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여주는 작지만 큰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추천의 말 中

 

이 에세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 하루키는 '일상의 미학화'를 천성적으로 깨우치고 있는 사람 같다. 어제와 동일한 오늘, 내일과 동일한 자본주의 세계의 일상은 기본적으로 반복과 관습에 의해 유지된다.

일정한 규율이나 리듬으로 체질화된 이 삶의 궤도는 사회적인 제도가 부여한 것이든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이든 간에 타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의 형태를 우리에게 부과한다. 이런 세계에서의 삶이란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삶을 사는 것에 불과하다.

대도시 아파트의 밤을 밝히는 텔레빈전이 놓여 있는 위치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베란다로 흘러나오는 텔레비전 불빛의 위치가 전부 동일한 것을 보고 경악과 공포, 환멸과 공허에 사로잡히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는 다만 이웃집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를, 세탁기를, 주방용 세트를, 심지어 콘돔 기구를 사용할 뿐이다. 제 아무리 독창적이고 고유한 삶을 살고 있다고 치부하더라고 그것은 환상일 따름이다.

하루키는 누구보다도 우리가 이러한 일상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루키라고 해서 왜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없겠는가.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으로 이어지는 잦은 여행은 이러한 욕망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하루키는 그러한 욕망을 다스릴 줄 안다. 즉 삶의 궤도나 일상의 그물을 완전히 이탈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채워나갈 줄 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그는 매일매일 진행되는 자신의 일상 자체를 천천히 즐기면서 동일하게 반복되는 리듬에 약간의 변화를 가미하여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행복을 창조할 줄 아는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제목에 끌렸다. 그리고 이 제목에 딱 어울리는 하루키의 에세이들이면서 동시에 이 에세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저 추천의 말이 바로 내가 이 수필집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수필집을 많이도 냈고, 또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하루키의 글들 중, 여기에 실린 것들은 하루키가 비교적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읽은 글들에 비해서는 생기발랄하다는 느낌도 들고, 약간 정제되지 않는 날것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본인과 가족, 주변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지킬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몇 가지의 아이디어들은 낯이 익은 경우가 좀 있는데, 최근의 수필집에서 비슷한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사인회를 하지 않는다거나 쌍둥이 여자와 데이트하고 싶다는 내용이나 랑게르한스섬에서 봄 냄새가 난다거나 하는 부분들이다. 몇 십년에 걸친 하루키라는 사람의 인물의 변화, 혹은 불변을 확인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1.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여러 번에 걸쳐 쓰는 형식을 처음 보았는데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지하철과 차표 분실 공포증', '지하철 표 간수의 묘책' '차표를 분실했을 때 손해를 줄이는 비결' 이렇게 세 편의 수필이 연이어 나온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지하철 표를 자주 잃어버리는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대책으로 귀에다가 표를 보관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었으며,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 방법을 중단하는 대신, 잃어버렸을 때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디를 가든 한 구간 요금의 표만 사고 목적지에 도착해 초과 요금을 지불하기로 했다며 완결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마치 만화의 다음 편을 기다리는 느낌으로 굉장히 즐거웠다.

 

2. '나는 이사하기를 좋아한다' '전학생이 부러웠던 초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 형식인데, 이 것들은 형식 뿐 아니라 내용도 좀 재미있었던 게, 어린 시절 단 2번 밖에, 그것도 1킬로미터의 거리에 불과한 전학만을 경험하게 된 저자가 성인이 되어 이웃과의 교제, 인간관계, 그 밖의 온갖 일상생활에서의 자질구레한 일을 한수간에 소멸시켜버리는 이사의 쾌감에 빠지게 되어 굉장히 자주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나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고 그래서인지 동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온 친구 사이' 따위가 없어서 매우 아쉬워했기 때문이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내 터전이 자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싫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정말 나에게 딱 맞는 환경이 생긴다면 평생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치안이 잘 되어 있고, 조용하며, 동네에 맛집이 많고, 교통이 편리한 곳. 어디 없나?

 

