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이너의 일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최인애 지음 / 꿈꾸는인생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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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공간 디자이너를 존경하고 있다. 내가 두 번의 시도에 걸쳐 포기한 직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렀던 것은 공간 디자이너보다는 인테리어 설계의 영역이었다. 그간 건축 설계를 수월하게 해왔으니 인테리어 설계도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기존의 공간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작업을 할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동선과 시선, 균형, 비례 등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아서 시작조차 엄두조차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내가 10년간 해왔던 건축 설계는 법 테두리 안에서 큰 틀을 짜는 일이라면 인테리어 설계는 요구하는 감각의 밀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 설계는 법과 구조의 영역이라면 인테리어 설계는 감각의 영역인 셈이었다.



나는 공간을 잘 꾸밀 줄 아는 사람이 못되어서 ‘여백의 미’라는 핑계를 대고 아무것도 두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도전했던 인테리어 설계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와 별개로 공간을 잘 꾸밀 줄 아는 것도 능력이고 실력이라는 생각을, 근래에 부쩍 하게 된다.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거주하는 사람에 따라 가구의 배치와 공간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공간 디자이너의 일』이다.



『공간 디자이너의 일』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바뀌는 과정에서 제일선에 선 사람의 경험담이자 고백으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인테리어 업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건축이나 인테리어 업체의 견적서, 세부내역서를 받아볼 때마다 이게 맞는 견적이냐고 눈을 가늘게 뜰 일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열었다.



책에서는 이라는 말은 적확한 말이었다. 그러려면 그 공간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애정도 있어야 한다. 저자가 카페 덕희를 리모델링할 때 신나게,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리모델링했던 카페의 before&after 도면이 페이지 한 면에 실려있어 궁금해져 카페덕희 후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서 옵션에 기간까지 설정하며 검색했는데, 답답해보이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동선이 좀 더 자유롭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책을 보고 난 뒤에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흐흣) 결국 공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공간은 예쁘지만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시 찾지 않게 된다. 책의 비주얼은 한 번 오게 만들고, 설비와 동선은 다시 오게 만든다.는 말이 이를 명확하게 뒷받침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반장님, 저 아가씨 아니에요.”라는 말에 “그럼 아저씨예요?”라고 되묻는 대목이었다.


내가 처음 안전관리자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아가씨가 어쩌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최소 기사,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 있을 텐데요. 잘 모르시면 대리라고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그러다가 현장소장이면 어떡해~”라고 한껏 조롱 섞인 말로 대꾸하기에, “아유, 대리랑 현장소장도 구분 못해요? 현장 짬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누굴 탓해요. 창피한 줄 아셔야지.”라고 말하니 주변 사람들이 와하하 웃으셨다. 물론 지금은 “아가씨는 룸살롱에서나 찾으시고요.”라고 대꾸한다. 한번은 보조관리자(여성이었음)에게 커피 좀 타라고 하길래 “손이 없어요, 손가락이 없어요? 커피탈 줄 모르면 마시지를 마세요.”라고 한다. 아직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을 여럿 마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규제가 좀 있고 안전관리자라는 직책도 무시할 수 없기에 근로자들은 대체로 지시에 잘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현장의 근로자들은 규제가 크지 않고 그들을 상대하기가 만만치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지시가 많으니 저자가 겪었을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공간 디자이너는 건설 현장의 현장소장, 공사, 공무, 안전에 이르기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전부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물며 건설에서는 건축과 전기, 통신, 소방이 분리발주가 되어있기라도 하지, 공간 디자이너는 이런 세부 공정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생소한 공정이나 복잡한 설비 라인을 만나면 일단 들여다보고 파고드는 습관, 겉으로 보이는 마감재보다 구조적 본질을 먼저 떠올리는 버릇을 가진 저자의 전문성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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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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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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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딱 내 심정의 문장이다.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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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일이 힘들면 일이 문제라고 생각했고, 내가 지치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나는 이제껏 업무를 하면서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는 말 대신에 어차피 알아두면 내 것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해왔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때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했었다면, 지금은 “아, 내가 왜 이것까지 해야 돼.”라는 볼멘소리를 낸다. 그래도 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다양하고 확실하니까. 인원이 없어서,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할 것 같아서, 업무처리가 미흡해서. 무엇보다 내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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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서 그렇게 나는, 에너지를 다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회사는 좋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회사에서 타현장 연계도 받았지만, 그러기에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도 지쳐버렸다. 그 일들이 어렵거나 힘들거나 전부 싫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조력자가 될 순 있었지만, 그 역할도 당연하진 않았음에도 지금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위치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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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돈을 무시하면 현실을 놓친다. 하지만 돈만 보면 방향을 놓친다. 돈은 일을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까지 대신 정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돈을 본다.

