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ㅣ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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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꼬마 니콜라 시리즈로 유명한 장 자크 상뻬의 책이다.

 

어느 블로그에서였나? 장 자크 상뻬의 대표적인 그림책 시리즈 3권이라고 해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친구, 그리고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세 작품을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시리즈가 다르게 묶이는 것 같다. 어쩌면 각각 독립된 책인데 출판사 쪽에서는 편의상, 내가 본 블로그 주인은 주관적으로 분류했을 수도 있지만.

 

상뻬의 그림은 수채화인가? 아무튼 투명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든다. 갸냘프고 떨리는 것 같은 선들은 주인공들의 소심하면서도 예민한, 또 순진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매니아도 아니라서 그림의 의미를 좀 더 알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문외한이 나 같은 사람들이 아무런 지식이나 의미 해석 없이도 편안하게 책을 감상하고, 자꾸 또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상뻬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자전거-따뷔랭

햄-프로냐르

안경-비파이유

 

사진-피구뉴

 

이렇게만 보면 그저 밋밋했던 흐름에 의외의 비밀로 인해 긴장이 생기고, 그 긴장은 마지막 장까지 이어진다.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왜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일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장에서 결국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가 생기기 전까지, 따뷔랭은 '아이'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어서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그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능력을 가졌다의 정도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매커니즘이 관여하는구나, 하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과 함께, 반드시 내 일을 좋아하거나 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위로,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의외의 우연(!)이 나에게도 올 가능성은 분명히 있으며 그 때는 나도 '결정적인 순간'을 내 인생에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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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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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희열은 인기 있는 DJ였던 모양이다.

3년 반 동안 라디오로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졌던 입담 좋은 이 남자가 진행하던

라디오 코너 중 하나가 '그녀가 말했다'이다.

3년 반이라면, 결코 짧지는 않지만 워낙 오랫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라디오 속의 코너 '그녀가 말했다'는 책으로 나왔고, 인기가 많아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두번째 책이 나왔으며, 둘 다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그녀가 말했다'라는, 라디오 코너와 똑같은 제목의 노래가 토이의 앨범에 실려서 인기를 끌었다.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아무래도 고독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공감받으며 위로받고, 내일을 위한 힘을 내는 경우가 많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런 특성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살 무렵이 딱 그랬다. 덮어놓고 이해받고 싶었다. 무조건 격려받고 싶었다.

 

지금도 이 책을 살 때의 시간을 떠올려 보면, 몇 년 전 그 울고 싶었던 시기, 막막하기만 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 나조차도 주체하지 못했던 그 감정은 이제는 기억 속에 남았지만, 잊어버린 것은 아니라서 책을 보다 보면 슬금슬금 그 때의 기분이 느껴지는 것이다. 더 이상 그 때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행복을 사는 방법>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적어도 인간은 물질적인 욕구만 충족되면 행복해지는 존재로

설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잘 들어봐, 행복을 사는 방법도 있다고 하거든."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 중에는

새로 나온 가전제품을 살 때 느끼는 쾌감도 있고

새로 산 휴대전화의 첨단 기능을 익히면서 얻는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물질적인 만족감은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서

금방 다른 물건으로 관심이 옮아간다.

 

'만일 천 원이 있다면 엽서를 사보자.'

그 엽서에 손으로 글씨를 쓰고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그것을 받는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엽서를 쓰는 방법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일에 돈을 쓸 때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

 

여행의 의의는 '일상을 잠깐 멈춘다'는 것에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직장인이라면, 대개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회사에 도착하고 그 후에는 퇴근할 때까지 책상 앞을 지켜야 하는

판에 박힌 생활을 할 겁니다.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책상 위에는 그날 분량만큼의 스트레스가 쌓여 있겠죠.

하지만 여행을 가면 그 반복되는 과정이 딱 멈추게 됩니다.

즉,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거죠.

또 행복해지고 싶다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대신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내세요.

그리고 그 친구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사주세요.

