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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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맨 앞에 이윤기 작가의 글만 보더라도 신화를 옮기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최대한 원전에 가까운 느낌을 독자들에게전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내가 이윤기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 때문이었다. 여기 나온 상당수의 이야기는 그 책과 겹친다. 별 하나를 뺀 것은, 아마도 후대에 나왔을 것이 분명한, 그래서 이 책보다 더 재기발랄하고 자유분방했던 그 책에게 별 다섯 개를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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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03-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선생님.....타계하셨지만 너무나 살아계신 느낌입니다...
 
동물농장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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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돼지이고 어느 쪽이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마지막 문장은 언제 읽어도 서늘하다. 소설이 나올 당시에는 누구라도 알만큼 대놓고 특정 대상을 지칭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리키는 대상의 의미에 대한 외연 확대가 이루어지며 오히려 보편성을 획득한 독특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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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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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들지 못한다는 것은 4대 비극보다 작품성이 밀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셰익스피어 작품 통틀어서 남녀노소 전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져 있고 인기 있는 작품인 것을.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올리비아 핫세가 줄리엣이었던, 우리 세대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미오였던 영화가 있었다. 원수 집안의 10대 자녀들이 며칠 만에 사랑에 빠지고 끝내 죽어버리는 이 이야기는 아마도 우리 이후에도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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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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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박하게 별점을 매겨도 되나... 고민했지만 결국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어차피 문학이란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는 시험도, 운동 경기도, 순위 결정전도 아니다.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 중요한 것 아닌가? 모두가 좋다고 해도 내가 별로라고 느낀다면 적어도 그 소설은 나에게는 별로인 것이다. 심리 묘사가 탁월한 것은 인정한다.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의 문장이 많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나 감각적으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밀하게 심리 묘사를 했는데 왜 이렇게 소설이 와닿지가 않지? 하다가 그 답을 찾았다. 등장 인물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등장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껴야 나와 가공의 인물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생면부지의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속에 나를 던져놓아 몰입하는 과정이 가능할텐데 소설을 읽는 내내 너는 너, 나는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너의 슬픔은 너의 슬픔이지 나의 슬픔은 아니다, 아니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전과의 연결을 끊을 기회까지 주어졌는데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결국 온갖 핑계를 대어가며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너가 자초한 거니까 내 연민조차 너에게는 아깝구나, 아니 여기서 두 발 더 나아가... 넌 대체 슬프기는 하니? 아프기는 하니? 이 단계까지 나가니 오히려... 등장 인물에도 소설 전체에도 정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전문직인 20대의 남자 주인공, 인생과 사랑과 돈과 일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을 하게 된 역시 전문직의 30대 여자 주인공, 자주 이기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40대 남자 주인공. 모든 주인공마다 조금씩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하기 힘든 이유는 작가가 20대의 여성이었던 시절에 이 책을 썼기 때문이려나? 나이에 대한 회한이 드러나는 부분은 다소 억지스러워 젊은이가 노인을 보고 머릿속으로 그려낸 정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꽤 잘 그리기는 했지만 아주 잘 그린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는 디저트로 참 유명한 나라인데, 예쁘고 앙증맞은 디저트를 보다 눈이 즐거워 선택한 뒤 막상 한 스푼 뜨면 달디 단 맛이 확 퍼지다가, 앞에 앉은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며 두 스푼 세 스푼 뜨고 마지막 스푼에 이르러 없어지면 그제서야 그동안 내가 뭘 먹었지? 무슨 맛이었더라? 하고 생각도 안 날 때가 있다. 하고 있던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만큼, 화제를 먹고 있는 디저트로 돌릴 만큼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던 탓이다. 이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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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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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까지 생각했어
결혼은 사랑의 최대치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완성 또는 성공적인 종착지일까? 그렇게 믿지는 않게 되었지만 나도 결혼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 딱히 누군가를 너무 깊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생각했다. 20대 때만 해도 몇 년 뒤 나의 미래를 그려볼 때 결혼한 모습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혹은 미디어세서 접하는 30대 중후반 이상 여성들의 모습이 대부분 결혼한 사람들이었던 영향이 컸다. 선생님, 대통령, 외교관... 아는 직업이 몇 안 되던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이 늘 그것에 머물 듯 20대까지는 상상력이 단조로웠고, 보편적으로 많이 보아온 모습처럼 나도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릴 때만 해도 연애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대부분의 기간에 누군가를 사귀고 있었으니 적당한 나이가 되면 그중 한 사람과 자연스럽게 결혼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 결혼을 생각해보는 건 관계의 깊이나 애정의 정도와는 별개로, 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된 결과에 가까웠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도 이 사람과는 결혼하면 어떨까 상상해보고, 사귄 지 석 달 밖에 안 된 남자친구와도 얘랑의 결혼 생활은 어떨지 상상해보곤 했다.

