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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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의 뒷장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는데, 너무나도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아는 건 <모나리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어째서 그 그림이 그려졌는지, 왜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는 것인지, 왜 저 그림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서인지, <모나리자>에 내 감성을 자극할 만한 것은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고 요하네스 베르메르에 대해 유튜브로 찾아보다가 랩 배틀을 보게 된 이후였다. ai로 만든 <진주 귀고리 소녀 vs 모나리자> 랩 배틀이었는데, 그걸 보고 관심이 생겼다. 너무나도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나조차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는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접근하기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생애를 관련 인물 관계도부터 주요 사건과 작품 연표, 활동 범위 지도까지 보여준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소년, 청년, 장년, 만년으로 나누어 그의 전 생애를 눈으로 따라가며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대대로 공증인 가문인 다빈치 가문이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로 태어났기에 재산 상속권도 없고 부양 공제 대상에서 제외가 되기도 하고 직업의 제약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레오나르도의 자질을 명확히 꿰어본 아버지 세르 피에로가 베로키오에게 그림을 직접 들고 가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베로키오 공방에 입문이 가능했다. 이후 자신의 길을 개척한 것은 레오나르도의 몫이었지만, 세르 피에로는 우리가 아는 레오나르도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회화 작품으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뿐만 아니라 <수태고지>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 <흰 담비를 안은 여인> 등이 실려있다. 그저 그림만 덜렁 나열해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그 그림의 탄생 배경, 이유 등을 쉽게 풀이해두어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림을 보게 만들어 흥미를 유발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이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시를 볼 기회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 꼭 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였다. 그는 화가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다.

레오나르도는 회화 말고도 새의 날갯짓을 위한 고안, 지도, 토목공사, 기계, 병기 개발, 해부학, 건축, 조각, 인체비례, 의상 및 소도구 데생 등 많은 곳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게 얼마나 디테일한지 보는 내내 감탄이 물결처럼 일었다. 그는 다방면으로 뛰어났던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그의 업적을 이제껏 <모나리자> 하나로만 알고 있었다니,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업적에 대해 알게 되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는 그게 그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능력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없던 사생아라는 제약 속에서 홀로서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단순히 ‘천재’라고 일컫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넘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도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도 감탄했다.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먹지 마라, 꼭꼭 씹고 충분히 익혀서 먹고 조리방법은 단순할수록 좋다, 약을 함부로 먹지 말 것, 화내지 말고 정체된 공기를 피하라 등 현대에도 실천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바쁘게 살고 있는데 그럴수록 내 건강에는 점점 더 소홀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차여서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책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정보들을 한 권에 꾹꾹 눌러담으려다 보니 각각의 내용이 깊게 다뤄지기보다는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살짝 산만해보인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만화로 구성되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모나리자> 하나만 알고 있던 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어 유익하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의 작품을 보게 될 때 나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재미있고 간질거리는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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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성격이 아니야 문제는 말투야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이든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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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제목 때문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싶었다. 『바보야 성격이 아니야 문제는 말투야』 아무리 홍보를 목적으로 책 제목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책에서는 말투와 태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그런 내용을 제목이 다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너무 진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보야 라는 워딩이 꼭 들어가야만 했을까.



암튼 이 책을 읽게 된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나는 타인에게 불유쾌한 말투를 구사하기 때문이었다. 감정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특히나 더. 말하는 태도가 호감과 비호감을 가른다고 말하는 황시투안은 베테랑 심리학 멘토로, 중국의 유명 심리학 플랫폼인 이신리를 창립하고 사회, 조직, 개인에게 유익한 심리학 서비스를 재미있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책에는 크게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대화의 법칙,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말하기 비법, 자기 내면 읽기를 돕는 언어 모델, 삶을 변화시키는 언어의 마술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실없는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친분이 없는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업무상에서도 회의를 할 때에도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것을 경계한다. 즉,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거부한다. 그래서일까. 책에서 상위분류법과 하위분류법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영영 타인과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점술사가 “요즘 마음이 복잡하겠네요.”(상위분류법)라고 하거나, 관리감독자가 “오늘도 안전하게 작업합시다.”(상위분류법)처럼 ‘왜’나 ‘어떻게’가 빠진 얘기. 가볍게 “날씨가 좋네요.”와는 또 다른 느낌의 말들이다.


