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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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아니 생명체는 탄생과 함께 싫든 좋든 나이를 부여받는다. 나이 든다는 것, 나이 먹는다는 것,은 ‘결국은 삶을 살아내는 것’과 동의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던 내가 살을 좀 빼보고자 다이어트를 하면서 술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는데, 조금 덜 피곤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거짓말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술을 마시면 다음날 피곤함이 훅 밀려드는 것은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두 잔만 마셔도 다음날 입안에서 맴도는 케케묵은 냄새들이 역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한 걸 보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_하는 생각을 더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의 소망 같다. 아프지 않은 노인이 된다는 것. 그래서 검진 외에 병원비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지 않는 노인이 되는 것 말이다. 병원에 가지 않으려면 건강을 챙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적정한 식습관이 요구되는 것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 책은 아침에 출근 전 열 장 내외로 읽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껴서 퇴근 후에도 이 책을 읽어나갔다.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건 논외로 둔다. 좀 더 열심히 읽고 싶어서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도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론 운동과 식습관을 배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8할 이상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9. 우리 가족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하는 건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유기농 구기자를 사들이는 대신에 우리 가족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집중해야 했다. 제일 좋은 건강 측정기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았어야 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게 건강과 수명 연장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보다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할 것을 강조한다.



17. 본인이 100세까지 장수하거나 자녀가 100세까지 장수하도록 키운다는 건 대개 무슨 일인가를 더 하기보다 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뒤로 물러서고, 걱정을 덜 하며, 물건을 덜 사야 한다는 뜻이다. 장난감, 운동 기구, 유기농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자유로이 놀게 하고 더러워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뜻이다. 여유를 갖고, 친구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자주 웃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일들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덜 걱정하고, 덜 구매하고, 더 자유롭게 행동하며, 여유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더 자주 웃는 것.

내가 여기에서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나는 반도 못하고 있잖아?




123.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같은 사회성 호르몬을 늘려 건강을 개선하려면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많이 하라. 자주 파트너에게 입을 맞추고, 아이의 손을 잡으며, 친구들을 껴안아라. 서로의 등을 안마하라. 상대의 눈을 마주 보는 일을 잊지 마라.


201.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한 건 긍정성, 고마워하는 마음, 놀이공원 가기이다.


202. “우리는 주장하지 않고 듣고 있어요. 늘 그랬지요.”


205.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소식을 나누는 일이 불행한 문제에 직면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좋은 일을 함께하면 서로가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기회를 봐서 그날그날 있었던 기분 좋은 일을 소중한 사람에게 말해주라.

배우자의 좋은 점 목록을 만들어라. 집 여기저기에 두 사람의 행복한 사진을 놓아두라. 가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래를 들어라. 맨 처음에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라. 반려자가 친절을 베푸는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 고마움을 표현하라.


223. ‘<요한 묵시록>의 네 기사’인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의사방해를 피하라. 일상에서 일어난 좋은 일에 대해 자주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눠라.


250.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는 여러 해 동안 서로의 미소와 찌푸린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 결과 사용하는 얼굴 근육과 사용하지 않는 얼굴 근육이 변화해서이다.


책에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연인,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장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에 조금 깊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자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 중에서 대부분 부정적인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고, 우리가 하루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세어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점검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어디를 가도 그럴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내어 한 번이라도 더 입을 맞춰야 하고, 손을 잡아야 하며, 포옹을 해야 하고, 대화를 하고, 웃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배우자의 좋은 점 목록을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곤 미뤄두었는데, 수첩에 하나둘 생각날 때마다 써봐야겠다. 가끔 그가 미워질 때에는 “이런 건 다 필요 없어!”라고 생각할지언정, 나의 배우자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니까.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를 읽어보다가 조금 웃기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했는데, 가장 최근에 나의 배우자가 나랑 똑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삐진 얼굴..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냥 웃기다고 넘어갔을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을 당시여서 가 생각보다 더 많이 삐지는구나 싶어 슬퍼지기도 했다는 우스운 사실도 추가해본다. (그러니까 삐지지 말자. (잉))




