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잘못 이해한 것일까.
산뜻하게 시작한 것 같던 커플의 이야기는 뒤로 갈 수록 눅눅해진 느낌이다. 마치 갓 구워진 예쁜 케이크를 샀는데 하루가 지난 뒤에야 먹고 났을 때 느껴지는 맛이랄까.
달콤한 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은 나에게는 어떠한 부분에서도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감정이 너무 깊어서 감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당연히 자주자주 표현해 주어야 한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질투가 난다, 걱정이 된다 등등.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어에서 표현을 자제하는 것은 성숙하지도 않거니와 개인적으로도 사절이다. 이기적이고 서투른 남녀가 사랑을 하며 시행착오를 거쳐 사랑을 하기 전보다는 나보다 상대를 더 염려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비록 진부하지만 고전적이다. 이것을 뒤집는다고 해서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도 않거니와 짜증만 돋울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까지 여자는 어떠한 의미있는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고 남자의 경우에는... 내가 잘못 읽었나 의심하여 반복하여 결말을 읽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연애를 다룬 소설이 그렇게까지 바람직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남녀 주인공이 전혀 매력이 있지가 않다. 저런 사람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거나 부족하고 이기적이지만 그 단점마저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는 것이 소설 읽는 내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과연 나는 이 소설 속 두 남녀의 행위를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