 서양과 여러 면에서 밀접했던 시기이기 떄문에 저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고, 근대 이전의 중세, 동양이 서양과 달리 독자적으로 존재했을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쉽다. 또 아쉬운 것은, 수많은 역사 속의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전부 논하다보니 결국 하나의 주장으로 모아지지 않고, 이것 저것 사례의 나열에 끝나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베스트셀러가 나오려면, 책의 분량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하며, 시대정신과 어느 정도 닿아 있으면서, 유명 인사가 직접 이 책을 언급하거나, 작가가 유명해지거나,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책의 발매 전후에 작가와 책 자체에 대한 스캔들이 발생하는 등의 일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이 책에서 가장 자주 꼽는 책 중 하나인 '해리포터시리즈'는 이 모든 공식에 들어맞지 않는 책이다.
아마도 책의 맨 마지막 장, 작가의 말만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드는 유일한 결론일 것이다.
토머스 쿤은 과학적 혁명의 구조에 대한 시론에서 우리가 어떤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지적인 틀 속에 위치해 있는 한, 그 틀에 들어오지 않거나 그 패러다임과 모순되는 사건이나 사실들은 존재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패러다임을 바꿀 때까지 불가능하다. 이런 인식은 문제가 되는 사실들이 자리를 잡는, 더 이상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정립하도록 이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것이 바로 문학계 혹은 출판계에서 우리가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탐정소설이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짧아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가 미리 그 독자들이 지속적이고 어려운 독서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대중적인 독자는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것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예단한다. 그리고 우리는 거꾸로 여유가 있고 교양이 풍부한 사람들은 아무리 그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라도, 피곤에 절은 프롤레타리아들이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기차 3등칸에서 읽는 책을 상기시키는 형태로는 절대 읽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작품이 조금이라도 성공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패러다임들은 막연한 경험주의에 근거한 가설들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다. 어떤 일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그 일이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경험주의 말이다. 그러나 그 일은 일어난다. 그럼으로써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사라지게 하고, 수많은 모방자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볼 때, 스티그 라르손은 2004년 이후로 서점들의 진열창을 가득 채운, 하지만 『밀레니엄』의 대성공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던 웅장한 탐정소설의 선구자였다.
패러다임이 폭발하기를, 그러면 불가능한 것이란 더 이상 없다. 그떄 기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패러다임의 사라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이 느낌을 더욱 굳건히 해준다. 우리가 딱 하나 아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 바로 그것이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