37. 칼망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 부류로 나눴다고 한다. 첫째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칼망은 122년 164일 동안 산 여성이다. 남편은 무려 50년 전쯤 잃었지만, 이 여성은 50년의 생을 혼자서 더 살아낸 것이다. 이 여성 역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했으며, 블라블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보다도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이 여성의 최대 장점은 낙관성을 꼽을 수가 있는데, 그 낙관성은 이곳에서 오는 것이던가. 나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마 삶을 살면서 내내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14. ‘퍼빙’ :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상

(퍼빙은 무시하기(snubbing)와 전화기(phone)의 합성어 )

퍼빙은 오프라인의 대화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 해로운 영향이 넘쳐나, 전체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퍼빙하는 사람 또는 퍼빙당하는 사람으로 오염시킨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많이 하고 인스타그램을 많이 들여다볼수록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진다.


퍼빙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인과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서 대화를 하면서 핸드폰을 쳐다보지는 않지만, (밖에서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잘 보지 않는다.) 집에서는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며 배우자와 대화를 이어나갈 때도 분명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횟수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배우자와의 대화가 즐겁지 않은 것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상황들이 단지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였기에 ‘편함’에서 왔던 것이 컸는데, 가끔 그런 내게 배우자는 한 번씩 불만을 토로했다. 아, 반성해야지.




295. 첫째, 쾌락적 즐거움을 찾는 대신에 일상의 삶에서 목적을 찾으려 노력하라.

둘째, 여윳돈이 진정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행복을 추구하려 하지는 마라.


최근에야 행복이라는 것에도 들숨날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에도, 내가 행복을 등지고 있을 때에도, 내가 행복을 발로 차버렸을 때에도, 어쨌든 행복이라는 것은 어느 시기가 되면 곁에 와있었다. 굳이 행복에 집착하지 않겠다. 나는 행복의 동의어로 즐거움을 말하곤 하는데, 그 즐거움을 매일 찾지 못해도 그날이 의미 없는 날은 아니었으니까.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살려면 (오래 사는 것이 내 희망사항은 아니지만 건강한 것은 소망이다.) 신체적으로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또는 별개로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나는 오늘 나의 가장 가까운 연인과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그와 대화하면서 “오늘도 참 즐거웠다, 그치?”라고 말하고 잠에 들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번 주말은 그와 내내 붙어있으면서 다도를 하면서 우리의 지금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하루들을 보내야지.





책 속의 글


20. 관계를 키우고, 더 나은 마음 습관을 들이며, 더 친절해지고, 더 공감하며, 공동체에 더 참여하는 노력 말이다.


94. 항생제나 항균성 청소용품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미소시루나 케이퍼 같은 발표 식품을 많이 먹으며, 자연에서 옷을 더럽히며 시간을 보내자. 다양한 친구를 사귀자. 쾌활하고 느긋한 친구들을 많이 껴안자. 그러면 미생물을 주고받게 되면서, 그 친구들의 태도가 우리에게도 옮아온다. 가짜약 효과를 잘 이용하자. 그 치료제가 가짜임을 알더라도 효과가 있다.


159. 사회성을 기르고 마음을 챙기는 일이 수명 연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


190.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셔라. 사회적 위협에,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괴롭히는’지에 집착하지 마라.


210.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친구가 얼마나 많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251. 사회적으로 통합된 삶

오래 살려면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 헌신적인 반려자, 몇 명의 절친한 친구, 돌봐주는 이웃이 필요하다.


363. 이키가이 : 삶의 목적 또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366. 다도는 마음챙김과 관련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비우기.


