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ㅣ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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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책을 잘못 이해한 것일까.
산뜻하게 시작한 것 같던 커플의 이야기는 뒤로 갈 수록 눅눅해진 느낌이다. 마치 갓 구워진 예쁜 케이크를 샀는데 하루가 지난 뒤에야 먹고 났을 때 느껴지는 맛이랄까.
달콤한 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은 나에게는 어떠한 부분에서도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감정이 너무 깊어서 감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당연히 자주자주 표현해 주어야 한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질투가 난다, 걱정이 된다 등등.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어에서 표현을 자제하는 것은 성숙하지도 않거니와 개인적으로도 사절이다. 이기적이고 서투른 남녀가 사랑을 하며 시행착오를 거쳐 사랑을 하기 전보다는 나보다 상대를 더 염려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비록 진부하지만 고전적이다. 이것을 뒤집는다고 해서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도 않거니와 짜증만 돋울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까지 여자는 어떠한 의미있는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고 남자의 경우에는... 내가 잘못 읽었나 의심하여 반복하여 결말을 읽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연애를 다룬 소설이 그렇게까지 바람직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남녀 주인공이 전혀 매력이 있지가 않다. 저런 사람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거나 부족하고 이기적이지만 그 단점마저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는 것이 소설 읽는 내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과연 나는 이 소설 속 두 남녀의 행위를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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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게, 한편으로는 다소 떨면서 읽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질 직업, 생존 직업' '4차 혁명 시대 어떤 직업 택해야' 등등의 기사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대중의 관심사에서 한참 떨어져 있던 AI가 모두의 화두가 된 것은 당연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이다. 5번의 대국 중 단 한 번의 승리.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인간을 인공 지능이 눌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결국 한 번의 승리를 거뒀다는 것. 인공지능이 차례차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해 나갈 때 인간에게 직업이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범위에서, 기계가,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의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의 자동화 정도였을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공격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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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통념 중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 중 하나는 자동화가 그저 교육 수준이 낮은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의 밑바닥에는 저숙련 노동이 보통 반복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생각에 안주할 수 없다. 기술과 직업의 관계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를 보라. 과거에 ‘반복적’ 직업은 아마 조립 라인에 서 있는 상태를 의미했을 것이다. 오늘날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저숙련 노동자는 물론 계속 위협을 받겠지만, 소프트웨어 자동화와 예측 알고리즘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 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근로자도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것이 분명해졌음을 깨달을 날이 곧 올 것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자판기는 음료수, 스낵, 맛없는 인스턴트커피 등을 팔던 시절을 뛰어넘어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패드 같은 첨단 전자제품을 공항이나 고급 호텔에서 파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자동화 소매기계 제조를 선도하는 업체 중 하나인 AVT 사는 사실상 제품에 상관없이 맞춤형 셀프서비스 자판기를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판기를 도입하면 소매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세 가지 주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것은 매장 임대료, 노무비, 고객과 종업원의 절도행위이다. 이러한 자판기들은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비디오 스크린도 달려 있어서 인간 판매원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관련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현장 광고를 할 수도 있다. 이 자판기들은 또한 고객의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여 영수증을 발송하는 일까지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온라인 주문의 장점을 다 갖추고 있는 것에 더해 상품의 현장 인도라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1장 자동화의 물결’에서 

이 보고서는 자동화로 인해 얼마 후 미국 경제에서는 “인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시스템화된 기계들이 무한한 양의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리라고 예측했다. 그 결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불평등이 극심해져 결국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잃어 경제성장을 추진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재화와 용역에 대한 수요가 격감할 것으로 위원회는 내다보았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극단적 처방을 내놓았다. 자동화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풍요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시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시행 중이던 “엉성한 복지 조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2장 이번에는 다를까?’에서 

