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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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히려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을 위한 책 같다,고 처음 읽었을 때는 생각했는데 계속 읽을수록 생각이 바뀌어갔다.
내가 처음에 이 책이 남자들 대변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엄마의 희생이 나의 희생을 당연시하게 만든다는 여자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두려움없이 사랑을 주고 받는다는 것, 일반적인 여자들의 생각과는 조금은 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그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또 호적에만 남지 않은 이혼남이었던 사실을 시댁 식구 모두가 합심해 속인 후 마음 고생을 한 것을 팔로우쓰루 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 일반적인 결혼 생활의 어려움으로 포장한 것(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충격인 것 같다. 아무래도 글쓴이가 남자라서 팔은 안으로 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이다. 하지만 몇 가지 부분을 글쓴이가 남자라서 어쩔 수 없다고 감안해서 보면 나름 책 속에서 줄을 긋고 싶은 부분도 있다.

단 한 구절을 꼽으라면 이것이다.


인연의 인은 운명, 연은 도와주는 것.

 

 

읽으면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새삼 감사하게 된다.


1.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
2. 행복한 부모로부터 행복 성향을 물려받은 사람.
3. 주변에 관대하고 스스로에겐 엄격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
4. 부모가 열심히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사위나 며느리의 호주머니를 수시로 넘보지 않는 사람.

 

 


1. 져주는 연습을 할 겆
2. 어른의 지시에 일단 네하고 대답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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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샀어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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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풍선을 샀어

 

서른일곱이라는 나이는 등에 웬 낙타 한 마리를 짊어진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의 삼분의 이를 자신을 위해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시간의 노예나 다름없다고 니체는 말했지만 환갑이 훌쩍 넘은 부모와 네 살짜리와 백일 된 조카가 둘 있는 집 안에서 자유인으로 살기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여전히 니체의 생활신조를 나의 생활신조로 여기고 있었다. 가볍게 잠을 자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걸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명예를 탐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비상하력 하며 지산에게는 야박하게, 다른 삶들에게는 부드럽게.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다른 삶들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는 형편이었다. 친구도 없고 친구처럼 지내는 옛 애인도 없다. 스무 살이던 십 칠 년 전에도 나는 혼자였고 십 년 전에도 혼자였다. 나는 지금 서른일곱 살이나 되었는데도 처음 태어날 때처럼 혼자다.

 

나는 종종 내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가족들하고 있을 때만 그런 건지 아니면 집에 있을 때 그런 건지 잘 분간이 안 가지만. 그래도 나는 공부라는 걸 십 년 동안이나 했는데 말이다.

 

"불안을 느낄 때는 확실치는 않지만 어떤 위험이 곧 닥쳐올 거라는 생각에 압도당해서 긴장될 때야. 그리고 공포는 두려운 대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피할 수가 있는 거고. 그 대상이 사라지면 더 이상 공포는 지속되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무엇을 피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불안과는 구분이 되는 거지."

 

J를 만난 후 수많은 철학자들 중에서 내가 니체를 선택한 그 오래전의 이유를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그것은 많은 철학자들 중에서 오직 니체만이, 인생의 완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의 모든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은 철학자였기 떄문이다. 나에게는 직면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고 더러는 극복한 것도 그러지 못한 것도 있다. 철학의 힘이 아니더라도 이제 나는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또 그것과 화해하고 싶다. 정말로 지키고 싶은 게 생겼으니까. 그러자면 화살을 밖으로 향할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돌려야 한다.

 

병은 시간과 함께 진행된다는, 병에 대한 히포크라테스의 견해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모든 병에는 발단이라는 게 있고 그것은 점차 심각해져서 위기라든가 절정 같은 것을 맞게 된다. 마치 소설처럼 말이다. 그 다음에는 다행스러운 결말 혹은 치명적인 결말에 이른다고 그는 말해다. 이렇게 해서 히포크라테스는 '병력'이라는 개념을 의학에 도입하게 된 것이다.

 

내가 하이델베르크를 떠나기 전에 그는 나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너의 장점은 외부 세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문을 하겠다면 그것은 아주 큰 장점으로 작용할 거야. 그런데 너는 바로 그것 때문에 고립적으로 살아갈 운명에 놓이게 될 거야, 영원히.

