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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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확 끌렸다. 대체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는 무슨 뜻일까.

 

어릴 때 고향에서 어울렸던 5명 중 유일하게 이름에 색을 나타내는 한자가 들어 있지 않았던 다자키 쓰쿠루. 그래서 색채가 없다는 설명.

 

글쎄, 이제까지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 중 가장 쉽게 읽을 수 있기는 했지만, 또 읽으면서 꼭 뭔가 목이나 배에 걸린 것 같은 그런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뭔가 이상하다. 하루키 소설에서 늘 볼 수 있는 그 용두사미 같은 그 느낌? 결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서두를 거창하게 꺼냈었나? 하는 느낌이 들고.

 

이 책은 여태껏 내가 읽은 하루키의 소설의 요소들이 다 조금씩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친구 중 한 명을 찾기 위해 북유럽까지 날아가는 장면은 '노르웨이의 숲'과 겹치고, 꿈인듯 생시인듯 아리송한 정사는 '1Q84'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아, 남자 주인공이 싱글이며 연상의 여인과 교제 중인, 다소 우유부단하지만 부드러운 면모가 있다는 것도 거의 모든 하루키 소설의 특징 아니었던가?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왜 그렇게 사람들이 하루키에 열광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 탓인지, 학창시절에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지금도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진짜 사회적 흐름을 못 맞추고 있는 내가 문제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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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바 마틴 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만큼은 이런 저런 서평을 길게 늘어놓고 싶지 않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책.

 

눈으로는 즐겁고 마음으로는 편안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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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아무런 열정도 설렘도 없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음악, 미술, 춤, 게임 같은 것들에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다 보니 그저 책상 앞에 안장 공부만 하는 그 지루한 시간을 비교적 덤덤히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불러내는 친구도 없고 별다른 유혹거리도 없이 나는 그냥 입시를 위해 공부를 해나갈 수 있었다.

훗날 사회에 나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공부만' 잘했던 사람이 꽤 많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 하는지도 모른 채 고속열차처럼 학창시절을 내다리다가 어느 날 '툭'하고 세상에 내던져진 그런 사람들 말이다.

얼마나 황당한지 모른다. 학교에서야 정말 잘나갔지만 사회는 공부와는 전혀 다른 것드로 굴러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사회에서 필요한 것, 예컨대 '관계의 기술' 같은 것들은 책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어릴 대 친구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는 '몸의 습관'과도 같은 것들이다.

그것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사회에 나가서야 비로소 학교 때는 보이지 않던 '의지의 인간'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버릇처럼 '난 기필코 이 일을 꼭 해내고야 말 테야!'라고 외치며 살아간다.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절실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고교 3학년, 그저 오빠가 다녔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공부를 했던 나에게 그런 '가슴 떨리는 꿈'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아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일 것이다.

 

"평생 이 일을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면 그건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거야. 낮 동안에는 그걸 인식할 겨를이 없지만, 밤이 되면 절실히 와 닿게 마련이지. 미녀들의 웃음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 값비싼 양주는 소품에 불과해. 능숙한 서비스도 역시 소품이야.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의 메아리인 것 같아."

 

"가족이란 건 말이야,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질긴 끈 같은 걸로 단단히 연결돼 있어야 해. 안 그러면 엉망이 돼 버리거든. 가족이든 친구든 자기 주변 사람들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인생이란 게 비극으로 치닫게 돼."

 

호스티스들은 저마다 화려하게 살기 위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해외 유학을 가기 위해, 혹은 자기 가게를 열기 위해 대부분 투잡으로 일을 한다. 나 역시 낮엔 파견사원, 밤엔 호스티스로 일하고 있지만, 치카처럼 목적과 수단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는 두 가지 일 모두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화려한 마지막'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솔직히 라스베이거스 행 역시 인생의 목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한시적이다. 나에게 그 다음은 없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1년짜리 시한부 에너지인 셈이다.