이렇게 널리 분산된 기계 지능의 영향은 정보 기술 산업 자체 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터넷으로 인해 고용 인력은 놀랍도록 적은 상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이 탄생했다. 예를 들어, 구글은 2012년에 3만 8,000명도 되지 않는 종업원으로 140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이를 자동차 업계와 
비교해보자. 1979년, 그러니까 자동차 업계의 고용이 최고에 달한 해에 GM은 거의 84만 명에 이르는 종업원으로 1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다. 이는 2012년 구글이 긁어모은 금액보다 20퍼센트가 적은데,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수치이다. 
-‘3장 정보 기술: 유례없는 파괴적 힘’에서 

고용의 문제는 이런 데이터 센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들에게까지 미친다.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굿 데이터(Good Data) 사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여 6,000명의 고객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CEO인 로먼 스테이넥은 2012년에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고객사 하나를 관리하는 데에 적어도 5명의 직원이 필요했다. 그러면 3만 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 직원 수는 180명이다. 
-‘4장 화이트칼라의 충격’에서 

앞서 말한 ‘전문가 모임’의 서명 운동은 채점하는 기계가 “읽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옳다. 그러나 빅데이터와 기계 학습이 적용되는 여러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계적 상관관계 분석에 기반을 둔 기술은 최고 수준의 인간 전문가와 대등하거나 심지어 더 뛰어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애크런 대학교 사범대학 연구팀이 2012년에 기계 채점 결과와 인간이 채점한 결과를 비교해보니 기계가 “인간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어떤 경우에는 더욱 신뢰도가 높았음”을 알아냈다. 여기서 연구팀은 미국 6개 주 공립학교에서 수집한 1만 6,000건 이상의 논술 과제를 9개 업체가 내놓은 소프트웨어로 채점한 결과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5장 대학가의 지각변동’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병원 약국은 매일 약을 1만 건 정도 처방하지만, 약사는 약병이나 알약 하나도 만지지 않는다. 거대한 자동 시스템이 납품된 방대한 양의 약을 보관하는 작업으로부터 알약 하나하나를 꺼내서 포장하는 일까지 수행하면서 수천 가지의 약품을 관리한다.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줄지어 늘어선 약통 여기저기에 들어가 알약을 꺼낸 뒤 작은 비닐 주머니에 담는다. 각 환자당 투여량은 별도의 주머니에 담겨 바코드 레이블이 부착되어 무슨 약이 어느 환자에게 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어서 로봇은 해당 환자의 하루 투여분을 투여 순서에 따라 정렬해서 하나로 연결한다. 이 약을 받은 간호사는 비닐 주머니 표면의 바코드와 환자 손목에 채워져 있는 바코드를 스캔해서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둘이 일치하지 않거나 약을 정해진 시간이 아닌 시간에 투여하면 알람이 울린다. 주사용 의약품을 자동으로 준비하는 특수 로봇도 세 대가 있다. 이들 중 하나는 독성이 강한 암 환자용 화학요법제만을 전문으로 다룬다. 전체 작업 과정에서 사람이 거의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서 사람에 의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6장 의료 시장의 변화’에서 

3D 프린터의 가장 와해적인 측면은 이를 건설 공사용으로까지 거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공학 교수인 베로크 코슈네비스는 24시간 만에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3D 프린터를 제작 중이다. 이 프린터는 건설 공사장에 설치된 임시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서 거대한 노즐을 이용해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콘크리트 층을 쌓아 올린다. 공정은 완전히 자동화되어 있고, 이렇게 해서 세운 벽은 기존의 기술로 세운 벽보다 상당히 더 견고하다. 이 프린터는 주택이나 사무실, 심지어 여러 층짜리 건물을 짓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3D 프린터는 건물의 콘크리트 벽을 세우는 일만을 담당하며, 문, 창문, 기타 설비는 사람이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업그레이드된 미래의 프린터들이 콘크리트 이외의 재료도 다루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7장 미래의 기술과 산업’에서 

