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정혜신의 셀프 피부 관리법
정혜신 지음 / 경향미디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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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 약력을 살펴 보니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피부과 연수를 했고 현재 피부과 원장이기도 하다.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언론홍보대학원까지 졸업하였으며 한 아이의 엄마이고 화장품 광고를 비롯한 다수의 광고 모델과 공중파와 케이블 TV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을지, 자기 관리가 얼마나 투철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피부과 의사라는 계급장을 떼고, 한 여성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공을 기울이는지 알 것 같다. 직접 시간을 내어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는 강좌에 참가하여 천연 비누를 만들어 체험해 본 피부과 의사와 그렇지 않은 피부과 의사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피부관리에는 '반드시'가 없다. 로션을 바르거나 말거나 에센스를 건너 뛰거나 말거나, 그건 내 피부가 정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파운데이션을 맨 얼굴에 바르는 것에 대해 죄악에 가까운 공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직접 발라보면 알겠지만 피부에 전혀 해롭지 않다. 파운데이션은 기본적으로 모이스처라이저와 같은 조합에 색료만 첨가된 배합을 띤다.

 

화장품에 의지하지 말고, 오히려 생활 속에서 화이트닝 케어를 실천하라. 양산과 모자의 활용, 자외선 차단제의 상용으로 기미와 잡티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스턴트식품의 무분별한 섭취,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도 피부건강을 악화시켜 햇빛노출에 더 민감한 피부로 만드는 주범이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햇빛노출이 심했던 날은 잠자기 전에 녹차나 감자, 오이 등의 천연성분으로 팩을 해서 피부의 열기를 내려주는 것이 화이트닝 제품을 바르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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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첫 번째 이야기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1cm 시리즈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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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그림과 글을 같이 봐야 한다. 글만 보아도 참 좋지만, 그림과 함께 볼 때 더 의미가 살아난다. 가령,

 

 

여자의 쇼핑

 

여자의 역사는

쇼핑의 역사다

 

 

이 짧은 글과 함께, 책 한 페이지를 채우는 거대한 퇴적층이 등장한다. 평생동안 쇼핑한 물건이 쌓인 거대한 퇴적층이.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식빵 사이 잼

 

일상이 식빵이라면

행복은 식빵 사이

잼과 같다

 

숨겨져 있지만

일상을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 그림이 책을 펼치면 양쪽으로 등장하고, 이 글은 책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식빵 그림 위에 마치 잼처럼 빨간 글씨로 씌어 있다. 잘 구워진 향긋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달착지근한 잼이 혀에 닿는 느낌으로 이 글을 읽다 보면 일상이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사랑이, 믿음이, 지혜와 열정이, 위트가, 휴식이 더 필요하다.

 

사람을 1cm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고정관념을 1cm 바꾸고, 일상에 숨 쉴 틈 1cm으로 매일 1cm 자라기 위해서 말이다.

 

남자의 자격

 

비올 때 곁을 지켜 준 남자라면 무지개를 같이 볼 자격이 있는 남자다

 

 

청출어람

 

휼륭한 스승은 제자에게 가야 하는 길을 보여주고

훌륭한 제자는 스승에게 가지 못한 길을 보여준다

 

 

고통 없이 맛보는 열매

 

고통 없이

맛볼 수 있는 열매가

세상에 있다

 

그것은

베토벤의 교향곡이며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며

르네 마그리트의 순례자이며

로뎅의 지옥의 문이다

 

우리는,

창조의 고통으로 맺어진 그 열매를,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고선

고통없이 맛본다

 

천재들에 감사한다

 

 

자물쇠는 하나지만 열쇠는 여러 개

 

인생에 있어

자물쇠는 하나지만 열쇠는 여러 개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이라는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는

 

1리터의 물 혹은 1미리 리터의 눈물

Paris Match의 Saturday처럼 기분 좋은 곡

5분 동안의 전화수다 혹은 10분간의 낮잠

산책 나온 강아지 쳐다보기

꼬리에 꼬리를 무든 인터넷 쇼핑

가벼운 운동화 신고 조깅하기

오래된 편지 꺼내보기

....

...

..