하지만 돈만 보지는 않으려 한다. 돈이 어디서 오는지보다, 무엇이 그 돈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함께 보려고 한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었다. 내가 오래 붙잡고 싶은 일을 계속하려면, 그 일을 함께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과 환경도 필요했다.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연결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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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업무를 처음 했을 때, 나는 서른 중반이었다. 가장 힘들다는 공종에서 근무를 했고, 몸은 너무나도 힘들어서 워라밸은 전혀 없었지만 재미를 느꼈기에 할 수 있었다. 그땐 돈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오롯하게 한 달을 전부 일하고 첫 월급을 받았던 날, 나는 울어버렸다. 내가 일한 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생각과 앞으로도 업무를 할 때마다 만족감이 결여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면담을 신청해 말씀드렸고 이사님은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그때 나는 당시 연봉에서 1200만 원을 더해 재협상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은, 열심히 게임했더니 레벨업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연봉이 몇천만 원이 더 올랐지만 그런 기분을 또다시 느끼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린 경제적인 부분에서 전혀 쪼들리게 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나는 무작정 연봉을 깎으려는 회사는 입사하지 않는다. 어떤 업무를 하면서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는다는 건, 결국 돈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좇아 일을 하지도 않는다. 여러 곳에서 일을 하면서 내게는 충분한 기준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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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할 수 있다는 말이 위험할 때가 있다.

할 수 있으니까 더 하게 되고, 더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되고,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된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멈추지 못해서 하는 일이 된다.

그때 일은 좋아하는 마음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좋아하는 마음까지 같이 태워버린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어야 했다.

내가 어떤 조건에서 오래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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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오래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서 오래 일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부단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내가 일을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는 어디까지 커져도 괜찮을까.’는 저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잘 모르던 부분이었는데, 나의 배우자 말로는 내게 어떤 일이 주어지면 나는 그것을 숙명처럼 여기고 매몰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게 많은 역할이 주어지는 게 썩 달갑지는 않다고.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꼽았다. 하하. 나는 이전까지는 이번 생으로 끝내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했었는데, 올해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여러 번 태어나야 할 것 같다고 말을 번복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어디까지 켜지고, 커져도 괜찮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깊고 넓게 가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오롯하게 나의 미래에 집중한다는 건 꽤 행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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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AI가 계속 발전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예전에는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고, 혼자서는 시작하지 못했던 일을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 좋은 변화다.

다만 그 변화가 너무 자주, 너무 빠르게 오면 사람은 어느 순간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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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AI를 접목해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 우리는 AI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면, 지금은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업무를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AI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장단이 확실하다. 나는 AI를 활용하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또 내가 쓴 것을 AI에 넣으면 내가 쓴 것보다 AI가 다듬은 것이 더 괜찮아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고유한 나의 색이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편리하다고만 느꼈는데, 내가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놓치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나를 잃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에서도 비슷했다. AI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수월하게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내가 작업을 하면서 중간중간 수정을 하는 것과 누군가 만들어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하게 내 몫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AI를 무조건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경계를 두려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

또 가장 큰 문제점은, 업데이트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떨어지지 않을 때 AI에 이것보다 더, 이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라고 요구해왔었다. 그러면서도 만족감은 쉬이 얻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잘 꺼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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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비워둬야 보이는 일이 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이었다. 나는 매일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좀 쉬어보려고.”라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며 배우자도 내게, “나는 당신이 1년이라도 아니, 6개월이라도 쉬어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그렇게 말해주는 배우자에게 고마우면서도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 장기근속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틈틈이 쉬어주었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본인은 21년째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 그렇게 따지자면 본인이 더 쉬고 싶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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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을 쓰는 오늘, 나는 지난주에 잡아둔 면접을 고심 끝에 취소했다. 급여도 맞춰준다고 했고, 공사 규모도 적당했고, 근무시간도 괜찮았으며, 업무가 분권화되어있는 것도 좋았다. 입사 일자가 문제였다. 2주 후 바로 입사를 하기에 배우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나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쉬어줘야 할 때라는 것을.  지친 것을 알면서 모른 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것, 충분한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강행할 수가 없었다. 당분간 여백을 즐기며 미지의 것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 이번 쉼 동안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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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밑줄>


67. 좋아하는 일이라서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할 때, 비로소 지속할 수 있는 일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맞는 옷을 입는다고 일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일은 여전히 일이다. 마감은 있고, 부담은 있고, 잘하고 싶은 만큼의 건강도 있다.

다만 맞는 옷을 입으면, 나를 덜 탓하게 된다.

지치는 날에도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느린 날에도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는 걸 안다. 하루가 끝났을 때 자신을 몰아세우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오래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거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206.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래 가져갈 것을 고르는 일이었다.


