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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사냥꾼 -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오일리스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평점 :
‘푼돈이 목돈 된다!’ ㅡ 몇 년 전 가입한 카페에서 매일매일 되뇌던 문장이었다. 나는 푼돈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치고 돈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 주변에는 없다.)
그 이유로 아빠랑 말씨름을 한 적이 있었다. 1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1원도 너무나도 작고 소중한 내게, 아빠한테 500원, 1000원을 더 받으려고 그 사람과 말씨름을 할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시간 대비 적은 돈이라는 이유였다. 반대로 그게 십만 원이면 어떻겠느냐는 내 말에 (나는 아빠가 그것도 그냥 두라는 식으로 말할 줄 알아서 더 큰 금액을 이야기할 걸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는 입을 꾹 닫았다.
그러니까 500원, 1000원이라는 것이 아빠가 일한 금액에서 그 금액을 빼고 송금하는 식이었는데, 그 이유라는 게 너무나도 하찮게도 ‘이체 수수료를 차감하고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빠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더 그러는 거라고!라며 반박을 했다. 내가 개입하게 되면, 세금계산서를 차감한 금액만큼 수정세금계산서를 끊을 것이고, 이전에 세금계산서를 보내기 위해 보냈던 등기수수료도 그 회사에서 입금해야 하며, 새로 발급하는 수정세금계산서 역시 착불 택배로 동봉할 것이라고 말을 해야 끝이 났다. 그쪽에서도 상대방이 말을 해야 입금을 하지, 말을 안 하면 입금을 안 했다. 그런 뻔뻔하고 알량한 수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아빠는 여전히 그대로 둔다. “뭐 그 500원 가지고.”라는 게 그 이유라서 답답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년에 억을 버는 아빠지만, 그러니까 돈을 모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 돈이 모이지가 않는 것이라고. (악담은 아니다. 악담일 리가 없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적은 돈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모른다면 풍파가 닥쳤을 때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푼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 줄 수가 있다. 몇 년 전에 배우자 J에게 말했던 건데, “300원이 열 번 모이면 3,000원이 되고, 백 번 모이면 30,000원이 되잖아.”라는 식이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 3,000원을 꼬박꼬박 저금했었다. 1차 목표는 100일, 2차 목표는 365일. 2차 목표까지 달성하여 나는 하루 3,000원이 1,000,000원을 만들어내는 작고 소중한 나만의 기억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 돈을 집을 매매할 때 부동산 수수료로 지불했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면서, ‘그래서 이 돈의 총 이자가 얼마가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푼돈을 나도 모르게 경시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쓰일지 몰라 한두 달짜리 예금을 하면서 붙는 예금이자 몇십 원, 몇백 원은 따로 기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묶어두거나 하는 식이었기에 기존 금액에서 총 얼마가 플러스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좀 더 꼼꼼하게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푼돈을 어떻게 생산해낼 수 있을까로 생각이 확장되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푼돈 사냥꾼>이었는데, 나는 오일리스킨이 저자 이름인 줄 알았다. 외국에서 푼돈을 모으는 방법이 나한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필명이었던 거다. 하하. (나는 나중에 책을 쓴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필명으로 배마늘을 할 거다!...?) 암튼, 어떤 식으로 푼돈을 사냥해서 천만 원을 모으게 되었는지 구경하러 가본다.
저자는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앱테크, 설문&리서치 패널, 소비자 좌담회, 화장품 임상실험 테스터, 농촌형 일꾼, 보조출연자, 맘시터, 펫시터, 시민정치 참여, 쇼핑 리서치 패널, 가전회사 고객 패널, 식품&화장품&생활용품 고객 모니터, 신용카드사 고객 패널, 은행 고객 패널, 보험사 고객 패널, 안 입는 옷 셰어링, 스톡 사진 팔기, 중고 물품 거래가 그것이다.
가장 처음에 앱테크를 볼 때는 나도 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엄청나게(?) 반가웠다.
나의 경우에는- 금을 좀 저렴하게 사려고 아시아골드에서 출석체크를 하고 있고(그래서 금은 언제 사냐),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 두 곳에서 적립금을 받아 쇼핑도 하려고 출석체크도 하고, 하나머니에서 룰렛도 돌리고, 예스24에서 출석체크도 하고 룰렛도 돌리고, 인터파크에서도 출석체크를 해서 책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또 열심히 걸어서 모은 종잣돈으로 편의점에서 초코우유도 바꿔 먹고 그런다. 전에는 욕심내서 더 많이 했었는데, 많이 해봤자 어차피 쇼핑하지 않으면 쓰지 않게 되거나 그거 쓰려고 마음에 없는 쇼핑을 한 적도 있어서 지금은 내가 자주 가는 곳만 하고 있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 매우 매우 귀찮기도 하고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안 할 때도 많다. 귀찮으니까... 시간 대비 돈을 적게 번다는 게 이럴 때 쓰는 것이기도 하다. (적게는 1원 당첨(하나멤버스)도 있거든요. 내가 1원 받으려고 한 줄 아냐...라고 할 정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매달 책을 받아서 읽는 것이 가장 크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별로인 책들이 있기도 하고 읽다가 덮어버리고 싶은 책들도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안 입는 옷 셰어링이나 중고 물품 거래는 해보고 싶어도 나한테는 셰어링을 할 정도로 좋은 옷이 없고, 중고 물품 거래를 할 만큼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 있지도 않다. 값어치가 얼마가 되는지 모를 물건을 돈을 주고 물건을 파느니 차라리 나눔을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소개하는 것 중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니 정확히는 J에게 해보라고 하고 싶은 것은 ‘스톡 사진 팔기’였다. 사진에 취미가 ‘있었던’ 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본인 카메라는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 종종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가 찍는 대부분의 사진은 내 사진이니 그다지 쓸모가 있지는 않다. 아니 직접적으로 쓸모없다. (왜 슬프지) 그래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그가 열심히 찍은 사진들을 팔아보고(?) 싶어졌다. 팔릴까? 반신반의하며 보냈는데, 팔리지 않았을 때의 그 좌절감은 어쩌려고(...ㅎㅎ)
푼돈을 모으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예상수입과 난이도, 장단점, 지속 가능성의 유무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적어두어서 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또 이곳에서 소개하는 것 중 몇 가지는 부업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잠시 휴직인 상태여야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물론 부지런하면 본인의 업무와 겸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내어 방문해야 하는 것들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들도 있으니까. 또 직장에 다니지 않는 동안에 여기 소개된 것 중 하고 싶은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아쉽기도 하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하며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반갑기도 하다.
푼돈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을 버는 것은 시간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우면서 결국은 직장을 다니는 것에 대한 안도감은 덤으로 들게 했다. J는 자주, ‘돈을 모으는 것보다 안 쓰는 게 중요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새삼 되뇌게 된다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버는 것과 모으는 것, 그리고 쓰는 것. 셋 중 어떤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는 푼돈들이 더 자주 나를 찾아오기를 바라기도 한다.
단 몇 원이라도 푼돈들이 내게 오게 되면, 나는 그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잘 받아서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