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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한 방송사의 영화 프로그램 중에서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를 참 좋아했다. 김태훈과 이동진이 진행하던 이 코너는 지금은 이동진이 빠지면서 멤버가 좀 바뀌었는데, 바뀌고 나서는 그 코너를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신문사 기자, 평론가,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으로 끊임없이 그의 직업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다루는 대상은 영화, 소설, 책 등 몇 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고, 좁은 만큼 깊이 있게 파 내려가, 그것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며 함께 문화적 향유를 누린다. 수많은 평론가들 중에 내가 이 사람을 단연 1순위로 꼽는 이유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 현재 활동하는 평론가들 중 가장 깊이가 있으며, 단점을 지적할 때에도 그 분야 종사자에 대한 애정과 존중, 그리고 노고를 절대 잊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나하나 그의 책들을 읽어볼 참이다.
가우디는 이 작업에 40년 이상 매달리고서도 자신의 생전에 완공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일에 헌신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까지 위대한 건축의 발원점은, 역설적으로, 영원한 시간에 대한 유한한 인간의 절망이 아닐까.
내가 그토록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겠다. 영화배우를 동경하는 이유도. 모든 창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세월이 흘러 나는 없어지더라도 나의 일부만큼은 여전히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원래의 이름보다 가우디라 불리는 성당을 직접 보게 된다면 나는 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