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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정한 행복 - 하버드 행복학 교수가 찾아낸 인생의 메커니즘
아서 C. 브룩스.오프라 윈프리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오늘까지 내가 아주 잘 읽었던 책은 <우리가 결정한 행복>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실천하지 못했다. 좋고 기쁘고 뿌듯한 것들이 있어도 그 감정을 표현하기는커녕 마음에 가책을 느껴 일부러 모른척할 때가 훨씬 많았다. 기타 다른 감정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시에는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에 대한 (누구도 채찍질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갖는, 또 생성되는 죄책감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평소에 교양 심리를 겉으로만 핥고 신뢰하지 못한 나였는데, 이 책을 오래도록 읽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심리 상태가 안녕했다면 나는 이 책을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최근에 내게 놓인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4. 행복이란 최종 목적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서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다.
평소에도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는 말이다. 이거만 하면 나는 행복해질 거야, 라는 주문은 이제는 하지 않는다. 행복은 순간 반짝 차오르는 느낌이었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것도 순간의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그러잡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책에서 ‘파나스’ 척도를 통해 내가 어떤 유형인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 모두에서 높은 점수였던 미치광이 과학자였다. 내가 양극적 장애인 조울증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맞닥뜨릴 줄은 몰랐네. 그러다보니 내게는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메타인지가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감정을 의식적 수준에서 경험하고,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고, 감정에 의해 휘둘리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안되는 일이지 않은가. 난 그렇다. 난 미치광이 과학자니까...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세상을 겪는 방식을 바꿔라.라고 책에서 말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나는 현재 상태를 고수한 채 타인을, 상황을, 세상을 바꾸려고만 한다. 내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 타인도, 상황도, 세상도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그렇게 고집을 피운다.
최근에 남편과 다투었다. 남편은 기본적으로 내가 힘든 게 싫다고 했다. 힘들어하는 내가 안쓰럽다고도 했다. 힘든 일들을 본인들은 하지 않으면서 인정도 해주지 않는 내 원가족에게 화가 나고, 그걸 못 본 척하지 않고 자처하는 나에게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가족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혹은 하지 않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너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모두 맞는 말이기는 했는데, 맞는 말인만큼 마음이 쓰렸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이 책의 가족 챕터를 읽게 되었는데, 원숭이 덫을 예를 들어둔 걸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말뚝에 코코넛을 매달고, 속을 파서 안에 쌀을 조금 넣어둔다. 코코넛 위족에는 원숭이가 손을 넣을 수는 있되 쌀을 움켜쥔 주먹을 뺄 수는 없을 만한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 배고픈 원숭이가 코코넛에 다가갔다가 덫에 걸리게 되었다. 손에 쥔 쌀을 놓으면 자유롭게 풀려날 수 있지만, 원숭이는 쌀을 놓지 못한다. 놓을 생각이 없다. 결국은 감정이라는 쌀을 움켜쥐고 놓지 못하느라 화나고 쓰라린 마음에서 자유롭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 모습이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안쓰러우면서도 왜 이렇게 등신같은지...
용서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을 때리고 싶어서 불이 붙은 숯을 집어들고 (…) 스스로 화상을 입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오게 되면서 원가족 중 엄마를 더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족 챕터를 읽을 때는 마음껏 엄마를 미워하면서 읽었는데, 책의 결말이 충격이었다.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가족이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니. 그게 결론이라니.... 머리가 띵했다. 대체 왜 위로해주는 척을 한 거야... 난 지금 누구보다 포기하고 싶은데. 아예 전처럼 모른척하고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그 마음을 가로막는 게 뭔지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인데...
요즘의 나는 모든 면에서 예민하고 민감하다. 타인의 단어 선택 하나, 행동 하나에도 왜 그딴 식으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냐고 지나치지 못하고 따지게 되는 앵그리버드가 되었다. 109. 당신이 지닌 부정 편향의 "민감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부정적 신호들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정말 중요한 소수의 신호에만 주의를 기울이려면 민감도를 낮출 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부정 민감도는 인생의 좋은 것들을 알아보기 어렵게 만든다. 민감도를 낮추는 방법 하나는, 감정 수용체에 부정적 감정이 결합하지 못하게 다른 긍정적 느낌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감사다.
다투고 나서 생각을 정리할 때 내가 남편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했었다. ‘내가 천성이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인 것을 잘 안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나도 싫어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해왔고 그중 하나가 감사일기였다. 그런데 그것도 그때뿐이더라. 어떤 상황을 감사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감사를 동전의 양면처럼 한 번에 불행으로 바꿀 수 있는 구제불능 인간이기도 하다. 천성은 바꿀 수가 없는 걸까. 그런 내가 나는 자주 끔찍하다.’고.
194. 만일 당신이 불행한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당신을 돕고 싶어 한다는걸 반드시 기억해라. (…) 무엇보다도,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괴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나만큼이나 더 힘들었을 남편이다. 항상 내 기분을 살피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너무 잦다보니 남편이 불만을 토해낸 것이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125. 때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당신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당신과 가까운 사람의 감정이다. 가족의 일원, 배우자, 친구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당신과 그 사람의 관계는 상대의 괴로움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그로 인해 당신의 기분마저 가라앉기 일쑤다. 그러던 와중에 시의적절하게 책에서 위와 같은 문장을 보게 되었고 내가 내 감정에만 너무 골몰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남편에게 많이 미안했다.
101. 일기장에 고통스러운 경험을 적는 칸을 마련해 그런 일을 겪으면 바로 그 칸에 적어라. 아래 두 줄은 비워두자.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일기장을 펼치고, 비워두었던 첫 줄에 그동안 나쁜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적어라. 6개월 뒤, 비워두었던 둘째 줄에 그 경험이 낳은 긍정적인 결과를 적어라. 이런 훈련을 통해 과거를 보는 관점이 놀랄 만큼 달라질 수 있다. 고개를 끄덕거리게 했던 부분이다. 한 달 뒤, 6개월 뒤에 배운 것과 긍정적인 결과를 적으라니... 고통스러운 경험을 적는 건 쉬우나, 그곳에서 얻은 것을 적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 하다못해 최근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이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배운 게 없는 것만 같고 벗어나고만 싶고 꿈이었으면 싶은데... 깊이 생각해보지 못해서 그런 걸까. 다음에 한번 해봐야지. 생각하고 독서노트에도 써두고 형광펜을 그어두었다. 책에는 그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필요할 때마다 챕터별로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도저히 행복을 찾지 못하겠을 때 추천하는 책_ 행복의 뿌리에 자꾸 물을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물만 자꾸 주면 뿌리가 썩을 텐데, 이 책을 통해 기존에 행복을 심어두었던 흙을 걷어내고 새로운 흙으로 덮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