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끝내는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 나혼자 끝내는 독학 첫걸음 시리즈
염찬희 지음 / 넥서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언어라는 것은 으레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언어를 배울지 고심했다. 어떤 언어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어떤 언어라는 것은 대개 내가 거의 모르는 언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한국어라든지 영어라든지 같은 것은 자연스레 제외되는 셈이었다. 체코어, 헝가리어, 포르투갈어를 두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언어이기 때문인지 교재를 찾는데만 시간을 허비하다가 종래는 포기하고야 말았다. 그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너무 우습게도 프랑스어였다. 프랑스어는 순위에도 없던 언어였는데, 어떤 언어라도 뭐라도 배워야겠다, 라고 마음먹은 때에 눈앞에 있는 것이 프랑스어였을 뿐이었다.


나는 프랑스라는 나라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건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명확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프랑스라는 나라를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이건 너무나도 하찮은 것이다.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기차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프랑스인들(평균 60세)이 정말 너무너무 시끄러워 정중하게 조금 조용히 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기차는 뚫려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나도 어쩔 수 없는데?” 하며 비아냥거리는 대답을 했고, 오히려 더 시끄럽게 굴었다. 그들이 동양인을 비하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본인들의 잘난 우월주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때 느꼈던 것은, 프랑스어를 단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게 억울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보란 듯이 그들에게 프랑스어로 욕을 한 마디 날려주고 싶었는데. 뭐 그렇다고 내가 욕을 배우려고 프랑스어를 배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억울할 터로 한 마디 정도는 구사해서 말을 하고 싶어서 배운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입을 좀 다물라고 하는 것. 그 정도만. 음. 배우겠다는 의도가 너무 불손한가.

 

 

 

 


책에는 CD가 있어서 교재에 대한 부분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집에 CD ROOM이 없는 줄 알고 부러 뜯지는 않았는데, 일 년 전에 산 것을 잊고 있었다. CD ROOM 설치해야지.

 

 

 

 

지난 학기 중 <언어와 문화>라는 과목에서 프랑스 문화에 대해 공부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종전까지는 프랑스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안타깝게도 문화에 대해 그렇게 깊게 공부를 한 것은 아니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언어에 관해서 만큼은 혀를 굉장히 많이 굴려야 하는 언어라는 것을 느꼈다. 뭐 흔히들 알고 있는 봉주흐~ (프랑스어에서 R은 ㄹ이 아니라 ㅎ로 발음되어 봉주르가 아니라 봉주흐라고 하는 것 같다.)만 보더라도 입에서 사탕을 굴리는 그런 느낌. 또 상대적으로 한국어나 영어와는 달리 [ㅊ],[ㅋ],[ㅌ],[ㅍ]와 같은 발음이 없어 그런건가 싶기도 했다. [ㅍ]으로 발음되는 것도 있기는 한데 그건 거의 f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 것 같다. p는 [ㅃ]으로 발음되는 것 같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잘 모름 주의_ 이건 공부를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c는 [쌔]로 발음을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뜻을 가진 coréen을 발음할 때는 [코헤앙]이라고 한다는 것.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파리라고 알고 있는 paris는 프랑스인들은 [빠히]라고 발음한다고 했다.

 

 

 

 

지난 번, 두 학기에 걸쳐서 한국어 교재를 분석하고 /내가 교재를 만든다면/이라는 가정을 두고 교재를 기획하는 강의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프랑스어 교재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를 자세하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한국어를 잘 알고 있기에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전혀 모르는 프랑스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접해보니 그 의미가 또 색달랐다. 발음기호 다음으로는 이런 식의 대화가 몇 개 나열되어 있었는데, 일상생활에서 쓰는 기본적인 문장들을 써두어 부담 없이 따라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vous auss'를 발음할 때에 만화와 그 밑에 쓰여있는 발음이 달라서 [부 오씨]인지, [부 조씨]인지 생각하다가 그 옆에 'toi aussi'를 [투아 오씨[라고 하는 것을 보니 [부 오씨]가 맞겠구나. 했다. 특히나 배움에 있어서는 교재의 오타를 허용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뿐만이 아니라 자격증 기출문제에서도]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세밀하게 짚어내야 하지 않았나 했다. 별거 아니라고 하면 별거 아니겠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어서 검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를 테면, 내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만났다면 나는 what을 [왓]이 아니라 [홧]이라고 발음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 그렇게 발음하도록 변화가 되었을 뿐이지만, 우리나라 사례를 들자면 [설거지]를 더 이상 [설겆이]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 문법.은 한국어를 공부할 때도 제일 힘겨운 부분이고 영어를 공부할 때도 문법만큼은 참 어려웠는데 본격적으로 문법을 하게 되면 나 같은 사람은 금방 싫증을 낼 것 같아서 아직 쉽게 시작을 하지는 못했다. 우선은 발음이 좀 익고, 귀에도 좀 익을 때 즈음에 문법을 펴보려고 한다. 그런데 영어로 익힌 알파벳 발음을 프랑스어로 익히려니 그렇게 빨리 학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다만, 회화로 이렇게 쓰여있는 부분은 굉장히 열심히 따라 읽고 있다. 내 발음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CD를 들어보려고 하는데, 찾아보니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는 것 같아서 찾아봐야겠다. 이 책은 20일이면 프랑스어의 기본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언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제대로 알지 않으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든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르코프스키 2017-09-0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불어 공부 하려고 책 찾아보다가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어서 댓글 남깁니다.
부 조씨는 오타가 아니에요. vous aussi 할때 첫 단어가 자음으로 끝나고 뒤에 따라오는 단어가 바로 모음이 오면 연음이 되서 saussi를 조씨로 발음하는 것이지요. 계속 공부하고 계시다면 지금쯤 아셨을거 같기도 한데, 언어는 정확히 공부하는것이 좋으니까요 ^^ 기우였다면 죄송해요..

하늘보리 2018-01-31 22: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댓글을 이제야 보게 되었어요. ^_^
제가 저때는 처음 공부를 하는 것이어서, 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저렇게 끄적여놨네요. 하하. 타르코프스키 님께서 짚어주신 게 맞아요. 저도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고, 또 여전히 거의 모르는 상태이지만 이렇게 알려주시는 덕분에 저도 또 공ㅂ를 합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