 

그러니 지금

이별이든,

괜한 우울이든,

시험 낙방이든,

풀기 힘들 것 같은 자물쇠를 쥐고 있다면

잠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열쇠들은 의외로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옛 여자친구의 이름을

여자친구 이름 대신 부를 확률

 

험담을 쓴 문자를

당사자에게 보낼 확률

 

최근 살이 찐 직장동료에게

임신 몇 개월이냐고 물어볼 확률

 

자물쇠로 잠그는 일기장을

열쇠와 같이 잃어버릴 확률

 

인생에는

치명적인 실수를 할 확률이

곳곳에 도사린다

 

오늘 하루,

기쁜 일 없이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간절히 원하면 길이 생긴다

 

간절히 누군가가 보고 싶은 자에겐 그 사람에게 가는 길이~

 

간절히 꿈을 이루고 싶은 자에겐 그 꿈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이~

 

간절히 여행을 가고 싶은 자에겐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간절히 살고 싶은 자에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그것은 삶의 마법이다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우리는 누구나 마법사가 된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혜정이,

예를 들어 재연이,

예를 들어 상욱이,

예를 들어 제임스,

예를 들어 기석이,

 

누군가 당신을 예로 들 때

그것은 어떤 예일까?

 

인생을,

조금 더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는 많다

 

 

보물찾기

 

어디엔가 내가 매일 듣고 싶어할 음악이 연주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입맛에 딱 맞을 음식이 요리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눈을 감지 못할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평생을 함께 하고픈 사랑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인생의 보물이다

인생은 보물찾기다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찾지 않아도 우연히 찾아지는...

 

보물들은

어디에선가

어느 때인가

숨어 있다가

나타난다

 

그것이

매일매일 설레도 좋고

매일매일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하루의 어디엔가 한 달의 어디엔가 일년의 어디엔가

보물은 숨어 있다

집 안의 어디엔가 거리의 어디엔가 여행지의 어디엔가

보물은 숨어 있다

지나는 시간시간, 내딛는 발걸음발걸음

그 안에 숨어 있다 나타난다

 

오늘은 찾지 못해도 슬퍼하지 말 것

내일은 찾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찾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 것

멀리서 찾게 될지 모른다

 

때로는 보물을 찾는 과정이 보물이다

기대하고 설레는 것은 보물을 찾는 것만큼 즐겁다

 

인생은 보물찾기다

찾게 되면 즐거운,

찾지 못해도 여전히 즐거운-

 

그렇게 생각하는 누구에게나,

 

인생은 보물찾기다

 

 

세상이 나로 인해 좋아진다

 

1년이 365일로 나눠져 있는 것은,

365번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태양이 매일 떠오르는 것은,

매일 새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서이다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을 믿어라

그리고 365번의 기회와 매일 주어지는 새 힘을 활용하라

생각을 믿고, 그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결국,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나로 인해 세상이 나아짐을 보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이다

 

자신의 재능, 자신의 성향, 자신의 상황

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염두에 두며

그 이유대로 움직여라

 

신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당신을 세상에 내놓을 정도로

한가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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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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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청춘에게 서른 살이란 지금까지 누렸던 특혜를 박탈당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해 놓은 게 무엇이냐?"라는 식의 숙제 검사를 요구받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마치 결혼을 해 본 사람처럼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드는 생각. 결혼이라는 어마어마한 백과사전을 왜 그녀는 몇 단락만 읽고 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결혼한 지 30년이 넘은 나도 아직 60대의 결혼, 70대의 결혼에 대해선 다 읽지 못했는데 말이다.

 

