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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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아니 생명체는 탄생과 함께 싫든 좋든 나이를 부여받는다. 나이 든다는 것, 나이 먹는다는 것,은 ‘결국은 삶을 살아내는 것’과 동의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던 내가 살을 좀 빼보고자 다이어트를 하면서 술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는데, 조금 덜 피곤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거짓말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술을 마시면 다음날 피곤함이 훅 밀려드는 것은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두 잔만 마셔도 다음날 입안에서 맴도는 케케묵은 냄새들이 역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한 걸 보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_하는 생각을 더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의 소망 같다. 아프지 않은 노인이 된다는 것. 그래서 검진 외에 병원비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지 않는 노인이 되는 것 말이다. 병원에 가지 않으려면 건강을 챙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적정한 식습관이 요구되는 것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 책은 아침에 출근 전 열 장 내외로 읽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껴서 퇴근 후에도 이 책을 읽어나갔다.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건 논외로 둔다. 좀 더 열심히 읽고 싶어서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도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론 운동과 식습관을 배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8할 이상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9. 우리 가족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하는 건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유기농 구기자를 사들이는 대신에 우리 가족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집중해야 했다. 제일 좋은 건강 측정기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았어야 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게 건강과 수명 연장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보다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할 것을 강조한다.



17. 본인이 100세까지 장수하거나 자녀가 100세까지 장수하도록 키운다는 건 대개 무슨 일인가를 더 하기보다 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뒤로 물러서고, 걱정을 덜 하며, 물건을 덜 사야 한다는 뜻이다. 장난감, 운동 기구, 유기농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자유로이 놀게 하고 더러워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뜻이다. 여유를 갖고, 친구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자주 웃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일들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덜 걱정하고, 덜 구매하고, 더 자유롭게 행동하며, 여유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더 자주 웃는 것.

내가 여기에서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나는 반도 못하고 있잖아?




123.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같은 사회성 호르몬을 늘려 건강을 개선하려면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많이 하라. 자주 파트너에게 입을 맞추고, 아이의 손을 잡으며, 친구들을 껴안아라. 서로의 등을 안마하라. 상대의 눈을 마주 보는 일을 잊지 마라.


201.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한 건 긍정성, 고마워하는 마음, 놀이공원 가기이다.


202. “우리는 주장하지 않고 듣고 있어요. 늘 그랬지요.”


205.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소식을 나누는 일이 불행한 문제에 직면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좋은 일을 함께하면 서로가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기회를 봐서 그날그날 있었던 기분 좋은 일을 소중한 사람에게 말해주라.

배우자의 좋은 점 목록을 만들어라. 집 여기저기에 두 사람의 행복한 사진을 놓아두라. 가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래를 들어라. 맨 처음에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라. 반려자가 친절을 베푸는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 고마움을 표현하라.


223. ‘<요한 묵시록>의 네 기사’인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의사방해를 피하라. 일상에서 일어난 좋은 일에 대해 자주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눠라.


250.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는 여러 해 동안 서로의 미소와 찌푸린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 결과 사용하는 얼굴 근육과 사용하지 않는 얼굴 근육이 변화해서이다.


책에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연인,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장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에 조금 깊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자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 중에서 대부분 부정적인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고, 우리가 하루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세어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점검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어디를 가도 그럴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내어 한 번이라도 더 입을 맞춰야 하고, 손을 잡아야 하며, 포옹을 해야 하고, 대화를 하고, 웃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배우자의 좋은 점 목록을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곤 미뤄두었는데, 수첩에 하나둘 생각날 때마다 써봐야겠다. 가끔 그가 미워질 때에는 “이런 건 다 필요 없어!”라고 생각할지언정, 나의 배우자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니까.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를 읽어보다가 조금 웃기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했는데, 가장 최근에 나의 배우자가 나랑 똑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삐진 얼굴..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냥 웃기다고 넘어갔을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을 당시여서 가 생각보다 더 많이 삐지는구나 싶어 슬퍼지기도 했다는 우스운 사실도 추가해본다. (그러니까 삐지지 말자. (잉))