이제까지 이 책에서 한 이야기의 골자는 가속적으로 발달하는 기술이 숙련도의 고저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이 실제로 나타나면 전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무자비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없어지고 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수요 창출에 필요한 구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8장 부와 경제성장의 위기’에서 

커즈와일의 예측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과 미래 기계의 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뇌에 삽입된 임플란트를 이용하여 인간의 지적 능력은 비약적으로 개선된다. 실제로 인간이 싱귤래리티를 지난 다음에도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지배하려면 이렇게 지적 능력이 폭발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필수적이다. 싱귤래리티 이후에 대한 싱귤래리언들의 시각 중 가장 논란이 많고 수상쩍은 측면은 불멸을 매우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죽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장수 탈출 속도’에 도달하면 불멸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뜻인가 하면, 수명을 연장하는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 일단 살고, 그다음 혁신이 일어날 때까지 살아 있는 방식으로 계속하면 불멸을 얻으리라는 이야기이다. 
-‘9장 초지능과 싱귤래리티’에서 

소득보장제도는 오늘날의 정치 환경에서 볼 때 진보주의자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하이에크가 그렇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자유주의자들도 사회경제적 정의 구현의 한 방법으로 이 생각을 환영할 것이다. 소득보장제도는 빈곤을 줄이고 소득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미국에서 극심한 빈곤과 노숙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10장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향하여’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위험하다. 앞서 본 것처럼 공장 노동자의 일자리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지금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바탕으로 번영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러한 제조업도 마치 효과적인 영농기술로 인해 사람들이 농업 생산에서 밀려났듯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들 중 여러 나라가 기후변화의 충격을 훨씬 더 심하게 겪을 것인데, 지금 현재도 그곳에서는 환경 파괴가 상당한 수준으로 계속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제 불안, 한발, 식량 가격 상승 등이 결합되어 결국 정치 사회적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다. 
-‘나가는 말’에서

인류 역사상 유래없는 싱귤래러티의 시대, 세계 최고의 학자들마저도 예측이 엇갈리는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 지, 디스토피아가 될 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미래가 최대한 느리게 오기를, 그리고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이 꼭 아니더라도 전세계적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책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하고도 으스스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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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18-04-13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했던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의 시기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것 같네요.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윤리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미스 슬로운
존 매든 감독, 제시카 차스테인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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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승률 100퍼센트, 업계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법이라도 불사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새벽 3시라도 그녀의 전화를 받아야 하며, 지시 사항에 있어서는 군소리 없이 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모르고 있다. 큰 그림은 슬로운의 머리 안에만 있을 뿐 공유되지 않는다. 최고의 로비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큰 고객인 총기 회사의 회장에게 제대로 망신을 주며 제안을 거절한 뒤, 그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로비회사의 제안이 들어온다. 지금 있는 회사를 나와 총기 규제 법안 통과를 위해 함께 일해보자고.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수많은 질문에 잠기게 한다.
정의로운 의도라면 방법이 부정해도 될까, 상대가 비열하게 나올 때에도 선한 과정을 추구해야 할까.
슬로운의 마지막 카드는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것일까, 승률 100퍼센트라는 명성에 흠집이 가지 않기 위해 혼자 발화한 것일까, 자신의 건강과 인생이 무너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지 않고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지금까지의 인생의 방향을 튼 것일까.
아니, 무엇보다도 정의란 무엇이고 선악은 무엇일까.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 로비스트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이 영화의 주제 의식도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특별히 느껴지는 이유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흠잡을 데 없는 열연 덕에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오래 잔상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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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인생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정문정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처럼 사람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적은 경험으로 일부의 모습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편견에 사로잡혀서인 것 같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하듯 누구나 1인분씩의 불운을 만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시간이 많이 지나도 흉터에만 집중해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남을 미워하는 데서 헤어나지 못한다. 사랑이나 이성에 대해서 과도하게 경계하는 건 혹시 다친 곳을 또 다칠까 겁나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조울증처럼 '나 좀 괜찮은데?'와 '난 왜 이 따위일까'라는 감정이 반복됐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불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비교와 질투, 나 자신에 대한 반복되는 실망,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어린 날의 상처 등이 자꾸만 울컥울컥 튀어나온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 상처 덜 받고 자존감 높게 살고 싶지만, 그게 가능했던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감기가 몸이 약해질 때 찾아오듯, 우울증도 마음이 약해질 때 찾아오는 감기 정도로 접근할 순 없을까? 그렇게 되면 불현듯 우울감이 찾아오더라도 곧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근육을 키울 일이다.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는 건 감정의 진폭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언젠가 우울함이 찾아오더라도 빠르게 나아질 수 있는 회복력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이 회복력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는 자존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책의 본문 중 내용이다. 내가 이 책의 카테고리를 심리학으로 해야 할 지, 수필로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자기계발에 넣은 이유이다. 살면서 무례한 사람을 맞닥뜨릴때마다 불편해지는 상황에 대해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은 왜 특히, 하필 그 때 불편해지는지를 탐색하고, 수필은 이런 저런 단상을 늘어놓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몇 년의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면 언젠가 득도하듯 편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도자도 아니고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가 아니다. 저자의 처방대로 따라하는 게 좀 더 깔끔하고도 산뜻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일 수도 있다.