그리고 업무상 문제가 생겼을 때, 하위분류법을 통해 방법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장님, 큰일났습니다.” 다음에 그 큰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내용을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나는 요즘 사회에서 말하는 꼰대인 걸까. 하지만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류법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사고를 바꿔 생각해본다.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페이지는, 언제나 상대방을 ‘정답’의 자리에 둔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이게 정말 어렵다. 늘 내가 맞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주장을 맞다고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최근에 엄마와 다퉜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도 했지만, 당시 상황만 바라보던 엄마와 결과까지 생각하던 나의 충돌이었다. 이제까지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다툰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관계 회복은 되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 모녀는 등 돌린 채로 찬바람을 일으키며 지내고 있다. 언제나 상대방을 정답의 자리에 두는 것과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같은 선상에 있는걸까? 엄마와의 갈등에서 내가 원했던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엄마가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나 역시 할말이 없다. 책 한 권으로 내가 가진 좋지 않은 말투와 태도를 교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 볼 만해서 말투와 태도가 문제가 되어 일어났던 여러 상황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내 말투와 태도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게된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언젠가는 조금 더 어른스럽고 성숙해진 나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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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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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여름이 맴맴맴맴하고 울어대고 덥고 습하고 기운이 처져서 하이고 죽겠다, 죽겠다를 외치는 그런 여름. 여름이 오면 항상 소망한다. 배를 바닥에 대고 누워 선풍기 틀고 수박먹으며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것을. 매해 그렇듯, 올해도 그런 여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쉬는 휴일에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온전히 집에 있으니 밀린 책을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긴 하다. 이런 때에는 소설만 한 것도 없지. 이번 여름 소설책으로는 『생가』를 골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 오컬트 호러를 읽기엔 지금이 딱이니까!



경북 계류면에 위치한 前 대통령 이운암의 생가는 우파 국회의원들의 단골 순례지일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곳이, 방화범에 의해 일부 소실되고 만다. 생가를 지었던 도편수 지범근은 “그 집 짓지 마. 다시 지어선 안 돼. 생가…… 절대 복원하지 마라.”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사망한다. 이때 “다만 내 집은 누추하니…… 문을 두드리지 말라……”라고 하는데, 이유를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지범근의 유언을 받든 양아들 한벽종은 생가를 복원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친아들 지재헌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여러 이유로 그 집을 복원하기로 한다.


생가에 직접 가본 재헌은 집 전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집을 복원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지하실은 무엇이며, 숯덩이는 무엇인가. 올챙이를 토해낸다는 하마고라는 것과 부풀어 오른 배가 터져 죽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다. 과연 재헌은 끝내 생가를 복원할 수 있을까? 왜 아버지 지범근이 생가를 절대 복원하지 말라고 했는지, 그것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독자는 차근차근 저자가 짜놓은 판 위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진실을 추적할 수 있다.


목차는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파가, 개기, 열초, 선목, 벌목, 입주, 상량, 생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집을 허물고 집터를 닦고 주춧돌을 놓고 나무를 고르고 나무를 베고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올림으로써 완성되는, 집을 짓는 순서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촘촘하게 잘 짜여 있었고 궁금한 점들이 하나씩 맞춰가는 퍼즐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건축을 잘 몰라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인간의 욕심이었다. 이운암을 통해 인간이 불로장생을 위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지범근과 이운암 모두 자식을 버리는 것이 반대로 지키는 일이었다. 지키는 대상이 누군지가 달랐을 뿐. 이 책이 어째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스토리 대상 수상작이 되었는지 다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책 한 권이었을 뿐인데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길고 지루한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을 때, 매서운 오컬트 호러로 더위를 잠시 잊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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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쫌 아는 10대 - 플라톤 vs 칸트 : 좋아하는 일만 하면 행복할까? 철학 쫌 아는 십대 3
서정욱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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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좀 잡다한 곳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고등학생 때의 나는 윤리 철학자들에 관심이 많았다.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지, 잘 했다는 건 아니다. 철학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면서, 마음에 드는 철학자는 깊게 파고들었다. 순자가 그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으며 마르크스가 그랬다. 당시에 (... 컴맹이었나)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책으로 알게 되는 게 전부였는데,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그때만큼의 관심이 떨어져서 별도로 공부를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갑자기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보니 좀 더 다양한 책을 접해봐야지 생각했고, 그때 눈에 띈 책이 『행복 쫌 아는 10대 : 플라톤 vs 칸트 좋아하는 일만 하면 행복할까?』였다.



