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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초원 - 할인행사
이누도 잇신 감독, 이케와키 치즈루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특별한 영화였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매의 사랑이라든가... 자기의 세상 속에 빠져버린 주인공이라든가... 현실에서는 결코 평범한 이야기들이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매우 빈번한 소재들이다. 식상해질 위험이 있을 만한 요소들을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살짝 비튼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열 살 때, 각자의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이 첫 맞선을 보던 날,
울고 있던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순간부터 여자가 아니라 누나였다는 남동생의 이야기나
80세 노인과 결국 결혼을 결심한 19살의 여주인공.
그리고 꿈에서 머무르지도 않고, 현실을 직시하지도 않고 자살해 버린 할아버지.
하지만 여주인공의 말대로 그게 현실이다.
꿈 속에서는 말조차 붙여보지 못했던 여자와 결혼까지 할 수 있어도 그건 꿈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정말 좋아했던 여자는 친구의 아내가 되어 있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인상적인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닛포리가 20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닛포리가 끝까지 현실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는 20대로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의 꿈 속에서조차도 나리스는 그에게 애정이 아니라 동정을 가졌었다.
치매를 이렇게 예쁘게, 귀엽게 그린 영화는 처음 보았다.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점점 잃어간다는 치매는 그 전까지는 가장 불행한 질병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닛포리와 같은 경우라면,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질 수 있고,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 속에 살 수 있다면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질병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변이 아니라 철저히 환자 본인의 입장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