376. 우리의 사회적 삶을 개선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 적어도 식단과 운동만큼이나 건강과 장수에 중요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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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사냥꾼 -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오일리스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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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이 목돈 된다!’ ㅡ 몇 년 전 가입한 카페에서 매일매일 되뇌던 문장이었다. 나는 푼돈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치고 돈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 주변에는 없다.)




그 이유로 아빠랑 말씨름을 한 적이 있었다. 1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1원도 너무나도 작고 소중한 내게, 아빠한테 500원, 1000원을 더 받으려고 그 사람과 말씨름을 할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시간 대비 적은 돈이라는 이유였다. 반대로 그게 십만 원이면 어떻겠느냐는 내 말에 (나는 아빠가 그것도 그냥 두라는 식으로 말할 줄 알아서 더 큰 금액을 이야기할 걸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는 입을 꾹 닫았다.



그러니까 500원, 1000원이라는 것이 아빠가 일한 금액에서 그 금액을 빼고 송금하는 식이었는데, 그 이유라는 게 너무나도 하찮게도 ‘이체 수수료를 차감하고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빠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더 그러는 거라고!라며 반박을 했다. 내가 개입하게 되면, 세금계산서를 차감한 금액만큼 수정세금계산서를 끊을 것이고, 이전에 세금계산서를 보내기 위해 보냈던 등기수수료도 그 회사에서 입금해야 하며, 새로 발급하는 수정세금계산서 역시 착불 택배로 동봉할 것이라고 말을 해야 끝이 났다. 그쪽에서도 상대방이 말을 해야 입금을 하지, 말을 안 하면 입금을 안 했다. 그런 뻔뻔하고 알량한 수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아빠는 여전히 그대로 둔다. “뭐 그 500원 가지고.”라는 게 그 이유라서 답답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년에 억을 버는 아빠지만, 그러니까 돈을 모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 돈이 모이지가 않는 것이라고. (악담은 아니다. 악담일 리가 없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적은 돈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모른다면 풍파가 닥쳤을 때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푼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 줄 수가 있다. 몇 년 전에 배우자 J에게 말했던 건데, “300원이 열 번 모이면 3,000원이 되고, 백 번 모이면 30,000원이 되잖아.”라는 식이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 3,000원을 꼬박꼬박 저금했었다. 1차 목표는 100일, 2차 목표는 365일. 2차 목표까지 달성하여 나는 하루 3,000원이 1,000,000원을 만들어내는 작고 소중한 나만의 기억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 돈을 집을 매매할 때 부동산 수수료로 지불했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면서, ‘그래서 이 돈의 총 이자가 얼마가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푼돈을 나도 모르게 경시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쓰일지 몰라 한두 달짜리 예금을 하면서 붙는 예금이자 몇십 원, 몇백 원은 따로 기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묶어두거나 하는 식이었기에 기존 금액에서 총 얼마가 플러스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좀 더 꼼꼼하게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푼돈을 어떻게 생산해낼 수 있을까로 생각이 확장되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푼돈 사냥꾼>이었는데, 나는 오일리스킨이 저자 이름인 줄 알았다. 외국에서 푼돈을 모으는 방법이 나한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필명이었던 거다. 하하. (나는 나중에 책을 쓴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필명으로 배마늘을 할 거다!...?) 암튼, 어떤 식으로 푼돈을 사냥해서 천만 원을 모으게 되었는지 구경하러 가본다.





저자는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앱테크, 설문&리서치 패널, 소비자 좌담회, 화장품 임상실험 테스터, 농촌형 일꾼, 보조출연자, 맘시터, 펫시터, 시민정치 참여, 쇼핑 리서치 패널, 가전회사 고객 패널, 식품&화장품&생활용품 고객 모니터, 신용카드사 고객 패널, 은행 고객 패널, 보험사 고객 패널, 안 입는 옷 셰어링, 스톡 사진 팔기, 중고 물품 거래가 그것이다.





가장 처음에 앱테크를 볼 때는 나도 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엄청나게(?) 반가웠다.