 

 

달팽이에게

 

'의심하라, 그리고 움츠러들지 마라'

어렸을 적에 나는 뜻하지 않은 일이나 기쁜 일, 슬픈 일,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의심하라, 그리고 움츠러들지 마라, 자신에게 되뇌고는 했다.


 

형란의 첫번째 책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쓰야키 씨. 쓴다는 건 종이 위에 나를, 나의 표상 하나를 거기에 내려놓는다는 게 아닐까요.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이 옳은 쪽으로 흘러가는지 그렇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할 게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는 건지도 몰랐다. 생각을 하는 것만이 지금 내 운명과 맞서는 가장 열정적인 저항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밤이 깊었네

 

누구나 어떤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기도 한다. 나는 B라는 한 남자를 만난적이 있었다. 그의 죽음은 나에게 머뭇거리다 포기하게 한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어떤 사람은 아내가 되고 어떤 사람은 부모가 되고 배우가 되고 죽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글을 쓰기도 한다. 중요한 일을 겪고 났을 때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나의 체념은 그를 잃음으로써 완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새 희곡을 한 편 쓰기로 했다. 쓰겠다는 생각보다 쓰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한 그런 때가 온 것 같다.


 

2007, 여름의 환(幻)

 

적어도 거짓말에 관해서라면 아우구스티누스가 최고의 이론가이자 분석가인 것 같다. 그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여덟 가지로 분류했다. 누군가를 종교적으로 개심시키기 위해서, 순전히 악을 행하기 위해서, 속이는 일을 즐기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는 해를 주면서 누군가에게는 기쁨을 주기 위해서,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모욕이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 <거짓말에 관하여>란 책을 쓴 후 그는 '어둡고 가시가 돋쳐 다루기 힘든 어려운' 텍스트를 썼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거짓말에 관해서는 쓰기도 힘들지만 하는 것도 힘들며 내 경험에 의하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때로 지적인 노동에 속하기도 한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가지 분류 중 거의 모든 사항에 속할 만큼 다양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아무 이유가 없을 때가 많다. 나는 그것이 진정한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거짓말쟁이는 진정한 미식가처럼 혀로 음식을 맛보거나 말을 밖으로 뱉어낸 후 입술이 맞닿은 뒤에 탄성이 이어지는 정교한 소리에 큰 만족감과 기쁨을 느낀다.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거짓말이 왜 나쁜가?

 

어쩌면 거짓말의 탄생이라는 것은 나약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태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있을 때도 나는 약하고 둘이 있을 때도 약하고 사랑이 없을 때도 약하고 사랑이 있을 때도 나는 약하다.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처럼 진실을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불편하고 때로 고통스럽다.

 

두 번뿐이기는 했지만 의사를 만난 것은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의사는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그게 다 지루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그때는 흘려들었던 말이 지금 생각난다. 그때 나는 내가 지루하거나 무료하거나 혹은 심심하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 이제야 그 말이 생각난다면 어쩌면 내가 지루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더는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은 내 일상이. 여름은 너무 길잔항요. 의사가 그 말도 했던 것 같다. 일 년에 넉 달씩이나 차지하고 있으니 여름이 너무 길긴 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 것 같다. 여름이 없이는 가을과 겨울이 시작될 수 없고 계절은 언제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흘러갈 거라는 사실을. 


 

마흔에 대한 추측

 

만약 내 구두 속에 돌멩이 한 개가 들어간 정도라면 구태여 카운스링 같은 건 필요 없었을 것이다. 구두를 벗어 그냥 흔들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테니까.

 

타인에게 친화적이고 관대하며 게다가 능동적인 사람들을 보면 더럭 겁부터 난다. 나는 잘하는 것도 별로 없는 사람이넫 중요한 것은 꼭 더 못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글쓰는 일만큼 어렵게 느껴질 떄가 많다. 특히 남녀관계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관계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일종의 생명체의 결합 같다. 글쓰기와 연애의 공통점이 있다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된다는 것이다. 결과를 짐작할 수도 없다. 김선생이 전화를 걸어와 P라는 사람을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떠보았을 때 나는 한동안 잊고 있던, 그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유익한 윤활유 같은 것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걸 느꼈다. 그리고 책 한 권의 무게.