 

읽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정말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지만, 그래도 그 행복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 어차피 돈을 써야 행복하다면 쓰고도 더 많은 행복, 더 오래가는 행복을 누리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의 리스트>

 

시간낭비 습관들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만일 여러분이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책장에 꽂혀있던 에세이집을 차례로 뒤적거리거나

황혼에서 새벽까지 미국 드라마를 봤다면,

지금 당장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허비해가벼 익혔던 잡다한 경험과 기술들이

친구를 만나는 데, 동료를 이해하는 데, 또 일을 추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언젠가는 알게 될 거에요.

우리의 인생은 잡다한 것에 관심을 두고 샛길로 자꾸 빠지는 과정,

즉 시간낭비 속에서 풍부해지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은 어쩌면 자기 위로에 그치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쯤 스펙에 좌절해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이런 식의 여유 따위 부릴 사치 없다는 생각도 들 테고. 하지만 뭐가 정답이든 무슨 상관이람. 그저 위안일 뿐이라도 낭비처럼 보였던 수많은 나의 시간들이 '내일을 위한 저축'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나는데.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꽃을 싫어한다기보다 꽃을 봐도 아름다움을 못 느낄 수는 있겠지.

나 고등학교 다닐 때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졌어.

아버지가 구조조정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셨거든.

집 안에 모든 불을 다 켜도 집이 밝아지지 않았어.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전혀 웃지 않는 아버지와 같이

TV를 보는 건 마음 아픈 일이었어.

그때는 활짝 핀 꽃을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했지."

 

"나도 그런 적 있었어.

어머니가 아주 오랫동안 많이 아프셨어.

그 몇 년 동안 꽃이 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스르르 허물어졌지."

 

그 시절에는 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포기하고 싶어졌다.

도저히 다른 사람들처럼 걸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면서

어려운 나날들은 꽃잎과 함께 쓸려 가버렸다.

그날 두 사람은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남다른 친밀감을 갖게 되었었다.

서로 상대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사람도 나처럼 많이 아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내밀한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는다고 느낄 때만

진짜 이야기를 하는 법이니까.

 

최근에 당신이 꽃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것입니다.

최근에 노을을 보고 감탄했다면 당신은 행복한 겁니다.

만일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모든 인생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고

또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멋진 인생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하얀 목련이 강냉이 굽듯이 펑하고 피어날 때

이미 그 안에는 갈색으로 변해 땅에 떨어질 꽃잎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동생이 뜯어놓은 솜뭉치처럼 탐스럽게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피어날 미래도 숨어 있죠.

 

꽃이 피고, 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힘든 시간을 겪은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위로를 줄 수 있는 반가운 시간도 오겠지.

 

 

<에코의 진실, 혹은 농담>

 

인생에 대해서 말하자면, 인생은 진실 혹은 농담입니다.

거짓과 가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농담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오스카 와일드도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었죠.

"삶이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늘 진지하게만 말할 대상은 아니다."

세상에는 자신만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과잉된 진실의 피로를 푸는 것은 농담이죠.

또 제대로 된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진실은 농담이라는 은유를 통해 자신을 슬쩍슬쩍 내보이거든요.

더 나아가, 진실은 무엇일까요?

농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인

커트 보네거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좀처럼 칠판 위에 진실을 그리지 못한다."

 

저 밑줄 친 부분 정말 좋다. 과잉된 진실, 그로 인한 피로, 해결책인 농담.

 

 

<조금 더 멋진 얼굴이 되는 방법>

 

그녀는 새로운 휴대전화가 생길 떄마다 꼭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

새로운 기계에 큰 흥미가 있거나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건 아니었지만

휴대전화를 새로 사게 되면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의식을 치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찍힌 사진을 보고는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달라진 것처럼 보였어. 2년 반 사이에.'

 

그녀는 이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꺼내서

몇 년 전의 모습들을 다시 들여다봤다.

어떤 날에 그녀는 귀엽게 웃고 있었고

다른 날에 그녀는 조금 지친 듯이 보였다.

행복한 생각을 많이 했던 날 찍은 사진과

그렇지 못한 날 찍은 사진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일 내가 본 내 모습도 이렇게 다르다면

다른 사람이 본 나의 모습도 마찬가지겠구나.

