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2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도전 ㅣ 미생 2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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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에게 주어지는 단순 업무란 '단순하지만 시간을 줄일 수 없는 업무'의 줄임말 같다.

 

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설명해봐.

그... 그냥.

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또,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해. 그걸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라고 해.

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네가 상대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형세를 분석한 너의 안목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야.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 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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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ㅣ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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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게 된다면, 저 불빛들 중 하나를 책임지게.

 

제가 밝혀야 할 불빛이 있다면 책임질 겁니다.

내게 허락된...불빛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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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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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걸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에 사람한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테 당한 걸 죄 없는 이번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불공정하고 이치에 안 맞긴 하지만 이 특이한 이어달리기의 경향이 대체로 그렇다.

 

마음의 노화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앗아가 현실밖에는 남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로맨틱 코미디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언젠가 저런 영화 같은 일이 내게도 닥칠 수 있다는 설렘과 희망이 사라진 로맨틱 코미디란 얼마나 부질없는가.

 

내가 만드는 음악은 불안과 고통의 산물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상력과는 무관하다. 고통을 잊기 위해 8월의 뜨거운 태양 볕을 피해 아파트 지하주타장을 달리며 만든 5집 앨범은 내가 만든 다섯 장의 앨범 중 가장 많은 것을 안겨다 준 앨범이 되었으며 반면 가장 사건이 없을 때 만든 4집은 그다지 많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것은 결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창작자라면 창조는 천재성이 아닌 고통에서 더 많은 것이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좋은 작품을 내기가 힘들다. 인생의 굴곡이 험준할수록 작품에도 그만큼 진한 드라마가 담기기 마련이니까.

 

친구가 슬프고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와 좋은 일,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해줄 수 있는 친구 중 어느 쪾이 더 크고 진한 우정이라 할 수 있을까.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가게 되었을 때, 마치 그 순간만큼은 원래부터 친했던 사이인 것처럼 진심이 발동해 위로했던 경험을 누구나 몇 번씩은 갖고 있다. 그것은 결코 가식이 아니다. 슬픔의 위로는 대단한 우정이 아니라도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어느 날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그에게 믿을 수 없는 행운이 찾아왔다. 친구는 내게 실시간으로 일의 진행 상황을 전하다 마침내 대박을 알려왔는데, 거짓말처럼 일이 풀려가는 걸 보며 놀랍고 기쁘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 한 10%쯤의 질시의 감정 또한 커져가던 걸 난 또렷이 기억한다. 내 제일 친한 친구이자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였는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그의 일이 잘 되어도 내 몫이 줄어들거나 나와 비교될 일 같은 건 없을 텐데도 내 맘이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알게 된 거다. 슬픔을 위로하는 것보다 기쁨을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자신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 오르기 어려운 산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을 스물다섯에 얻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일일 것이고, 서른이라 한들 속단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흔 언저리쯤 되면 반드시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그떄가 되면 마지막 몸부림도 쳐보고 온몸으로 거부도 해 보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확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 자, 자신이 보통의 재능과 운명을 타고난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라는 것도 알았고,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세월이 갈수록 나를 가려주던 백열등이 수명을 다해 가고 있음도 직시하게 된 지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나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생을 마친 후 만약 신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는 나를 가혹하게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삶에 지친 나를 가엾이 여겨 쉬게 해줄 것인가. 만약 내게 주어질 천당이라는 게있다면 행불행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만한 공평함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천당일 것이다. 마음이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쌀쌀맞고 냉정한 의사를 만나 더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되지 않도록, 한평생 삶에 대한 회고를 객관적으로, 그러나 따스한 시선으로 들어줄 수 있는 인격과 덕성의 존재가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진실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란?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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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물결이 치듯이 글을 계속계속 읽고 싶어지도록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 문장력이 뛰어나다거나 기가 막힌 어휘를 구사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투박하더라도 마음에 와닿게, 때로는 슬프기도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다. 그런 글을 읽으면 그 작가에 대해 막 알아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일종의 질투심이 들기도 하는데, 대개는 인생의 굴곡이 많고 아픔이 많았던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한편으로는 숙연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만약 좋은 글을 쓰는 대신에 나에게 이런 시련과 아픔이 오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삶과, 평생동안 남의 글만 읽고 부러워하는 대신 평탄한 삶을 살게 되는 두 가지 선택 사항 중에서 고르라면 당연히 나는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글쓴이는 스스로 가난했던 뮤지션이라고 밝히고 있다. 언니네 이발관은 꽤 알려지긴 했지만, 소위 떼돈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은 아닐 것이다. 음악가로서의 삶은 아마도 고달프고도 힘들 것이고, 거기에다 이혼, 그리고 경계성 인격장애와 우울증등으로 인한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 등의 일화를 읽다 보면 이런 글을 쓰기까지 그가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힘든 시기를 겪고 이제는 어느 정도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선 작가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작가가 책에서 말하듯이, 창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은 어느 정도 필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창작물을 향유하는 사람들, 그게 영화의 관객이 되었든, 음반을 구매하는 사람이 되었든, 책의 독자가 되었든 간에, 그들도 똑같이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어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사는 것 자체가 이런 저런 지리함과 멸렬함과 자기 비하와 부끄러움 등으로 여러 번 덧칠되고, 어쩌다 한번씩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련이 오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즉, 감상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창작을 하는 사람만큼의 고통이 없어도, 그저 묵묵히 이 생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정말 힘든 시기가 있고,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조금 더 견딜만 해지는 게 인생일 수도 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이 책은 내 인생의 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힘들었던 시기를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이 책은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 시기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마치 나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이 책이 반가웠겠지만, 지금의 나는 잘 읽다가도 중간중간 이 부분은 감정의 과잉 아니야? 혹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데? 혹은 이렇게 세상을 전부 타자화시킬 필요가 있나? 왜 일부러 자기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한 동안은 이런 류의 책들만 골라서 읽었는데 요즘은 이런 류의 책들을 될 수 있으면 피하게 된다. 아니면 큰 마음 먹고 단기간에 집중해서 읽어버리든지. 책도 인간관계처럼 적절한 타이밍이 있는 모양이다. 내 인생에서 한 때 이런 책들에 홀릭했던 적이 있다면, 지금은 이런 책이 아니라 다른 책에 또 홀릭할 시기인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을 주기로 좋아하는 책의 부류가 바뀌어가면서 자연스레 또 나의 관심사와 세계관은 조금은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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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ㅣ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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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문제가 있었거나, 혹은 성장과정에서 뜻밖의 사건을 겪었다고 치자. 그로 인해 우리는 불균형한 상태로(어딘가가 과도하거나 취약한 상태로) 성인기에 이르렀다. 마음속의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넘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부족해졌다.걱정이 너무 많거나 지나치게 침착할 수도 있고, 너무 독단적이거나 너무 수동적일 수도 있으며, 너무 현학적이거나 너무 실용적일 수도 있고, 너무 남성적이거나 너무 여성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보완적인 특징을 찾아냈을 때, 그 사람을 '섹시하다'고 느끼고, 우리 자신의 불균형적인 측면을 더 자극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갖게 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오랜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는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지려고 시도할 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오해와 걱정거리 따위가 전혀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섹스가 언제나 가능하며 합법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쪽만 원하는 성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경우든 성생활이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평생 성관계가 보장된다는 고무적인 가능성의 이면에는 반대로 어두운 측면도 있다. 상대방에게 잠자리를 거부당할 때 그 충격과 당혹감은 다른 어떤 관계에서 거부당하는 경우보다 근본적으로 더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무이다. 어쨌거나 바bar에서 방금 만난 상대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해봐야 그렇게 크게 당혹스럽거나 마음 아프지는 않다. 그런 퇴짜는 어떻게든 씁쓸함을 털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람에게 성관계를 거부당하면 훨씬 더 묘하게 치욕스럽다.