 

만약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면 입고 있는 옷 위에다 언제나 내가 서너 겹의 조끼를 더 껴입고 상대방과 마주 앉아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경계심이 많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신중하다는 뜻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편협하다는 뜻이다. 특히 대인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치려고 애써본 적도 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단점을 지니고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바로 단점을 극복하는 거라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

 

한 사람을 신뢰하게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가. 나에게는 주로 상대방과의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한 일화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이미지로부터 온다.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게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더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확대된다. 나를 안정시켜줄 만한 것이 필요하다. 프로작은 싫다. 그날 밤, 눈에 띄는 책 중에 가장 무거워 보이는 것으로 골라 그것을 활짝 펼쳐서는 가슴 위에 올려놓고 불을 껐다. 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도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긴 했다. 또 한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때로는 아무리 무거운 책도 위로가 안 될 때가 있다. 나는 440쪽 양장본에 가로세로 242X176밀리미터나 되는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를 침대 밖으로 밀쳐버렸다.

 

에니어그램이라는 것은 '아홉 개의 점이 있는 그림'을 뜻한다. 고대 수도자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에니어그램은, 인간은 아홉 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되며 어떤 사람이라도 그중 하나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걸 기본 원리로 삼고 있는 심리학의 한 분야라고 한다. 그 아홉 가지란 것은,

1. 개혁가

2. 돕고자 하는 사람

3. 성취하는 사람

4. 개인주의자

5. 탐구자

6. 충실한 사람

7. 열정적인 사람

8. 도전하는 사람

9. 평화주의자

이다.

 

그렇다면 4번, 개인주의자란 어떤 타입일까.

 민감하고 안으로 움츠러드는 유형. 생각이 많고 소심함. 다른 사람들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 유지.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과 특별한 결함이 동시에 있다고 여김. 사회적인 기술이 부족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들과는 깊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있음. 통찰력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음. 자신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함. 너무 효율적이거나 너무 행복한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함. 예술적인 작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함.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우울증과 무력감을 갖고 있음.*
 인간의 마음은 두뇌의 화학작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내가 지금 우울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생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 의미를 찾지 못해서일까.

*돈 리처드 리소`러스 허드슨, <에니어그램의 지혜>, 한문화, 2000

 

닥터 현은 우리가 줄곧 두려움을 갖고 행동하면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법이라고 말햇다. 내가 줄곧 토끼를 갖고 행동했기 때문에 토끼가 현실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와의 상담을 통해서 내 문제를 극복했거나 해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의사가 아니었을지도 모르며 나 역시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한 이야기보다는 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헐씬 더 많았으니까. 그러나 그와의 상담을 통해서 나는 나한테 일어난 한 가지 변화에 주목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자답게, 나는 언제나 내가 가진 문제가 가장 중요했으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태를 훨씬 더 익숙하게 여겨왔었다. 닥터 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귀를 열자, 이야기가 들렸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것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닥터 현은 나에게 분석적이고 명상적이며 생각이 많다고 했다. 그것은 나의 장점이며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나 자신의 일부라고 지적해주었다. 나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피하고 싶은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M은 종교를 가졌으며 Y는 먼 데로 떠났고 나는 닥터에게 갔으며 수형은 에니어그램에 빠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든 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즉 자기 발견의 과정일 테니까.

내 나이에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패를 읽거나 패를 숨기는 것은 여전히 잘하지 못했지만 마작을 하고 있는 이 순간,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패가 지금 이 순간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난처하기도 하고 가장 힘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나간 패에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는 순간,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내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닥터 현이 말한 두 가지 두려움은 첫째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한 두려움이며 둘째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 두려움들이 바로 나를 최상의 상태에서 글 쓰는 것, 나만의 방식으로 글 쓰는 것과 내가 나인 채로 존재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하였다. 만성적인 우울과 장기적인 무력감, 그리고 다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하는 행동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닥터 현이 나에게 내려준 처방은 긍정적인 일과표를 만들어보라는 것이었으며 어느 날 불쑥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지 말고 잘 안 되더라도 다시 글쓰기를 시도해보라는 것이었다. 세상과 잘 연결되어 있을 때 영감은 더 잘 떠오를 것이라는 게 닥터 현의 판단이었다.

