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잔기술 - 요리에 레시피가 있듯 업무에도 레시피가 필요하다!
야마구치 마유 지음, 김현화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콤플렉스나 핸디캡은 공표해서 무기로 바꾼다

 

처음부터 유능한 사람보다 성장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헬렌 켈러가 대학에 입학하면 그 평가는 10배 높다

 

사람들은 변화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 노력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최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만화가가 화보 찍는 날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 화보가 실린 잡지는 품절되었다고. 그 달의 그 잡지가 이례적으로 많이 팔렸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만화가의 변화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타고난 외모의 연예인이 화보를 찍었을 때 결과물은 훨씬 더 나았을지 몰라도 과정에서 감동을 주는 것이 어느 쪽인지를 생각한다면…….

 

 

이 안건이 가장 우선이라는 말로 신뢰를 얻는다

 

X: "이 모임이 오늘 모임 중 열네 번째입니다."(바쁘다는 사실을 알림)

O: "이 모임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여유를 보인다.)

 

정치가는 절대 '이 자리가 오늘 있는 총 스물여섯 건의 회동 중에 열네 번째'라는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회동하는 자리마다 '이 회동에 참석하는 것이 오늘 해야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유념하고, 그것이 상대에게 전해지도록 '그 자리에서 최고로 웃는 표정'을 쥐어짜낸다는 것이다.

 

내가 강연회 연설가로 어딘가를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강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잡담을 나누다 주최 측으로부터 "일이 많이 바쁘시죠? 마음을 편히 놓는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큰일이 끝난 뒤에 저 자신한테 주는 상으로 맥주 한 잔 마시는 순간이에요"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로 끝내지 않고 "이 강연회가 저의 이번 주 스케줄 중 하이라이트예요. 그래서 이 강연회가 끝나면 상으로 맥주를 마시려고요"라고 덧붙일 것이다.

이렇게 내가 '이 강연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전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잘나가는 사람'일수록 굳이 '바쁘다'는 사실을 어필하지 않는다.

흔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려고 '바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연발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역효과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상대의 일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당신의 일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다른 일에 비해 자신의 일이 가볍게 여겨진다고 느끼면 누구든 불쾌해한다. 바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유형 1 내가 보낸 메일에 하루 안에 답신을 받았을 경우

예를 들어 거래처에 확인을 의뢰했더니 하루 안에 답변을 해준 경우이다.

정형문은 빨리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이다.

 

유형 2 바쁜 상대로부터 답신을 받았을 경우

예를 들어 어제도 늦게까지 야근한 상사로부터 메일 답신을 받았을 경우이다. 정형문은 많이 바쁘실텐데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이다.

 

유형 3 후배가 결과물을 보냈지만,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어 오늘 저녁까지 볼 수 없으니 그 사이에 한 번 더 검토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수정해달라는 뜻을 명령조가 되지 않게 넌지시 전한다.

정형문은 빨리 제출해줬는데 미안하지만 오후에 회의가 있으니 오늘 저녁에 확인할게요이다.

 

유형 4 후배가 밤늦게 결과물을 보낸 경우

이때는 후배가 노력하는 모습을 확실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늦게까지 작업해줘서 고마워요라는 정형문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유형 5 금요일 저녁, 상사에게 메일을 보내고 퇴근하는 경우

주말에는 상대로부터 답신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주말에 쉬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정형문을 주말에 보고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로 시작해서 이번 주도 많이 바쁘신 것 같던데 주말에는 푹 쉬시길 바랍니다로 마무리한다.

 

 

비즈니스에서는 배려심도 중요합니다.”

-> “그렇군요. 마음을 쓰는 건 전락적으로도 중요하군요.”

이야기를 들은 후에 감상을 말하는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자.

지금까지는 듣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긴 상태였다. 이른바 볼을 점유하게 한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건네는 감상 한마디는 1시간 동안 들은 이야기를 1분으로 응축하여 내가 쏘는 의 역할을 한다.

 

이것은 특별히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상대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키워드가 되는 말을 골라내어 그 키워들을 연결해서 요약하면 된다.

익숙해지면 키워드를 그대로 말하지 않고 유의어로 바꾸면 더욱더 센스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감상을 말하는 시간은 듣는 사람이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야기 후반부터는 가만히 듣지만 말고 머릿속으로 감상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쟁력을 발휘하는 시장을 현명하게 선택한다

 

미인 정치가는 있어도 미인 모델은 없는 이유는?

일에 있어서 우리는 대체 가능한 존재다. 서글프지만 사실이다. 동시에 조직의 부속품이기도 하다.

특정 사람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 현상을 조직의 주인화라고 한다. 이것은 그 특정 사람의 가치를 칭찬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의 문제점을 꼬집는 말이다. 사람에 의존하는 조직은 약하기 때문이다.

 

나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 M&A를 담당하고 있다. 아주 많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여러분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동종업계의 사람들이 어째서인지 자시의 주변에는 많은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그것은 어쩌면 여러분이 주위 사람들과 동일한 선택을 내리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능성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주의 신호이다.