책은 행복에 대해 얘기하며 플라톤과 칸트를 말한다. 플라톤과 칸트는 비록 동시대 철학자는 아니지만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요한 행복, 인간다움에 대해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철학자다. 철학에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10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행복 뿐만 아니라 생활과 밀접하게 이어져있는 것들로부터 철학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연결을 할 수 있다고?’라며 오히려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점도 재미있다.  플라톤의 이데아, 영혼 삼분설, 기게스의 반지, 『이상 국가 이론』, 동굴에 대해 말하고 있고,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선의지, 도덕적 행동=도덕적 가치, 도덕적 선택, 법칙에 대한 존경심에 대해 말한다.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 없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생각이 깊어졌다.



특히 내가 생각을 가장 오래도록 하게 만들었던 것은 동굴이었다. 동굴 벽만 볼 수 있게 팔다리가 묶인 죄수들이 볼 수 있는 건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뿐이다. 평생 그것만 보고 자란 그들은 그림자가 세상의 진짜 실체라고 믿게 된다. 그러던 중 한 죄수가 풀려나서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고 어두움에서 밝은 곳으로 나온 죄수는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림자가 아닌 진리라고 부르는 참된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그 죄수는 동굴 속에 있는 동료들에게 “저 그림자는 가짜고 진짜 세상이 따로 있다"라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내가 이제껏 참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정말 참일까부터 시작하여 진리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현상만을 맹신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세상의 모든 면을 비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많은 정보 홍수 속에서 가짜와 진짜, 사실과 거짓, 그 경계를 잡는 게 아직은 너무나도 어렵기만 하다. 누구에게나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사고방식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깨부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이 항상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과, 진리를 알기 위해선 기존의 믿음을 의심하고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책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기부를 했지만, 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을 때의 허무함과 배신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는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일을 겪었다. 대학생 때 위안부 후원을 2년 정도 했었다. 이후 언론에 났던 문제로 한동안 기부를 하지 못했었다. 내가 선의지를 행함으로써 느끼는 자기만족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인데 나는 그중에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가장 크게 보았다. 하지만 칸트는 상대방의 의도와 관계없이 지금 나는 당장 선의지를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베푸는 것이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도덕적 의무를 다했다는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 기부와 관련하여 처음 배신감을 느낀 때에는 그 말조차 수용하기 힘들었지만, 세상의 모든 곳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는 기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칸트는 ‘선한 행동은 우리가 하고 싶을 때, 즉 결과를 생각하고 이익을 따져 행하는 것이 아니며, 내가 지금 그 행동을 당장 할 수밖에 없고 하고 싶을 때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은 무조건 선의만 믿고 행하기엔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인간다움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당장 실천한 것이, 기부였다. 소소한 금액이었지만 기부를 함으로써 온전한 행복이 느껴지는지 알고 싶었고 다행히 나는 행복을 가득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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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
김영희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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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그 어떤 관계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관계가 아닐까.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되는 것도 맞으니까. 그래서 나는 부부 관계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였다. 저자는 3060시니어연구원 원장으로, 수백 명의 신중년 부부를 만나며 얻은 사례와 성찰을 바탕으로 글을 풀어낸다. 신중년이다보니 중년과 노년, 은퇴 후의 부부 모습이 많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당장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 꽤 많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다.



