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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평점 :
기획은 좋으나, 내용은 살짝 아쉽다.
이런 류의 책은 보통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재를 이용해서 작가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과,
소재를 잘 설명하기 위해서 작가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명백히 이 책은 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쉽다는 것이다.
만약 소재가 영화나, 음악이나, 여행이나, 그림이라면, 반드시 감상자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고 명확한 정답이 없으며 향유하는 사람마다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분야라면, 전자의 방식으로 서술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는, 소재 자체에 대해서 자세하게 쓰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아쉽게 느껴진다. 작가의 생각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돋보이게 하는 데에 작가의 주관을 집어넣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최소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소개된 공장들에 대해서, 그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이나 후를 비교해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바뀐 게 없다. 즉, 직접 발로 뛴 공장 탐방기라면, 최소한 내가 '체험 삶의 현장'이나 '체험의 달인' 등 TV 프로그램을 봤을 때보다는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 더 많아야 하는데, 그보다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어차피 글과, 영상은 사실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영상이 못하는, 글로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시각이나 청각 뿐 아니라, 어떤 냄새가 났는지, 당시의 공기는 어떠했는지, 주관적으로 느끼는 습도나 온도는 어떘는지 등 내가 직접 작가의 옆에서 공장을 함께 다니는 듯한 느낌이 주는 서술을 기대했다면 내가 너무 많이 바란 것일까.
또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했는데, 아쉬웠다. 왜 이 길을 택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처음 일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지, 언제까지 이 길을 갈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무엇보다 이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만족하는지.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글 중 가장 좋았던 글은 대장간에 관한 글이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대장간과 큰 인연이 있는데, 탄생 설화(?)로 시작해서, 사실상 공장이 아니라 실제로 공장이라는 작가의 표현, 그리고 이어지는 공장의 모습과, 우리가 생각할 때는 이미 소멸했어야 할 것 같은데 사극 등으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 그리고 대학 졸업 후 꼭 이곳으로 와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는 젊은이를 기다리는 공장장님의 이야기까지. 만약 모든 부분을 전부 스킵하고 단 한편만 읽겠다면 그 부분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모든 조각글들이 전부 대장간에 관한 이야기 정도였더라면 이 책은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