결혼에도 춘하추동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혼은 20대의 사랑, 30대의 출산, 40대의 생산, 50~60대의 자아로의 환원, 70~80대의 죽음 등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익혀야 할 과목을 알려 주는 인생 수업과 같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법적, 인습적으로 묶어 준다. 위험한 세상에서 한 팀이 되어 살아갈 기본 단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사회학적인 의미의 '금고'라고 생각한다. 친정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으로 남아 주는 남편, 나의 길을 뒤에서 봐줄 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고 한다면, 그 첫째는 부모이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배우자다. 그런데 처음부터 완벽한 아내, 품격 있는 남편이 될 수는 없다. 누구나 원석을 골라내 보석으로 만드는 공정이 필요한데, 좋은 원석을 찾아내는 일부터 만만치가 않다. 결혼이란 서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상대에게 멋진 보석이 되고자 노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내게 헌신할 줄 아는 남자, 평생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남자라면 훌륭한 배우자감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내가 참 싫어하는 말이 있다. '삽질하다.' 가장 빠른 길을 놔두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마디로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일이 바로 삽질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결과와 상관없다고 해서 삽질을 손해로만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도 저해가 된다. N. 보르가 말했다.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 지금은 삽질이 손실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삽질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성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없도다 아직 한 평의 땅도 갖지 못한 청춘일수록 삽질은 꼭 해야 할 신성한 노동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다면 일단 뭐든 해 봐야 결론이 나올 게 아닌가.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면 어느 순간 선택을 하는 데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마흔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고민하는 분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만약 그들이 젊은 시절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엉뚱한 곳에 삽질이라도 해 봤다면 어땠을까? 씨앗 하나 심을 만한 작은 웅덩이라도 파 놓았다면 어땠을까? 설사 퇴직을 앞두고 있어도 인생 2막에 심어야 할 씨앗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시케타가 말했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일수록 쉽게 일어선다. 반대로 넘어지지 않는 방법만을 배우면 결국에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삽질로 각종 유기물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삽 뜨는 법조차 모른다. 삽질의 부재는 경험의 부재이며, 경험의 부재는 그 사람의 능력과 크기를 제한해서 설사 포크레인이 바로 옆에 있어도 절대로 웅덩이를 팔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마흔이 되고, 쉰이 넘으면 지킬 것이 많아져 쉽게 삽을 들 수 없게 된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 실수도 많겠지만 그만큼 후회도 적다.

 

서른 살 청춘들은 직업이나 배우자 문제처럼 인생을 좌우할 만한 중대한 선택들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스무 살, 서른 살 때 하는 선택이 최선인지 아닌지를 알아채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그 모든 선택지를 따지고 계산하겠다고 뛰어드는 것만큼 무모한 일도 없다.

 

거절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없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일이다. 어쩌면 거절당한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뒤에서 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소설가 김훈의 말을 기억하렴. "사람들이 작당해서 나를 욕할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 니들 마음대로 해 봐라.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앞으로는 남성적 리더십과 여성적 리더십을 모두 아우르는 인재가 각광받을 거라고 한다. 효율성과 조직적인 사고가 강한 남성적 특성과 소통과 조율에 능한 여성적 특성은 둘 다 필요하고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도 남성적 문화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아이를 낳건 낳지 않건 어쨌든 앞으로는 평생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에 있어 프로가 되는 것만큼이나 회사라는 조직을 이해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나 혼자 '똑똑함'으로 승부하려 하지 마라. 회사가 발전하는 것은 똑똑한 개인 때문이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이 하나가 되어 생산적으로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똑똑해도 그것을 내세우기보다 조직 전체가 협업의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기여해야 한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2퍼센트 부족한 듯 허름에 보이나 속으로 단단한 사람이다. 그들은 상대로 하여금 쉽게 마음의 빗장을 풀도록 만든다. 똑똑함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함께 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럴 때 네가 더 멀리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네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만나지 마라"라고 했었지. 그 말이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가 너를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라는 말이었다.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바라는 것을 솔직히 얘기하고 때론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나눌 수 있어야 사랑의 지평이 펼쳐진다. 사랑이라는 건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면면들을 일깨우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연애 비법 같은 것으로 자신을 감추어선 안 된다. 그리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곁에 연인이 있음에도 이별을 떠올릴 만큼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혼자 그 사랑을 짊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랑에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기만 챙기고 이기적으로 사랑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남자 친구를 사랑하되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게을러지지 말자는 뜻이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것과 자녀의 정서적 건강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영국 런던 대학 애니 맥먼 박사는 영국 어린이 1만 20000명을 대상으로 엄마의 직업 유무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엄마가 직업이 있는지 여부는 자녀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 잘하려 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줄 알고 가능한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슈퍼우먼이 되기 위해 애쓸수록 힘든 것은 자신뿐이다. 그리고 힘든 만큼 당연히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게 되는데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도 "슈퍼우먼이 되라"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하라.

