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과대학 - 2001년 문학사상 장편소설문학상 당선작
강동우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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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백하건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분명하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래서 오히려 읽으면서 더 놀라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다 읽고 나서, 지금 이 사람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검색해 본 결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부부가 예전에 내가 보았던 한 다큐멘터리에 나왔었다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때는 와, 대단하네? 한국에서, 이런 부분을 개척하다니?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나서 반성이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나를. 

분명 이 소설은 '직업 소설가'의 '문학 작품'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거슬리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의학계의 한 일원의 자기 고백'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작가의 이러한 치열한 점, 통용되는 관습(이라기 보다는 습관적인 사고)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점이 국내 최고 의대, 최고 병원의 전문의로 안주하지 않게 했을 것이다. 

비록 미숙하지만 이런 저런 젊은 날의 시도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저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던 그의 시선이 지금의 그의 모습으로 향하게 했을 것이고 그를 만들었을 것이다. 

나또한 다소 치기어린 20대를 발판 삼아 40대에 지금의 그와 같은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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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이다. 많은 분들이 칭찬한 만큼. 

다만, 나는 이 책을 빌려 봤지만 구매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참고로 같은 출판사의 같은 시리즈인 주석 달린 앨리스는 알라딘을 통해 구매했다. 

결정적으로 이 둘을 가른 차이는 바로 주석 때문이다. 

분명 이 두꺼운 책들은 어른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앨리스의 주석이 소설 밖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오즈의 주석은 철저히 소설 안에 있다. 

앨리스의 주석은 내용 자체의 의미보다도 당시의 사회상, 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 

또 후대의 SF소설에 어느 부분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오즈의 주석은 철저히 작품 그 자체를 분석한다. 

열권이 넘는다는(!) 오즈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인 이 책이 후대 에피소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 대목은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영화, 뮤지컬, 방송극으로 이어지는 오즈의 흥망성쇠는 무려 100쪽을 넘어간다. 

분명히 앨리스보다는 오즈가 더 쉽고 재미있게 읽혔지만 

소장해서 두고두고 곱씹어가며 읽기에는 앨리스 쪽이 나은 것 같다. 

오즈를 먼저 사고 나중에 앨리스를 접했더라면 둘 다 샀겠지만 

일단 앨리스에 내 눈이 맞춰졌기에...  

다음에는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시리즈에 도전해보고 싶다. 힘든 만큼 보람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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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일의 아프리카 - 스물둘, 처음 만난 남자와 떠난
황윤하 지음 / 예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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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기를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스물 두 살의 아가씨가 처음 만난 남자와 105일 동안 아프리카를 다녀왔단다. 이쯤 되면 여장부 혹은 소위 되바라진(?) 20대 처자가 떠오를 법도 하다만 자신이 쓴 글을 통해 등장하는 화자는 놀랄 만큼 소심한 면이 많고, 또 섬세한 면이 많다.

 

20대의 배낭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것이다. 대학생이라면 수험생 시절부터 품었던 소망인 ‘대학에 가면 꼭 배낭여행을!’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나또한 그렇다. 내 주변도 다 그렇고. 지은이 또한 처음에는 그랬다. 자신도 스스로 예상하지 못했고 이해도 잘 안 가는 행동을 옮기는 것은, 아마도 20대 초반이어서가 아닐까? 뭐든 할 수 있다는 신체적인 젊음, 실패나 아픔을 충분히 겪지 않은 까닭에 주저함이 배제된 정신적인 젊음, 이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취향, mind와 soul, 가치관과 소망 등이 아직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살짝 경계를 넘어 저쪽에 발을 딛기만 해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또 그 결과로 인한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 49대 51의 심정으로 기울지만 그 기울기가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게 젊음이다. 아마 저자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여행기는 내게 여러모로 감동을 준다. 진짜 ‘젊음’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다 가니까, 대학생 때 배낭여행 한 번은 가줘야 하니까, 갔다 와서 미친 듯이 찍었던 디카 사진 미니홈피에 올리고 밑에 한 두 줄로 맛있었다, 멋있었다, 사진보다 못했다, 여기 오니 또 보고 싶다.... 이런 감상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이다. 비싼 돈 들여서 외국까지 갔다 왔으면, 분명히 ‘뭔가’를 가지고 와야 한다. 절실한 뭔가를, 평생의 자국으로 남을 수 있는 뭔가를...

