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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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눈을 떠, 수년간 살아온 초라한 자신의 집을 바라보았다, 금이 간 낮은 천장과, 울퉁불퉁한 나무 바닥과, 거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집 중앙에 위치한 식탁과 두 개의 의자와, 신문들과 유명인들의 기사를 보관해둔 장과, 작은 부엌과, 화장실로 사용하는 작은 공간이 있는,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돌아버릴 것 같은 상황에서 탈출할 어떤 방법을 강구해내야만 해, 물론 그것은 이제는 영영 미지의 사람으로 남게 된 모르는 여자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고 있는 그 초라한 집은, 단지 서글픈 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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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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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포르투갈의 정치사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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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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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군데 그리 쩔쩔매? 바쁘다고 잘라버리면 되지.”
“지방경찰청장까지 지내시고 퇴직하신 분이야. 나 초짜 형사 때 우리 서의 서장님이셨고. 너무 간절하게 방문을 원하시는데 어쩌겠냐. 내게 형사의 혼을 심어주신 분인데.”
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든다. 까칠한 기자 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좀 행세한다는 인간들이 아랫사람을 종처럼 부리는 행태에 체질적으로 알레르기가 있고, 경험상 그런 일은 대부분 사적이며 뒤가 구리고 하찮다.

“지금 슬픔에 잠긴 우리를 위로하려고 장난치시는 거죠? 우리 인생을 구제해주신 분을 왜 죽입니까?”
“에잉! 사람 관계에 영원한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낳아 길러준 부모를 죽이는 자식새끼는 없어야죠.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건이 부지기수란 말입니다.”
나는 갈호태의 머리에서 1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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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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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있던 의사는 혹시 의사가 필요할 경우 자기가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은 다시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두 손만 가지고는 의사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의사는 약이라는 화학적 합성물을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치료를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런 물질은 흔적도 찾을 수 없고,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었다. 게다가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병적으로 창백해진 모습을 눈치챌 수도 없고, 핏줄이 붉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도 없었다. 자세한 진찰을 해보지 않아도, 이런 외적인 징후가 병력에 대한 기록만큼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점액이나 피부의 색깔만 가지고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따라서 이렇게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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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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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의 윌리엄 골딩의 사진이 정말 인상적이다. 담배를 물고 있는 옆얼굴. 흑백이라서 머리색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나이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이제 약간 희끗해지기 시작한 상태가 아닌가 싶다. 세상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반항적인 모습.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린다. 사진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동일한 출판살에서 나왔던 구판에서는 다른 사진을 썼더라. 노년의 골딩의 모습인데 개정판을 내면서 왜 이 사진을 바꿨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설령 그 이유를 모른다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 사진이 여러 모로 강한 인상을 준다는 것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읽는 내내 빨리 읽어버리는 게 아쉽고, 또 빨리 읽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언젠가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으면서도 당분간 읽고 싶지 않기도 하다. 지식인으로서 2차 대전에 참전하고 난 후 발표한 첫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문명의 발달과 인간 자체에 대한 회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만 놓고 봐도 그럴 것이다. 어릴 때 집에 있는 소년소녀전집이었나? 아무튼 세계문학전집에 15소년 표류기가 있었던 게 기억나는데. 재미있게도 읽었고. 세상이 그저 밝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 그 책과 이 책의 간극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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