3. '지금 '돈도 없지만, 취직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은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한때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현재의 폐쇄된 사회 상황이 무척 걱정이 된다. 옆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생운동이 절정에 이른 시절 대학생이었던 저자는 혈기왕성한 세대였고, 대학 시절 결혼한 아내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에 부모님께 빌린 약간의 돈으로 재즈 카페를 운영했던 적도 있었다. 젊은 시절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것 같다. 저자 스스로 돈은 벌어야 하지만, 취직은 하기 싫었던 그 때 스스로 장사를 시작했고, 그 시절 틈틈이 쓰기 시작한 글로 지금은 전업 작가가 되어있다. 그러나 그런 인생의 선택 조차 현재 일본 젊은이들에게 주어져 있지 않고, 작가는 내심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안의 문장을 보면. 어디 일본 뿐일까. 이 수필을 읽으면 읽을수록 일본과 한국은 참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4.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제목을 처음 볼 때부터 이 책은 나를 편안하게 했다. 여러 가지 일들로 불안하고 걱정해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고민들은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보았자 진전이 없으니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기운을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알겠는데 제대로 되지 않으니 답답하고 괴로운 일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에 대한 메시지나 제안이나 불만 같은 것은 특별히 없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나이를 먹어주기 바란다. 나도 그런 식으로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남들과 같은 정도의 중년이 되었으니까 말이다'라는 부분에서는 안도감도 들었다. 비록 순간의 위안에 불과하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나이를 먹다 보면 중년의 하루키를 목표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5. '작가는 소설을 쓴다-그것이 일이다-비평가는 그것에 대해 비평을 쓴다-그것도 일이다-그리고 하루가 끝난다. 여러 입장에 있는 인간이 각자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식사를 하고(혹은 혼자 식사를 하고) 잠을 잔다. 그것이 세계라는 것이다.' 비평이나 비평가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냉정하게도 보이고 어떻게 보면 자기 중심이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드는데 오랜 시간 동안 하루키가 최고의 작가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마라톤을 비롯한 체력 관리, 규칙적이면서도 단순한 생활, 그리고 이렇게 비판에 주눅들지 않는 자세인 것 같다. '사실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명백히 헛다리를 짚은 것도 있고, 노골적인 개인 공격을 한 것도 있으며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썼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비평도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모든 사정을 다 감안하더라도 작가가 비평을 비평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어떤 변명 비슷한 것을 늘어놓거나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인상깊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뒤에서 또 등장하는데, 서비스하는 쪽에서는 커피 한 잔 내는 것조차 참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너무 뜨거워도 식어도 맛이 없으며, 중간 온도를 맞춰도 크림을 넣으면 또 온도가 변한다. 게다가 좋아하는 데도 개인차가 있다고. 어떤 손님은 커피가 뜨거워 맛을 모르겠다고, 어떤 손님은 식었으니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말대꾸를 하는 대신 사과하고 즉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라고 쓰고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커피를 서비스하고 있지는 않지만, 커피 한 잔에도 갖가지 반응이 있는데 소설을 받아들이는 것도 가지가지일 것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등단 후 독자들에 의한, 비평가들에 의한, 이런 저런 반응 때문에 한동안은 고민했을 것이고 나름대로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6.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손에 넣고 있다는 건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글을 쓰고 있으면 자꾸 화가 난다.' 체질적으로 살이 찌기 때문에 세심하게 몸무게 관리를 하는 상황에서 쓴 글이다. 누군가는 하루키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의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기까지는 물론 작가 자신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노력한다고 전부 하루키와 같은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노력을 아무리 하더라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이 노력해서 손에 넣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이 더 힘들지 않을까?

 

7. '뜨거운 커피 위에 흰 크림이 푸짐하게 얹혀 있고 럼주의 향기가 탁하고 코를 찌른다. 그리고 크림과 커피와 럼주의 향기가 일체가 되어서 구수하게 누른 듯한 냄새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문장 읽기만 해도 당장 오스트리아나 독일로 날아가서 작가가 설명한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먹고 싶어진다.

 

8. 마지막으로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켜진 깨끗한 팬츠가 쌓여 있는 것, 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많은 사람들이 빠져 들 수밖에 없는 매력은 무엇일까?

 

옮긴이의 말처럼, 추리 소설의 세 가지 요소 <Who done it?, How done it?, Why done it?> 중에서 <Why> 쪽으로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뜻밖의 반전으로 끝을 맺는가 싶더니 다시금 놀라운 반전과 반전으로 거듭 독자를 내리치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이 소설의 소재로 쓰인 청소년 범죄와 고령화 사회 같은 현대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고찰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전부 때문에 히가시고 게이고에게 빠진 것 같다. 살인 사건,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소설의 경우 현실성의 결여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으면서 소름이 끼칠 때까 많은 게, 살인 자체의 잔혹성보다도 그 이면의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무섭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경우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다.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 오냐오냐 자식을 키우는 모습, 일본은 말할 것도 없겠고 우리나라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다. 등장인물과 장소를 대한민국의 어느 중산층으로 바꿔놓아도 이질감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세 가족이 등장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바로 그 가가 형사 가족, 가가의 사촌인 마쓰미야 가족, 그리고 범인 나오미의 가족. 가가 형사의 말대로 이 세상에 '평범한' 가정이라는 건 없는지도 모른다. 가가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준 상처를 평생 곱씹었고, 마쓰미야는 사생아로 친아버지의 성조차 물려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외삼촌의 든든한 후원과 사랑을 받았고, 외삼촌인 가가의 아버지는 여동생의 가족에게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며 아들과 아내에 대한 죄책감을 어느 정도는 보상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나오미의 가족이야말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소한 문제들을 대충 얼버무리고 뒤로 미루면서 곪고 곪아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악의'에서도 그렇고, 이 작품에서도 그렇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일정한 것 같다. "아버지랑 엄마가 나쁜 새끼야."라고 말하는 나오미와 뚜렷한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 '악의'의 노노구치가 겹쳐지고, 어린 시절의 노노구치의 일화는 늙은 어머니를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나오미의 부모와 할머니를 함부로 대했던 나오미를 전혀 나무라지 않았던 일들과 연결된다.

