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정리의 힘 -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공간, 시간, 인맥 정리법
윤선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리된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을 정리 정돈 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덥썩 집어든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좀 놀랐던 사실은 나만 정리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었다는 사실이다.

 

책 커버의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면 '월급을 마약 같이 받으며 생활하던 직장인'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웃음이 나왔다. 월급받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장이다. 다 때려 치우고 싶다가도 월급을 생각하면 마치 마약으로 인해 고통을 잊는 것처럼, 정말 '뽕 맞은 것처럼' 힘든 일들을 잠시나마 희석시켜 가며 일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이 사람이 대단한 것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10년 후 개인 사업자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읽고 '정리' 관련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게 비교적 사회 생활 초기라는 점도 놀라웠다.

 

북커버 마지막에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회사 홈페이지등 관련 주소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것을 보고, 어떤 창구로든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인상이 깊었다.

 

1. 미국에서 정리 컨설턴트는 공식적으로는 4200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더 늘었을지 줄었을지 모르지만 오래 전부터 보편화된 이유는 홈 오피스 규모가 전체 기업의 5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책과는 크게 상관없는 내용일지 모르지만 전체 기업의 절반이 일반 가정집에서 출발한다니,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예전부터 들어온 이야기가 새삼 실감이 났다. 그리고 우리 나라라면 어떨까, 당연히 어렵겠지, 그 이유는 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 오피스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예전에는 몰랐는데, 학생 때만 하더라도 출근하며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멋있어 보였는데, 직장을 나와 개인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절실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마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게 된 후 2년 조금 넘었을 무렵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3년차가 고비라고 하지 않던가. 내 주변에서도 3년차때 가장 많이 힘들어하더라.

 

2. 저자가 '하루 15분'이라고 강조한 것은, 큰 맘 먹고 정리를 시작하다가는 결국 지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워나 세수를 할 대 화장실의 일부분을 청소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따로 시간을 내워 청소하지 않아도 늘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도 마찬가지로, 저자는 매일 퇴근하면 물티슈 한 장으로 방 하나를 깨끗이 청소하는데, 스팀청소기만큼 깨끗하지는 않겠지만, 스팀청소기로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는 것보다는 물티슈로 날마다 청소하는 것이 훨씬 깨끗하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응용하자면, 아침에 출근하게 되면 5분동안 먼저 책상을 닦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좋다고. 내일부터 당장 응용해보아야겠다.

 

3. 작가는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에피소드도 소개하는데, 방송에 등장한 '정리 못하는 여자'를 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저장 강박(hoarding)이라고 한다. 갑자기, 선현경의 책이 떠올랐다. hoarder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리는 프로젝트를 책으로 꾸민 이야기. 아무래도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수선한 잡동사니가 예술에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남들에게는 비록 곧 버려야 될 물건일지라도, 그 물건에 얽힌 추억과 이런 저런 단상만으로도 책 한 권을 만들어낸 선현경처럼. 나 또한 정리가 절박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이지만, 막상 이 책에 등장하는 깨끗이 정리된 사진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런 집에서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 조금 어수선해도 지금 내 방이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 핑계인가?

 

4. 저자는 날마다 강의와 방송 촬영, 컨설팅 등으로 외부 활동이 많지만, 가지고 있는 양복은 계절마다 두 벌 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오래, 깨끗하게 입기 위해서 소중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고. 아마도 매일매일 옷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이 일상의 행위 중 하나일 것이다. 나도 처음에 월급을 받으면서 이래저래 인터넷 쇼핑으로 옷을 질렀는데, 개중에는 잘 입고 있는 것도 있지만, 몇 번 입지 않고 처박아둔 것도 상당히 많다. 화장품 샘플은 뭐,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고.

 

5. 이 책에서 가장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인맥 정리'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시간, 돈, 공간이 아니라 인맥을 정리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일단 저자의 몇 가지 주장을 내 나름대로 요약해 보면, 명함은 150장만 정리하되 새로운 명한 한 장을 추가해야 한다면 무조건 한 장을 빼라는 것이다. 그래야 명함도 정리되고 인맥도 정리된다. 물론 평소에 그동안 소원한 이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틈틈이 해야 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1500명의 사람들에게 세미나 무로 초청을 알렸으나 답장은 고작 5명 뿐이었다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맥을 SNS를 통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신의 경험상 SNS는 무료로 활용하면서도 가장 돈을 많이 가져다주는 마케팅 도구이며,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저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으며,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시대에 SNS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SNS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으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 상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더 이상 드문 이야기가 아닌 요즘이다. 나는, 그래도 제대로 된 관계는 직접 얼굴을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생기는 것이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SNS가 바쁜 현대인들의 인맥 관리에 조미료 정도의 도움은 줄 지 몰라도, 밥을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