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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2
박동선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혈액형은 남녀노소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아,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화두에 자주 오른다. 그게 적당하면 즐거움이 되겠지만, 지나치면 불쾌함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한 사건을 두고 ‘걔는 _형이라서 그런가, 왜 이렇게 _해?’라는 식이다. (그것때문에 옆에 앉아있던 같은 혈액형의 타인이 욱!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한 사람을 판단할 때 혈액형을 두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다. 우연치않게 혈액형과 그 사람이 일치하는 것을 두고 혈액형에 따라 사람이 변한다,라고 말해버리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세상엔 네 분류의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 혈액형을 모르는 이들은 나를 두고 A형 혹은 B형을 자주 말하곤 하는데, A형은 소심한 성격 탓에 들을 수 있는 혈액형이라고 한다지만, B형은 왜인지 알 수 없어 물어보면 ‘그냥 이유없이 넌 딱 B형같이 생겼어.’ - 풉, 내 얼굴이 B형같이 생긴 사람인가. 큭큭. 요즘은 혈액형을 물어보면, 미인형이요, 미남형이요, 계란형이요, 하는 말장난을 뒤늦게 알게 되어 대학교 복한한 후에 무척이나 많이 써먹었던 기억이 난다. 혈액형이라 하니, 어렸을 적 애피소드가 떠오른다. 우리집에는 A, B, AB, O형이 한 곳에 모여 살고 있다. 어째서? 엄마 A, 아빠 B, 동생 AB, 나 O - A형과 B형 사이에서 O형이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AO + BO = O’와 같은 방식이 성립되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걸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내 가족 구성원의 혈액형을 들은 친구가 “너 진짜 주워온 거 아니야?”라는 말에 난 정말 그런가 싶어 몇 시간의 가출아닌 가출을 감행했었던 것. 엄마는 그런 나를 안고, 태어난 직후 사진들을 보여주며 “넌 내 자식이다.”라는 말에 안심했었던 기억,말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위와 같이 내 가족들은 아이러니하게 네 가지 혈액형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잡지나 인터넷에서 혈액형에 대한 웹툰을 보게 되면 나는, 혈액형마다 가족들을 끼워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이 책 속에도 아빠, 엄마 나, 동생 - 네 식구를 나타내는 캐릭터들이 가득 들어 앉아 오밀조밀하게 자신들의 성격을 여실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앞서 말했듯 모든 인구가 A, B, AB, O에 따라 네 분류로 나뉘는 것은 아닐진대, 혈액형에 대한 글이라던가 웹툰을 보고 있노라면 네 분류만이 이 세상 속에 존재하는 것도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동생과 함께 실생활 속에서의 혈액형 유형을 보며 ‘맞아, 맞아. 난 이랬고, 넌 저랬어. 너랑 똑같아! 아, 이건 좀 아닌데. 이게 왜 나랑 똑같아!’ 라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갸웃거리기도 하며 즐겁게 보다가, 마지막에 동화에 혈액형 유형을 접목시켜 각색한 것들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버렸다. ‘잠 자는 숲 속의 공주’ , ‘잭과 콩나무’ , ‘인어공주’ , ‘아기돼지 삼형제’ -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나른거리는 오후에, 깔깔 거리며 가볍게 읽기엔 적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