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 (1disc) - 리마스터 버전
론 하워드 감독, 에드 해리스 (Ed Harris)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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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였을까, 얼마 전에 포털사이트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이 메인에 등장했다. 당시 10대 소녀로 주인공의 첫사랑으로 등장했던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은 브룩 쉴즈를 닮은 것 같기도 했고, 올리비아 핫세의 느낌도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칭송도 한 때 들었다고.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영화 개봉 후 단박에 스타덤에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올 해 초에 개봉한 영화 '노아'에서도,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의 영화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도 제니퍼 코넬리는 출연했었다. 그 영화들을 보았는데도 제니퍼 코넬리의 이름은 특별히 기억에 나지 않았다. 절정으로 아름다웠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시들어버리는 것일까. 오히려 전형적인 미인에서 벗어나 있던 여배우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고혹적이 되거나 원숙해져서 그 아름다움이 풋풋했던 시절보다 더 발하는 것 같은데, 젊은 시절 정석으로 아름다웠던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밋밋해지고 평범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절대 편견이나 선입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제니퍼 코넬리 개인에게 아주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러셀 크로우야 이 영화 이전의 LA 컨피덴셜, 인사이더, 글래디에이터, 프루프 오브 라이프, 그리고 이 영화 이후의 신데렐라맨, 어느 멋진 순간, 로빈후드, 레미제라블, 그리고 노아에 이르기까지 영화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한번 영화를 보면 관객의 머리에서 그 모습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출연하는 그 어떤 배우보다 강하게 기억에 남는 배우이지만, 제니퍼 코넬리는 뛰어난 미모는 물론이고, 예일과 스탠포드의 졸업장을 받은, 아마도 할리우드에서 흔치 않을 지성을 보유한 배우일텐데, 인상깊은 작품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제니퍼 코넬리라는 한 여성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인 20대 후반에 촬영되었고, 영화의 성공은 물론, 호평과 함께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의 상까지 획득했다. 이 영화에서의 제니퍼 코넬리는, 정신분열병인 남편을 끌어안고, 한동안 수입이 없는 남편을 위해 일을 해야 했으며, 육아까지 혼자 전담해야 하는 역할이다. 심신이 바닥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며, 끝까지 남편 곁을 지킨다. 러셀 크로우는 굉장히 기가 센 배우라서 웬만하면 상대역이 압도당하기 마련인데, 남편이 전적으로 아내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 이야기에서만큼은, 제니퍼 코넬리의 외유내강의 캐릭터가 상대를 끌어안으며 정점을 찍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이 가장 영화에서 빛나는 부분이며, 또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의 제목(이며 동시에 이 영화의 원작의 제목)에 가장 부합한다.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고, 남편을 떠나고 싶은 마음, 그로 인한 죄책감, 그리고 애써 걱정이나 슬픔을 누르는 모습은 보석같이 느껴져서, 참 재능있는 여배우가 생각보다 활발하게 활동을 못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그 장면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요소는 정신병, 사랑, 성공, 휴머니즘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영화에는 맞춘 것처럼 들어있다. 실제 존 내쉬는 영화에서보다 사생활에서 더 비판받을 부분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평생을 환각에 시달렸고 정신병원을 몇차례나 드나들었던 존 내쉬의 불행에 공감과 안타까움이 몇 그램 덜해진다 하더라도, 노벨상을 수상한 그 순간까지 옆을 든든하게 지킨 아내의 헌신의 무게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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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티파니에서 아침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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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는 마릴린 먼로가 1순위였다고. 원작자도 처음에는 먼로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의외로 오드리 헵번이 한다고 해서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마릴린 먼로가 했어도 굉장히 잘 어울렸을 것 같지만 아마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2. 이 영화는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이 되었다. 티파니 유리창을 들여다보며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고 있는, 검정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한, 오드리 헵번의 모습과, 동일한 복장을 하고 긴 담뱃대를 손에 들고 정면을 보며 웃고 있는 사진은 이제 오드리 헵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다.