그러면 행복한 순간에 만난 사람들만

날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하겠구나.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날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10년 후에 찍게 될 자신의 사진을 상상했다.

그녀는 종종 낮에도 꿈을 꾸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미래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나게 된다면 좋겠지만

미래의 일은 그녀도,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넉넉한 마음으로 넘길 수 있기를.

설사 누군가가 나를 아프게 한다면

그 사람을 많이 원망하지 않기를.

나를 아프게 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면

나의 허물에도 관대해지기를.

그래서 10년이 흐른 후에는 더 멋진 얼굴이 되기를.'

 

비슷한 일 나도 겪었었다. 20대 초반에 나름대로 큰 좌절을 겪고 나서, 마음을 추스릴 겸 갔던 짧은 여행. 혼자 간 여행이라서 다른 여행객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저녁 때 그날 종일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복기해보니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내 표정이 너무나 굳어 있어서. 원래 나는 어릴 때부터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동적으로 웃던 아이였는데, 당시 1년여 동안 셀카도 찍지 못할 정도의 감정의 골짜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시절을 막 벗어나니, 나는 카메라를 보고 웃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시간이 20년 동안 몸에 박힌 습관마저 바꾼 것이다. 웃을 일이 없다보니, 웃는 게 어색해진 것이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다집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사진을 찍을 때는 웃겠다고.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MGMT의 <Time To Pretend>.

그는 말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간에, 지하철 2호선 안에서 MGMT의 음악을 듣는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말이다.

행운의 여신이 준 굉장한 선물이 눈앞에 있는데,

말을 걸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그는 말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요."

 

그는 수업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

그녀를 따라 홍대입구역에서 내렸고

두 사람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사 들고 산책을 이어갔다.

그는 산책하는 동안 자신의 22년 인새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고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 이야기하는 데

커피를 내리는 시간보다 조금 긴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그동안 계속 웃었다.

 

이 짧은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것은 22살 청년의 가장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기, 그야말로 청춘의 한 페이지가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때 내 나이도 22살이었다. 지나치게 낯선 사람을 경계했던 탓인지, 겁이 많았었는지, 아니면 그런 순간이 나에게 자주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는 이 이야기의 그녀처럼 처음 만난 그를 대하지는 못했다. 이국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때의 상황도, 더운 여름에 환하게 부서졌던 햇살도, 짧은 흰 색의 옷을 입고 있던 그 사람이 꽤 잘생겼었다는 것도, 웃으며 말을 걸었다는 것도, 전부 다 기억이 나는 데다가 몇 년 전의 일이 최근에 와서 종종 생각난다는 것이 참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나의 무신경함 때문에 어쩌면 내 인생에서 비포선라이즈와 같은 일이 생길 뻔하다가 말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아쉬워서인지도. 그리고 그 시간은 다시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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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 - 여자의 인생을 위로하는 47가지 조언
데버러 콜린스 스티븐슨 외 지음, 이은선 옮김 / 웅진윙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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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속의 몇 몇 인상깊은 구절을 적어둔다. 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 라는 제목은 분명히 매혹적인 제목이지만, 솔직히 제목만큼 책이 임팩트 있지는 않다. 4명의 여자들은 워킹맘으로, 각자의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고, 그 것을 나름대로 헤쳐나왔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4명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정신이 없고, 전체적으로 뚜렷한 줄기가 없어서 그 가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조언들은 사실 다른 자기 계발서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며, 마흔 살 여자, 서른 살 여자, 라는 키워드도 미국 사회와는 분위기가 다른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정말 정말 힘들다면, 읽으면서 기분 전환이 될 수는 있겠다.

 

그 마지막 며칠 동안 나는 내가 그 학대당하던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걸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깨달았다. 오래던에 나를 숨기기로 작정하고 어른이 된 뒤에도 숨바꼭질을 고집하면서 '내가 나를' 학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를 목격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이제는 그런 행동들로 인해 내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제는 그 사건이 내 정체성이나 내가 살아가면서 어떤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지를 규정할 수 없었다. 그 분명한 꺠달음의 숰간, 나는 과거와의 사슬을 끊고 아무 두려움 없이 내 인생 속으로 풍덩 뛰어들 수 있었다.

