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군데 그리 쩔쩔매? 바쁘다고 잘라버리면 되지.”“지방경찰청장까지 지내시고 퇴직하신 분이야. 나 초짜 형사 때 우리 서의 서장님이셨고. 너무 간절하게 방문을 원하시는데 어쩌겠냐. 내게 형사의 혼을 심어주신 분인데.”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든다. 까칠한 기자 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좀 행세한다는 인간들이 아랫사람을 종처럼 부리는 행태에 체질적으로 알레르기가 있고, 경험상 그런 일은 대부분 사적이며 뒤가 구리고 하찮다.“지금 슬픔에 잠긴 우리를 위로하려고 장난치시는 거죠? 우리 인생을 구제해주신 분을 왜 죽입니까?”“에잉! 사람 관계에 영원한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낳아 길러준 부모를 죽이는 자식새끼는 없어야죠.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건이 부지기수란 말입니다.” 나는 갈호태의 머리에서 1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