나의 경우에는- 금을 좀 저렴하게 사려고 아시아골드에서 출석체크를 하고 있고(그래서 금은 언제 사냐),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 두 곳에서 적립금을 받아 쇼핑도 하려고 출석체크도 하고, 하나머니에서 룰렛도 돌리고, 예스24에서 출석체크도 하고 룰렛도 돌리고, 인터파크에서도 출석체크를 해서 책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또 열심히 걸어서 모은 종잣돈으로 편의점에서 초코우유도 바꿔 먹고 그런다. 전에는 욕심내서 더 많이 했었는데, 많이 해봤자 어차피 쇼핑하지 않으면 쓰지 않게 되거나 그거 쓰려고 마음에 없는 쇼핑을 한 적도 있어서 지금은 내가 자주 가는 곳만 하고 있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 매우 매우 귀찮기도 하고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안 할 때도 많다. 귀찮으니까... 시간 대비 돈을 적게 번다는 게 이럴 때 쓰는 것이기도 하다. (적게는 1원 당첨(하나멤버스)도 있거든요. 내가 1원 받으려고 한 줄 아냐...라고 할 정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매달 책을 받아서 읽는 것이 가장 크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별로인 책들이 있기도 하고 읽다가 덮어버리고 싶은 책들도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안 입는 옷 셰어링이나 중고 물품 거래는 해보고 싶어도 나한테는 셰어링을 할 정도로 좋은 옷이 없고, 중고 물품 거래를 할 만큼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 있지도 않다. 값어치가 얼마가 되는지 모를 물건을 돈을 주고 물건을 파느니 차라리 나눔을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소개하는 것 중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니 정확히는 J에게 해보라고 하고 싶은 것은 ‘스톡 사진 팔기’였다. 사진에 취미가 ‘있었던’ 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본인 카메라는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 종종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가 찍는 대부분의 사진은 내 사진이니 그다지 쓸모가 있지는 않다. 아니 직접적으로 쓸모없다. (왜 슬프지) 그래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그가 열심히 찍은 사진들을 팔아보고(?) 싶어졌다. 팔릴까? 반신반의하며 보냈는데, 팔리지 않았을 때의 그 좌절감은 어쩌려고(...ㅎㅎ)






푼돈을 모으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예상수입과 난이도, 장단점, 지속 가능성의 유무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적어두어서 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또 이곳에서 소개하는 것 중 몇 가지는 부업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잠시 휴직인 상태여야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물론 부지런하면 본인의 업무와 겸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내어 방문해야 하는 것들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들도 있으니까. 또 직장에 다니지 않는 동안에 여기 소개된 것 중 하고 싶은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아쉽기도 하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하며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반갑기도 하다.




푼돈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을 버는 것은 시간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우면서 결국은 직장을 다니는 것에 대한 안도감은 덤으로 들게 했다. J는 자주, ‘돈을 모으는 것보다 안 쓰는 게 중요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새삼 되뇌게 된다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버는 것과 모으는 것, 그리고 쓰는 것. 셋 중 어떤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는 푼돈들이 더 자주 나를 찾아오기를 바라기도 한다.

단 몇 원이라도 푼돈들이 내게 오게 되면, 나는 그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잘 받아서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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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기초 영어법 워크북 -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국민의 영어 말문을 트게 해 준 획기적인 커리큘럼 시원스쿨 기초 영어법
이시원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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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영어에 늘 자신이 없다.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할 텐데, 틀린 것을 부끄러워하며 경계하는 편이라 내가 말을 하는 것이 문법에 맞지 않을까 봐, 결국 나도 너도 모르는 문장을 구사할까 봐였다. 그건 기초가 부족해서였다. 그 결과는 그것도 못해?라는 말을 들을까 봐. 고등학교 졸업을 끝으로 영어를 할 생각을 하지 않다가 불현듯 영어공부를 해야지. 하고 계획을 세워보면 늘,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이런 영어 단어 외우면 뭐해. 써먹지를 못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영어 단어라도 외는 것이 내게는 영어공부 중 하나였으니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게 회화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신혼여행으로 체코를 갔던 것이 내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거기서 한 마디를 했는데 그 여성은 고개를 갸웃갸웃거렸고, 몇 번의 반복 끝에 나는 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나는 거기서 기가 죽어버렸다. 그곳을 여행하며 알았다. 아, 체코어를 쓰는 그 사람은 영어가 생활이 아니라 그 사람도 잘 몰랐던 것이구나.라는 것을. 여행을 다닐 때마다 이번에는 꼭 공부를 해야지. 하면서 하지 않던 나, 반성해라.