 

우리가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몫은, 나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과 정확히 비례한다. 그 근원이 당신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불신 때문에 비틀거리지는 말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보니다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우울해하며 남은 인생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살아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고 한 걸음씩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자신과 가족들이 그 고통을 겪은 데에도 깊은 뜻이 있을 거라고 믿는 쪽을 택했다.

 

'장애물'을 주제로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세 가지가 두려움, 현실부정, 자기파괴다. 두려움은 손에서 땀이 나는 증상에서부터 엄청난 불안과 발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형태로 표출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경우에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사람 떄문에 무서워.""우리 아이는 내가 없으면 안 돼." "내가 더 돈을 많이 벌면 그이가 날 떠날 거야." "다들 나한테 바라는 게 너무 많아."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두려움으로 표출되고, 그런 두려움을 방패 삼아 그 뒤로 숨는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면 버림받은 느낌이나 상실감을 피할 수 있다. 오래 입다 보니 내 몸에 꼭 맞게 된 목욕가운처럼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 편안함에 속아넘어가면 거짓인생을 살게 된다. 많은 여자가 보이는 또 한 가지 패턴이 자기파괴다. 이는 여자들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동원하는 비열한 짓이다. 간단하게는 칭찬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자기파괴고, 복잡하게는 '안 뽑힐 게 뻔해서' 회사 면접을 펑크내는 것도 자기파괴다.

 

당신의 시련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으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을 때는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좀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미친 듯이 연못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물고기가 된 심정이라면, 그 불편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우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답변을 생각해놓아야 한다. 이런 과도기 때 헤매지 않으려면 집 밖으로 나가서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인도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그러려면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동시에, 원하는 목적과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적절하게 표현할 말을 찾아야 했다.

안식년을 보내면서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낸 여러 기회와 관심사를 탐색하는 중이에요.

쉬면서 재충전하려고요. 3개월이나 6개월쯤 다른 일을 해본 다음 다시 일을 시작할까 해요.

지금은 과도기라 다음 행보를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당신도 지금 과도기를 겪고 있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좋은 뜻으로 묻는 말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할 말을 잃거나 헤매지 않고,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더 이상 끔찍하지 않도록 대답을 미리 준비하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거울을 보고 연습하자.

 

