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은 바람을 타고 날아갔지

나무에서 멀리멀리

 

바람이 조금 힘을 빼자

나뭇잎은 천천히 내려와

물 위로 내려 앉았어

 

한동안 물 위를 둥둥 떠다니다

나뭇잎은 물속으로 가라앉았어

 

물속에 가라앉은 나뭇잎은

어떻게 됐느냐고

미생물에 분해되고

물속에 녹아들었어

언젠가 그 물은

나무한테 갈 날도 있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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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17: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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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0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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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
조영주 지음 / KO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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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기 전에 제목을 정했어. 남은 30쪽 남짓을 봐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어. 끝까지 다 본 지금은 처음 생각과 바뀌지 않았어. 그것보다 다른 제목 생각하기 귀찮아. 내가 그렇지 뭐. 난 이래서 안 되는 거군. 뭔가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예전에 한번 말한 적 있는데, 난 책을 보게 되면서 잠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어. 이젠 전문가는 아니어도 그냥 글 쓰고 살고 싶어. 전문가로 글 쓰는 것과 그냥 쓰는 건 다르겠지. 난 책을 보면 써야 한다는 강박증이 여전히 있는데, 작가는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한 부담감을 느낄 것 같아. 난 그게 싫은 거군. 잘 쓸 자신도 없고.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 많아.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글 쓰고 실제 작가가 되기도 했겠지. 예전에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지만 그게 되려고 열심히 쓰지도 못했어. 쓸 게 없어서. 지금도 쓸 건 없군. 가장 중요한 건 글이지만, 다른 것 때문에도 못했어. 열심히 썼다 해도 안 됐을 텐데 다른 핑계를 대다니. 지금도 난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앞으로도 이렇게 살다 죽겠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무척 애써서 바뀐 사람도 있겠지만. 난 어려울 것 같아. 아니 바뀌고 싶지 않아. 지금처럼 좁은 세상에 머물 거야. 사는 건 그렇다 해도 생각은 자유롭게 넓게 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듯해. 마음이 괜찮았다가도 안 좋아지기도 하니. 이 말도 여러 번 했군.

 

 지난해에도 같은 작가 책 보고 쓸데없고 재미없는 내 이야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군. 책 이야기를 해서 이 책이 읽고 싶게 해야 하는데. 《어떤, 작가》는 ‘어떤’으로 나오는 책에서 하나야. 이 책을 내게 된 이야기도 여기 실렸어. 이건 일인출판사에서 나왔어. 난 일인출판사에서는 자기 책만 낼까 했는데 그건 아니더군. 자기 책도 내고 다른 사람 책도 내는 듯해. 이런 일 처음이 아닐 텐데 내가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몰랐겠지. 혼자 하는 출판사라 해도 책을 내야 돈을 벌잖아. 이런 말을 하다니. 요즘은 이런 곳 많군. 동네 작은 책방과 마찬가지로. 조영주와 공출판사 대표 공가희는 우연히 책방에서 여러 번 만나고 이렇게 책도 내게 됐어. 이런 인연도 있는 거지. 이 책이 나와서 난 ‘어떤’으로 나오는 책이 있다는 거 알았어.

 

 사람을 만나는 거 난 무척 힘들어. 조영주는 낯을 많이 가리기는 해도 나보다는 나아 보여. 어쩌면 바리스타 일을 해설지도 모르겠어. 조영주는 한번 만나고 싶다 생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게 다음으로 이어지기도 했어. 우연히 만난 플로리스트는 얼마 뒤 제주도로 가고 책방을 내. 조영주는 제주도에 가서 그곳에 가기도 하고 한해가 됐을 때는 그 책방에서 태어난 날을 축하받기도 했어. 자신이 좋게 본 소설 이야기를 쓴 글에는 그 소설가 아내가 댓글을 쓰기도 했어. 또 어떤 인연이 있더라.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군. 카페 홈즈에서는 잠시 일하고 카페 홈즈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을 배경으로 소설도 썼어. 난 카페 같은 데는 안 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그냥 그렇다고. 책도 집에서 보고 이런 글도 집에서 공책에 볼펜으로 써.

 

 내가 사는 곳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야. 예전에는 논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보여. 논에 아파트나 높은 건물을 지었어. 내가 이런 걸 아는 건 한 곳에 오래 살아서군. 어쩌다 위층에서 소리가 들린 적 있지만 그런 소리가 오래 들리지는 않았어. 이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야. 층간소음은 아주 괴롭잖아. 그래도 한동안 바깥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내가 우울하기도 했어. 조영주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를 여러 번 했어. 경기도 남양주로 옮기고도 그런 일이 일어났더군. 그런 때 책이 있는 곳에서 책등을 보다 글을 썼더니 위층에서 들리던 소리가 마음 쓰이지 않았대.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가 들리면 다른 데 집중하기 어려워. 요새 가끔 새벽에 바깥에서 음악소리 들릴 때 있어. 차에서 틀어둔 것 같은데, 그런 늦은 시간에 음악을 크게 틀다니. 늦은 시간이나 아파트 위층에 사는 사람은 조금만 조심했으면 좋겠어.