암튼, 몇 번의 여행을 다닐 때마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이후로도 우리가 다닌 곳은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을 해도 창피할 게 없어서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J도 내게 “오, 이번엔 쫌 하네?”하며 놀리기도 했었는데, 작년부터 번진 코로나가 여행을 막아두었다. 아마도 나는 이게 풀린다고 하더라도, 여행이 허가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몇 년의 텀을 두고 이후에 가게 되겠지만 영어공부를 차근차근해보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그렇게 내가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문제집을 펼친 건 토익 이후에 처음이다. 어떤 책으로 먼저 시작할까 고민도 하고 있던 찰나에, 에라이, 모르겠다. 기초부터 하자. 뿌리가 튼튼해야지. 하며 선택한 책이다.


목차를 보면,
나는 마셔.
나는 안 마셔.
나는 커피를 마셔.
나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나는 커피를 마셔야 돼.
나는 커피를 마실지도 몰라.

 

..
..
.

으로 시작된다.




한 강당 단어 연결법 문장에 빈칸을 완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어 연결법 문장을 직접 영작해보기도 하고, 확장된 문장을 영작하는 것이 이 책의 순서다. 초등학생이 풀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문장은 단순하고 쉬우며 익숙하다. 하지만 이 책의 취지는 문장을 단순히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말하는 것에 있다. 그러면서 문장을 계속해서 변형을 시켜보고 써보고 말하고의 반복이다. 어차피 기본 형태에서 변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QR코드도 있기 때문에 굳이 답을 보지 않더라도 함께 따라 하며 답을 맞혀볼 수도 있다. 우리 초등학생 때도 그랬지 않나. 우리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나는 그랬다. 선생님이 카세트 틀어주고 따라 하고, 카세트 틀어주고 따라 하고의 반복. 마찬가지다. 그때는 앵무새처럼 말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생각해 보고 말을 해야겠지만. (아, 초등학생 때 더 열심히 말할걸. 그렇게라도 영어랑 친해졌어야 하는데.)

 

 

나는 아침마다 기본적으로 30개 이상의 문장들을 쓰고 말하고 있다. 쓰기만 했지, 그것들을 직접 말로 내뱉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단어를 연결하며 공부를 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12월부터 시작된 이 공부가 이번 1월에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나는 더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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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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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간 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간 머리 앤, 우리의 친구~

노래는 참 많이 불렀는데, 정작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책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 없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읽었던 <빨간 머리 앤 : 자작나무 숲을 지나 - 글 이민숙 x 그림 정림>은 한 에피소드만 그렸던 책이었고 어느 부분인지 알지도 못한 채 읽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아 이 부분이었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두 권의 책에 나와있는 각기 다른 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다.

<빨간 머리 앤>을 읽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앤에 대해 호평을 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내 기대도 점점 커져갔다. 앤을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하며 기다렸다는 것은, 책을 두 손에 고이 쥐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그것에 대한 방증이다.