동거인의 부모님을 가끔 만나 함께 식사하곤 한다. 두 분은 혼자 사는 딸이 마음 쓰였었는데 이제 옆에 내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씀하신다. 별 얘기를 하지 않아도 어머니 말씀에 호응하며 장단을 맞춰드리거나,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잔을 부딪치거나 하는 것으로 나는 그 자리에 초대된 몫을 다한다. 두 분을 보며 동거인에게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공통점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꽤나 즐겁고 따뜻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구워주시는 고기를 먹고, 채워주시는 맥주를 마시고 돌아와 시간이 흐르면 두 분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져서 안부를 묻게 된다. 그 댁에 가서 과일을 깎거나 설거지를 할 필요도, 나아가 효도를 고민할 부담도 없다. 밥해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인 우리 엄마는 우리 집의 요리 담당인 내가 야근을 하거나 장기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제일 먼저 동거인의 식사부터 걱정한다. “하나 혼자 밥은 우짜노?” 이렇게 관계에서의 의무는 지지 않지만 자식의 옆에 있어주어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위치라면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도 얼마나 산뜻하고 가뿐할까?


자취는 언제 독신이 되는가
나의 경우,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격년에 한 번씩 1월1일에 수건을 일괄 교체하고 있다. 세수 수건 열 장, 큰 목욕 수건 두 장, 색깔은 흰색으로 통일이다. 연말에 미리 사두었다가 1월 1일이 되면 수세미, 샤워볼, 칫솔, 비누, 부엌 리넨 등등과 함께 한꺼번에 교체한다. 원래 쓰던 물건들은 청소용으로 쓰거나 버린다. 수건 열두 장을 사는 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그렇기 때문에 로고를 찍어 기념품으로 그렇게들 많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색깔과 크기가 통일된, 보드라운 수건 열두 장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쓸 때마다 나를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선반을 열 때마다 반듯한 생활이 시각적으로 증명된다.


싸움의 기술
나중에 심리학에서 나 같은 사람의 애착 관계 형성 양상을 회피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걸 알았다. 공격적으로 말하기보다 부드럽게 둘러서 애기하고, 마찰이 생길라 치면 상황을 외면해버리기에 독립적이고 쿨해 보이는 이런 사람들은 실은 비겁한 부류다.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하지 않은 척하고, 부딪치기 싫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척하는. 인격이 성숙해서 잘 안 싸우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미숙해서 잘 못 싸우는 사람에 가까웠던 거다. 다투더라도 기분이 상했을 때 내 집으로 돌아와 동굴 같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사람과 싸운다는 건 도망칠 곳이 없어진 거다. 지금까진 누구와의 갈등도 이렇게까지 깊게 제대로 해결할 필요까진 없었다면 이제 절벽을 뒤에 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 제대로 잘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의 목적이 뭔지 생각해본다. 나의 가장 잘 드는 무기를 찾아 쥐고 한 번에 숨통이 끊어지게 적의 급소에 꽂는 것인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흠씬 두들겨 패서 밟아버리는 것인가?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그렇게 용건만 간단했던 엄마와의 통화가 요즘은 조금씩 길어지는 중이다. 뭔가 보낸다고 하면 그러지 말라고 사양부터 하고 보던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엄마가 보내준 연근장아찌를 하나가 잘 먹더라, 총각김치가 있으면 좋겠다 하며 뭔가 요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혼자의 식탁은 효율성과 편의를 우선으로 꾸려진다. 삶은 달걀 한두 개에 사과나 고구마 같은 걸로 때우기도 하고 햇반을 데워 레토르트 카레와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비롭게도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더 부지런할 수 있는 존재다. 누군가와 함께 먹을 식사를 차린다면, 무슨 힘에선지 국이라도 하나 끓이고 더운 찬이라도 한 가지 볶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집에서 식사를 준비해서 먹는 횟수는 엄청나게 늘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출근한 다음 집에 혼자 남은 동거인이 식사는 잘 했는지, 혼자 굶지는 않았는지, 라면으로 대충 때우지는 않았는지 자꾸 궁금해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 음식이란 단지 가족을 위한 희생만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즐거움이고, 부엌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고도의 경영이자, 무뚝뚝한 자식과 대화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음식을 싸주고 먹이는 대상이 늘어날수록 엄마의 세계도 함께 넓어져왔다. 그리고 이제 그 세계에는 나의 동거인도 포함된다.