 

두 번째로 워킹맘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양육에 있어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아이가 만 3세까지는 삶에서 육아를 우선으로 하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하며 양육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더라도 엄마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네 번째로 남편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못하는 것은 빨리 못한다고 말하고 주위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엄마들 역시 딸로부터의 독립이 어렵다. 딸의 성장 과정에서 유독 강렬한 정서적 일체감을 경험한 엄마들일수록 딸의 독립은 엄청난 심리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제 성인이 된 딸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내면의 엄마는 지워야 할 과거다. 딸은 자신을 억누르는 엄마의 그늘을 모두 지우고, 엄마가 바뀔 수 있다는 미련조차 버리고 떠나야 한다.

 

맬번 비느니스 스쿨의 교수인 존 암스트롱은 돈과의 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꼽았다. 그는 돈에 대해 무관심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괴테는 부유한 집 출신이었지만 독립을 원했다. 그래서 독립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법조인에서 정부 고문관으로 바꿨다. 그는 일에도 만전을 기했고 모든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획득한 자유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글을 썼다. 그는 돈을 버는 일과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글쓰기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다.

 

명품 가방을 살 때 우리는 가방 자체가 아닌 브랜드를 소비한다. 그 브랜드를 매고 있는 자신도 명품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다. 젊을수록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나도 공감하고 이해한다. 어찌 보면 명품은 타인의 관심을 사는 시간을 줄여 준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얻은 관심은 일회용밖에 되지 못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스캇 펙 박사는 "사랑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신을 확장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 사람과 만나 겪는 황홀한 순간을 온몸으로 즐긴다. 이것도 에너지를 쏟는 행위지만 읮를 갖고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랑에 빠지는 단계를 지나 사랑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람의 성장에 주목하며, 자신의 선입견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듣지 않고, 진정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랑은 특정 대상을 만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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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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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시리즈로 유명한 장 자크 상뻬의 책이다.

 

어느 블로그에서였나? 장 자크 상뻬의 대표적인 그림책 시리즈 3권이라고 해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친구, 그리고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세 작품을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시리즈가 다르게 묶이는 것 같다. 어쩌면 각각 독립된 책인데 출판사 쪽에서는 편의상, 내가 본 블로그 주인은 주관적으로 분류했을 수도 있지만.

 

상뻬의 그림은 수채화인가? 아무튼 투명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든다. 갸냘프고 떨리는 것 같은 선들은 주인공들의 소심하면서도 예민한, 또 순진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매니아도 아니라서 그림의 의미를 좀 더 알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문외한이 나 같은 사람들이 아무런 지식이나 의미 해석 없이도 편안하게 책을 감상하고, 자꾸 또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상뻬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자전거-따뷔랭

햄-프로냐르

안경-비파이유

 

사진-피구뉴

 

이렇게만 보면 그저 밋밋했던 흐름에 의외의 비밀로 인해 긴장이 생기고, 그 긴장은 마지막 장까지 이어진다.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왜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일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장에서 결국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가 생기기 전까지, 따뷔랭은 '아이'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어서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그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능력을 가졌다의 정도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매커니즘이 관여하는구나, 하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과 함께, 반드시 내 일을 좋아하거나 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위로,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의외의 우연(!)이 나에게도 올 가능성은 분명히 있으며 그 때는 나도 '결정적인 순간'을 내 인생에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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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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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은 인기 있는 DJ였던 모양이다.

3년 반 동안 라디오로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졌던 입담 좋은 이 남자가 진행하던

라디오 코너 중 하나가 '그녀가 말했다'이다.

3년 반이라면, 결코 짧지는 않지만 워낙 오랫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라디오 속의 코너 '그녀가 말했다'는 책으로 나왔고, 인기가 많아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두번째 책이 나왔으며, 둘 다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그녀가 말했다'라는, 라디오 코너와 똑같은 제목의 노래가 토이의 앨범에 실려서 인기를 끌었다.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아무래도 고독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공감받으며 위로받고, 내일을 위한 힘을 내는 경우가 많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런 특성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살 무렵이 딱 그랬다. 덮어놓고 이해받고 싶었다. 무조건 격려받고 싶었다.