하지만 치카는 그렇지 않다. 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힘은 연극이라는 인생의 목적과 호스티스라는 수단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에서 나오고 있다. 바닷가의 아름다운 음악 카페를 꿈꾸는 레이나의 힘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무대'를 가진 사람 특유의 자신감과 지속적인 당당함,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없다.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사람들은 긴 학창시절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없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올리고 많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도 대부분 인생의 수단을 갖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가르쳐 주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란 건 어쩌면 투명한 막에 가려진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 투명 막을 뚫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미치도록 무섭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또 하나의 평범한 세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불과 15분 전만 해도 내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놀라우리만치 급속도로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포즈는 15분 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란 너무 괴로운 일이다. 휴식 시간이 끝나도 다시 포즈를 취했을 때도 여전히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구나.'

 

'같은 시간, 같은 포즈, 같은 표정의 나를 보고 있는데 그리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내가 알고 있는 나는 하나뿐이지만, 남들이 보는 나는 천차만별이었다. 사실 그림 속의 나는 '나'이면서 또한 내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느끼는 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알고 있는 느낌과 나의 기준대로 이해받길 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왜 아무도 날 이해해 주지 않을까?'하고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생각과 느낌은 십인십색,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나와 똑같은 느낌을 요구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나에 대한 남들의 느낌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뚫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

 

아마 클럽 사와의 마담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뭐든지 곧이곧대로 흡수할 수 밖에 없는 신출내기였기에 일일이 호스티스의 마음가짐과 교양 있는 태도를 가르쳐 주고 또 귀엽게 봐주었겠지.

나는 사람들한테는 '가르쳐 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무지'가 의외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난 늘 혼자였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어. 혼자서 그림 그리고 생각에 잠기는 그 시간이 좋았거든. 늙어 죽을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오히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뱡향이 뿌옇게 흐려지곤 했어. 그래서 자꾸 나도 모르게 무리에서 떨어져 지내게 되더라. 적어도 혼자서 나를 만나는 그 시간만큼은 내 믿음을 확신할 수 있었거든. 뭐랄까, 인생의 목적은 늘 분명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뭘 해야 할지, 그런 목표는 약간 희미했었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라스베이거스라는 선명한 목표를 가진 것처럼 이제 나도 분명하고 확실한 목표를 정해야 할 것 같아."

삶의 목적을 알고 있는 미나코는 방향을 잃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발걸음이 너무 더디다고 했다.반대로 나는 눈앞의 목표는 너무도 선명하지만 삶의 목적을 모르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 이후의 시간을 상상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인생이란 바다는 목적이나 목표 하나만으로는 불완전한 항해를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신대륙을 찾아가는 범선은 타륜으로써 방향을 잡지만, 돛과 노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결국 미나코와 나는 각각 하나씩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요즘 여자애들은 서른만 넘으면 나이 들었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며? 웃기지 말라고 해. 인생은 더러게 길어. 꽤 살았구나, 해도 아직 한창 남은 게 인생이야. 이 일 저 일 다 해보고 남편 자식 다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할 만큼 길지. 100미터 경주인 줄 알고 전력질주하다 보면 큰코다쳐. 아직 달려야 할 거리가 무지무지하게 많이 남았는데, 시작부터 힘 다 쏟으면 어쩔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딱 한마디만 해줄게. 60 넘어서고 자기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잘 찾아봐. 그걸 지금부터 슬슬 준비하란 말이야."

 

"샴, 이 정도 실력이면 직접 가게를 차려도 되겠는 걸? 청소나 주방보조로 남기엔 너무 아까운 실력이야."

"사실 처음엔 그런 꿈으로 일본에 왔어.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인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보수를 많이 받거든. 그러다 보니 자꾸 나 스스로 계획을 미루게 되더란 말이지. 고향에 있을 때 나한테 요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이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스물아홉 살이 될 때까지 끝없이 안정적인 생활만을 추구하며 살다가 결국 자멸해 버린 나로서는 샴의 이야기가 쓰디쓴 약처럼 느껴졌다.

