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벤 스틸러 감독, 벤 스틸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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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은 10년 후에, 발은 현재에 두라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현실에 얽매여만 있어도 안 된다. 남들이 하는 데로 취업 전쟁에 뛰어들고 유망 직업을 쫓기보다는 시장변화와 경제의 흐름, 미래 전망을 고려하되 가능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또 직업 세계의 정보에 밝아야 한다. 직업의 종류와 사회 구조, 각 직업의 연관성을 알아둘 것.

 

2. 내 안에 핵심가치를 깨워라

천직 찾기란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천직 속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을 바로 알고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몰입하는 일,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일, 자신을 활기차게 만드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리고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특성을 강점으로 만드는 훈련과 노력을 이어가자.

 

3. 직업의 속성을 생각하라

천직이라고 해서 평생 한 직장, 한 직업만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천직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 직업도 점점 진화한다. 예를 들어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와 ‘영어공부를 좋아한다’는 속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벤트 기획자, 종합상사 해외영업팀, 영어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직종을 넓혀 고려하면 선택의 기회는 늘어난다.

 

4.천직과 관련된 일을 직접 경험해보라

지금 하는 일과는 달리 천직이라고 여기는 일이 따로 있다면 그 일을 경험할 기회를 통해 이른바 ‘필드 테스트(Field test)’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직이나 전직을 하기엔 위험요소가 있으니 휴일이나 여가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천직과 관련된 일을 체험해 볼 것. 자신과 그 일과의 궁합도 알 수 있고 관련 종사자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5. 천직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세우자

일은 언제나 선택의 딜레마를 준다. 꿈과 현실, 삶과 생계, 과정과 결과. 각각의 갈래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던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보수, 능력발휘, 사회적 인정, 창의성, 안전성 등 일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어떤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지 바로 알고 그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세우자.

 

6. 하던 일을 다르게 하라

천직은 하늘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 지금 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 천직이 아니라며 단정짓지는 말 것. 자신이 맡은 일을 천직으로 삼을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리스트업 해보자. 의미 없이 수동적으로 하던 일, 불필요한데 시간을 낭비했던 일, 반드시 혼자 하지 않아도 될 일 등을 정리하다 보면 지금보다 효율적인 업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

TV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일과 사랑과 돈과 명예 모두를 이루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반드시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좌절과 열등감도 크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찾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존중하도록 하자.

 

모 회사의 홍보 메일 중 일부분의 내용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회사의 메일을 이 영화 보기 얼마 전에 보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 직장인의 열 명 중 일곱 명은 출근만 하면 우울하다고 하고, 회사를 벗어나 삶의 이탈을 꿈꾸며, 행복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점 정도.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도 약 열 명 중 일곱 명,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은 열 명 중 여덟 명, 직장인 권태기를 겪었던 사람은 열 명 중 아홉 명이라고. 일하는 이유는 돈 벌기 위해서라는 답이 열 명 중 여섯 명, 따라서 열 명 중 여섯 명은 현재 직장이 천직이 아니며, 열 명 중 여덟 명 정도는 이 직장에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저런 조사 결과가 놀랍지 않다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월터는 저 질문들에 yes라고 답한 사람들보다는 행복한 처지 아닐까? 비록 소심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매번 상상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고의 사진작가에게 유일하게 인정받고 있으며 그래도 유명 잡지사에서 16년동안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극 중에 나오는 Life라는 잡지는 Time지의 계열사로 2007년에 폐간되어 지금은 온라인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월터와 비슷한 업무를 맡았던 사람으로부터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입사마저도 어려워지는 요즘, 그 정도로만 해도 직장인으로서는 성공인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이력이면 충분히 새 일자리도 쉽게 구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약간 아쉽기도 하다. 물론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으며, 등장하는 음악, 배우들의 연기, 눈이 시원해지는 지구 곳곳의 풍경들은 물론 흐뭇하지만, 짠! 하는 해결책이나 반전은 없는 편이다. 물론 이런 영화를 보는 이들은 대단한 해결책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보다는 위로와 격려와 희망을 얻고 싶겠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직장인으로서 나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이제 사회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가 남보다 뭘 특별히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겠는데, 답답하기만 한 노릇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순간적인 마음의 번뇌일 뿐인 걸까. 정말 나는 저 조사의 열명 중 여섯명(일하는 이유는 돈 벌기 위해서라고 답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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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입
마스다 미리 지음, 이연희 옮김 / 라미엔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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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그 느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유나 분유, 이유식 같은 경우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을 때,

