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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딱 내 심정의 문장이다.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59. 일이 힘들면 일이 문제라고 생각했고, 내가 지치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나는 이제껏 업무를 하면서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는 말 대신에 어차피 알아두면 내 것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해왔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때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했었다면, 지금은 “아, 내가 왜 이것까지 해야 돼.”라는 볼멘소리를 낸다. 그래도 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다양하고 확실하니까. 인원이 없어서,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할 것 같아서, 업무처리가 미흡해서. 무엇보다 내가 필요하니까.
업무에서 그렇게 나는, 에너지를 다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회사는 좋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회사에서 타현장 연계도 받았지만, 그러기에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도 지쳐버렸다. 그 일들이 어렵거나 힘들거나 전부 싫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조력자가 될 순 있었지만, 그 역할도 당연하진 않았음에도 지금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위치에 서있었다.
154. 돈을 무시하면 현실을 놓친다. 하지만 돈만 보면 방향을 놓친다. 돈은 일을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까지 대신 정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돈을 본다.
하지만 돈만 보지는 않으려 한다. 돈이 어디서 오는지보다, 무엇이 그 돈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함께 보려고 한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었다. 내가 오래 붙잡고 싶은 일을 계속하려면, 그 일을 함께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과 환경도 필요했다.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연결이 필요했다.
지금의 업무를 처음 했을 때, 나는 서른 중반이었다. 가장 힘들다는 공종에서 근무를 했고, 몸은 너무나도 힘들어서 워라밸은 전혀 없었지만 재미를 느꼈기에 할 수 있었다. 그땐 돈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오롯하게 한 달을 전부 일하고 첫 월급을 받았던 날, 나는 울어버렸다. 내가 일한 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생각과 앞으로도 업무를 할 때마다 만족감이 결여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면담을 신청해 말씀드렸고 이사님은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그때 나는 당시 연봉에서 1200만 원을 더해 재협상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은, 열심히 게임했더니 레벨업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연봉이 몇천만 원이 더 올랐지만 그런 기분을 또다시 느끼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린 경제적인 부분에서 전혀 쪼들리게 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나는 무작정 연봉을 깎으려는 회사는 입사하지 않는다. 어떤 업무를 하면서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는다는 건, 결국 돈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좇아 일을 하지도 않는다. 여러 곳에서 일을 하면서 내게는 충분한 기준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55. 할 수 있다는 말이 위험할 때가 있다.
할 수 있으니까 더 하게 되고, 더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되고,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된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멈추지 못해서 하는 일이 된다.
그때 일은 좋아하는 마음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좋아하는 마음까지 같이 태워버린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어야 했다.
내가 어떤 조건에서 오래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인지.
지금 일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오래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서 오래 일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부단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내가 일을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는 어디까지 커져도 괜찮을까.’는 저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잘 모르던 부분이었는데, 나의 배우자 말로는 내게 어떤 일이 주어지면 나는 그것을 숙명처럼 여기고 매몰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게 많은 역할이 주어지는 게 썩 달갑지는 않다고.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꼽았다. 하하. 나는 이전까지는 이번 생으로 끝내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했었는데, 올해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여러 번 태어나야 할 것 같다고 말을 번복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어디까지 켜지고, 커져도 괜찮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깊고 넓게 가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오롯하게 나의 미래에 집중한다는 건 꽤 행복한 일이었다.
204. AI가 계속 발전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예전에는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고, 혼자서는 시작하지 못했던 일을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 좋은 변화다.
다만 그 변화가 너무 자주, 너무 빠르게 오면 사람은 어느 순간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따라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AI를 접목해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 우리는 AI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면, 지금은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업무를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AI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장단이 확실하다. 나는 AI를 활용하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또 내가 쓴 것을 AI에 넣으면 내가 쓴 것보다 AI가 다듬은 것이 더 괜찮아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고유한 나의 색이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편리하다고만 느꼈는데, 내가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놓치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나를 잃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에서도 비슷했다. AI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수월하게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내가 작업을 하면서 중간중간 수정을 하는 것과 누군가 만들어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하게 내 몫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AI를 무조건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경계를 두려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
또 가장 큰 문제점은, 업데이트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떨어지지 않을 때 AI에 이것보다 더, 이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라고 요구해왔었다. 그러면서도 만족감은 쉬이 얻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잘 꺼질 수 있어야 한다.
212. 비워둬야 보이는 일이 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이었다. 나는 매일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좀 쉬어보려고.”라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며 배우자도 내게, “나는 당신이 1년이라도 아니, 6개월이라도 쉬어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그렇게 말해주는 배우자에게 고마우면서도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 장기근속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틈틈이 쉬어주었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본인은 21년째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 그렇게 따지자면 본인이 더 쉬고 싶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서평을 쓰는 오늘, 나는 지난주에 잡아둔 면접을 고심 끝에 취소했다. 급여도 맞춰준다고 했고, 공사 규모도 적당했고, 근무시간도 괜찮았으며, 업무가 분권화되어있는 것도 좋았다. 입사 일자가 문제였다. 2주 후 바로 입사를 하기에 배우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나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쉬어줘야 할 때라는 것을. 지친 것을 알면서 모른 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것, 충분한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강행할 수가 없었다. 당분간 여백을 즐기며 미지의 것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 이번 쉼 동안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밑줄>
67. 좋아하는 일이라서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할 때, 비로소 지속할 수 있는 일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맞는 옷을 입는다고 일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일은 여전히 일이다. 마감은 있고, 부담은 있고, 잘하고 싶은 만큼의 건강도 있다.
다만 맞는 옷을 입으면, 나를 덜 탓하게 된다.
지치는 날에도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느린 날에도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는 걸 안다. 하루가 끝났을 때 자신을 몰아세우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오래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거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206.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래 가져갈 것을 고르는 일이었다.
211.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지나간다. 눈앞의 제안을 하나 더 수락하면 당장 보이는 결과는 생길 수 있다. 대신 다른 가능성을 들여다볼 시간은 줄어든다. 어떤 선택은 받은 일로 남고, 어떤 선택은 놓친 일로 남는다.
다만 놓친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빈 시간을 그냥 두기가 어려운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211.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그 12월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에, 내 일의 방향을 바꾸는 말이 들어왔다.
그 변화는 빽빽하게 채워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비워두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