어느 쌀쌀한 겨울날 아침, 눈을 뜬 재키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손을 내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항상 강한 모습을 보이는 데 익숙했고, 늘 도움을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이었던 그녀였기에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죽으면서 생긴 엄청난 문제들을 적절하게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다. 도움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때도 있다.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을 통해 찾아올 때도 있다. 뜻밖의 방식으로 우리 인생에 뛰어든 전혀 낯선 사람의 이름을 찾아올 떄도 있다. 어쨌든 이 모든 건 우리가 도움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된다. 어떤 사람이 '뭐, 도울 일 없냐?'고 뻔한 질문을 하거든 '있다'고 대답하고, 그게 무엇인지 말하면 된다. 앞으로는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뿌듯함이라는 선물을 주기로 약속하자.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 잰은 여성진행자가 거의 없던 시절에 라디오와 TV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비서로 출발했지만 결국 자기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스스로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의심했던 재키는 변호사인 동시에 상원의원이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미셸린은 미국 재계에서 성공을 거둔 뒤,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대본 쓰는 법을 배워 대본, 제작, 감독을 맡은 첫 다큐멘터리로 데뷔했다. 데버러는 예전부터 리더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현재 컨설턴트로 여러 리더와 일을 하고 있다. 네 명은 말한다. 인생에서 확신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성공이 미꾸라지처럼 느껴지고, 실패하는 일이 생기고, 앞에 놓인 길이 끝이 없어 보이더라도, 똑똑한 여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으로 향하는 길에는 꼭 비관론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다. 심술이 나서 우리의 꿈을 짓밟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비관론자가 모두 외부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막강한 비관론자가 자기 자신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행스러운 이야기지만, 자기 자신을 구박하는 습관은 버릴 수 있다.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마틴 셀리그먼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프로그램의 방향을 바꾸는 심리치료사가 많다고 한다. 의뢰인의 과거 속으로 파고들어가 어렸을 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따지기보다 현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가리켜 "인간에게 어떤 것이 상처가 되는지에 집중하다가 무엇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지 이해하는 쪽으로 바뀐, 심리학계의 조류 변화"라고 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내가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있고,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아마 미국민들에게는 알려진 여성들이 아닐까 한다. 참 인상깊은 것은, 오로지 '여자'에 방점을 찍은 자기계발서는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도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20대, 혹은 30대 여성들에 그쳐 있다. 이 책에서처럼 국회의원, 기업의 CEO, 방송인, 고위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의 40대~50대 여성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10여년 정도 세월이 흐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많은 예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 때 시련을 겪어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른 여성을 돕는 것도 인상적이다. 컨설턴트인 데버러는 지구촌 곳곳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세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 있고, 미셸린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사 '위민스 인디펜던트 시네마'의 대변인이라고 한다. 잰은 이사회와 여러 기업에 여성들을 앉히는 헤드 헌터가 꿈이다. 변화와 재창조의 연속인 여성의 삶을 살면서, 후배 여성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일,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전에 본 기사에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은 늘었으나, 정작 그 여성 국회의원들은 남성 보좌관을 선호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은 늘어가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끼리의 연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외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아마도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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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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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고 하는 것은 참 놀라운 것이어서, 금방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생이 다 끝난 것 같고 막막하다가도 그래,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 해, 하고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신달자라는 이름을 처음 안 것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에 최근의 모 광고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니 다른 작가와 착각한 것 같다. 검색해보니 유명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tv나 광고 같은 대중문화 활동도 예전부터 있었고, 대학교수로 강단에도 섰던 분이다.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아마도 이런 전방위적 활동으로 내가 어디선가 이름을 들었고,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라 더 각인이 되었을지도.

 

에세이에서도 얼핏얼핏 힘들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인터넷 검색 후 한 인터뷰를 보고 나서 아, 입이 딱 벌어져 나온다. 집안이 반대하는 결혼, 생활고, 긴 가족의 투병과 간병, 자녀의 출산과 양육, 그 와중에 대학원 진학과 등단, 그리고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들... 최근 연이은 불합격으로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하고 좌절하고 있던 차였다. 열 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라고 신달자 선생님은 말하고 있지만, 막상 그 열 번의 실패를 겪으니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인 채로 연말 연시를 맞이하려던 차였다. 그런데 정작 40대, 50대에 대학원 진학과 교수 임용, 그리고 그 대학원 진학도 영어 실력 부족으로 몇 번이나 떨어졌다는 인터뷰를 보니 함부로 징징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작가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그 인생만으로도 힘을 주고 있다. 나 또한 지금의 좌절이 언젠가는 나 자신의 발전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으리라고 힘을 내 본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그린 영화를 보고 인생의 종착역을 생각하는 작가의 나이는 70대이다. 그녀의 딸보다도 더 어린 나이의 나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아직 나에게는 남아 있는 날들이 훨씬 많고, 또 나도 모르는 능력이 분명히 잠재되어 있을 것이라고, 끝까지 놓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는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이 책은 목차만 훑어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역시 시인이라서 그런지,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고 강한 임팩트는 없을지라도 잔잔한 향기가 난다.

 

통증은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아픔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이해받기를 바라는 질환이라는 것. "아픈 여성에게 관심의 모르핀을 놓자."라는 기사(2008년 <조선일보> 김철중의 의학 속의 WHY 참조)를 읽고 아픈 여성인 나는 관심의 모르핀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35세 우민영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소기업 홍보과에 근무하는 기혼 여성으로 아직 아이는 없다. 시댁에서는 아이를 가지라고 닥달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 당연히 시댁, 친정, 남편, 직장 상사 모두가 반대하고 나선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는 나 또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장이 바뀌면, 신달자 선생님은 다르게 해석한다.