 

지금도 이 책을 살 때의 시간을 떠올려 보면, 몇 년 전 그 울고 싶었던 시기, 막막하기만 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 나조차도 주체하지 못했던 그 감정은 이제는 기억 속에 남았지만, 잊어버린 것은 아니라서 책을 보다 보면 슬금슬금 그 때의 기분이 느껴지는 것이다. 더 이상 그 때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행복을 사는 방법>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적어도 인간은 물질적인 욕구만 충족되면 행복해지는 존재로

설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잘 들어봐, 행복을 사는 방법도 있다고 하거든."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 중에는

새로 나온 가전제품을 살 때 느끼는 쾌감도 있고

새로 산 휴대전화의 첨단 기능을 익히면서 얻는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물질적인 만족감은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서

금방 다른 물건으로 관심이 옮아간다.

 

'만일 천 원이 있다면 엽서를 사보자.'

그 엽서에 손으로 글씨를 쓰고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그것을 받는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엽서를 쓰는 방법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일에 돈을 쓸 때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

 

여행의 의의는 '일상을 잠깐 멈춘다'는 것에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직장인이라면, 대개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회사에 도착하고 그 후에는 퇴근할 때까지 책상 앞을 지켜야 하는

판에 박힌 생활을 할 겁니다.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책상 위에는 그날 분량만큼의 스트레스가 쌓여 있겠죠.

하지만 여행을 가면 그 반복되는 과정이 딱 멈추게 됩니다.

즉,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거죠.

또 행복해지고 싶다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대신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내세요.

그리고 그 친구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사주세요.

 

읽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정말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지만, 그래도 그 행복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 어차피 돈을 써야 행복하다면 쓰고도 더 많은 행복, 더 오래가는 행복을 누리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의 리스트>

 

시간낭비 습관들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만일 여러분이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책장에 꽂혀있던 에세이집을 차례로 뒤적거리거나

황혼에서 새벽까지 미국 드라마를 봤다면,

지금 당장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허비해가벼 익혔던 잡다한 경험과 기술들이

친구를 만나는 데, 동료를 이해하는 데, 또 일을 추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언젠가는 알게 될 거에요.

우리의 인생은 잡다한 것에 관심을 두고 샛길로 자꾸 빠지는 과정,

즉 시간낭비 속에서 풍부해지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은 어쩌면 자기 위로에 그치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쯤 스펙에 좌절해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이런 식의 여유 따위 부릴 사치 없다는 생각도 들 테고. 하지만 뭐가 정답이든 무슨 상관이람. 그저 위안일 뿐이라도 낭비처럼 보였던 수많은 나의 시간들이 '내일을 위한 저축'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나는데.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꽃을 싫어한다기보다 꽃을 봐도 아름다움을 못 느낄 수는 있겠지.

나 고등학교 다닐 때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졌어.

아버지가 구조조정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셨거든.

집 안에 모든 불을 다 켜도 집이 밝아지지 않았어.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전혀 웃지 않는 아버지와 같이

TV를 보는 건 마음 아픈 일이었어.

그때는 활짝 핀 꽃을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했지."

 

"나도 그런 적 있었어.

어머니가 아주 오랫동안 많이 아프셨어.

그 몇 년 동안 꽃이 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스르르 허물어졌지."

 

그 시절에는 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포기하고 싶어졌다.

도저히 다른 사람들처럼 걸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면서

어려운 나날들은 꽃잎과 함께 쓸려 가버렸다.

그날 두 사람은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남다른 친밀감을 갖게 되었었다.

서로 상대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사람도 나처럼 많이 아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내밀한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는다고 느낄 때만

진짜 이야기를 하는 법이니까.

 

최근에 당신이 꽃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것입니다.

최근에 노을을 보고 감탄했다면 당신은 행복한 겁니다.

만일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모든 인생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고

또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멋진 인생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하얀 목련이 강냉이 굽듯이 펑하고 피어날 때

이미 그 안에는 갈색으로 변해 땅에 떨어질 꽃잎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동생이 뜯어놓은 솜뭉치처럼 탐스럽게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피어날 미래도 숨어 있죠.

 

꽃이 피고, 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힘든 시간을 겪은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위로를 줄 수 있는 반가운 시간도 오겠지.

 

 

<에코의 진실, 혹은 농담>

 

인생에 대해서 말하자면, 인생은 진실 혹은 농담입니다.