 

 세상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살아. 가끔 난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는 생각을 해. 지금도 다르지 않군. 내 세상은 좁아. 경험이나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넓혀야겠어. 자기 세상이 좁으면 또 어때. 이렇게 돌아오고 말다니. 난 늘 그런 것 같아. 좀 나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지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된다 해도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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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8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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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0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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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 입은 우체통은

조금 탁했던 빨간색이 선명해졌어요

 

몇해에 한번

우체통은 비 바람에 지저분해진

옷을 갈아입어요

아니 덧입어요

 

이젠 누군가

편지만 넣으면 될 텐데

“툭”

편지가 하나 떨어졌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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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18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우체통을 사용한 지 오래됐네요.

희선 2020-07-19 00:39   좋아요 0 | URL
저는 여전히 우체통에 편지나 엽서 넣어요 요새 비가 자주 와서 못 보냅니다 우체통 많이 없어진 곳도 있다더군요 편지가 없어서 그렇겠습니다 가끔 편지 보내면 좋을 텐데...


희선

stella.K 2020-07-1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우체통이 있긴한가 봅니다.
저는 바로 집 앞이 우체국인데 생각해 보니
없는 것도 같고. 관심이 없어네요.
우체통을 사랑해 줘야겠습니다.

희선 2020-07-19 00:40   좋아요 1 | URL
우체국 앞에는 우체통 있어요 사진은 둘 다 우체국 앞에서 담았어요 지금은 주소를 길로 많이 쓰지만, 동은 다른데 두 곳은 집에서 거의 비슷한 거리에 있어요 하나는 오른쪽 하나는 왼쪽에... 우체국도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은 없앤다는 말도 있던데, 많이 줄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은행이나 택배 보내는 곳 많지만 우체국에서 보내는 걸 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잖아요


희선
 
白銀の墟 玄の月 第四券 十二國記 (新潮文庫)
新潮社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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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언덕 검은 달 4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왕과 기린이 사라져서 백성이 살기 어려웠던 대국 다음 이야기 《은빛 언덕 검은 달》 겨우 다 보았다. 지금까지 한권 한권 보면서 썼지만, 마지막에는 그걸 합쳐서 쓰면 좋을 텐데 잘 안 될지도. 어떤 일은 꽤 나중에 나왔다. 그건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했는데. 처음부터 마지막을 말하면 김 빠질지도 모르겠지만, 대국에는 기린과 왕이 모두 돌아왔다. 그렇게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전쟁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 게 덜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죽지 않고 바뀐 세상을 살기를 바란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도 죽고, 약을 팔러 다니는 사람으로 리사이와 함께 교소를 찾던 호토도 죽었다. 이름 없이 죽은 사람 많겠구나. 예전에 교소가 사라졌을 때도.

 

 열두 나라가 있는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 해도 사람으로 해야 하는 건 그리 다르지 않다. 사람마다 정의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사람으로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알 거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 시킨다고 죄없는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 아닐까. 시킨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뿐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따르는 사람이 더 낫다 생각하면서도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여긴 사람도 있구나. 자신은 그렇다 해도 자신과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좋을 텐데. 교소를 왕궁에 데리고 가려고 간요산에 간 유쇼는 리사이와 소겐한테 잡히고 교소 쪽을 돕기로 한다. 그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려는 뜻이기도 했다. 같은 나라 군인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다. 유쇼는 잘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도적 규산도 동료가 많이 죽고 얼마 남지 않자 반란민으로 함께 싸우기로 한다. 앞에서 새로운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 사람이 바로 도적인 규산이다. 도적으로 백성을 힘들게 하기는 했지만 아주 나쁘다 말하기도 어렵다. 다른 도적은 마을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였다. 규산은 그런 건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교소가 있었던 곳은 간요산 깊은 곳이었다. 본래 아센은 교소를 가둬두려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고 교소가 간요산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았다. 교소는 오랜 시간 어두운 곳에 혼자 있었다. 그런데도 죽지 않고 살았다니 대단하지 않나. 왕은 보통사람이 아니고 신에 가깝기는 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물가에 흘려보낸 음식이 교소한테 갔다. 지난 3권에서 말했던가. 그 사람은 교소가 죽었다 생각하고 그저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을걸 바친 거지만. 혼자 어두운 곳에 있으면 눈이 잘 안 보이게 되고 목소리도 잘 안 나오게 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교소는 자기 힘으로 산 깊은 곳에서 빠져나왔다. 추우가 교소가 있는 데 나타나고 그것을 잡았다. 리사이와 소겐을 만나고 리사이가 안으로 가자고 했을 때, 난 교소가 가지 않겠다고 할지 알았는데 그런 말은 안 했다. 안으로 가려 할 때 아센이 교소가 있는 곳을 알고 교소를 잡아간다. 사람 숫자가 많으면 어쩔 수 없지. 그것뿐 아니라 요마를 썼다.