 

나는 내가 이제 실존주의자라는 것에 동의한다. 개인적인 자유, 의미 있는 삶, 책임을 강조하는 삶. 역시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면하는 일은 언제나 불안을 야기하며 그 장애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가 올바른 실존주의자가 된다면 내 목적은 그 일을 실천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닥터 현의 말처럼 외부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꿈에 대해 생각했다. 또한 내 질문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가.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일이 나에게 세게 부딪쳐 왔을 때 적어도 그것이 토끼 때문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것 같다. 좀더 유연해진다면 좋겠다.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이란 게고착되어 있다면 스스로를 새롭게 발전시켜나갈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추구하고 부딪쳐봐. 

 

 

달걀

 

한 사람은 원하고 한 사람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요구와 저항과 압박과 위협과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의 굴복, 그리고 그 후에는 그것들의 반복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금껏 내가 만난 여자들과 나의 관계였다. 이모와 나의 관계였다. 이모가 어떤 요구나 위협도 하지 않았다는 것, 압박과 질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가 느낀 저항과 굴복은 책임감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바로 이모의 질병 때문이었고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무엇이 나를 때리고 갔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한 사람은 원하고 한 사람은 원하지 않을 떄의 경우만 생각했기 때문에 한 사람도 원하고 다른 한 사람도 바로 그것을 원할 때가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요구와 저항과 압박과 위협과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의 굴복, 그리고 그 후에는 그것들의 반복이 계속되는 관계 말고도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찬 관계가 존재할지도 몰랐다. 이것이 착각이 아니라 인식이 될 수 있을까.

 


해설 원의 형상학, 책의 조재론_차미령

 

삶은 아마도 둥글 것이다.-빈센트 반 고흐

 


작가의 말

 

글 쓰는 일은 저에게는 이를테면 창문 같은 것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공간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한 제가 머물고 있는 이쪽 공간을 밝혀주는, 환하디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운 책, 엄격한 책, 자유로운 책, 다 읽은 책, 다시 읽을 책 등등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은 이제나저제나 큰 즐거움입니다. 책 자체가 좋습니다. 위안과 힘이 되는 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서 저는 사랑의 가능성과 일상적인 것들 안에 감추어진 변화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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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정혜신의 셀프 피부 관리법
정혜신 지음 / 경향미디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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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피부과 전문의. 약력을 살펴 보니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피부과 연수를 했고 현재 피부과 원장이기도 하다.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언론홍보대학원까지 졸업하였으며 한 아이의 엄마이고 화장품 광고를 비롯한 다수의 광고 모델과 공중파와 케이블 TV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을지, 자기 관리가 얼마나 투철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피부과 의사라는 계급장을 떼고, 한 여성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공을 기울이는지 알 것 같다. 직접 시간을 내어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는 강좌에 참가하여 천연 비누를 만들어 체험해 본 피부과 의사와 그렇지 않은 피부과 의사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피부관리에는 '반드시'가 없다. 로션을 바르거나 말거나 에센스를 건너 뛰거나 말거나, 그건 내 피부가 정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파운데이션을 맨 얼굴에 바르는 것에 대해 죄악에 가까운 공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직접 발라보면 알겠지만 피부에 전혀 해롭지 않다. 파운데이션은 기본적으로 모이스처라이저와 같은 조합에 색료만 첨가된 배합을 띤다.

 

화장품에 의지하지 말고, 오히려 생활 속에서 화이트닝 케어를 실천하라. 양산과 모자의 활용, 자외선 차단제의 상용으로 기미와 잡티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스턴트식품의 무분별한 섭취,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도 피부건강을 악화시켜 햇빛노출에 더 민감한 피부로 만드는 주범이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햇빛노출이 심했던 날은 잠자기 전에 녹차나 감자, 오이 등의 천연성분으로 팩을 해서 피부의 열기를 내려주는 것이 화이트닝 제품을 바르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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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첫 번째 이야기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ㅣ 1cm 시리즈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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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때로는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그림과 글을 같이 봐야 한다. 글만 보아도 참 좋지만, 그림과 함께 볼 때 더 의미가 살아난다. 가령,