거짓과 가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농담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오스카 와일드도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었죠.

"삶이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늘 진지하게만 말할 대상은 아니다."

세상에는 자신만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과잉된 진실의 피로를 푸는 것은 농담이죠.

또 제대로 된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진실은 농담이라는 은유를 통해 자신을 슬쩍슬쩍 내보이거든요.

더 나아가, 진실은 무엇일까요?

농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인

커트 보네거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좀처럼 칠판 위에 진실을 그리지 못한다."

 

저 밑줄 친 부분 정말 좋다. 과잉된 진실, 그로 인한 피로, 해결책인 농담.

 

 

<조금 더 멋진 얼굴이 되는 방법>

 

그녀는 새로운 휴대전화가 생길 떄마다 꼭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

새로운 기계에 큰 흥미가 있거나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건 아니었지만

휴대전화를 새로 사게 되면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의식을 치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찍힌 사진을 보고는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달라진 것처럼 보였어. 2년 반 사이에.'

 

그녀는 이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꺼내서

몇 년 전의 모습들을 다시 들여다봤다.

어떤 날에 그녀는 귀엽게 웃고 있었고

다른 날에 그녀는 조금 지친 듯이 보였다.

행복한 생각을 많이 했던 날 찍은 사진과

그렇지 못한 날 찍은 사진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일 내가 본 내 모습도 이렇게 다르다면

다른 사람이 본 나의 모습도 마찬가지겠구나.

그러면 행복한 순간에 만난 사람들만

날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하겠구나.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날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10년 후에 찍게 될 자신의 사진을 상상했다.

그녀는 종종 낮에도 꿈을 꾸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미래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나게 된다면 좋겠지만

미래의 일은 그녀도,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넉넉한 마음으로 넘길 수 있기를.

설사 누군가가 나를 아프게 한다면

그 사람을 많이 원망하지 않기를.

나를 아프게 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면

나의 허물에도 관대해지기를.

그래서 10년이 흐른 후에는 더 멋진 얼굴이 되기를.'

 

비슷한 일 나도 겪었었다. 20대 초반에 나름대로 큰 좌절을 겪고 나서, 마음을 추스릴 겸 갔던 짧은 여행. 혼자 간 여행이라서 다른 여행객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저녁 때 그날 종일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복기해보니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내 표정이 너무나 굳어 있어서. 원래 나는 어릴 때부터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동적으로 웃던 아이였는데, 당시 1년여 동안 셀카도 찍지 못할 정도의 감정의 골짜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시절을 막 벗어나니, 나는 카메라를 보고 웃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시간이 20년 동안 몸에 박힌 습관마저 바꾼 것이다. 웃을 일이 없다보니, 웃는 게 어색해진 것이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다집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사진을 찍을 때는 웃겠다고.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MGMT의 <Time To Pretend>.

그는 말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간에, 지하철 2호선 안에서 MGMT의 음악을 듣는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말이다.

행운의 여신이 준 굉장한 선물이 눈앞에 있는데,

말을 걸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그는 말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요."

 

그는 수업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

그녀를 따라 홍대입구역에서 내렸고

두 사람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사 들고 산책을 이어갔다.

그는 산책하는 동안 자신의 22년 인새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고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 이야기하는 데

커피를 내리는 시간보다 조금 긴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그동안 계속 웃었다.

 

이 짧은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것은 22살 청년의 가장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기, 그야말로 청춘의 한 페이지가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때 내 나이도 22살이었다. 지나치게 낯선 사람을 경계했던 탓인지, 겁이 많았었는지, 아니면 그런 순간이 나에게 자주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는 이 이야기의 그녀처럼 처음 만난 그를 대하지는 못했다. 이국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때의 상황도, 더운 여름에 환하게 부서졌던 햇살도, 짧은 흰 색의 옷을 입고 있던 그 사람이 꽤 잘생겼었다는 것도, 웃으며 말을 걸었다는 것도, 전부 다 기억이 나는 데다가 몇 년 전의 일이 최근에 와서 종종 생각난다는 것이 참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나의 무신경함 때문에 어쩌면 내 인생에서 비포선라이즈와 같은 일이 생길 뻔하다가 말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아쉬워서인지도. 그리고 그 시간은 다시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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