 

우선 결혼을 했고(이것이 해결 안 된 여성도 많다.) 직장이 있고(이것도 행운이다.) 남편이 건강하다.(이것도 행운이다.) 이 세 가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안하서 고민 중인 30대 여성도 부지기수다. 우민영 씨는 이 세 가지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지금 행복한가. 아니지 않는가. 이 고민은 삶을 좀 더 윤택하게 살고 싶은 의욕에서 나온 고민이므로 불행한 고민은 아니다. 30대는 이렇게 고민하는 시기이지 않는가. 30대에 이런 고민도 없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아주 소수의 여성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라. 행복하다고, 만족하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란 모두 이런 불만족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남편의 이기주의를 고민하지 마라. 남편 입장에서는 바로 당신도 이기주의로 보일 것이다. 약점까지 사랑해 주는 남편이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에겐 없냐고 투덜댈 필요는 없다. 차라리 "나는 강수진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강수진이 그런 사랑을 받을 때 그녀가 남편을 사랑하는 남다른 자상함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의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나는 살아오면서 통감했다. 그러므로 우민영 씨는 자신의 목표가 서 있다면 남편에게도 시부모님에게도 직장 상사에게도 긍정적인 태도로 우선 점수를 따내어야 한다.

 

이제 내 인생에서 공부도, 도전도 끝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무렵, 이 구절도 가슴을 친다.

 

30대는 무엇이 올지 모르는 인생에 대한 거룩한 준비 기간이라고 해야 한다. 불안해하지 말고 외국어든 컴퓨터든 인테리어든 뭐든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일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당장에 아무런 필요도 없어 보여서 기운을 빼지만 '나는 언젠가 있을 중요한 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결국 뭐든 손에 잡는 실력 있는 여성이 된다.

 

우리나라 속담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이다. 오르지 못하는 나무도 쳐다보고 다시 쳐다본다면 오를 수 있고, 뱁새도 황새를 따라가노라면 황새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싹을 자르는 이런 속담이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확 그어 놓는 것이다.

 

누구나 잘하는 것은 있는 법이고, 스스로 무덤을 만든 그 '잘함'을 찾아내어 숨통을 터 주면 '그걸 해서 뭐해!'가 아니라 '그걸 하면 되겠구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30대 후반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주부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내 인생이 아무것도 결론지어져 있지 않은 대학강사 시절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글 가르치기는 결국 내 인생의 직업이 되었다. 그때 학생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3년 반을 배웠던 30~40대 주부 다섯 명이 지금은 수필계의 중진으로 활동 중이다. 그들은 순수했고 글에 몸을 낮추었으나, 머리는 높았고 명징했다. 그들도 수필가로 산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다 보니 수필가가 되었고 지금은 하나하나가 성공한 인생들을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근심 같은 건 녹아 버린다. 좋아하는 일을 하루 한 시간만 해도 인생은 달라지지 않겠는가.

 

자기가 가는 인생길이 눈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그려져야 한다. 그러나 잘 그려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금부터 윤곽을 잡으면 된다. 그 윤곽에 따라 그 길로 가는 정보를 얻고 그 길고 가는 풍문을 듣고 그 길의 총체적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갑자기 성공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어떤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하면 그냥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이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다. 돈이 되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돈 벌 생각은 하지 마라. 오히려 돈을 써야 한다. 돈이 없으면 무료 도서관부터 찾아라. 반드시 길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길도 보이는 법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아버지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고 흑백 화해를 이루었던 링컨은 뜻밖에 아버지와의 화해는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양갈래에서 자신을 구축한 인물이다. 40대에 문단에 나와 40년 글을 쓰고 80세에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도 이미 친구들이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문단 속에서 자기만의 확실한 목소리로 세상 바로 읽기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잊지 못하는 작가로 남았다. 이처럼 뭐뭐 때문이 아니라 뭐뭐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길을 갔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당신이 어떤 처지에 있더라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그 어떤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읽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때 넘쳐나던 '힐링'에 피로해졌고 이제는 '독설'에 마음이 사나운데 이 책은 그 중간 지점에서 안은 단단하지만 겉은 부드러운 충고를 건넨다.