부부 사이는 참 은밀하다. 누군가에게 부부 이야기를 할 때, 단편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다. 부부 사이는 부부만이 안다고, 겪어보지 않은 이상 온전히 이해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배우자에게 서운했던 것을 타인에게 털어놓았을 때 배우자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듣게 되면 ‘그 정도는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TV프로그램인 <결혼 지옥>이나 <이혼숙려캠프>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한 번씩 볼 때에는 ‘저럴 거면 왜 같이 살지... 차라리 혼자 살고 말지.’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책에서는 오래 사는 부부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사이에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그 이야기를 그냥 끝내기가 아까웠어요.”라고 말하는데,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도 결혼한 지 어느덧 13년이 되었고, 때때로 다툰다. 부부는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싸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은 여전히 충격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얼마나 더 다투게 될까. 생각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우리 부부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만, 어려움이 하나 있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 과연 이 책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6.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는 싸우느냐 싸우지 않느냐가 아니라 싸운 뒤 어떻게 다시 손을 잡느냐에 있다고 했다. 오래가는 부부의 비결은 갈등 없음이 아니다. 갈등 이후의 회복이다. (오래전에 블로그에 적었던 것 같은데) 나는 싸우지 않는 부부보다 화해를 잘 하는 부부가 부러웠다. 여전히 우리는 13년째, 화해를 잘 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잘 싸우고, 잘 화해하고, 함께 잘 사는 것.



책에는 그 방법 중 하나로 배우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주 물어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준다. 상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더 넓게는 내 옆의 배우자를 인정해주면서 살릴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말들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출근 잘 했어? 일은 어때? 컨디션은 어때? 점심은 먹었어? 뭐 먹었어? 오늘은 말썽 부리는 사람은 없었어? 피곤한 건 어때? 오늘은 어땠어? 오늘도 고생 많았어.” 이건 내 남편이 매일 하는 말이다.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세심하게 물어봐준다. 이 사람은 이런 걸 어디에서 배웠을까, 내 남편이지만 정말 존경하는 부분이다. 가끔은 남편으로부터 이런 다정함을 받으라고 결핍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같은 배를 탔지만 우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로 다투고 서로에게서 등을 돌릴 때가 있다. 대부분은 서운함과 섭섭함, 아쉬움, 불만이 뒤섞인 결과로 나타났다.


154. 기대를 낮추는 행위는 포기가 아니다. 현실적인 눈으로 배우자를 보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이 문장에 나는 오래도록 머물렀다. 평생 다른 두 사람이 사는데 어찌 다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결국 조율되지 않은 상태의 것들이 난잡하게 놓여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제껏 기대를 낮추는 것은 결국 ‘일정 부분에 대한 포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문장을 읽고 다투는 지점을 살펴보니 배우자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보였다. 그전까지는 내 마음만 들여다보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나는 아마 인정과 포기, 그 경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것이 대화로 해결될 거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소통의 부재 혹은 회피에서 나오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내가 도달하는 곳에 닿지 못하는, 끝없는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작년에 처음 느끼게 되었고 그게 이번에 클라이맥스처럼 터져버렸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말했을 때에도 내가 말한 것들을 전부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남편 본인이 이해한 게 맞는지 중간중간 되묻고 정리하는 것이 (사실 그때마다 그 정리라는 게 아니, 아니, 아니를 불러와서 화를 부추겼지만) 이해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고 결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제야 드는 것이다. 가장 처음 발단이 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우린 또 원만하게 잘 지내고 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지만, 그땐 또 다른 해결책이 생기겠지.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204. 부부 갈등의 69%가 영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래가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헤어지는 부부는 반드시 해결하려고 싸운다. 오래가는 부부는 해결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그 문제를 껴안고 산다.

이 페이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어떤 일에 대해서는 끝끝내 사과를 받고 싶은 일도 있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꼬인 매듭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뿐일 때가 분명 있으니까. 모든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에 대한 인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함께 노를 저을 것이다. 노를 젓다가 폭풍을 만나고 배가 흔들릴 때도 있고 몇 번이고 노를 집어던져버리고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노를 놓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마침 노 젓는 일을 게을리하던 우리가 노를 좀 더 꽉 쥘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의 항해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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