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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이렇게 박하게 별점을 매겨도 되나... 고민했지만 결국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어차피 문학이란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는 시험도, 운동 경기도, 순위 결정전도 아니다.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 중요한 것 아닌가? 모두가 좋다고 해도 내가 별로라고 느낀다면 적어도 그 소설은 나에게는 별로인 것이다. 심리 묘사가 탁월한 것은 인정한다.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의 문장이 많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나 감각적으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밀하게 심리 묘사를 했는데 왜 이렇게 소설이 와닿지가 않지? 하다가 그 답을 찾았다. 등장 인물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등장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껴야 나와 가공의 인물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생면부지의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속에 나를 던져놓아 몰입하는 과정이 가능할텐데 소설을 읽는 내내 너는 너, 나는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너의 슬픔은 너의 슬픔이지 나의 슬픔은 아니다, 아니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전과의 연결을 끊을 기회까지 주어졌는데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결국 온갖 핑계를 대어가며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너가 자초한 거니까 내 연민조차 너에게는 아깝구나, 아니 여기서 두 발 더 나아가... 넌 대체 슬프기는 하니? 아프기는 하니? 이 단계까지 나가니 오히려... 등장 인물에도 소설 전체에도 정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전문직인 20대의 남자 주인공, 인생과 사랑과 돈과 일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을 하게 된 역시 전문직의 30대 여자 주인공, 자주 이기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40대 남자 주인공. 모든 주인공마다 조금씩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하기 힘든 이유는 작가가 20대의 여성이었던 시절에 이 책을 썼기 때문이려나? 나이에 대한 회한이 드러나는 부분은 다소 억지스러워 젊은이가 노인을 보고 머릿속으로 그려낸 정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꽤 잘 그리기는 했지만 아주 잘 그린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는 디저트로 참 유명한 나라인데, 예쁘고 앙증맞은 디저트를 보다 눈이 즐거워 선택한 뒤 막상 한 스푼 뜨면 달디 단 맛이 확 퍼지다가, 앞에 앉은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며 두 스푼 세 스푼 뜨고 마지막 스푼에 이르러 없어지면 그제서야 그동안 내가 뭘 먹었지? 무슨 맛이었더라? 하고 생각도 안 날 때가 있다. 하고 있던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만큼, 화제를 먹고 있는 디저트로 돌릴 만큼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던 탓이다. 이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