 

사소한 벌어짐이 나중에는 얼마나 큰 틈을 만들게 되는가. '붉은 손가락'의 이야기는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루 15분 정리의 힘 -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공간, 시간, 인맥 정리법
윤선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리된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을 정리 정돈 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덥썩 집어든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좀 놀랐던 사실은 나만 정리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었다는 사실이다.

 

책 커버의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면 '월급을 마약 같이 받으며 생활하던 직장인'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웃음이 나왔다. 월급받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장이다. 다 때려 치우고 싶다가도 월급을 생각하면 마치 마약으로 인해 고통을 잊는 것처럼, 정말 '뽕 맞은 것처럼' 힘든 일들을 잠시나마 희석시켜 가며 일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이 사람이 대단한 것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10년 후 개인 사업자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읽고 '정리' 관련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게 비교적 사회 생활 초기라는 점도 놀라웠다.

 

북커버 마지막에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회사 홈페이지등 관련 주소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것을 보고, 어떤 창구로든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인상이 깊었다.

 

1. 미국에서 정리 컨설턴트는 공식적으로는 4200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더 늘었을지 줄었을지 모르지만 오래 전부터 보편화된 이유는 홈 오피스 규모가 전체 기업의 5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책과는 크게 상관없는 내용일지 모르지만 전체 기업의 절반이 일반 가정집에서 출발한다니,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예전부터 들어온 이야기가 새삼 실감이 났다. 그리고 우리 나라라면 어떨까, 당연히 어렵겠지, 그 이유는 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 오피스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예전에는 몰랐는데, 학생 때만 하더라도 출근하며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멋있어 보였는데, 직장을 나와 개인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절실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마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게 된 후 2년 조금 넘었을 무렵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3년차가 고비라고 하지 않던가. 내 주변에서도 3년차때 가장 많이 힘들어하더라.

 

2. 저자가 '하루 15분'이라고 강조한 것은, 큰 맘 먹고 정리를 시작하다가는 결국 지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워나 세수를 할 대 화장실의 일부분을 청소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따로 시간을 내워 청소하지 않아도 늘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도 마찬가지로, 저자는 매일 퇴근하면 물티슈 한 장으로 방 하나를 깨끗이 청소하는데, 스팀청소기만큼 깨끗하지는 않겠지만, 스팀청소기로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는 것보다는 물티슈로 날마다 청소하는 것이 훨씬 깨끗하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응용하자면, 아침에 출근하게 되면 5분동안 먼저 책상을 닦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좋다고. 내일부터 당장 응용해보아야겠다.

 

3. 작가는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에피소드도 소개하는데, 방송에 등장한 '정리 못하는 여자'를 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저장 강박(hoarding)이라고 한다. 갑자기, 선현경의 책이 떠올랐다. hoarder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리는 프로젝트를 책으로 꾸민 이야기. 아무래도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수선한 잡동사니가 예술에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남들에게는 비록 곧 버려야 될 물건일지라도, 그 물건에 얽힌 추억과 이런 저런 단상만으로도 책 한 권을 만들어낸 선현경처럼. 나 또한 정리가 절박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이지만, 막상 이 책에 등장하는 깨끗이 정리된 사진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런 집에서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 조금 어수선해도 지금 내 방이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 핑계인가?

 

4. 저자는 날마다 강의와 방송 촬영, 컨설팅 등으로 외부 활동이 많지만, 가지고 있는 양복은 계절마다 두 벌 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오래, 깨끗하게 입기 위해서 소중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고. 아마도 매일매일 옷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이 일상의 행위 중 하나일 것이다. 나도 처음에 월급을 받으면서 이래저래 인터넷 쇼핑으로 옷을 질렀는데, 개중에는 잘 입고 있는 것도 있지만, 몇 번 입지 않고 처박아둔 것도 상당히 많다. 화장품 샘플은 뭐,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고.

