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에서 국선으로 - 국선변호사의 사건 노트 : 법정에는 늘 사정이 있다
김민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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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를 옭아매는 지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다행히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세상은 참 만만찮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 역시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가 났을 시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긴장한 채로 일을 하다보니 업무에 임할 때의 태도가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걸 느끼게 된다.



세상 어떤 일에도 관심 없는 것처럼 살지만 아파트를 위해 직책이 부여된 이후 나는 선한 척을 좀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평소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아파트 경비실 앞에 핸드폰이 하나 떨어져있었고, 나는 그 핸드폰을 주워 후문 경비실에 갖다드렸다. 핸드폰이 떨어져있던 곳과 경비실까지의 거리는 기껏해야 3m 남짓. 하지만 경비대원님은 본인은 아파트 순찰을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본인이 있는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내가 그 핸드폰을 가져다줄 것을 요청했고 나는 정문까지 갈 여력이 되지 않았기에 그럼 후문에서 정문으로 전달해달라 말씀드리고 상황은 끝이 났다. 차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편에게 늦은 이유를 설명하니 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다. 점유이탈물로 횡령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 난 이런저런 이유로 점유이탈물 횡령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 입장은 일단 핸드폰 주인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었고, 만일 그 일로 신고가 들어갔을 때 돌려줄 생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 내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부러 자신의 물건을 놓고 유인하는 못된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 그런 일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는 것이 논지였다.

남편의 말을 전부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몰아붙이니 알겠다고 하고 말아버렸다. 그러고 까먹고 지내다가 책의 [4-1] 수요 없이 베푼 친절이 공소장이 되어 돌아왔다를 읽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쩌면 내 얘기일 수도 있기에. 분명 강 씨도 나도 선한 의도로 한 것이지만 그게 화살이 되어 찌를 수 있다는 것. ‘나쁜 마음’이 아니라 ‘서툰 배려’의 결과라며 서툴렀다면 단순한 ‘부주의’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함정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



책에는 사선변호인, 국선변호인, 국선전담변호사의 차이점을 명확히 짚어주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 좀 더 수월했다. 나는 살면서 변호사를, 또 노무사를 수임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전부 사선으로 알아보았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기는 했지만 사건을 들을 때보다 수임료를 얘기할 때 더 적극적으로 말하는 그들을 보며,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승패로 가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찾아주는 것이라는 말에서 인간미를 느꼈다.



책에는 수백 개, 수천 개의 사건 중에서도 몇 개의 사건들을 책에 실었다. 故 김광석 이상호 기자 명예훼손 사건, 다이버 사망 사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공동퇴거불응 사건, 위법성조각사유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공공주택특별법 위반 사건, 보이스피싱 사건, 재물손괴죄 사건. 뉴스나 다큐로 익히 보고 익힌 것들이 있고 처음 보는 것들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내려가다가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묵직해졌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 건 단 한 가지였다. 세상에는 정말 의도치 않게 법을 어길 수가 있다는 것과 세상은 ‘왜’라고 자주 되물어야하는 하나의 거대한 물음표라서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지, ‘왜’ 그런 일을 내가 해야하는지, ‘왜’... ‘왜’... ‘왜’... 그 ‘왜’를 들여다보면 결과를 알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따뜻하기만 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올가미가 더 거세지고 있다. 모든 것에 왜를 붙일 수는 없지만 자질구레한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낯선 사람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의성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건 상당히 ‘귀찮은’ 일임에는 분명하니까 말이다.




+ 참고로 저자의 아이를 낳기 위해 선택한 결혼 스토리가 매우 충격적이었다. 와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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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사치 - 가족을 이루는 삶이 특별해진 시대의 가족
진미정 지음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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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월에는 가족에 대한 헌신과 책임, 양보와 배려, 그리고 묵직한 부담은 가족에서 떨어져나오고 싶게끔 만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형성된’ 가족이라는 집단의 부담감에서 허우적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손에 들었는데 예상 밖의 흐름에 조금 당황했다. 책은 가족의 형태부터 시작하여  저출산, 다문화, 고령화까지 여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줘서 잠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가족을 생각할 때 어떤 형태를 생각하는가? 부모와 아이, 혹은 아이‘들’이 있는 ‘단란한’ 가족을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를 낳음으로써 가족이 완성되었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바뀌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했다면, 지금은 가족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보니 누구도 함부로 가족계획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사치가 되어버린 지금.