 

 

 

남매인 매슈와 마릴라는 매슈의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브라이트리버역에서 매슈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아이, 앤이다. 매슈는 아이를 역에 두고 갈 수는 없어 우선 집에 데려가기로 했고, 집에 가는 길에 앤이 하는 말을 재미있게 듣고 있는 자신을 알아채고는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슈는 ‘어린 여자애’를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매슈는 마릴라에게 아이를 키울 것을 슬쩍 제안하지만 마릴라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어 앤을 데리고 스펜서 부인을 찾아간 마릴라는, 성질이 괴팍하고 인색하기로 유명한 피터 블루웨트의 집으로 앤이 가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어 앤을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셋은 ‘가족’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앤의 상상력과 쏟아내는 말들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져서 마릴라의 “입 좀 다물어라.”라는 말이 하고 싶을 때면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들에 자연스레 상상이 되어 아늑한 기분이 들다가도, 앤을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방방 뜨는 특유의 말투와 열한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과장스러운 표현들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매슈의 초록지붕의 집을 가는 길에 앤이 묘사했던 그 부분, “스펜서 부인은 제 혀가 중간에 대롱대롱 달린 게 틀림없다고 하셨어요.”라는 말을 읽으면 읽을수록 실감하게 되는 것이었다.

 

 

앤에게 가장 놀랐던 것이 마릴라의 자수정 브로치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소풍을 가고 싶어 ‘거짓 자백’을 하는 부분이었다. 소풍을 가고 싶은 마음이 도둑으로 오인을 받은 것보다 더 크다니?...하며, 많이 의아하기도 했고, ‘거짓 자백’을 술술 ‘읊는’ 앤이, 무섭기도 했다.

“아니, 애가 어리잖아. 마릴라, 애를 좀 봐줘야지. 가정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잖아.”라며 앤을 두둔하는 매슈의 말에 “지금 받고 있잖아요.”라고 반박하는 마릴라의 말이 통쾌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가정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초록지붕에 온 이상 받고 있는 것이니까.

자수정 브로치는 마릴라의 숄에 걸려 있었고 앤이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앤이 말했던 것처럼 베리의 연못 바닥에 빠진 것도 아니고. 모든 오해는 풀렸고 마릴라는 앤에게 사과를 했지만, 어쩐지 나는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오히려 앤의 성격을 맞춰주는 다이애나의 차분함이 좋았다. 또 차분했던 다이애나가 앤의 영향을 받아 약간의 덜렁이가 되는 것이 더 좋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둘의 우정도 참 부러웠다. 나는 초등학교 때 교환일기를 쓰던 친구가 생각이 나서 잠시 추억 속으로 빠지긴 했지만, 당시 내게 교환일기는 숙제 같은 것이었다. 할 말이 없어도 늘 무언가를 적어야만 했던 그 교환일기는 아주 뜻깊었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하고,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했던 방법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 친구와는 중학생이 되자마자 너는 너, 나는 나 -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내게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서, 초등학생 때의 유치함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가 지금도 곁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둘의 관계가 더욱 부러운가 보다.

 

 

하지만 앤의 고집 중 하나인, 이름을 코델리아라고 불러달라거나 Ann이 아닌 Anne으로 불러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름으로 놀림을 너무 많이 당해서 내 이름을 사랑하지 못하던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생각해두었지만 이름이 나에게는 좋지 않아 짓지 못했다던 ‘소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자주 생각하곤 했다. 점점 자라면서는 이름에 애정도 생기고, 책임도 생겨서 오히려 나한테는 지금 이 이름이 찰떡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역시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

그리고 이건 조금 우습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내 이름의 스펠링은 중학생 때 만들어졌다. 이름의 스펠링을 rira, lila, 혹은 r과 l을 혼합하여 쓰는 경우 그 무엇도 아닌 것은 나만의 독립성을 갖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앤이 Ann은 단순해 보이지만 Anne은 세련되어 보인다고 말하는 부분, 그것은 아주 다르고,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앤의 그런 마음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고 싶었다.