500원짜리 컨설팅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말이 성립하는 건 당연하게도 그게 내 일이 아니라서다. 거리를 두어야 눈에 들어오는 형체가 있고, 너무 뜨거울 때는 삼키지 못하는 덩어리들이 있으니까. 남의 연애에는 서두르지 말라든가 미련을 버리라든가 잘도 충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막상 모두 사랑의 달인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컨설턴트가 필요하다.

사실 가장 든든한 건 이 컨설턴트가 그 어떤 경우에도 보여주는 나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충분히 능력이 있고, 성실한 품성을 지녔고, 전력을 다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한다는 그런 믿음은 아주 가끔 내 자존감이 쪼그라들 때조차도 티 없이 단단해서, 계속해나갈 힘을 준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 역시 동거인에 대해 그런 신뢰를 갖고 있다.


우리의 노후 계획: 하와이 딜리버리
이날, 그러니까 2017년 2월 28일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는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실하게 음악을 올렸다.

하루에 한 곡씩 노래를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 서로가 고른 곡을 들으며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고, 같은 음악 리스트를 공유하며 다른 장소에 있어도 비슷한 시간의 결을 쌓는다. 하루 한 곡씩의 대화와도 같다.
2019년 1월 27일 현재 하와이 딜리버리 트위터 계정의 칼로워는 7063명이고 667곡이 쌓여 있다. 나름대로 팬도 많다. 하와이 딜리버리의 음악 리스트는 집 청소를 하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 BGM으로 깔면 진가를 발휘한다.

많은 곡들이 어딘지 모르게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얼마 전 우리 하와이 딜리버리 듀오는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열쇠고리도 가져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매일 리스트에 올릴 음악을 한 곡씩 선정해서 더할 때마다 언젠가 부산 또는 어딘가의 바닷가에 생길 흥 나는 술집을 떠올려본다. 서울의 일상에 한 곡 분량 정도의 바다가 끼어든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때마다 그 미래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찌 보면 이것도 우리의 노후 계획이다. 사람들은 연금보험, 부동산, 자식에게 투자 등 각자의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한다. 우리는 하루에 한 곡씩 음악을 쌓으며 노후를 그려본다. 그 술집이 실제로 생기든 그렇지 않든, 매일 그곳을 그려보며 즐거워하고 있으니 이미 남는 장사다.


결혼하기 전, 나는 직장 문제로 혼자 살았던 적이 있다. 퇴근 후 어두워진 길을 걸어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온 집안의 불을 환하게 켜는 게 일이었다. 가족들과 살 때에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혼자 살면서부터는 불을 켜 놓은 상태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정서는 외로움보다는 무서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이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무서움, 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움, 이렇게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다니 아예 말하는 법을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무서움, 이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잊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무서움... 혼자 있다는 것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을 하게 만들 때가 있었다. 북적거리는 집에서 독립하여 나 혼자 마음대로 생활하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한때는 평생 이렇게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을 만큼.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그 오래된 명제를 실감하듯 몇 년 만에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결혼에 이르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라 수천 가지, 수만 가지 이유가 존재할 수 있으며,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르고 사람마다 이유의 수도, 이유의 비중도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 가장 큰 이유는 평생을 혼자 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그 이유를 빼고도 다른 수많은 이유들 때문에 결국 지금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타임머신을 탄다면 20대의 나에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한번쯤은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초조해할 필요 없다고.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삶의 형태란 이렇게나 다채로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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