저자도 본문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교수는 "불안이란 없애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대상" 이라고 했다. 나는 이 문장이 나온 본문을 읽지 못했기에 어떤 맥락에서 이 문장이 쓰여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불안이 생기면 그 근본 원인에 대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정신분석적 시도와는 달리, 저자는 다이어트에 빗대어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레 보인다. 방심하면 금새 살이 찌듯이, 마음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자고. 정상 체중 유지하는 사람들은 몸과 건강에 관심을 가진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니 약간 체중이 늘거나 과식을 하게 되면 다음 끼니는 가볍게 먹고 정기적 운동을 하는 것이다. 식이장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굶기, 폭식, 구토를 반복한다. 그러니 평소에 마음의 근육을 잘 만들어놓아 마음의 군살을 덜어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 든 다른 예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상처를 준 게 자꾸 생각나서 힘들다는 고민 상담에 법륜 스님은 되묻는다.길 가다 누가 쓰레기를 준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당연히 쓰레기통에 버리겠다는 대답에 스님은 누가 나한테 쓰레기를 주면 버리면 되는데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자꾸 열어본다며 깨우침을 준다. 저자는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 불쾌했는데 이 문답을 접한 후, 너가 쓰레기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으니 네 거지 내 것이 아니다, 라고 속으로 되새기며 업무를 함께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휘둘리지 않으려고 마음속에 금을 그어두고 대했다고 한다. 그가 저자를 비난하든 칭찬하든 그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상처를 덜 받게 되었고,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별다른 동요 없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서서 잊었다는, 결과적으로는 그로부터 완전히 편해졌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기 바쁜 우리에게는 저 사람은 왜 나에게 무례한지, 나는 왜 불편한지 숙고해 볼 시간도 여력도 없다. 그리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내 감정과 행동에 이미 상처를 깊게 남긴 후이다. 경험을 통해 터득한 저자의 방법을 습득해서 활용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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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설국열차 : 초회한정 프리미엄 스틸북 리미티드 패키지 (2disc+188p 초호화 아트북) - 스틸북 + 아트북 + 설계도 + 아웃박스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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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기획을 들었을 때에는 할리우드 초특급 배우들이 어떤 면에 끌려서 출연을 결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 동안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보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이해되는 영화다. 좁은 기차를 사회에 빗대는 것이 납득이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어느새 기차 안 각종 인물에 나를 대입해보는 것이 아무런 장벽 없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도달했을 때의 충격과 공포. 단 한 번의 감상으로도 장면 하나하나가 깊게 새겨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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