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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3 (완전판) - 할로 저택의 비극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평점 :
1946년에 쓰여진 작품이다. 첫 작품으로부터 26년이 흐른 뒤이니, 크리스티의 원숙함이 무르익었을 때의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은 젊은 시절에는 아이디어와 패기가 돋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노련함과 교묘함이 엿보이는데, 이건 크리스티 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의 비슷한 경로일 것이고, 작가뿐 아니라 어느 분야의 예술가든, 아니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꿔 말한다면, 초기 소설의 경우 누가 범인인지 참 알기 어려운데, 후기로 갈 수록 범인이 누구인지는 생각보다 빨리 눈치를 채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만약 그가 범인이라면, 왜 그랬을까?' 혹은 '만약 그가 범인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그것도 전자에 방점이 찍힌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에는 추리 소설의 작가로서 독자에게 지키기 위한 예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추리 소설의 완결성이라는 문제 때문에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지, 사실 크리스티가 작가로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왜'의 문제라는 것이다.
수영장. 무대 장치. 연극 무대.
누가? 누구를 위해서?
터음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에르퀼 푸아로 자신을 위해셔였다고 의심했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곧 아주 불쾌한 장난으로 여겼지만.
여전히 불쾌한 일이긴 했지만....... 장난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푸아로는 고개를 저었다. 알 수가 없었다. 조금도.
푸아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모든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신뢰할 수 있는 대영제국의 공무원 헨리 경, 도무지 종잡을 수 없지만 당황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인 레이디 앵커텔. 자기 자신보다 존 크리스토를 더 사랑한 헨리에타 세이버네이크. 점잖고 소극적인 에드워드 앵커텔. 까무잡잡한 피부에 활달한 미지 하드캐슬. 손에 권총을 쥔 게르다 크리스토의 멍하고 당황한 얼굴. 사춘기 특유의 예민하고 적대적인 성격을 지닌 데이비드 앵커텔.
이들 모두가 법의 그물에 걸려 있다. 이 모든 사라들이 갑작스런 죽음의 여파로 한데 묶여 있었다. 이 사람들 각자 자신만의 비극과 의미,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성격들과 감정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딘가에는 진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에르퀼 푸아로에게 있어 인간에 대한 탐구보다 더 매력적인 단 한 가지는, 바로 진실에 대한 추구였다.
푸아로는 존 크리스토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낼 것이다.
존경받는 의사 크리스토가 있다. 그에게는 순종적인 아내 게르다가 있고, 정부인 조각가 헨리에타가 있으며 15년전 헤어진 첫사랑인 배우 베로니카가 있다. 세 여자가 동시에 한 저택에 머물렀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 정황상 아내가 가장 유력하지만, 또 다른 증거들이 등장하며 아내는 용의자에서 벗어난다.
크리스티는 첫번쨰 결혼을 남편의 외도로 끝냈고, 두번째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했으나 그것은 대외적인 것일뿐, 두번째 남편의 외도로도 마음 고생을 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아마도 이 소설은 크리스티가 어쩌면 자신의 인생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나온 흔적이 아닐까 싶다. 추리 소설만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