 

그녀는 진짜 아프리카를 보고 왔다. 여행도 여행기도 좋아해 이것저것 다 읽는 나에게 이렇게 다녀온 나라의 팔딱팔딱 뛰는 모습을 보여준 여행기는 없었다. 읽다 보면 질투가 난다. 어떻게 나와 비슷한 나이에 이런 근사한 책을 펴냈지? 이런 책을 펴낼 정도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아직도 저자는 여행 중이다. 물론 한국에는 왔지만 아직 그녀의 삶은 부정형이니까. 그녀의 다음이 또 여행이라면, 그 여행기 또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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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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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성공한 CEO라면 흔히 빠지기 쉬운 자기 자랑 하나 없이, 하소연 없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이런 지침서를 쓸 수 있을까?

왜 책에 추천사가 없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으면 이해가 간다. 사소한 것이라도 행여 나중에 빚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부탁을 하지 않았겠지. 회사를 위해, 또 자신이 지켜나가고 싶은 소중한 가치를 위해.

 

이 책에 대해서 더 이상의 찬사를 붙이는 것도 민망하다.

 

평탄한 순간에 원칙을 지키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상황, 손해를 볼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서도 그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원칙을 원칙답게 만든다는 말. 소름이 끼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자 정신적 지주, 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에게 냉정해가며 살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앞설 정도이다. 정말 존경한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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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 / 강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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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처구니
(주로 ‘없다’의 앞에 쓰여)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
비슷한 말 : 어이2.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당하고 보니 한숨만 나온다. 하는 짓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제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어처구니가 그런데 무슨 뜻이지? 어? 그러고 보니 내가 어처구니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쓰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전을 찾아보면 위와 같다. 즉, ‘그곳에는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들”이 산다’는 뜻이다. 그럼 이렇게 쓰면 될 걸 가지고 왜 저런 제목을 붙였나? 이상하게 읽다보면 참 어처구니없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우리가 늘 ‘어처구니없다’고 할 때 ‘“상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 없다’는 뜻으로 쓰지는 않지 않은가? 주로 황당할 때,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날 때, 어이없을 때, 쓰는 말이 바로 ‘어처구니’이다. 이러고 보면 ‘어처구니’가 쓰이는 상황도 다소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래도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라서 어처구니의 유래에 대해 찾아보았다.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한단다.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그게 없다면? 맞붙은 두 돌만 있고 손잡이가 없다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상황 아닌가?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또 다른 어처구니는 왕궁 등의 처마에 장식된 ‘토기’ 를 말하는데, 왕궁을 지으면서 처마에 ‘어처구니’ 를 올리지 않아 뒤늦게야 ‘어처구니’ 가 없음을 알게 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을 것 아닌가? 여기서 나왔다고도 본다고 한다. 놀랍게도 여기의 어처구니는 해당하는 한자도 있더라.

 

아무튼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처구니, 성석제의 어처구니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집이다. 군데군데 이건 소설이 아니라 수필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 작품들도 있었고, ‘엄청나게 크’기 보다는 다소 궁상맞고 소심한 생각을 담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제목에 충실하다.

 

1994년에 나왔고, 2007년에 개정되었다. 처음 이 소설집을 낼 때만 하더라도 작가는 작가의 길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들 중 장편으로 발전한 작품도 있다고 하고, 현재의 ‘성석제스러움’의 초창기 모습이 많이 보인다. 풋풋하지만 농익지는 않은 느낌. 한 입 콱 깨물면 꿀처럼 달거나 말랑말랑하지 않고 아직 아삭거리며 신 맛이 나는, 저절로 눈이 감기는 사과를 먹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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