나부터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살기로 고민하고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의 오지랖들을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오지랖을 덜 듣는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또 무엇보다도 내 주변 직업 특성상 결혼 적령기를 놓쳐 결혼을 하지 못한 혹은 않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나보다 연배가 더 있는지라 더 이전부터 어떤 얘기를 들어왔을지 빤히 보이지만 부러 얘기하진 않는 게 내가 그들을 존중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이렇듯 이제는 가족의 다양성을 본인의 기준에 따라 맞다 틀리다로 규정하지 않고 개별의 가족단위를 존중해 줘야 한다. 이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숙제가 하나 생긴다. 출산율. 인구 절벽, 인구 소멸. 책에서는 많은 것들을 얘기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출산율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의 알고 모르는 노인들을 부양하며 살고 있는데, 지금의 아이들이 우리를 부양한다는 생각을 할 때면 괜스레 미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의 존재로 최대한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망에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임신/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라서 존중되어야하지만 사회적으로는 피할 수 없다.

전에는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했던 나는, 지금은 약간 생각이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노키즈존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아주, 대단히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전히 노키즈존이라는 공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가 양육자의 태도로부터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성숙한 양육자가 많아진다면 노키즈존은 자연스레 사회에서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아이를 낳은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아이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의 양육방식이 쉬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서 안타깝다.



97-98. 앞으로 각자 삶의 경로를 선택할 때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것이 있다. 취향과 가치를 구분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선택, 혹은 비혼 선택은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취향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결혼을 선택하든 비혼을 선택하든 아동, 가족, 돌봄, 공동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나 자신은 가족과 돌봄을 선택하지 않았어도 이러한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위에 얘기한 노키즈존과도 맥락을 같이 하지만, 최근에 아버지를 간병해본 나는 ‘돌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돌봄에는 시간과 품이 정말 많이 드는구나를 체감하며 일명 간병 지옥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한 달을 꼬박 간병인을 쓴다면 최소 500만 원을 소비해야 하는 높은 간병비의 벽에 머리를 찧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간병을 자처한 보호자의 경계를 절실히 느꼈달까. 하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모 아니면 도였으니까.



그 외에 흥미로웠던 건 ‘한부모가구’와 ‘한부모가족’의 개념을 바로잡아주는 일이었다. 한부모가구는 부모 중 한 명과 자녀로 구성된 모든 가구를 말하고, 한부모가족은 부모 중 한 명과 미성년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말한다. 그러니까 엄마와 성인 자녀는 한부모가족이 아닌 한부모가구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부모가족은 법적으로 인정된 보호 대상이라면 한부모가구는 지원 대상 여부와 무관한 단순한 가족 형태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한 부부의 해체와 미혼 또는 비혼인 자녀의 결합이 한부모가구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뉴스나 기사에서 보는 한부모가족과 한부모가구의 어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회적 기준과 평균은 현재에 와서는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을 나눌 필요 없이 우리는 공생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더 이상 정형화된 삶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하지만, 개인의 삶은 각자의 선택에 맡겨졌지만 그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국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하는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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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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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TV 프로그램을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는 사람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본방송은 챙겨보지 못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일부러라도 찾아서 본다. 그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이게 정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라면서 분노할 때가 정말 많았는데, 그 프로그램의 메인 PD의 첫 소설집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제목이었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ㅡ 제목만 봤을 땐 나는 남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떠올렸지만, 책은 정말 말 그대로 남의 불행으로 벌어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책에는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 <일요일의 소아과>, <당신 사주에 금이 없다면>, <무대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나의 프로파일링 비밀 노트>, <아직 특종은 끝나지 않았다>, <재심은 만루홈런처럼>, <문지기 박계장의 임무는 무엇인가>, <독기에 잠식당한 열아홉 내 영혼>, <가해자 H의 피해일지>의 제목으로 열 편의 단편집이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숨을 멈칫-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의 단편인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을 지하철에서 읽었었는데, 그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이력을 전혀 몰랐다면, 이 사람에게 사이코패스와 견줄 만한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였다. 한동안 그 잔상이 머릿속을 지배해서 이 단편을 누군가와 꼭 공유를 해야겠는데 누구와 공유를 해야할지 알 수 없어 남편에게 내가 설거지할 동안 이 단편 좀 읽어보라고 책을 그대로 넘겨주었다. 책을 읽은 남편의 반응도 나와 같았다. 헉-소리가 절로 나던 이야기. 왜인지 그럴 것 같았는데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느꼈던 마지막의 반전까지.