 

 

여자의 쇼핑

 

여자의 역사는

쇼핑의 역사다

 

 

이 짧은 글과 함께, 책 한 페이지를 채우는 거대한 퇴적층이 등장한다. 평생동안 쇼핑한 물건이 쌓인 거대한 퇴적층이.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식빵 사이 잼

 

일상이 식빵이라면

행복은 식빵 사이

잼과 같다

 

숨겨져 있지만

일상을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 그림이 책을 펼치면 양쪽으로 등장하고, 이 글은 책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식빵 그림 위에 마치 잼처럼 빨간 글씨로 씌어 있다. 잘 구워진 향긋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달착지근한 잼이 혀에 닿는 느낌으로 이 글을 읽다 보면 일상이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사랑이, 믿음이, 지혜와 열정이, 위트가, 휴식이 더 필요하다.

 

사람을 1cm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고정관념을 1cm 바꾸고, 일상에 숨 쉴 틈 1cm으로 매일 1cm 자라기 위해서 말이다.

 

남자의 자격

 

비올 때 곁을 지켜 준 남자라면 무지개를 같이 볼 자격이 있는 남자다

 

 

청출어람

 

휼륭한 스승은 제자에게 가야 하는 길을 보여주고

훌륭한 제자는 스승에게 가지 못한 길을 보여준다

 

 

고통 없이 맛보는 열매

 

고통 없이

맛볼 수 있는 열매가

세상에 있다

 

그것은

베토벤의 교향곡이며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며

르네 마그리트의 순례자이며

로뎅의 지옥의 문이다

 

우리는,

창조의 고통으로 맺어진 그 열매를,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고선

고통없이 맛본다

 

천재들에 감사한다

 

 

자물쇠는 하나지만 열쇠는 여러 개

 

인생에 있어

자물쇠는 하나지만 열쇠는 여러 개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이라는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는

 

1리터의 물 혹은 1미리 리터의 눈물

Paris Match의 Saturday처럼 기분 좋은 곡

5분 동안의 전화수다 혹은 10분간의 낮잠

산책 나온 강아지 쳐다보기

꼬리에 꼬리를 무든 인터넷 쇼핑

가벼운 운동화 신고 조깅하기

오래된 편지 꺼내보기

....

...

..

 

그러니 지금

이별이든,

괜한 우울이든,

시험 낙방이든,

풀기 힘들 것 같은 자물쇠를 쥐고 있다면

잠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열쇠들은 의외로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옛 여자친구의 이름을

여자친구 이름 대신 부를 확률

 

험담을 쓴 문자를

당사자에게 보낼 확률

 

최근 살이 찐 직장동료에게

임신 몇 개월이냐고 물어볼 확률

 

자물쇠로 잠그는 일기장을

열쇠와 같이 잃어버릴 확률

 

인생에는

치명적인 실수를 할 확률이

곳곳에 도사린다

 

오늘 하루,

기쁜 일 없이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길

 

간절히 원하면 길이 생긴다

 

간절히 누군가가 보고 싶은 자에겐 그 사람에게 가는 길이~

 

간절히 꿈을 이루고 싶은 자에겐 그 꿈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이~

 

간절히 여행을 가고 싶은 자에겐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간절히 살고 싶은 자에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그것은 삶의 마법이다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우리는 누구나 마법사가 된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혜정이,

예를 들어 재연이,

예를 들어 상욱이,

예를 들어 제임스,

예를 들어 기석이,

 

누군가 당신을 예로 들 때

그것은 어떤 예일까?

 

인생을,

조금 더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는 많다

 

 

보물찾기

 

어디엔가 내가 매일 듣고 싶어할 음악이 연주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입맛에 딱 맞을 음식이 요리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눈을 감지 못할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평생을 함께 하고픈 사랑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인생의 보물이다

인생은 보물찾기다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찾지 않아도 우연히 찾아지는...

