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그쳤나요?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 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대한민국에서 보편적으로 국어 공부를 마친 사람이면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아있을 이 대사. 잔망스럽다는 단어가 꽤 생경하고 딱 와 닿지 않은데다가 여자아이가 너무 허망하게 죽어버려서 두고두고 가슴 한 켠이 서늘했던 기억이 난다.


소년과 소녀가 시골에서 만나 막 친해지려는 찰나에 소나기를 맞고 죽는 소녀와 남겨진 소년. 그렇다면 그 후 소설 속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소년은 필시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소녀를 까맣게 잊고 살아가고 있을 것인가?


영화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 된다.


방안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소년은 알 수 없는 떨림에 몸서리를 친다.


소녀와 함께 했던 장소는 그대로이지만, 이제 소녀는 없다.


소녀의 모습이 이제라도 막 보이고,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소년에게 아직 죽음이란, 실감나지 않는 단어인 듯하다.
가슴 한군데가 꽉 막혀서 먹을 수도.. 잘 수도.. 울 수도 없는 소년.
그러면서도 이것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소년의 내면이 잘 표현되었다.


소녀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아직도 잔뜩 있는데, 이제는 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화가 난다.
친구들과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알 수 없는 심술을 부리는 소년.
서울에 있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일기장에 써 둔 소녀.
그 일기를 본 소년은 소녀를 대신해 생일을 축하해 주고 내려온다.


이제 소녀에게 다시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소년은 가장 먼저 비석부터 만들어 놓는다.
비석에 써 두면 소녀가 볼 수 있을까?
삐뚤삐뚤 써 둔 '또 봐' 라는 글씨.
소년에게 '그립다'라는 감정은 아직은 낯선 감정일 게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하기 힘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소녀가 편하게 누워 쉴 수 있도록 소녀의 방에서 베개도 가지고 온다.


다시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들이 생긴다. 학교로 전학 온 새로운 전학생. 서울에서 왔단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녀 역시 소년에게 관심을 보이고, 언젠가 있었던 일들이 반복되는 듯하다.


소녀가 있던 자리에 똑같이 앉아 있는 전학생.
다리를 건너는 소년에게 똑같이 물어본다.
"얘, 이게 무슨 조개지?"
"비단조개."
그리고 소녀 앞에서 발을 헛디뎌 물속에 빠졌던 기억. 소년은 하늘을 보고 생각한다.
'이거... 네가 지금 장난치는 거지?' 라고..


소년의 반응이 정말 재미있다. ^________________^
징검다리를 지나 소년은 생각한다. 하늘에서 소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소나기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갠 어느 날 아이는 상처를 극복하게 된다.


영화 '소나기는 그쳤나요?' 는 소설 '소나기'의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던 소나기.
왠지 너무 짧게.. 그리고, 감정이 격해졌을 때 너무 빨리 막을 내려버린 소설이 아쉬워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새 너는 그렇게 멈추었나...?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네.
시작하는 듯 끝이 나버린 소설 속에 너무도 많은 걸 적었네...... 김태원의 소나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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