 

꽉 막혀서 도무지 앞이 안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지나가고 보면 그 막힘마저도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내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풀리지도 않고 꼬이기만 하던 그 어려운 시간도 결국 이루어지는 그 시간 속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막혔을 때는 그것만 보인다. 그러나  그때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나도 그 막막한 현실에서는 이루어지는 시간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누군가 아니라고 곧 빛이 올 거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그딴 소리 집어치워!"하고 화를 냈다. 어떤 현실에서도 이것이 지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고 견디면 반드시 행운은 온다. 그 꿈이 오는 시간을 어떤 자세로 기다리는가에 따라 시간이 줄기도 하고 더 길어지기도 한다. 괴롭지만 할 일을 순조롭게 하면서 고통을 견디며 얼음 위를 걷고 있다면 반드시 꿈은 조금 일찍 올 것이다. 지금 견디기가 너무 어렵다면 다리 건너기라고 생각하라. 그 다리를 건너야 행운을 만나는 것이라고.

 

책은 구원자다. 마음이 허약한 사람, 병든 사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은 길이 되고 위안이 된다. 책은 실제 자신보다 몇 천 배 힘 있는 사람으로 비약시킨다.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나폴레옹도 독서광이었고 베토벤 같은 예술가도 독서광이었다. 무엇인가 스스로 만든 사람들 곁에는 반드시 책이 있었다. 정신이 허약한 사람들은 반드시 책을 만나라. 정신의 빈곤은 인간을 쉽게 넘어지게 하고 고통 앞에 형편없이 무너지게 만든다.

 

1강 열 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다
아득하다고 하지 마라, 가득하다ㅣ 부족은 만족으로 가는 간이역
인생의 종착역을 그려 보라ㅣ 시작은 누구에게나 눈부신 일

2강 척박한 땅에서 핀 꽃이 더 향기가 짙다
인생 여행의 지독한 멀미, 외로움ㅣ 여성의 역사는 통증의 역사다
남자와 여자, 달라도 너무 다르다ㅣ 자신이 가진 것 그 이상을 즐기라

3강 물은 1도만 모자라도 끓지 않는다
불소통의 벽을 허물라ㅣ 고통을 훈련하라
청춘, 가장 아름다운 오늘

4강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다
제2의 유전자를 가동하라ㅣ 어머니, 맨몸으로 세상을 변화사키는 성자
'어머니'라는 이름, 그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다
가족은 상처이면서 자존심이다ㅣ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5강 행복은 여자가 창조하는 신화다
핸드백은 여자들의 은밀한 방ㅣ 친구를 얻는 데는 할인 쿠폰이 없다
여자의 눈빛이 세상을 밝힌다ㅣ 당신은 클레오파트라보다 섹시하다
행복은 움직이는 나룻배

6강 여자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인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 결혼ㅣ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우리의 또 다른 가족들

7강 마음속 자궁으로 남자를 품으라
말을 참아서 담쌓지 말자ㅣ 남자는 70세가 넘어도 어린아이다
멋있는 아들을 만들려면 남편부터 멋있게 만들라

8강 하루에 한 시간, 인생이 달라진다
매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라ㅣ 하루에 한 시간, 인생이 달라진다
어설픈 달관이 절망보다 나쁘다ㅣ 돈보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9강 일어나라,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맨발의 아베베ㅣ 일어나라,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자기 인생에게 미안하지 말 것ㅣ 나도 잘 살게,너도 잘 살아

10강 그대의 꿈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인생에는 면제가 없다ㅣ 오천 개의 눈송이도 저마다 다르다
책은 정신적 항생제다ㅣ 걱정하지 말라,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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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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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무작정 사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작가만 보고 무조건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선현경 작가의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그런 이유로 나에게는 꼭 읽어야 할 책이었다.