 

3. 개인적으로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에 가장 맞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이 아니었나 싶다. 유럽의 공주, 우아하고 고상한, 또 보호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이같이 순수하면서도 귀엽고 발랄하고 청순한 느낌이 딱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에서 콜걸치고는 오드리 헵번은 지나치게 우아하고 고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는 내내 마릴린 먼로가 했더라면 먼로 특유의 백치미와 잘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길이길이 남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창녀이면서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묘한 분위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자꾸 잔상에 남는 것 같다.

 

4. 대사 중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귀걸이는 그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뜻이라는 대사가 와닿았다. 진주 귀걸이가 어울릴 것 같다며 선물한 남자가, 여자를 떠올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하니 흐뭇하다.

 

5. "Moon river"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남는 명장면 하나! 영화를 안 봐도 알고 있는, 창문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 개인적으로 유럽 여행 갔을 때 네덜란드 풍차마을의 기념품 가게에서 이 노래를 연주하던 오르골이 생각이 났다. 음악은 가장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이다.

 

6.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 훌륭하다기 보다는 음악, 패션으로 오래오래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드리 헵번이 창가에 걸터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 유명한 장면은 영화사 사장은 삭제하자고 했으나 헵번의 고집으로 살아남은 장면이며, 영화 속 헵번의 의상 또한 당시의 글래머러스한 미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던 헵번이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디자이너 지방시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그와 교류하며, 스스로도 엄청나게 연구한 결과로 현대까지 사랑받는 스타일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정말 오드리 헵번이 온전히 좌우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극적인 사건이 있거나 눈을 떼지 못할 배경이 펼쳐진다거나 기가 막힌 대사가 나온다거나 하지 않는다. 늘 등장하는 장면도 극히 단조롭고, 나오는 사람도 제한되어 있다. 수없이 많은 영화와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할리우드에서 왜 그녀가 당대의 스타에 머물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아이콘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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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선현경의 일일일락
황인숙 글, 선현경 그림 / 마음산책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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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요법이 신앙치료나 정신의학보다 중요하다.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그 기술 자체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해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삶의 의미도 형식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령 노숙자에 대한 에릭 호퍼의 처방이다. 기술이란 뭔가를 고치거나 만드는 재주다. 그러니까 삶의 기반이 되는 물질세계에 가장 쓸모 있는 재주다. 설사 별 쓸모없더라도 어떤 기술이 있다는 것은 머리와 손끝이 팽팽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건데, 그건 생명감을 자극한다.

내게도 뭔가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너무 고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은 기술, 뭐 없을까? 알량하나마 내가 가진 유일한 기술, 기술記述하는 기술技術이 그렇긴 하지만 다른 진짜 기술 말이다.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돈벌이도 되는 양재, 미용, 요리, 제과, 도배, 스포츠 마사지 등등 소프트한 기술. 그런게 그런 기술양성 학원들은 왜 하나같이 곧 사라질 듯한 모습으로 이런저런 상가 건물에 숨어 있는 걸까?

그곳에서 습득한 기술로 영세 자영업자가 된 사람들이 홀연히 모여들어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의 배경같은 상가를 이룬다.

-> 짧은 글에 소중한 내용이 가득하다. 에릭 호퍼의 처방도 그렇고,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도읽어보고 싶다. 무엇보다 재미있으면서 고되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소프트한 기술에 대한 로망은 나도 있었기에 공감이 갔다.

 

1년여 틈틈이 전화통화를 시도하다 지쳐서 더 이상은 전화를 걸지 않게 된 친구가 있다. 그녀와 친하게 어울리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득 생각나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됐다. 너무 기뻤으나, 그녀는 남편과 모처럼 외식 중이라며 오기를 거절했다. 그전 같았으면 마주 반기며 남편과 함께 나중에라도 합류했을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통화였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내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이용해서 나인 줄 모르고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그녀 인생에서 퇴출된 모양이다. 나도 그녀를 좋아했지만 그녀도 내게 과분할 정도의 호감을 가졌었다. 그 호감을 지키지 못한 게 씁쓸하다.