 

 

책의 분위기는 앤이 나오면 달뜨고 덤벙거리기 일쑤여서 나의 정서와는 좀 상반되는 부분도 많았고, 가끔 허언증인가 싶을 때도 종종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재미는 설찌 작가의 Anne을 보는 재미가 가미되어 즐겁게 읽었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주근깨 빼빼 마른’이 아닌, 통통한 앤을 그려놓았으니. 게다가 색감은 화사해서 마치 앤의 분위기가 그림의 색감과 꼭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예뻤던 그림은, 단연 다이애나와 함께 있던 그림들과 가을에 앤이 신나서 학교 가는 그림,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와 앤이 있던 그림들.

 

 

커다란 붉은 작약 옆에 있는 6월의 하얀 백합, 앤이 수선화라고 부르는 그 꽃이 성탄절 이브인 오늘도 만개해있기를.

Anne, merry christmas!

 

 

 

 

 

 

오탈자 282. 이미 무서워 죽겠는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 어떻게 해 혹은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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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경제학 -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경제학의 쓸모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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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침체된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는 망하기 직전으로, 국민들이 그동안 벌어두었던 돈을 축내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상태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경제 침체 속에 물가가 계속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부동산은 나날이 거품이 껴서 평생 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금액대로 치솟고 있으며, 현재 출몰하는 부동산법은 공산국가화를 만들고 있고, 나라의 세금은 이미 다 써버려서 추경을 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추경이라 함은, 국민의 세금에서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나라에서 세금을 낮추고 물가를 잡으며 경제활동에 관한 규제를 풀어 소비를 촉진시켜야 하지만, 지금 이 중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하고 있는 일은 전혀 없다. 세금을 낮추기는커녕 나랏돈이 없어 기존에 있던 세금의 세율은 높이고 여러 방면에서 법안을 만들어서라도 세금을 못 받아 안달이다. 인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는 잡히지 않고, 코로나 때문에 경제 활동은 제한되는 것이 매우 많아졌다. 잘 버티다가도 매번 도돌이표가 되는 현 상황에 폐업하는 곳들이 곳곳에 보여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시급이 가파르게 오르며 물가 인상이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몇몇 누리꾼의 억지의 댓글들을 보면서 무슨 얼빠진 소리를 하는 것이냐고 물가 인상의 이유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속으로 비웃었다. 물가는 어느 시점이 되면 꾸준히 오르는 게 맞다. 2000년의 물가와 2010년의 물가와 2020년의 물가는 당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지금의 100만 원이 2040년에도 100만 원이 같은 돈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 것.

임금이 오르면 더 많이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진짜 월급을 풍족하게 받으려면 시급이 오르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자기 발전을 모색하고 기업과 협상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른 길이다.

 

 

그래서 나는 시급을 올린다고 할 때나, 코로나로 인해 지원금을 준다고 할 때나 너무 답답했다. 지원금을 받은 지인들이 애들 자전거를 산다는 말에, 가전제품을 바꾸겠다는 말에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터져 나갔다. (실제로 그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어느 카페에서는 명품백을 산다고도 하더라만은 다행히 내 주변에는 그런 이는 없었다.)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지원금을 주는 것은 맞으나 생활 지원금이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으니까. 그것은 과소비를 불러일으키는 꼴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세금은 더 뜯어갈 테고, 물가는 더 오를 테니까. 그렇게 내야 할 돈은 쌓여만 갈 테니까. 결국 조삼모사니까.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내야 하는 세금에 잠식당하고 말지도 모른다.

 

 

나는 경제에 관한 소식을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정말 궁금한 것은 인터넷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팩트만 있는 기사는 많지 않아 가려내야 하는 것은 내 몫이다. 그 외에는 남편이 틀어두는 뉴스(나는 잘 보지 않으므로)에서 소식을 접한다. 그러다가 <10대에게 권하는 경제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청소년에게 설명을 하며 전달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하던 경제에 대해 조금 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까 하여 호기가 생겼다.

