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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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는 사람보다 아주 오래 산다. 오래 살기에 나무가 신비한 힘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녹나무는 삼천년 이상 산 것도 있단다. 녹나무 이름은 들어봤지만 실제 본 적은 없다.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남쪽에 있어서 못 본 건 아닐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보게 되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일찍 알고 해마다 책을 여러 권 만났는데, 지난해에 나온 《녹나무의 파수꾼》은 이제야 봤다. 아직 못 본 책 몇 권 있지만. 이 책은 여러 나라에서 함께 나왔다. 자기 책이 여러 나라 말로 나오는 기분은 어떨까. 세계 사람이 자기 소설을 보면 기분 좋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여러 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듯하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그런 마음에 보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가이 레이토는 주거 침입, 기물 파손, 절도 미수로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다. 변호사가 나타나서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면 감옥에 들어가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감옥에 들어가느니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겠지. 레이토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은 좀 짧았다. 그러니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도둑질을 하려 했겠지. 레이토는 변호사 아니 야나기사와 치후네가 시키는 일을 하기로 한다. 그건 녹나무를 지키는 일이다. 야나기사와 치후네는 레이토와 성이 다르지만 레이토 엄마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였다. 어느 날 갑자기 친척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치후네가 레이토를 반긴 건 아니어서 그저 그랬겠다. 지금까지 뭐 하다 이제와서 하는 느낌도 들었겠다. 아니 난 친척이어도 연락 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나기사와 집안은 대대로 녹나무를 지켰나 보다. 녹나무는 소원을 이뤄주는 걸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실제는 그것과 달랐다. 그믐날 녹나무에 마음을 맡기면 보름에 그 마음이 뿜어나온다고 한다. 녹나무에서 기념을 하는 건 그믐날과 보름날이다. 이런 게 바로 나오지 않고 좀 봐야 나온다. 녹나무에서 기념하는 사람을 만나는 레이토는 그게 뭔지 얼마나 알고 싶었을까. 일하면서 기념이 뭔지 알려 하지 마라니. 레이토는 보름에 오는 사지 도시아키 딸 유미와 함께 사지 도시아키가 왜 녹나무를 찾아오는지 알아보다 녹나무에 마음을 맡기고 핏줄이 그걸 받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핏줄이라는 말이 좀 걸렸는데 꼭 그런 사람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핏줄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도 녹나무가 아니어도 마음을 주고 받는다.

 

 사람은 평소에는 중요한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한테 녹나무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녹나무에 남기는 마음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걸 받을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기에 남기는 건지도. 실제 말로 하기보다 조금 편하겠지. 이런 거 정말 신기하지 않나. 식구가 남긴 마음을 보름쯤에 받을 수 있다니. 촌수가 가까운 사람이어야 더 잘 받는다고 한다. 사지 도시아키는 형이 남긴 마음과 형이 지은 곡을 들었다. 형이 만든 곡을 악기로 연주해서 치매인 어머니한테 들려주고 싶었다. 형이 피아노를 잘 쳐서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랐다. 음악은 즐기기만 해도 좋을 텐데, 부모는 자식이 잘한다고 하면 천재인가 할지도. 형이 많이 괴로웠을 것 같다.

 

 레이토는 녹나무 파수꾼을 하면서 예전보다 마음이 조금 자란다. 다행이구나. 이모인 치후네 일도 알게 된다. 앞으로도 레이토는 녹나무 파수꾼 잘 하겠지. 아직은 아니어도 레이토한테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다. 녹나무 파수꾼만 하면 가난하려나. 그걸 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한데. 녹나무가 아니어도 사람 마음은 다른 사람한테 전해질 거다. 서로 잠시라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눈다면. 작가는 녹나무가 가진 신비한 힘에 기대기보다 그걸 더 바란 거 아닐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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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 읽고 저런 나무가 진짜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보다는 이런 따뜻한 내용이 더 좋더라구요.
 