211.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지나간다. 눈앞의 제안을 하나 더 수락하면 당장 보이는 결과는 생길 수 있다. 대신 다른 가능성을 들여다볼 시간은 줄어든다. 어떤 선택은 받은 일로 남고, 어떤 선택은 놓친 일로 남는다.

다만 놓친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빈 시간을 그냥 두기가 어려운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211.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그 12월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에, 내 일의 방향을 바꾸는 말이 들어왔다.

그 변화는 빽빽하게 채워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비워두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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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딸이 기록한, 70세 원모씨 관찰 일기
    정아름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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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과는 달리, 나는 20대 초반에 아빠를 이해했다. 시기는 내가 노동인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였다. 직장에서 나는 1년 6개월을 근무했다. 어떤 업무를 해내기에 길었던 기간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는 내게, 이직하기 전까지 용돈을 줄 테니 좀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때는 내가 24살이었다.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스물네 살의 버금딸림음 시절. 그때 나는 아빠의 지지로 퇴사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지만, 네 식구의 의식주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켜야했던 아빠는 그렇지 못했겠구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아빠를 이해했다기보다는 아빠가 가진 삶의 무게를 이해했다고 말하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이겠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빠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 인스타에서 원모씨에 대한 회사가지마까를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꾸밈없는 단순한 출근 브이로그였는데 짧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영상이었다. 루틴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우리도 그렇게 출근 준비를 하지 않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출근하기 싫다며 저렇게 열심히 지내시는구나,하며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후는 찾아보지 않다가 이번에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었다. 원모 씨의 딸이 쓴 책이었다. 70세의 아버지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과거를 다시 들추어내어 그럴 수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두었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원모 씨는 김모씨, 이모씨, 박모씨 등의 ‘원모씨’가 아니라 ‘원모 씨’라는 점이었다. 성은 정이요, 이름은 원모. 그러니까, 정 원모 씨에 관한 이야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원모 씨가 50년 동안 가계부를 써왔다는 말이었다. 그걸 읽으면서 내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가 쓰러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아빠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아빠는 본인 업무와 관련하여 쓰러지는 날 전까지도 기록을 해두었고, 덕분에 자식인 우리는 조금은 아빠와 관련한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보관 장소가 TV 거실장 우측 아래 서랍장이라는 것에 멈칫하게 되었다. 나의 아빠도 그곳에 통장과 인감도장과 그 외 중요한 서류들을 넣어두셨기 때문이다. 대체 왜 아빠들은 그 중요한 것을 누구든 볼 수 있는 곳에 두는 걸까... 진지하게 궁금해진다.



    딸 아름 씨는 아버지 원모 씨에 대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좀 더 곁에서 면밀하고 세밀하게 관찰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껏 몰랐던, 몰랐을 뻔했던, 알았지만 모른척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정하고 부드럽고 애틋한 눈길을 자주 던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뒤돌아서 아빠!!!!!!!!!하고 소리치게 될 일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그런 경험을 한 저자가 부럽다. 나는 아빠가 건강하실 때 (다투지만 않으면) 하루 2-4번을 통화하여 아빠에 대해 아는 게 많다고 자신했는데, 아빠가 쓰러지고 난 뒤에 아빠의 또 다른 빈칸들을 마주했고, 그 빈칸을 채우다가 채우다가 채우지 못한 채 덮어둘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아빠는 열심히 회복 중이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그 빈칸들을 다 메울 것이다. 아빠를 이해한다는 건, 결국 아빠가 살아온 시간을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딸 아름 씨는 아버지 원모 씨에 대해 이 책을 썼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아빠를 더 자주 생각하고 아빠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이제 곧 명절이다. 뇌경색으로 후유증이 남은 아빠에게 자꾸만 잔소리하는 나를 저 멀리 던져두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만 잔뜩 가지고 아빠를 뵈러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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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탈자>

    32. 한 때는 → 한때는

    32. 빽빽하기는 커녕 → 빽빽하기는커녕

    49. 커질 지 → 커질지

    62. 보험을 들기는 커녕 → 들기는커녕

    105. 빠른 손 마저도 → 손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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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 짧,굵 소방설비기사 [전기] 필기 8개년 기출문제집 - 2026, 2025년 기출무료강의(20강) / 기출 CBT 모의고사(3회) / 핵심이론 요약집&암기용 MP3
    김윤석.이홍주 지음 / 김영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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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소방안전관리자 2급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에 공부하면서 소방설비기사에도 관심이 생겨서 알아볼 때, 과목이 전기와 기계로 나누어지는 걸 알았다. 검색해보니 실기 합격률이 기계보다 전기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암기 비중이 높고 계산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도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기 합격률은 최근 들어 10%~40%까지 격차가 크기 때문에 수월하다는 것도 옛말이 되어버렸기에 준비할 수 있을 때 바짝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전기라면 이전에 회로도 설계를 주 업무로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원리만 알면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내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교재다. 그간 공부하면서 교재로 인해 짜증이 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특히나 기출을 중점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기출문제와 관련해서 해설이 충분한 것일수록 좋았다. 내년 첫 시험을 위해 내가 준비한 교재는 2027 짧,굵 소방설비기사 [전기] 필기 8개년 기출문제집이다.