 

외도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궁극적인 '오류'는, 결혼에 대한 특정 관념과 마찬가지로 '이상주의'다. 언뜻 생각하기에 외도는 비뚤어지고 절망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혼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다. 외도를 하면 그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이나 과잉을 마법처럼 조절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떄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조건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혼외'의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결혼생활 내부'의 소중한 것들에 타격을 입히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결혼생활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절박한 감각적 쾌락의 기회를 거머쥐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불안한 결혼생활에 대한 해답은 없다.  그 '해답'이라는 것이, 양쪽 모두가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는 그런 해결책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결혼생활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사랑, 섹스, 가족은 서로에게 잔인한 영향력과 피해를 입히는 관계다. 한마디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한쪽을 제대로 펴놓으면, 다른 쪽이 더 구겨지거나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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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 일부가 실망을 했다면 책 자체보다는 알랭 드 보통이라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책이라는 꼬리표를 떼면,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이고, 따라서 간혹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읽다 보면 역시 보통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되고, 몇몇 구절과 장들은 심도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더니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주제만큼은, 인간의 그 어떤 이성적인 부분보다 본능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어야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은 예의 이 주제에서도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문학, 사회학, 역사학, 철학, 심리학 등등 종합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놓고 차근차근 해부해 나가는 과정은 과연 보통이라고 감탄할 수는 있겠지만, 호르몬이나 유전자 와 같은 생물학적인 부분,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만 이 책은 완벽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읽고 나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듯한 그런 느낌이라서 보통의 책을 다 읽고 나면 특유의 그 분명하고 명확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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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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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사의 영화 프로그램 중에서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를 참 좋아했다. 김태훈과 이동진이 진행하던 이 코너는 지금은 이동진이 빠지면서 멤버가 좀 바뀌었는데, 바뀌고 나서는 그 코너를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신문사 기자, 평론가,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으로 끊임없이 그의 직업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다루는 대상은 영화, 소설, 책 등 몇 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고, 좁은 만큼 깊이 있게 파 내려가, 그것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며 함께 문화적 향유를 누린다. 수많은 평론가들 중에 내가 이 사람을 단연 1순위로 꼽는 이유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 현재 활동하는 평론가들 중 가장 깊이가 있으며, 단점을 지적할 때에도 그 분야 종사자에 대한 애정과 존중, 그리고 노고를 절대 잊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나하나 그의 책들을 읽어볼 참이다.

 

가우디는 이 작업에 40년 이상 매달리고서도 자신의 생전에 완공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일에 헌신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까지 위대한 건축의 발원점은, 역설적으로, 영원한 시간에 대한 유한한 인간의 절망이 아닐까.

 

내가 그토록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겠다. 영화배우를 동경하는 이유도. 모든 창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세월이 흘러 나는 없어지더라도 나의 일부만큼은 여전히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원래의 이름보다 가우디라 불리는 성당을 직접 보게 된다면 나는 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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