 

보물들은

어디에선가

어느 때인가

숨어 있다가

나타난다

 

그것이

매일매일 설레도 좋고

매일매일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하루의 어디엔가 한 달의 어디엔가 일년의 어디엔가

보물은 숨어 있다

집 안의 어디엔가 거리의 어디엔가 여행지의 어디엔가

보물은 숨어 있다

지나는 시간시간, 내딛는 발걸음발걸음

그 안에 숨어 있다 나타난다

 

오늘은 찾지 못해도 슬퍼하지 말 것

내일은 찾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찾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 것

멀리서 찾게 될지 모른다

 

때로는 보물을 찾는 과정이 보물이다

기대하고 설레는 것은 보물을 찾는 것만큼 즐겁다

 

인생은 보물찾기다

찾게 되면 즐거운,

찾지 못해도 여전히 즐거운-

 

그렇게 생각하는 누구에게나,

 

인생은 보물찾기다

 

 

세상이 나로 인해 좋아진다

 

1년이 365일로 나눠져 있는 것은,

365번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태양이 매일 떠오르는 것은,

매일 새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서이다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을 믿어라

그리고 365번의 기회와 매일 주어지는 새 힘을 활용하라

생각을 믿고, 그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결국,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나로 인해 세상이 나아짐을 보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이다

 

자신의 재능, 자신의 성향, 자신의 상황

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염두에 두며

그 이유대로 움직여라

 

신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당신을 세상에 내놓을 정도로

한가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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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나라 청춘에게 서른 살이란 지금까지 누렸던 특혜를 박탈당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해 놓은 게 무엇이냐?"라는 식의 숙제 검사를 요구받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마치 결혼을 해 본 사람처럼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드는 생각. 결혼이라는 어마어마한 백과사전을 왜 그녀는 몇 단락만 읽고 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결혼한 지 30년이 넘은 나도 아직 60대의 결혼, 70대의 결혼에 대해선 다 읽지 못했는데 말이다.

 

결혼에도 춘하추동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혼은 20대의 사랑, 30대의 출산, 40대의 생산, 50~60대의 자아로의 환원, 70~80대의 죽음 등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익혀야 할 과목을 알려 주는 인생 수업과 같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법적, 인습적으로 묶어 준다. 위험한 세상에서 한 팀이 되어 살아갈 기본 단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사회학적인 의미의 '금고'라고 생각한다. 친정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으로 남아 주는 남편, 나의 길을 뒤에서 봐줄 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고 한다면, 그 첫째는 부모이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배우자다. 그런데 처음부터 완벽한 아내, 품격 있는 남편이 될 수는 없다. 누구나 원석을 골라내 보석으로 만드는 공정이 필요한데, 좋은 원석을 찾아내는 일부터 만만치가 않다. 결혼이란 서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상대에게 멋진 보석이 되고자 노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내게 헌신할 줄 아는 남자, 평생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남자라면 훌륭한 배우자감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내가 참 싫어하는 말이 있다. '삽질하다.' 가장 빠른 길을 놔두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마디로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일이 바로 삽질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결과와 상관없다고 해서 삽질을 손해로만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도 저해가 된다. N. 보르가 말했다.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 지금은 삽질이 손실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삽질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성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없도다 아직 한 평의 땅도 갖지 못한 청춘일수록 삽질은 꼭 해야 할 신성한 노동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다면 일단 뭐든 해 봐야 결론이 나올 게 아닌가.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면 어느 순간 선택을 하는 데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마흔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고민하는 분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만약 그들이 젊은 시절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엉뚱한 곳에 삽질이라도 해 봤다면 어땠을까? 씨앗 하나 심을 만한 작은 웅덩이라도 파 놓았다면 어땠을까? 설사 퇴직을 앞두고 있어도 인생 2막에 심어야 할 씨앗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시케타가 말했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일수록 쉽게 일어선다. 반대로 넘어지지 않는 방법만을 배우면 결국에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삽질로 각종 유기물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삽 뜨는 법조차 모른다. 삽질의 부재는 경험의 부재이며, 경험의 부재는 그 사람의 능력과 크기를 제한해서 설사 포크레인이 바로 옆에 있어도 절대로 웅덩이를 팔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마흔이 되고, 쉰이 넘으면 지킬 것이 많아져 쉽게 삽을 들 수 없게 된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 실수도 많겠지만 그만큼 후회도 적다.