 

처음으로 술을 마셨을 때,

 

정도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최초의 한입은 과자, 음료, 여행지에서의 특별 음식 등 작가가 어른이 된 지금은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예전의 설렘은 줄어들었지만, 최초로 접했던 때의 기억만큼은 생생한 수십 가지의 먹거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서는 작가의 두 아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유치원에 다닐 무렵인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자라면서 아이들이 점점 새롭게 접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묘사와 아이들의 반응이 나오는 데 은근히 재미있다. 누군가가 자식을 키우는 것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는데, 아마도 이 만화의 작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처음 자신이 그 음식을 접했을 때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기에 나온 음식은 거창한 음식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와 패스트푸드, 분식 등이 많다. 작가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패스트푸드점이 일본에서 급증할 무렵 청소년기를 보내서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유치원 정도의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었을 때, 콜라를 먹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과자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와 모양과 맛이 흡사한 과자가 일본에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한 번 다룬 적이 있었는데, 슬프게도 원조는 일본이고, 우리나라가 잽싸게 따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과자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어 버리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보통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음식의 경우, 사진이나 그림이 제시되어 있어도 어떤 맛일지 상상이 잘 안가는 데(나만 그런가?) 이 책의 그런 음식은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의 대표적인 제과업체 중 하나인 모리나가의 엔젤파이는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그거을 초콜릿으로 코팅한 과자'라는 설명을 보자마자 초코파이가 떠올랐다. '씹는 맛은 거의 없고, 끈적끈적하게 척 달라붙는 달큰함이 씹으면 씹을수록 누굴누굴하게 입안에서 녹기 시작'하는 마시멜로를 어릴 때부터 작가는 싫어했지만, 이 과자만큼은 마시멜로가 비스킷 사이에 들어가니 달달함이 순해지고, 물컹하며 늘어지는 느낌도 없어서 좋아했다고 한다. 나도 딱 저런 이유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마시멜로가 싫다. 작가와 다른 점은 마시멜로가 들어간 초코파이도 싫어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과자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손가락에 끼워서 먹었다는 돈가리콘(이 과자는 꼬깔콘과 비슷한 과자라고 설명까지 되어 있다.), 갓파에비센(역시 이 과자도 새우깡과 비슷하다고 설명되어 있다.), 초콜릿 부분은 먹고 크래커 부분만 남겼다는 기노코노야마(초코송이와 비슷한 과자라고 설명되어 있음), 현재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어 나도 가끔 먹는 포키(역시 빼빼로와 비슷한 과자라고 설명되어 있음)에까지 도달하면 제과업체에 근무하지도 않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그뿐 아니라 마블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메이지 마일드 초콜릿은 정확히 상표명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동일한 모양이 내가 어릴 적에 있었다. 길쭉한 원기둥 형태의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상자, 당시 한 손에 쥐면 길이는 손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의 길이였고 원통의 지름은 500원짜리 동전정도? 여기에 색색의 초코볼이 있었는데 유치원때나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하더라도 소풍갔을 때 자주 먹었던 것 같다. 반으로 쪼개면 아무리 노력해도 큰 쪽과 작은 쪽이 생기고 만다는 소다 아이스크림은 어떻고? 이거 그림마저 쌍쌍바랑 똑같은데?  어떻게 일본 작가의 일본 과자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지.

 

과자 뿐 아니다. '후르츠포치란 달달한 시럽 속에 하얀 구슬과 잘게 썬 통조림 과일이 조금씩 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보자마자 급식 시간에 자주 나오던 바로 그 메뉴가 떠올랐다. 요즘은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 떄의 일화는 재미있다.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친구 다이애나를 오후의 차 모임에 초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의 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어른들의 방식대로 친구와 차를 마시기를 동경했듯이 작가는 커피를 마시는 어른의 분위기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빨강머리 앤은 책도, 드라마도, 만화 영화도 몇 번이나 봤기 때문에 저 장면은 눈에 선하다. 우리는 왜 그렇게 어렸을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을까.