 

"초보 카레이서들은 매순간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으려고만 한대. 하지만 노련한 카레이서는 가속페달보다는 브레이크를 더 잘 쓴다는 거야. 브레이크를 안 쓰면 차가 커브 길에서 전복되거나 엔진 과열로 폭발할 수 있어. 너를 결승선까지 데려다 주는 건 네 몸뿐이야. 몸을 홀대하면 결국 몸이 너를 거부하게 될 거야."

 

나는 꼬깃꼬깃한 5달러 지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지폐 속 링컨의 얼굴도 꼬깃꼬깃 주름져 있었다. 갑자기 그가 내게 말을 건넬 것만 같다.

"승리를 축하한다, 아마리!"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왔을 이 5달러짜리 지폐가 갑자기 나를 뭉클하게 했다. 1년이라는 치열한 시간을 환전해서 여기까지 날아와 인생을 건 도박 끝에 5달러를 번 것이다.

'......그래, 이긴 거야. 달랑 5달러지만 난 이긴 거야!'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겼다! 인생 최대의 승부에서 승리한 거야!'

 

예정대로라면 나는 지금 통에 든 알약을 모조리 입 안으로 털어 넣어야 한다. 그럴 각오로 오늘 이 순간까지 내쳐 달려온 것이다. '기꺼이 죽겠다'라는 각오가 없었으면, 나는 지난 1년 중 단 하루도 온전히 살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계획했던 모든 일들을 완수했고, 목표했던 결승선까지 완주한 지금, 나에겐 최후의 선택만이 남았다.

'어째서 5달러를 땄을까?'

날고 긴다는 카지노의 딜러와 대결해서 몽땅 털리기는커녕 5달러를 땄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나는 완전히 잃거나 대박을 터뜨리는 것, 그 두 가지 경우의 수만 생각했었다.

불현듯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은 비긴 것이다. 하지만 너에게 5달러를 남겨 준다. 그러니 이제 다시 너의 게임을 시작하라.'

나는 그 5달러를 '새로운 시작'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500달러도 아니고 5천 달러도 아니다. 달랑 5달러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큰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1년이 흘렀다. 서른 한 살.

나는 지금 오다이바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텔리전트 빌딩 창가에 서 있다. 그 사이 나는 파이낸셜클래너 자격을 취득했고, 세상 물정 어두운 엄마까지도 이름을알고 있는 글로벌 회사에서 정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가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6일을 떠올리곤 한다.

기나긴 인생에서 6일이라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방바닥에 드러누워 만화책을 볼 수도 있고, 술에 취해 비틀거릴 수도 있으며,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자포자기하며 지낼 수도 있다. 예전의 나는 수많은 세월을 그렇게 휴지조각처럼 살았엇다. 남은 인생마저 계속 그럴 거라면 그냥 죽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라스베이거스에서 아낌없이 불태우고 죽으리라'는 주문을 걸었고, 매일매일 디데이를 향해 카운트다운을 가동했다. 그리고 그 마법은 통했다. 이제 나는 마법을 믿는다.

인생에서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끝'을 의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만 했었다. 하지만 D-365, D-364, D-363......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치열하게 내달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난폭한 방식의 자기개혁이었지만,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했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 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막의 판타지 공간에서 보냈던 20대의 마지막 6일이 나를 바꿔 버렸다.

나는 단 6일을 위해 1년을 살았고, 삶을 끝내기 위해 6일을 불태웠다. 그 끄트머리에서 '20대의 나'는 죽고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났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내일'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키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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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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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상담을 시작한 것은 이 근처 아이들과의 말장난 때문이었지요. 나미야라는 우리 잡화점 이름을 짖궂게 '나야미, 나야미'하면서 놀리더라고요. 간판에 '상품 주문 가능. 상담해드립니다'라고 써 있는데, 아이들이 그럼 나야미(고민) 상담도 해주느냐고 자꾸 묻는 거예요. 그래서 그야 물론이다, 어떤 것이든 다 받아주겠다, 라고 했더니 정말로 아이들이 고민을 상담하겠다고 찾아오더군요. 우스갯소리처럼 시작된 일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장난기 가득한 상담만 들어왔어요. 공부는 하기 싫은데 성적표에는 모두 '수'를 받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는 식이예요. 하지만 나도 고집이 있는지라 그런 상담에도 진지하게 답을 써서 벽에 붙여줬죠. 그랬더니 차츰 진지한 내용이 많아지더군요. 아버지 어머니가 자꾸 싸워서 힘들다든가, 하는 것이었어요. 나중에는 상담 내용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에 넣도록 했습니다. 답장은 가게 뒤쪽 출입문에 달린 목제 우유 상자에 넣어줍니다. 그러면 익명으로 상담하려는 사람들도 마음 편히 편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랬더니 언제부터인지 어른들도 고민거리를 편지로 써서 넣어주더라고요. 나 같은 평범한 노인네한테서 상담을 해봤자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떻든 내 나름대로 열심히 궁리해서 답장을 써드리고 있어요."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니.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하지만 영상에서 감지되는 것은 있었다. 마음이 뿔뿔히 흩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도 직접 타투거나 하지는 않는다. 연주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네 사람은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거기서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들 이미 알고 있다.......