 

 

경제는 유교사상의 기본 원리인 ‘경세제민’의 줄임말로 (經世濟民: 다스릴 경, 세상 세, 도울 제, 백성 민) ‘세상을 다스려 나라를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디즈니월드는 왜 닷새째부터 거의 공짜인지, 영화의 조조할인과 중고생 할인, 짜장면에는 있고 군만두에는 없는 것, 자동차 보험료는 왜 20대 남자가 가장 비싼지에 대하여 가격차별의 경제 원리와 소비자의 소비촉진, 기업의 이윤창출 등을 연관시켜 쉽게 설명을 하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경제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접근하게끔 도와준다.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은 것은, 나는 언제든 경제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마트를 갈 때나 버스를 탈 때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때나 하물며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하는 시간들조차도 말이다. 직접적으로 돈을 소비하기도 하고, 또는 전력과 가스를 소비하면서 간접적으로(이게 간접적인지 수동적인 것인지 조금 애매하지만) 돈을 소비하는 것 역시 모두 경제활동에 포함되므로.

 

 

또한 경제를 인체의 신진대사에 비유를 하는데, 정말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을 해두어서 감탄한 부분

가계(가정), 기업 정부 = 사람의 두뇌

금융 시스템(은행 같은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저축, 대출, 투자, 대금 결제) = 심장

돈 = 혈관을 도는 혈액

산업 = 인체의 척추나 뼈대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해 상품을 생산하는 것 =숨 쉬는 호흡기

생산된 재화를 소비하는 과정 = 위, 장 등 소화기

경제 찌꺼기 = 배설기관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경기의 흐름을 예측한 버핏은 사람들이 물건이 많이 사면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고 쓰레기 배출량이 줄면 경기가 뒷걸음질 친다고 보았다고 하기도 하고, 고속도로 통행량, 전력 사용량, 놀이공원 입장객 수 등으로 경기를 판단하기도 하고, 불황일 때는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든지, 경기가 좋으면 업소용 주류가 / 경기가 나쁘면 가정용 주류가 잘 팔린다는 속설, 불황일수록 비싼 기초화장품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립스틱이, 옷감이 적게 드는 짧은 치마가 유행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며, 신사복이 많이 팔리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이론이지만, 그중 립스틱은 마스크로 인해 현재로는 가늠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짧은 치마는 음 잘 모르겠다. 옷감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짧은 치마를 사본 적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낀 것 중 하나는 불황일수록 복고가 유행한다는 것 정도인 것 같다.

 

 

속담과 소설, 영화를 경제를 풀어낸 것 역시 굉장히 신선했다.

속담으로는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싼 게 비지떡, 이왕이면 다홍치마, 바늘 가는데 실 간다, 꿩 대신 닭

소설로는 <톰 소여의 모험>, <인어공주>, <허생전>, <상도>

영화로는 <다크 나이트>, <매트릭스>, <1984>, <멋진 신세계>, <가타카>, <아일랜드>

 

 

애덤 스미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전부이다. 당시 그것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였을 뿐인데, 그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서 스미스의 이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주입식 교육의 효과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말하기를, 「국부론」에서 국가의 부는 국가의 금은 보유량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수준이라고 꼬집었고, 국부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분업과 상거래를 제시했으며, 그 외에도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박애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의 돈을 벌려는 관심 덕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윤 추구가 사회의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 된다는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경제 체제의 경제학의 밑바탕이 된,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 원리와 함께 국가의 부를 늘리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을 명확하게 제시했던 「국부론」을 (어렵겠지만) 한 번쯤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생각보다 더 너무나도 어려울 것 같아서 섣불리 구매하지 않고 우선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읽다가 포기하더라도 꼭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책은 10대뿐만 아니라, 경제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가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나 역시 즐겁게 읽었고,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일기도 했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쨌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가 힘든 시기, 툭툭 털고 함께 살아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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