 

홍차에 대한 일화도 서정적이다. 가난한 집에서 예술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장래가 불투명한 학교에 보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기에 점심은 항상 집에서 싸온 도시락, 간식은 늘 오후의 홍차였던 검소한 대학 시절을 회상한다. '서양회화과를 전공해서 제대로 취직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 속에서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유화 수업. 초조함과 느긋함 사이에서 마시는 오후의 홍차는 바로 청춘의 맛, 그 자체였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9~10세 쯤 새롭게 나왔다는 참치마요 초밥은, 아마도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비슷한 맛일 것 같다. 70년대 후반에 나온 이 초밥은 날 생선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편의점 수많은 삼각김밥들 중에서 참치마요는 가장 인기 있으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제품이다. 카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카레를 처음 먹은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카레와 밥을 따로따로 받은 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마법 램프 같은 용기에 카레가 담겨 있었던 레스토랑에 갔던 날을 떠올린다. 그러고보니 나도, 처음 카레를 먹은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법 램프와 같은 용기에 담겨 있는 카레를 레스토랑에서 처음 봤던 때가 기억난다. 20대 초반이었고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처음 데이트한 날이었다. 그 날의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생소하지만 어색했고, 작가가 '모르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처럼, 나도 태연해 보이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날이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먹을 줄 안다고 생각했던 낫토가, 작가인 고향인 오사카에서는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였다는 것, 군데군데 등장한 간사이 지방의 익숙한 지명들을 보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이 지방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이해가 쉽게 되니까.

 

미혼인 작가는 아무래도 인생을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터득한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여행인 것 같고, 또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한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캐비지 롤, 시리아 요구르트인 페스토와 시리아식 쿠키는 정말 먹어보고 싶어서 혹시 우리나라에는 이런 음식점이 없는지 검색하기도 했다.

 

책 마지막에 저자는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쌓여 과거가 되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날에 웃고 있던 예전의 나를 추억하게 된다는 최초의 한입은 미래의 자신게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커다란 한입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또 누구에게나 꼭 있는, 최초의 한입에 작가의 엄마는 몇 번이고 함께해 주었을 것이며 아이가 없는 자신은 최초의 한입을 접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잣니의 인생은 수많은 최초의 한입을 지나, 그 고리가 두터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가슴 안쪽이 조용히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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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전
이시이 유야 감독, 오다기리 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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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평생 할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야. 이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잖아.

 

사회성이 떨어지는 주인공을 위로하며 하숙집 할머니가 한 말.

나에게 있어서 평생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아니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평생 할 일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는데 그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생각보다 평생 할 일을 젊은 나이에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에게만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이 길 아니면 안 된다고 나 혼자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과연 남들은 어떤지?

 

사전을 만드는 것이 이렇게 오래 걸리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인지 몰랐다. 꼼꼼하고 성실한 주인공에게는 딱인 일이기도 하다.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어쩌면 이 일에 천직인 요소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타인과 소통하는 데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이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테니까. 우스운 것이 이런 사람이 처음에는 영업부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전편집부원 중 한 사람이 퇴사하여 자리가 비지 않았더라면 그는 계속 적성에 맞지 않는 곳에 있었겠지. 이런 식으로 우연이 인연이 될 수도 있구나. 아내의 병간호로 인해 퇴사하게 되는 직원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심야식당의 마스터였다!

 

소극적인 주인공이라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제대로 표현도 하지 못한다. 미야자키 아오이는 발랄하고 순수한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당차면서도 처연한 느낌? 웃는 얼굴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주인공답게 사랑을 고백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동요가 있었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 주인공은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사랑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자나깨나 그 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며 몸부림치고 싶어지는 마음의 상태.

 

내가 느끼고 있는 정의와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생각하다가

 

이루어지게 되면, 하늘에라도 오를 듯한 기분이 된다.

