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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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신을 볼리비아 해군에 비유한 말이었다.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으로만 이루어진 그 나라의 해군들은, 호수에서 훈련을 한다고 한다.

 

언젠가는 바다로 나갈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작가가 흠모하는 도스토예프스키, 그 시대의 문학의 위상과 지금의 문학의 위상은 비교할 필요도 없으리라. 늘 바다를 흠모했지만, 이제 더 이상 문학의 바다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 무렵, 그래도 작가는 언젠가 바다로 나갈 날을 꿈꾸며 뱃멀미를 하며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작가의 말이 가슴에 박힌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이 작가가 품고 있는 꿈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작가의 표현대로 작은 것을 꼼꼼하게 쓰는 작품이 넘치는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잊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를 저으려고 애쓰는.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황당해할지도 모른다. 이거 무슨 얘기야?

혹은 그저 창의력만 번뜩이는, 그런 판타지같은 그런 소설 아니야? 하고.

 

내가 한국 소설을 절대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무식한 사람, 아니 이 정도는 좀 가혹하니까, 아주 티끌만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 티끌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면, 김성중은 내가 여태껏 읽어본 한국 소설과는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이었다는 것, 그리고 김성중과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들과 비교해본다면 더더욱 반짝이는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기발하면서도 가슴을 후벼파는 구석이 있다. 물론, 원숙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다음 번에 이 작가가 쓰는 글들은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정말, 마음에 드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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