 

작가가 책 앞에 밝혔듯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만큼, 나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리지 못 하는 것이 어디 물건뿐일까. 지나간 시간, 과거에만 존재하는 공간, 돌아오지 않는 추억들을 꽁꽁 다 묶고 살아간다. 꼭 이런 사람들이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 한다.

 

물건 하나하나에 과거의 추억이 있어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나와 같은 성격이었구나, 작가는. 그래서 더 반갑고 정겹다. 좋든 싫든 이런 습성 때문에 내 방은 채워져만 가고 내 머리는 과거의 기억으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건을 버리면서 차마, 그 물건에 얽힌 추억은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방법, 그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재주가 있었더라면, 물건을 버리면서 하나하나 그에 얽힌 추억을 그려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든다.

 

365일 동안 날마다 하나씩 버리는 프로젝트, 처음에는 양말로 시작해서 팬티, 구두, 악세서리, 그릇 등등 범위가 확대된다. 저거 하나씩 버리면 과연 정리가 될까? 싶기도 하고,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 하나 버리기 힘들어하는 마음, 미치도록 공감이 가기도 하고.

 

스스로 책 중독자 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나는, 여전히 책을 많이 읽고 또 책을 많이 산다. 당시에 충동적으로 샀던 책이 지나면서 나에게 필요 없는 책이 되기도 하고, 살 당시에는 별 느낌 없었다가 두고두고 아껴가며 읽는 책이 있기도 하고, 참 훌륭한 책이지만 내가 자라면서(?) 과거의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였지만 현재와 미래의 나에게는 거추장스러운 마음의 짐이 되는 책도 있다. 요즘 이런 책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갖다 주고 있는데, 생각보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책 한 권 한 권마다 그것을 살 때의 나의 상황과, 심정과, 읽으면서 떠올랐던 온갖 감정과, 그 책으로 위로받았던 내 이십대가 자꾸 떠올라서.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책을 중고 서점에 갖다 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알라딘 블로그에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정리하는 이 과정은 슬프기도 하고 또 매혹적이기도 하다.

 

책 중간 중간에 선현경의 딸과 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버리는 물건을 선물했던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릴 때 이 물건을 유용하게 썼던 딸을 생각하기도 하면서, 어머니-작가-딸로 이어지는 그 관계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보니 선현경의 그 신혼여행기도 내가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딸이 고등학생이라고 하니 세월 참 무상하다. 어쩌면 그 무상한 세월을 기록으로 만들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은 참 대단하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더 늦기 전에 나와 우리 가족의 역사가 담긴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꼭 책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매체라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방송도, 출연하는 가족들에게는 귀중한 기록물이 될 것이 아닌가.

 

좀 재미있었던 것은, 나는 선현경이라는 사람은 왠지 세상에 초연하고 물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 한 때는 명품백에 홀릭한 적도 있었고, 또 필요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예쁜 디자인 때문에 사들인 물건도 있다고 하니 살짝 의외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식의 대학 문제에도 비록 고민할지언정, 자신의 생각을 꿋꿋이 지켜내는 걸 보니 사람은 참 여러 번 변하나 보다.

 

다음은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 내 방식대로 요약~!

 

10.2. 발리서 산 선글라스

결핍은 늘 새로운 시도를 돕는 법이다.

 

10.4.-10.5. 부산국제영화제

모든 인간은 좋은 면, 나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대방의 나쁜 면을 끌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악한 모습을 내보이게 유도하는 사람들, 나쁜 면은 보지도, 보이지도 않겠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상대방이 악해지게 만드는 것은 피하자. 아는 사람 중 나쁜 사람은 없다. 나를 배려하지 않을 뿐.

 

12.29. 완두콩 수저받침 여섯 개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지금 잘 되지 않는 건 아직 그때가 오지 않았다는 증거"

그때가 오면 다 잘 될 거야.

 

3.10. 빈 상자들

요가 지도자 과정이라? 그런 게 있었구나.

 

4.10. 나탈리 레테의 배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저자 마루야마 겐지의 인터뷰 中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양이자 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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