 

내가 방송 활동을 지향하게 된 것도 주위와 계속해서 같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 나름대로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변호사로 일하며 방송 활동을 할 때 내가 반드시 명심하는 것이 있다. 나는 어디까지나 변호사라는 사실이다. ‘변호사로 일하는 방송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변호사다라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언니를 미인 변호사라고 하나 봐. 그런데 그건 미인인 변호사라는 뜻이 아니라, ‘변호사치고는 미인이라는 뜻이니 잘못 받아들이지 마.”

 

그러고 보니 나는 그때 미인 정치가미인 복서는 있어도 미인 모델이나 미인 스튜어디스는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도쿄대를 나온 내 친구 중에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 친구는 외모가 상당히 뛰어나서 컨설턴트 업계에서 주위 남성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조로웠던 컨설턴트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뉴스 앵커로 이직하려고 했다.

그러나 소속사에 들어가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이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뉴스 앵커의 문턱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 친구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본 후 이렇게 말했다.

컨설턴트 업계에서는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직함을 버리고 소속사에 들어가 다른 모델이나 아나운서들과 나란히 있으니 평범하더라고.”

 

자신의 경쟁력을 발휘할 시장을 어디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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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지극히 개인적인 별점이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엄청나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나 사실적인 황폐화된 미래이기에 보고 난 후의 허무함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마 부담없이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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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빠진 여자는 최고로 아름답고, 사랑에 빠진 남자는 주눅이 든 양처럼 보였다.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뜻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 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 하지.”

 

앤은 리처드의 이중적인 면을 알고 있었다. 그는 늘 거만하고 완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또한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지닌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 가능성들에 문이 닫혀버렸다. 앤이 사랑했던 그 리처드는, 넉살좋고 거들먹거리는 흔하디 흔한 영국 남편이란 틀에 갇혀버렸다.
그는 평범하고 포식 동물 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심장과 뇌의 능력은 떨어지고 그저 발그레하고 뽀얀 곱상한 외모를 자신만만해하는, 젊은 사람 특유의 노골적인 성적 매력만 있는 여자와.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내가 봐줄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지 자기가 한 일에 무슨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지 떠들어대는 일, 또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해서 후회하는 일이야. 양쪽 말 다 사실이겠지. 자기 행동의 진실을 깨닫는 거라는 점에서는. 그래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랬으면 넘어가야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1. 흥미로운 소재.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

친구 H. 모녀 관계는 애증인 것 같다.

 

2. 더 좋은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았다는 안타까움.

 

3.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기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 왕성한 작품 활동과 숨 쉬지도 않고 읽어나가게 되는 필력.

아마도 이 소설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키우다가 재혼한 개인적 경험도 녹아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이렇게 궁금해지기도 오랜만.

 

2015년 3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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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8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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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와 유리 동물원 두 작품이 실려 있다.

읽게 된 계기는 작가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또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주인공은 비비안 리.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의 여주인공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이 책의 표지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한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얼굴이 정면으로 잡힌 부분이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생전에도 유명세를 떨쳤던 작가인 것 같은데, 아마도 그가 살아 있던 시기를 좀 더 이해한다면 작품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는 내가 그의 작품의 분위기에 젖어들기에는 어려웠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그 시공간의 뛰어넘는 재미가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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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0
이광수 지음, 정영훈 엮음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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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를 넣으면 천연두를 벗어난다. 아주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앓더라도 경하게 앓는다. 그러므로 근년에 와서는 누구든지 우두를 넣으며 그래서 별로 곰보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정신에도 마마가 있으니까 정신에도 천연두가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든지 질투라든지 실망, 낙담, 궤휼, 간사, 흉악, 음란, 행복, 기쁨, 성공 등 인생의 만반 현상은 다 일종 정신적 마마라. 소위 약은 부모들은 사랑하는 자녀의 괴로워하는 약을 차마 보지 못하여 아무쪼록 그네로 하여금 일생에 이 마마를 겪지 않도록 하려 하나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막지 못할 것이다. 야매한 사람들이 마마에 귀신이 있는 줄로 믿는 것은 잘못이어니와 이 정신적 마마야말로 귀신이 있어서 지키는 부모 몰래 그네의 사랑하는 자녀의 정신 속에 숨어들어 가는 것이라. 그러므로 자녀에게 인생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방면을 감추려 함은 마치 공기 중에는 여러 가지 독귬이 있다 하여 자녀들을 방 안에 가두어 두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바깥 독균 많은 공기에 익지 못한 자녀의 내장은 독균이 들어가자마자 곧 열이 나고 설사가 나서 죽어 버린다. 그러나 평소에 바깥 공기에 익어서 내장에 독균을 대항할 만한 힘을 기르면 여간한 독균이 들어오더라도 무섭지를 아니하다. 한 번 우두로 앓은 사람은 천연두 균을 저항하는 힘이 있는 것과 같다.