 

서른 살 청춘들은 직업이나 배우자 문제처럼 인생을 좌우할 만한 중대한 선택들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스무 살, 서른 살 때 하는 선택이 최선인지 아닌지를 알아채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그 모든 선택지를 따지고 계산하겠다고 뛰어드는 것만큼 무모한 일도 없다.

 

거절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없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일이다. 어쩌면 거절당한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뒤에서 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소설가 김훈의 말을 기억하렴. "사람들이 작당해서 나를 욕할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 니들 마음대로 해 봐라.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앞으로는 남성적 리더십과 여성적 리더십을 모두 아우르는 인재가 각광받을 거라고 한다. 효율성과 조직적인 사고가 강한 남성적 특성과 소통과 조율에 능한 여성적 특성은 둘 다 필요하고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도 남성적 문화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아이를 낳건 낳지 않건 어쨌든 앞으로는 평생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에 있어 프로가 되는 것만큼이나 회사라는 조직을 이해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나 혼자 '똑똑함'으로 승부하려 하지 마라. 회사가 발전하는 것은 똑똑한 개인 때문이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이 하나가 되어 생산적으로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똑똑해도 그것을 내세우기보다 조직 전체가 협업의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기여해야 한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2퍼센트 부족한 듯 허름에 보이나 속으로 단단한 사람이다. 그들은 상대로 하여금 쉽게 마음의 빗장을 풀도록 만든다. 똑똑함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함께 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럴 때 네가 더 멀리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네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만나지 마라"라고 했었지. 그 말이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가 너를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라는 말이었다.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바라는 것을 솔직히 얘기하고 때론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나눌 수 있어야 사랑의 지평이 펼쳐진다. 사랑이라는 건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면면들을 일깨우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연애 비법 같은 것으로 자신을 감추어선 안 된다. 그리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곁에 연인이 있음에도 이별을 떠올릴 만큼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혼자 그 사랑을 짊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랑에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기만 챙기고 이기적으로 사랑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남자 친구를 사랑하되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게을러지지 말자는 뜻이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것과 자녀의 정서적 건강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영국 런던 대학 애니 맥먼 박사는 영국 어린이 1만 20000명을 대상으로 엄마의 직업 유무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엄마가 직업이 있는지 여부는 자녀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 잘하려 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줄 알고 가능한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슈퍼우먼이 되기 위해 애쓸수록 힘든 것은 자신뿐이다. 그리고 힘든 만큼 당연히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게 되는데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도 "슈퍼우먼이 되라"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하라.

 

두 번째로 워킹맘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양육에 있어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아이가 만 3세까지는 삶에서 육아를 우선으로 하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하며 양육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더라도 엄마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네 번째로 남편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못하는 것은 빨리 못한다고 말하고 주위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엄마들 역시 딸로부터의 독립이 어렵다. 딸의 성장 과정에서 유독 강렬한 정서적 일체감을 경험한 엄마들일수록 딸의 독립은 엄청난 심리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제 성인이 된 딸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내면의 엄마는 지워야 할 과거다. 딸은 자신을 억누르는 엄마의 그늘을 모두 지우고, 엄마가 바뀔 수 있다는 미련조차 버리고 떠나야 한다.

 

맬번 비느니스 스쿨의 교수인 존 암스트롱은 돈과의 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꼽았다. 그는 돈에 대해 무관심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괴테는 부유한 집 출신이었지만 독립을 원했다. 그래서 독립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법조인에서 정부 고문관으로 바꿨다. 그는 일에도 만전을 기했고 모든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획득한 자유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글을 썼다. 그는 돈을 버는 일과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글쓰기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다.

 

명품 가방을 살 때 우리는 가방 자체가 아닌 브랜드를 소비한다. 그 브랜드를 매고 있는 자신도 명품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다. 젊을수록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나도 공감하고 이해한다. 어찌 보면 명품은 타인의 관심을 사는 시간을 줄여 준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얻은 관심은 일회용밖에 되지 못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스캇 펙 박사는 "사랑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신을 확장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 사람과 만나 겪는 황홀한 순간을 온몸으로 즐긴다. 이것도 에너지를 쏟는 행위지만 읮를 갖고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랑에 빠지는 단계를 지나 사랑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람의 성장에 주목하며, 자신의 선입견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듣지 않고, 진정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랑은 특정 대상을 만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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