 

 아센은 타이키가 자신한테 왕이다 한 말을 믿지 않았다. 믿는 척한 거였다. 이제는 진짜 왕이 되려고 마음 먹은 걸까. 아니면 안사쿠 말에 넘어간 건지. 그 부분은 알기 어렵구나. 한번 해 버렸으니 끝까지 밀고 가자는 마음이었을지도. 아센은 교소가 왕 자리를 빼앗아서 나라가 혼란스러워졌다고 퍼뜨렸다. 그걸 믿는 백성 많겠지. 나라면 안 믿을 테지만. 아센은 자기 손이 아닌 다른 사람 손으로 왕을 죽이면 자신한테 해가 오지 않는다 여겼을지도. 아니 그 생각은 안사쿠가 했던가. 리사이와 겐소 그리고 유쇼는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 하다 왕을 처형하기로 한 날 코키로 가기로 한다. 교소가 처형 당하기보다 싸우다 죽게 하려고. 코키로 가기로 한 사람은 마흔 사람 정도다. 사람이 얼마 없고 남은 사람은 살아 남아 다음을 기다리라 했다. 리사이와 소겐은 교소와 함께 죽기로 마음먹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마음을 먹은 사람이 또 있었다. 사람이 아닌 기린이라 해야겠다. 타이키 또한 왕과 함께 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 하늘이 아센을 쓰러뜨리기를 바란 거다. 다행하게도 왕도 타이키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키는 기린으로 하기 힘든 일을 했다. 지난번에는 하지 못한 일을 이번에는 했다. 왕이 가까이 있어서 그랬겠지. 그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어서 그럴 수 있었다고 해야겠다.

 

 예전에 아센이 자른 타이키 뿔은 다시 났다. 기린 뿔이 다시 자란다고 했는데, 그게 언젠지 몰랐다. 타이키는 다른 기린과 다르게 검은 기린이어서 머리카락색(기린 갈기)이 까맣다. 많은 사람은 기린 하면 금색 머리카락을 떠올린다. 타이키가 왕궁에 오고 자신이 기린이다 했을 때 바로 믿지 않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타이키는 참 위험한 일을 했다 싶다. 고료가 있었다고는 해도. 그나마 타이키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서 죽임 당하지는 않았다. 아센 부하지만 기린인 타이키를 잘 도와준 케이토도 있었다. 케이토는 문주 주후가 돼서 문주로 갔지만, 아센이 부적을 부숴서 케이토 혼이 빠지고 말았다. 케이토가 문주에 가서 리사이와 교소를 도울 생각이었는데, 아센은 그걸 알았다. 타이키는 케이토 일을 안타깝게 여겼다. 케이토는 교소 추우(호랑이처럼 생긴 요수) 이름이기도 하다. 글자는 다르다. 추우 케이토는 괜찮았는데. 요마가 혼을 빼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아센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쓰다니. 그게 왕이 할 일인가. 그런 걸 보면 아센은 왕이 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자신도 그걸 알았겠구나.

 

 참 길었다. 네권에 걸쳐 대 이야기를 하다니. 교소는 아주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라에 왕이 있어야 하지만 나라를 이끄는 건 백성이다. 자기 살기에도 벅찬 백성도 있었지만 서로 어려운 처지를 알고 도운 백성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나라가 있다. 타이키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교소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해도 왕이기에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교소는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하다. 예전보다 천천히 나라를 좋게 만들어 가겠지. 그러기를 바라고 죽은 많은 사람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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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시간과

엇갈린 마음 때문에

끊어진 인연도 있습니다

마음을 더 썼다면 괜찮았을까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아직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인연이 있기에 다행입니다

 

건강하게 지내시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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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17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 생각난 것 하나.
누구의 악의적인 방해로 헤어졌다가도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이어지는 게 인연인 것 같아요.

희선 2020-07-18 00:29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 때문에 헤어져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인연이 아니어서 그런 거겠지요 인연이었다면 어떻게든 다시 만났겠지요 그런 거 소설에 나오기도 하는데, 실제로도 있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