 

하고 마저 정의를 보게 되면, 뒤의 절반쯤은 수긍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대도해. 수많은 언어의 바다. 이 사전은 표준어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속어나 은어까지도 포함한다. '대박' '후지다' '멘붕' 등. 보면서 10년이 넘는 사전 편찬 기간동안 그런 속어나 은어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될 것이며, 매번 교정을 하면서 동시에 속어나 은어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니 대체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사전이 나옴과 동시에 현재의 말을 포함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거야 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데, 한편으로는 한 군데에 몰입하게 되면 끝장을 보고 마는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15년만에 작업은 끝을 내고, 출판 기념회에서 마지메를 비롯한 편집부 사람들은 바로 다음날부터 개정판 작업에 들어가기로 한다. 하이볼 한 잔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심야식당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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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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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서른 살이 됐을 무렵이었다.

일 얘기로 미팅하는 자리에 엄마뻘인 여성이 있었다. 무슨 화제가 나와서 내가 그렇게 대답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식이 없는 인생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보며, 조금 화난 얼굴로 말했다.

"지금은 그렇게 말해도 꼭 낳고 싶어질 거예요."

반론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 상대는 나보다 나이를 훨씬 많이 먹었다. 과거를 돌아보고 발언하는 사람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또다른 여성은 젊은 내게 이런 것을 가르쳐주었다. 일을 잘하는 멋진 사람으로 열두 살 정도 연상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후회하는 건 없는데, 그래도 있죠, 자식만큼은 낳았더라면 좋았을 걸 싶더라고."

그떄도 역시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지금도 모르겠다. 숙연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것만 기억한다.

 

만약 엄마가 되었더라면  中

 

'여자라는 생물'에 대한 '고찰'이라고 하기에 이 책은 좀 가볍다. 그저 일기장에 끄적인 수준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틀린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작가의 수준이 그 정도라고 폄하해야 할 부분은 절대 아니다. 이미 다른 에세이와 수많은 만화들에서 세심하게 여성들의 삶과 심리를 묘사해왔기에 그런 표현은 가혹한 것 같고, 다만, 이 작가의 특성상, 본인이 겪은 삶의 작은 떨림이나 기척을 놓치지 않고 묘사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단순한 경험의 부족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딸이자 연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의 이야기들이 있었더라면, 그리고 40대의 작가의 나이로서는 아직 아니지만, 어쨌든 상상으로든 누군가의 할머니로서의 이야기가 덧붙여졌다면, '여자라는 생물'은 좀 더 풍부한 책이 되었을 것 같다.

 

나 또한 꼭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자식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쪽이지만, 직업에 따라서는 분명히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경험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스다 미리의 본문 중에 나오는 저 일화의 두 선배 여성들은 단순히 삶에서의 공백을 느껴서인지는 모르지만, 마스다 미리와 같은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그 이전과는 다르게 확장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도의 세심함을 가진 만화가이자 수필가라면, 분명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는 생활에 대해서는 더 수준 높은 생각을 보여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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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초특가판]
기타 (DVD)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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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고 죽는 건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고민하지 말아요. 언젠가 신께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날이 곧 올 겁니다.

인생이 생각대로 안 풀려도 신께서 판결하실 거요.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이에요. 불행은 물에 던진 그물같아 끌어당기면 커지지만 막상 꺼내보면 아무 것도 없어요.

 

2. 감자 먹고 싶다. 소금 뿌려서. 먹은 지 오래 되었네.

 

3. 오드리 헵번은 특히 이 영화에서 눈이 부시다.

 

4. 볼거리가 많고 눈이 즐거운 영화. 제정 러시아의 화려한 모습, 전쟁 장면, 그 당시 풍습, 눈 덮인 풍경. 러시아 여행가고 싶다.

 

5.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을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오드리 헵번의 영화를 선택했는데 역시 방대한 원작을 몇 시간만에 압축하는 것은 무리인 듯.

 

"가장 어렵지만 필수적인 것은 삶이 괴로워도 사랑하는 것이다. 삶이 전부이기에 삶은 신이다, 생을 사랑하는 것은 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대목이자 이 영화의 자막이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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