    소방설비기사 전기분야는 소방원론, 소방전기일반, 소방관계법규, 소방전기시설의 구조 및 원리 총 4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껏 공부했던 다른 자격증에 비해 적게는 1과목, 많게는 2과목까지 줄어든 4개 과목이라 약간의 부담은 줄었지만 낯설고 생소한 용어들이 있어 미리미리 준비해야한다. 최근에 다른 기사시험에 똑! 떨어진 나는 1주 합격, 2주 합격에 부러움을 표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공부법을 찾아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결과, 합격선에 맞추려면 나의 경우엔 일을 병행한다면 최소 1개월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처음에 2027 짧,굵 소방설비기사[전기] 필기 8개년 기출문제집을 받아보았을 때 좀 당황했었다. 권수가 많았기 때문인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최신기출 모의고사와 4개년 기출, 3개년 기출, 핵심이론 요약집 + 암기용 MP3로 4권으로 분권되어 그때그때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만 들고 다닐 수 있어 휴대성이 용이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2027 짧,굵 소방설비기사[전기] 필기 8개년 기출문제집』은 최근 8개년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자주 나오는 문제와 출제 유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소방설비에 대해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보니 결코 쉬워보이진 않지만 꼼꼼한 해설과 기출무료강의를 함께 활용해서 어려운 개념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번 기회에 바짝 집중해서 내년에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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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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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의 뒷장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는데, 너무나도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아는 건 <모나리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어째서 그 그림이 그려졌는지, 왜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는 것인지, 왜 저 그림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서인지, <모나리자>에 내 감성을 자극할 만한 것은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고 요하네스 베르메르에 대해 유튜브로 찾아보다가 랩 배틀을 보게 된 이후였다. ai로 만든 <진주 귀고리 소녀 vs 모나리자> 랩 배틀이었는데, 그걸 보고 관심이 생겼다. 너무나도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나조차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는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접근하기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생애를 관련 인물 관계도부터 주요 사건과 작품 연표, 활동 범위 지도까지 보여준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소년, 청년, 장년, 만년으로 나누어 그의 전 생애를 눈으로 따라가며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대대로 공증인 가문인 다빈치 가문이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로 태어났기에 재산 상속권도 없고 부양 공제 대상에서 제외가 되기도 하고 직업의 제약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레오나르도의 자질을 명확히 꿰어본 아버지 세르 피에로가 베로키오에게 그림을 직접 들고 가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베로키오 공방에 입문이 가능했다. 이후 자신의 길을 개척한 것은 레오나르도의 몫이었지만, 세르 피에로는 우리가 아는 레오나르도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회화 작품으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뿐만 아니라 <수태고지>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 <흰 담비를 안은 여인> 등이 실려있다. 그저 그림만 덜렁 나열해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그 그림의 탄생 배경, 이유 등을 쉽게 풀이해두어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림을 보게 만들어 흥미를 유발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이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시를 볼 기회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 꼭 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였다. 그는 화가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다.

    레오나르도는 회화 말고도 새의 날갯짓을 위한 고안, 지도, 토목공사, 기계, 병기 개발, 해부학, 건축, 조각, 인체비례, 의상 및 소도구 데생 등 많은 곳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게 얼마나 디테일한지 보는 내내 감탄이 물결처럼 일었다. 그는 다방면으로 뛰어났던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그의 업적을 이제껏 <모나리자> 하나로만 알고 있었다니,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업적에 대해 알게 되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는 그게 그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능력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없던 사생아라는 제약 속에서 홀로서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단순히 ‘천재’라고 일컫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넘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도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도 감탄했다.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먹지 마라, 꼭꼭 씹고 충분히 익혀서 먹고 조리방법은 단순할수록 좋다, 약을 함부로 먹지 말 것, 화내지 말고 정체된 공기를 피하라 등 현대에도 실천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바쁘게 살고 있는데 그럴수록 내 건강에는 점점 더 소홀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차여서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책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정보들을 한 권에 꾹꾹 눌러담으려다 보니 각각의 내용이 깊게 다뤄지기보다는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살짝 산만해보인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만화로 구성되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모나리자> 하나만 알고 있던 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어 유익하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의 작품을 보게 될 때 나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재미있고 간질거리는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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