 

5. 이 책에서 가장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인맥 정리'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시간, 돈, 공간이 아니라 인맥을 정리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일단 저자의 몇 가지 주장을 내 나름대로 요약해 보면, 명함은 150장만 정리하되 새로운 명한 한 장을 추가해야 한다면 무조건 한 장을 빼라는 것이다. 그래야 명함도 정리되고 인맥도 정리된다. 물론 평소에 그동안 소원한 이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틈틈이 해야 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1500명의 사람들에게 세미나 무로 초청을 알렸으나 답장은 고작 5명 뿐이었다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맥을 SNS를 통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신의 경험상 SNS는 무료로 활용하면서도 가장 돈을 많이 가져다주는 마케팅 도구이며,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저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으며,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시대에 SNS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SNS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으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 상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더 이상 드문 이야기가 아닌 요즘이다. 나는, 그래도 제대로 된 관계는 직접 얼굴을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생기는 것이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SNS가 바쁜 현대인들의 인맥 관리에 조미료 정도의 도움은 줄 지 몰라도, 밥을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양과자점 코안도르
후카가와 요시히로 감독, 아오이 유우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가고시마에서 빵가게 집 딸로 태어난 나츠메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우미를 찾아 도쿄의 양과자점 코안도르로 오게 된다. 그러나 나츠메가 오기 전에 우미는 코안도르를 그만두었고, 남자친구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한 나츠메는 코안도르에서 일을 하며 남자친구를 찾기 시작한다.

 

언젠가 남자친구와 함께 빵가게를 운영할 계획도 있었던 나츠메는, 코안도르 사람들 앞에서 집안 일을 돕던 실력으로 케이크를 뚝딱 만들어내지만, 형편없다는 혹평을 받고, 직접 맛 본 코안도르의 케이크 맛에 반해 일을 가르쳐달라도 셰프에게 간청하게 된다.

 

빵을 만드는 실력은 날로 성장하고, 그 가운데 다른 양과자점으로 옮긴 남자친구와 재회하지만, 그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고, 고향에는 돌아갈 생각이 없으며 자신은 외국으로 유학을 갈 것이라고 한다.

 

충격을 받은 나츠메는 빵 만들기에 전념하고, 그 동안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후, 불의의 사고로 은둔하고 있던 전설의 파티셰를 복귀시키고, 그의 도움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패턴이 늘 사랑받는 경우는 많다. 음식, 그것도 달콤한 디저트가 화면 가득 펼쳐지고, 자기도 모르고 있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20대 초반의 여성, 그리고 비록 실연의 아픔을 겪을지언정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결말,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뻔히 예측하게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머리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

 

보면서 내내 떠올렸던 영화가 리즈 위더스푼의 '금발이 너무해'였다. 여주인공이 새롭게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 분야가 공교롭게도 배신한 남자친구의 꿈이 있는 그 곳이었으며, 남자친구가 그 꿈에 대한 야망을 위해 여자친구를 떠나게 된다는 것도 똑같다. 맹목적일 정도로 남자친구에게 직진하는 태도와, 그 후 비록 가슴 아프지만 냉정하게 돌아서고 자신의 일에 집중한 후 자신에게 냉소적이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과정까지, 참 많이 닮았다.

 

비슷한 영화를 보고 감동받는 사람이라면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나츠메는 너무 직선적이라서 조금 거북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아직 어리고, 시골에서 상경해 지나치게 순수한 나머지 계산적이거나 이해타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넘어갈 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2% 아쉽다는 생각도 드는데, 마지막에 몇 년 후 나츠메가 프랑스의 어느 요리 학교에서 열심히 빵을 굽는 장면, 그리고 좀 더 성숙하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장면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결혼전야 : 초회 한정판 (32p 화보집)
홍지영, 김강우 외 / 아트서비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결혼을 1주일 앞둔 4쌍 남녀의 이야기이다.

 

7년의 연애 기간, 이미 설렘은 없어지고 오랜 연애 기간 끝에 자연스레 결혼을 앞둔 남녀.

한 순간의 실수로 생긴 아이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는 만나지 얼마 안 된 남녀.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났지만 그 사이의 과거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녀.

나이 차이가 나는 우즈베키스탄 미녀와, 그녀와의 밤이 두려운 남자.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볼, "이 결혼, 잘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불안과

결혼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런 저런 사실들, 그동안 몰랐던 상대의 성격으로 인한 고민과 걱정을

현실적으로 잘 다룬 것 같다. 각 커플들의 사연이 전체적으로 사실적이라서 무리가 없고,

결혼이라는 공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풀어가는 방법에서

각 커플, 커플 안의 각각의 개인들이 서로 다양하고, 또 그 이질성마저 실제에서도 사실이기에,

공감하면서 봤다.

 

어떤 커플이든지 남자 주인공이 굉장히 매력적이며(객관적인 실제 외모보다 더), 상대 여자를 많이 위해주고 배려해준다는 점에서 감독이 여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10점 만점짜리 영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5점짜리 영화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특정 사람들에게는 공감대가 크겠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현격히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