우리가 따르는 한 어른이 명륜동으로 이사를 했을 때였다. 그 집들이 연락책을 맡아 그녀에게도 연락했는데 오기로 하고 오지 않았다. 그 며칠 후 웬일인지 궁금해서 다시 전화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시무룩이 "근데 무슨 일이라구요?" 물었다. 순간 벌컥 화를 내며 전화를 거칠게 끊어 버렸다. 다른 일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큰일이 그녀에게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건 그녀의 마음이 굳게 닫힌 뒤다.

-> 짧은 이 전문의 제목은 퇴출이다. 인간관계에서는 퇴출당하는 쪽보다 퇴출하는 쪽이 더 가슴아픈 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회피나 불편함 정도로 설명 되지 않는다. 나 또한 실제로 누군가를 내 인생에서 퇴출시켰던 경험이 있기는 있었다. 그 때의 가슴앓이를 생각하면 근거없이 마음이 아파져서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또 그 경험을 겪고 나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 소극적이라면, 억지로 적극적이 되려고 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나또한 부족한 인간이기에, 상대가 나를 로그아웃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서다.

 

 

체제도 관습도, 부모도 형제도 이웃도, 아무것도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착실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이 세상이 별일 없이 굴러간다. 그들이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고 집을 고치고 물건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며 '별 볼일 없는' 인새을 거부하지 않은 덕분에 혁명가도 반하아도 예술가도 히피도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다. 삶의 엄연한 쳇바퀴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 그들이라고 나는 말한다. '우리'가 아니고. 그건 내 인생이 별 볼일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가 세상의 장남 장녀들에게 얹혀사는 족속이라는 걸 알 따름이다. 그 같은 족속인 우리가 등 대고 다리를 뻗던 듬직한 존재가, 어느 날 문득 자기의 인생을 별 볼일 없다 비하하며 뼈저려 하는 걸 보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다.

->일본 영화 '유레루'를 보고 작가가 느낀 점. 아, 정말 내 가슴을 친다.

 

 

지금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 제법 체화돼 만사 덤덤한 편이지만 예전에는 나도 기가 죽거나 비탄에 빠지던 순간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대개 '생애주기'가 걸림돌이었던 것 같다. 학업 적령기에 놀고 있던 것, 내 나이 평균보다 항상 가난했던 것, 꽃다운 청춘시절을 고치 속에서 보내고 훌쩍 장년에 접어든 것 등등.

동갑내기 남자인 한 친구가 장가간다는 말을 들었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삽십 대 초반이었다. 그와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그저 보면 반가운 친구였을 뿐인데, 기분이 무지 이상했다. 마치 한밤에 숨바꼭질을 하다가 마지막 술래가 된 듯했다. 다들 집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혼자 남아 두리번거리는.

-> 이 느낌을 나도 느꼈었고, 내 주변 친구들도 느끼고 있다. 혼자만 뒤쳐지는 그 느낌을 숨바꼭질하다가 마지막 술래가 된 경우에 비교하다니! 한밤중에 혼자 남았구나, 하는 그 두려움, 절실히 다가온다. 여기에서 말하는 생애주기는 내가 흔히 알고 있는 생애주기와는 사뭇 다른 개념인가보다. 어쩌면 개념은 하나인데 잘못 인용해서 쓰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날 저녁, 루비처럼 예쁜 핏방울 모양의 배지를 아버지께 수줍게 보여드리며 헌헐을 자랑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셨다! 칭찬은 못하실 망정 헌혈했다고 야단을 치다니. 실망했지만, 자식이 자해한 꼴을 본 것 같았을 아버지 심정을 알 듯도 했다.

-> 나이가 들면 자식을 낳지 않아도 부모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특별히 시인이라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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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콘서트 2 심리학 콘서트
다고 아키라 지음, 장하영 옮김 / 스타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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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책을 산 지는 꽤 오래 전 일이다. 당시 출판계 트렌드는 심리학이었던 모양이다.

각종 심리학 책이 쏟아져 나왔다. 진화 심리학, 범죄 심리학, 경제 심리학, 연애 심리학...

이 책은 그런 쪽에 있어서는 '고전'이라고 할 만하다.