37. 칼망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 부류로 나눴다고 한다. 첫째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칼망은 122년 164일 동안 산 여성이다. 남편은 무려 50년 전쯤 잃었지만, 이 여성은 50년의 생을 혼자서 더 살아낸 것이다. 이 여성 역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했으며, 블라블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보다도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이 여성의 최대 장점은 낙관성을 꼽을 수가 있는데, 그 낙관성은 이곳에서 오는 것이던가. 나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마 삶을 살면서 내내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14. ‘퍼빙’ :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상

(퍼빙은 무시하기(snubbing)와 전화기(phone)의 합성어 )

퍼빙은 오프라인의 대화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 해로운 영향이 넘쳐나, 전체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퍼빙하는 사람 또는 퍼빙당하는 사람으로 오염시킨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많이 하고 인스타그램을 많이 들여다볼수록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진다.


퍼빙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인과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서 대화를 하면서 핸드폰을 쳐다보지는 않지만, (밖에서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잘 보지 않는다.) 집에서는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며 배우자와 대화를 이어나갈 때도 분명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횟수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배우자와의 대화가 즐겁지 않은 것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상황들이 단지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였기에 ‘편함’에서 왔던 것이 컸는데, 가끔 그런 내게 배우자는 한 번씩 불만을 토로했다. 아, 반성해야지.




295. 첫째, 쾌락적 즐거움을 찾는 대신에 일상의 삶에서 목적을 찾으려 노력하라.

둘째, 여윳돈이 진정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행복을 추구하려 하지는 마라.


최근에야 행복이라는 것에도 들숨날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에도, 내가 행복을 등지고 있을 때에도, 내가 행복을 발로 차버렸을 때에도, 어쨌든 행복이라는 것은 어느 시기가 되면 곁에 와있었다. 굳이 행복에 집착하지 않겠다. 나는 행복의 동의어로 즐거움을 말하곤 하는데, 그 즐거움을 매일 찾지 못해도 그날이 의미 없는 날은 아니었으니까.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살려면 (오래 사는 것이 내 희망사항은 아니지만 건강한 것은 소망이다.) 신체적으로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또는 별개로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나는 오늘 나의 가장 가까운 연인과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그와 대화하면서 “오늘도 참 즐거웠다, 그치?”라고 말하고 잠에 들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번 주말은 그와 내내 붙어있으면서 다도를 하면서 우리의 지금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하루들을 보내야지.





책 속의 글


20. 관계를 키우고, 더 나은 마음 습관을 들이며, 더 친절해지고, 더 공감하며, 공동체에 더 참여하는 노력 말이다.


94. 항생제나 항균성 청소용품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미소시루나 케이퍼 같은 발표 식품을 많이 먹으며, 자연에서 옷을 더럽히며 시간을 보내자. 다양한 친구를 사귀자. 쾌활하고 느긋한 친구들을 많이 껴안자. 그러면 미생물을 주고받게 되면서, 그 친구들의 태도가 우리에게도 옮아온다. 가짜약 효과를 잘 이용하자. 그 치료제가 가짜임을 알더라도 효과가 있다.


159. 사회성을 기르고 마음을 챙기는 일이 수명 연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


190.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셔라. 사회적 위협에,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괴롭히는’지에 집착하지 마라.


210.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친구가 얼마나 많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251. 사회적으로 통합된 삶

오래 살려면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 헌신적인 반려자, 몇 명의 절친한 친구, 돌봐주는 이웃이 필요하다.


363. 이키가이 : 삶의 목적 또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366. 다도는 마음챙김과 관련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비우기.


376. 우리의 사회적 삶을 개선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 적어도 식단과 운동만큼이나 건강과 장수에 중요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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