이게 뭔가. 기대했던 것과 너무도 다르다. 멤버들끼리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는 일도 없고 대화는 번번이 어긋난다. 그들의 입에서는 불만과 미움, 그리고 차가운 미소가 흘러나올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잔을 내려놓고 고스케는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영화였다. 그것을 보고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통감했었다.

하지만.......

비디오 영상 속의 비틀스는 고스케의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옛날에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그들의 마음이 뿔뿔히 흩어져 있고 연주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것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라보니 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령 해체를 앞두고 있더라도 넷이서 연주할 때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작품을 쓸 때,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싫어했던 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소설, 그러면서도 삶의 심오한 기척 또한 놓치지 않는 작품은 세상 모든 소설가의 꿈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꿈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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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2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 마지막인 어제 지인이 보내온 미술관 티켓. 린다 메카트니 사진전.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 그의 부인입니다.패밀리 라이프 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해서 1층부터 4층에 이르기까지
물론. 그녀의 사진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확실한건 린다의 사진은 정확한 포커스를 가지고 뭘 바라봐야하는지..아주 정밀하게 세심한 시선으로 가족과 그의 동료들을 바라봐주었다.라는것.
저도 딸과 엄마와양부 와 함께 사진전을 관람했어요.
가슴 밑에서
뭔가 차갑기도하고 따듯한 것 같기도 한
그런게 찰랑 찰랑 차오르는 그런 걸 느꼈어요.
흔한 사진전 일 거라 생각한...오판.
다시 한번 더 보러 가자고 딸과 약속 했어요.
대림 미술관 인데 재관람이 가능하거든요.
역시나...나미야ㅡ의..기적은..계속 되는 지도 몰라요.
 
노트북
닉 카사베츠 감독, 라이언 고슬링 외 출연, 니콜라스 스파크스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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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 눈에 반한 사랑, 신분 차로 인한 결별, 긴 시간 동안 서로를 향한 그리움, 오해와 엇갈림,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엔 재회, 죽을 때까지 해피 엔딩.

 

진부할려고 해도 이렇게 진부할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이토록 인기를 끈 것은

 

약간의 비틀림으로 인한 반전 아닌 반전, 그리고 영화 촬영 당시에만 하더라도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주인공 배우들의 호연과 매력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해서 보게 되고,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잔상이 남는다거나, 계속 반복해서 보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 없이 가볍게 보고 싶을 때.

 

주말 밤, 시간은 있는데 갑자기 문득 외롭다거나, 미래에 대한 실체 모를 불안에 휩싸이거나

뭐가 문제인지도 모를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거나,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싹 사라질 걱정 때문에 고민이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펑펑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을 때, 볼 만한 영화.

 

 

덧붙임.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동을 증폭시키는 뒷이야기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니콜라스 스팍스의 장인, 장모의 이야기라고 한다. 분명히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희박한 이야기,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꿈꾸지만, 그저 가슴에 묻어두고 가끔 꺼내 볼 경우가 훨씬 많은 그런 사랑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 남녀간의 사랑만큼 변하기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살다 보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이렇게 평생을 살다간 사람들이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위로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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