선형은 지금껏 방 안에 갇혀 있었다. 그는 공기 중에 독균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우두도 넣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지금 질투라는 독균이 들어갔다. 사랑이라는 독균이 들어갔다. 그는 지금 어찌할 줄을 모른다. 그가 만일 종교나 문학에서 인생이라는 것을 대강 배워 사랑이 무엇이며 질투가 무엇인지를 알았던들 이 경우에 있어서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언마는 선형은 처음 이렇게 무서운 병을 당하였다.

선형은 얼마 울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지금 지나간 자기의 심리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며 진저리를 쳤다. 선형의 눈은 둥그래진다.

'내가 어찌 되었는가.' 하고 한참 숨을 멈춘다. 첫 번 지내 보는 그 아픈 경험이 마치 캄캄한 밤과 같은 무서움을 준다. '이게 무엇인가.' 하고 오싹오싹한 소름이 두어 번 전신으로 쪽쪽 지나간다. 그러다가 멀거니 차실을 돌라보면서

'퍽도 오래 있네'  

 

춘원 이광수의 문학적 성과는 비전문가인 내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의 친일행적 또한 동일하다. 고등학교 시절 입시를 위해 발췌한 일부만 읽었던 적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소설의 지위를 획득한 무정이라는 소설을 다 읽었다. 엄청난 사람이구나, 아까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와 인연이 있었던 피천득의 수필 춘원이 생각났다. 피천득의 말처럼, 차라리 춘원 이광수가 변절하기 전 세상을 떠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춘원에 대하여는 정말인 것, 거짓말인 것, 충분히, 많이 너무 많이 글로 씌어지고 사람의 입에 오르내려 왔다. 구태여 내 무얼 쓰랴마는, 마침 쓸 기회가 주어졌고 또 짧게나마 쓰고 싶은 생각이 난 것이다.

그는 나에게 워즈워스의 <수선화>로 시작하여 수많은 영시를 가르쳐 주었고,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게 하였고, 나에게 인도주의 사상과 애국심도 불어넣었다.

춘원은 마음이 착한 사람이다. 그는 남을 미워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을 모략중상은 물론 하지 못하고, 남을 나쁘게 말하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남의 좋은 점을 먼저 보며, 그는 남을 칭찬하는 기쁨을 즐기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가 비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게 여기게 태어났었다. 그래서 그는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하지 못하고 냉정해야 할 때 냉정하지 못했다. 그는 남과 불화하고는 자기가 괴로워서 못 살았다.

그는 정직하였다. 그를 가리켜 위선자라 말한 사람도 있으나, 그에게는 허위가 없었다. 그는 어린아이같이 순진하였다. 누가 자기를 칭찬하면 대단히 좋아하였다. 소년 시대부터 그의 명성은 누구보다도 높았지만, 그는 교태가 없었다. 나는 3년 이상이나 한 집에 살면서도 거만하거나 텃세를 부리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자기의 지식이나 재주를 자인하면서도 덕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높은 인격에 비하면 재주라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였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자기 작품은 <가실>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도 '가실'이었다. 그는 글을 수월하게 썼다. 구상하는 시간도 있었겠지만, 신문소설 1회분 쓰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 드물었다. 써내려간 원고지를 고치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의 원고는 누구의 것보다도 깨끗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읽기에도 그 흐름이 순탄하다.

그의 일생은 병의 불연속선이었다. 그러나 그는 낡아 빠지거나 시들지 않았었다. 마음이 평화로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는 싱싱하고 윤택하고 '오월의 잉어' 같았다. 그를 대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어떤 계급의 사람이거나 늙은이나 젊은이나 다들 한없는  매력을 느꼈다.  그의 화제는 무궁무진하고 신선한 흥미가 있었다. 그와 같이 종교.철학.문학에 걸쳐 해박한 교양을 가진 분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는 신부나 승려가 될 사람이었다. 동경 유학 시절에 길가의 관상쟁이가 그를 보고, 출가할 상이나 눈썹이 탁해서 속세에 산다고 하였다. 그는 욕심이 적은 사람이었다. 30 이후로는 중류 이상의 생활을 하였으나, 살림살이는 부인이 하였고 자기는 그때 돈으로 매일 약2원의 용돈이 있으면 만족하였다. 한번은 내가 어떤 가을 석왕사로 갔더니 춘원이 혼자 와 계셨다. 그때 그에게는 가진 돈이 10전밖에는 없었다. 거리에 나왔다가 문득 오고 싶어서 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산을 좋아하였다. 여생을 산에서 보내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아깝게도 크나큰 과오를 범하였었다. 1937년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더라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을까.

 지금 와서 그런 말은 해서 무엇하리. 그의 인간미, 그의 문학적 업적만을 길이 찬양하기로 하자. 그가 나에게 준 많은 편지들을 나는 잃어버렸다. 지금 기억되는 대목 중에 하나는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할 것이나, 기쁜 일이 있더라도 기뻐할 것이 없고, 슬픈 일이 있더라도 슬퍼할 것이 없느니라. 항상 마음이 광풍제월 같고 행운유수와 같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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