283. 내가 바라던 복수의 시간은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 알맹이가 사라진 껍데기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오래도록 바라본 문장이었다. 내가 그토록 가지고자 열망했던 유연함이 억울함과는 대칭이 될 수가 없어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해결을 해야하는 것들에, 나는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그게 후련했느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세상 일이라는 건 도대체 왜 이 모양인 걸까. 자꾸만 찝찝함이 남는다. 나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책은 글을 읽는 것 외에 실제로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서 내가 책을 읽는 건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몰입했다. ‘만일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기초에 깔고 책을 읽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마주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 중 내 이야기와 중첩되는 게 없어 다행이다. 같은 추악한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 나. 이 책을 읽으면서 영원히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어진다. 어느 것에도 연루되지 않은 채로. 하지만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불행은, 언제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우리를 집어삼키기 마련이라는 점을.



아, 참고로 <당신 사주에 금이 없다면>을 읽고 우리는 “다음 계급의 원이 어떤 원인지 알아?” 하고 묻고 으뜸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 으뜸만 보면 오! 으뜸! 하며 외치곤 한다. 하하. 으뜸 원! 꼭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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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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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대리모라는 큰 축을 따라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책이어서 읽는 내내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에 대해서. 《위대한 개츠비》에서 나온,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이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홋카이도 출신인 스물아홉 살의 리키는 현재 도쿄의 한 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도쿄를 올라올 때는 분명 희망을 가지고 올라왔는데 도쿄 물가로 인해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점심을 사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오고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다니는 등의 절약을 강제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으로 아등바등 삶을 꾸리고 있다. 그러던 그녀에게 직장동료 데루는 ‘난자 제공’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고 반신반의하며 클리닉에서는 그보다 훨씬 보수가 높은 대리 출산을 제안받게 된다.


그리고 난임 부부인 모토이와 유코. 난임치료를 꾸준하게 받아왔지만 계속된 실패에 아내 유코는 아이 없이 사는 삶을 굳혀가고 있지만, 남편 모토이의 생각은 달랐다. 부모의 유전자를 받아 발레 무용수로 활동하는 모토이는, 아내 유코가 아닌 리키의 난자와 모토이의 정자를 사용한 수정란을, 난자를 제공해 준 리키의 자궁으로 다시 옮겨 대리 출산하는 방법인 ‘서로게이트 마더’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유전자에 대한 거대한 집착을 누를 생각이 없다.


구사오케 부부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리키는 대리 출산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될 대로 대라 식으로 사례금 1천만 엔을 불렀고, 그 거래는 성사됐다. 비즈니스로도 불리고, 프로젝트라고도 불리는 그 괴상망측한 거래가.