내 기억에 본격적인 심리학 열풍이 불고 나서 나온 것이 아니라

조금 앞서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덕에 시장을 주도하는 효과도 누렸다고 생각한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자는 일본의 심리학자다. 미국이나 유럽의 심리학 책을 읽고 8할은 공감하되, 2할에서는 의문이 들었다면, 이 책은 비슷한 문화적 환경 때문인지 이질감이 없고,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 더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르고.

 

내용이 어렵지 않고, 실생활에 접목되어 있으며, 하나의 심리학 내용이 짤막짤막하게 서술되어 있어 읽는 데에 큰 부담이 없다. 다만, 깊이 있는 내용이 있다거나 현상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요컨대, 가볍게 읽는 심리학 입문 책으로는 이만한 책을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이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심리학 전문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한계인 것인지, 아니면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한계인 것인지,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저런 현상에 대해서 설명은 가능하지만 해결책은 없다는 생각에 답답해진다. 예를 들면, "서로 반한 두 사람의 관계는 적게 반한 쪽이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은 과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또 그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지는 것이 남자와 여자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애를 하는 젊은 남녀 중 저 명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설령 안다고 해서 어떻게 되지 않는 게 사람 마음인 것이다.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대에게 적게 반할 수 있도록 마음 먹는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같은 하룻밤 날치기라도 자는 편이 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부분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시험 전날, 아니 학기 내내 그렇게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해 어쩔 줄을 몰랐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비록 완벽하게 복원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간 크게 시험 전 날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 늘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심리학이 그렇게나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에 소수만이 독점했을 심리학 정보들은 이제 다수에게 오픈되었다. 이런 책 한 권으로 나와 상대의 심리를 순식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생겼고, 책을 읽지 않아도 인터넷으로도 심리에 대해 아는 방법은 많다. 이제는 심리학에 통달한 사람들은 역으로 자신의 심리를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는 바람에,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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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하우스 - [할인행사]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산드라 블록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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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시월애를 워낙 좋아한지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는 작품을 꼭 보고 싶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1호 한국 영화라는 궁금증도 있지만,

그보다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이고,

각각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특히나 두 명 다 젊었을 때 출연했던 스피드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스피드 이후 10여년 만에 두 배우가 함께 출연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할리우드로 넘어가면서 원작의 기본 틀은 그대로 가져갔고,

강아지의 발자국, 주고받는 편지들, 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일,

그리고 처음 편지를 주고받던 시점으로부터 2년 후 일어난, 바로 그 사건이 어떻게 바뀌는지까지,

아주 오래 전에 본 시월애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아서 반가웠다.

 

하지만 상당부분 바뀐 경우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바뀌었고,

지나간 남자친구에 대한 여자친구의 반응, 그리고 여주인공의 캐릭터,

무엇보다 원작보다 더 많아진 두 남녀의 교감 등은 아마도 미국식 로맨스로 바뀌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워낙에 원작이 사랑을 받았고,

아무래도 풋풋했던 이정재, 전지현에 비해,

전성기를 훨씬 지난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모습으로 실망한 영화광들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리메이크 작이 훨씬 더 좋았다.

비록 원작에서의 몽환적인 느낌, 그리고 순수하고 신비스럽고 아련한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미국으로 건너온 스토리는 보다 현실적인 삶을 반영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이런 판타지가 마치 꼭 있을 것 같은, 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너무나 뽀송뽀송했던 우리나라 배우들에 비해,

할리우드의 두 배우는 연륜이 풍겨나왔고, 그로 인해 화면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떨어졌을 지언정, 둘의 사랑은 오히려 각자의 인생에서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만난

어른의 사랑처럼 느껴져서 더 좋았다.

 

또 지나간 남자친구에 연연하는 여자 주인공이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답답했는데

케이트는 그보다 좀 더 주체적이고, 또 자신의 일에 대해 뚜렷한 주관과 애정이 있어서

더 공감이 갔다.

 

과거에 진한 교감을 나누었던 에피소드 때문에 오히려 둘의 사랑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고. 8월에 개봉했다는데 지금쯤 개봉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가을이구나. 로맨스 영화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어쩌면 이런 계절에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이 계절을 만끽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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