책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여성이 몸이 단지, 임신과 출산의 소비재로만 쓰였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돈이 필요한 리키와 아이가 필요한 구사오케 부부, 아니 정확히는 모토이.라고 말했지만,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지고 살 수는 없다고 배워왔고, 생각했고, 그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이제껏 살아왔다. 그렇기에 나는 세상에 사람이 해야할 짓과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축으로는 아이 입장에서 내가 사랑의 결과가 아닌 계약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받을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모토이의 경우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두 눈으로 명확하게 확인하고 싶어서가 이유였다. 부모의 기대가 유전자 기반이 된 상태에서 혹여라도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는 삶을 살게 된다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목적이 없어진 물건 따위로 전락되는 게 아닐까. 아, 이미 모토이에게 아이라는 존재는 그저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나는 책의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로게이트 마더를 할 이유가 없었을 테니.


나는 여전히 한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진정한 부모라면,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는지가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자기들 욕망을 위해 네 몸에 부담을 지우는 거잖아. 굳이 말하자면 모토이의 아이일 경우겠지만.”

“하지만 아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이를 얻는 게 꿈 같은 세계 아닐까요?”

“그렇지. 사람마다 꿈꾸는 세계가 다르니까. 그래도 난 타인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그 세계를 이루는 건 아니라고 봐.”


리키는 생계 때문에 선택했고, 모토이는 욕망 때문에 밀어붙였고, 유코는 체념 속에서 동의했다. 이해와 수용의 간극은 깊고도 넓다. 막상 그곳에서 선택하거나 동의하지 못한 건 아이뿐이었다. 이 책을 읽고 원하는 것을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서로 나눠가진다는 것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리 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의 삶이 여러 방식으로 파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진하게 하게 됐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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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너이기 때문에 나태주의 인생 시집 3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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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삼월에는 마음이 무척이나 바쁘고 마음이 어수선해서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이런저런 책들을 손에 쥐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삼월은 대체 왜 이렇게 긴 것인가. 삼월은 봄의 버금딸림음이 아닐까. 봄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혹독했는가. 봄은 왔지만 삼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참 길고 긴 삼월이다. 마음에 평안과 안식을 주기 위해 시집을 집었다. 때때로 시는, 마음에 위로가 된다.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고도 강요하는 거 없이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기 때문에.


마침 눈에 띈 책은 나태주 시집의 《다만 너이기 때문에》였다. 시인은 이 책이 인 생 시집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첫 번째 책은 성장하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었고, 두 번째 책은 힘겨운 청춘들을 위한 책이었다면, 이번 세 번째 책은 마흔의 인생을 사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했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1부는 「인생이고 그리움, 그건 바로 너」 2부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3부는 「기죽지 말고 잘 살아봐」였다.


시를 읽다보니 내가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어서인지 3부가 가장 크게 남았는데 그중 내 마음에 각인된 시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와 <소망2>_ 두 편의 시 모두 모두 지친 나를 위로해주면서 다시 끌어올려주는 시였기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읊게 되었다. 요즈음은 좀처럼 눈으로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는데 한 편의 담백하고 진심어린 시들은 늦은 밤에 조용조용한 위로가 되었고 주눅들고 지친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부여잡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짐을 느낀다. 또 중간중간 실린 그림들은 유화방식으로 좀 더 편안한 느낌을 주었는데 시와 잘 어울리게 배치를 해두어서 그림 감상도 하면서 번잡한 생각들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번외로 나는 충남 공주로 여행을 종종 갔었는데, 그곳에 있는 나태주 풀꽃문학관은 매번 다녀오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다. 다음에 공주에 방문하게 되면 그땐 기필코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소망2>


오늗로 하던 일 마치지

못하고 잠이 든다

아니다 오늘도 하고 싶었던 일

다 하지 못하고 잠이 든다


이다음 나 세상 떠나는 그날에도

세상에서 하고 싶었던 일

다 하지 못하는 섭섭함에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눈을 감게 될까?


하기는 오늘 다 하지 못하고

잠드는 일, 그것이

내일 나의 소망이 되고

내가 세상에서 다 하지 못하고

남기는 그 일이 또한

다른 사람의 소망이 됨을

나는 결코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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