 

 

 

풀벌레가 즐겁게 노래하는 가을밤,

어둠이 세상을 가려도

빨갛고 노란 단풍이 떠올라

 

바람에 사라라락 사라라락

나뭇잎도 노래하는

멋진 가을밤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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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일기 3 노견일기 3
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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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종류는 잘 모르지만 폭스테리어는 좀 사납다는 말 들은 듯하다. 물지 않고 짖기만 하면 좋을 텐데, 어떨까. 풋코는 폭스테리어였다. 어릴 때는 풋코가 자주 짖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어선지 덜 짖는 것 같다. 폭스테리어가 다 사납게 짖는 건 아니겠다. 개마다 다를 거다. 한번 짖으면 멈추지 않는 개도 있다. 언젠가는 천둥이 치니 개도 짖었다. 그런 소리 들으니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개는 비나 눈 천둥 번개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보다 눈은 잘 보이지 않아도 소리나 냄새는 사람보다 잘 듣고 잘 맡는다. 개가 세상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과 다르겠다.

 

 지나가는 사람이 풋코를 보고 나이를 물어보기도 했다. 열다섯이다 하면 더 어리게 보인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풋코를 보고 나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자기 개가 그런 말 들어도 기분이 좀 이상할까. 나이보다 어리게 보면 기분 좋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그런 말 들으면 좋아한다. 아이는 나이보다 커 보인다고 하는 걸 좋아할까. 개도 아이처럼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 어떤 사람은 아이와 눈썰매를 탔는데 정우열은 풋코와 탔다. 아이는 울었지만 풋코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썰매가 재미있는지 정우열이 썰매를 끌고 다시 위로 가자 풋코는 썰매에 앉았다. 내리막은 같이 타고 내려와도 오르막은 그러지 못한다. 개가 썰매에 가만히 앉아 있다니 신기하구나.

 

 정우열은 소리와 풋코와 같이 살다가 소리를 먼저 떠나 보냈다. 풋코는 소리가 낳았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풋코는 어미와 오래 살았구나. 소리는 그거 좋았을까. 소리가 풋코와 있을 때는 자주 짖었는데, 정우열이 소리하고만 밖에 나갔더니 조용했다. 정우열은 그날을 좋은 날로 기억했다. 소리한테도 혼자인 시간이 있어야 했다고 그때 생각했다. 동물은 사람보다 일찍 죽는다. 그걸 알아도 사람은 동물과 함게 살고 먼저 떠나 보내고 그리워한다. 정우열은 소리를 가끔 떠올렸다. 예전에 살던 집에는 소리가 좋아하는 조팝나무를 심었다. 이제 정우열은 거기에 살지 않지만 소리가 가끔 거기에 찾아오기를 바랐다. 소리는 조팝나무를 보러 오겠지.

 

 풋코는 날 때부터 정우열과 살았지만 소리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 정우열은 소리가 전에 함께 살던 사람을 잊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소리 마음은 어땠을까. 개 마음도 알기 어렵구나. 정우열은 가끔 풋코가 무슨 생각하는지 말해주기를 바랐다. 정우열이 풋코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해도 알려고 해서 괜찮지 않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풋코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도 했는데. 풋코는 잘 지냈다. 잘 못 지내는 것보다 잘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자꾸 짖어서 다시 데려온 적도 있다는 말 있었는데. 개 나이 열다섯살은 사람 나이로는 아주 많겠지(2권에서는 열여섯살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열다섯살이라니). 풋코 몸은 거의 좋았는데 백내장이 있었다. 정우열은 그걸 수술해야 하나 생각했다. 나이가 많아 수술하고 여러 치료 받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남은 시간 편하게 보내게 하는 게 나을지, 수술하고 눈이 조금이라도 잘 보이게 하는 게 나을지. 정하기 어렵겠다.

 

 다른 개 이름이 풋코와 같으면 어떨까. 같은 폭스테리어인 코코를 정우열이 아는 사람이 함께 살 사람을 찾아주었다. 코코와 살기로 한 사람이 코코 이름을 풋코라 했단다. 그런 일도 있다니. 풋코가 세상을 떠나도 다른 풋코는 아직 세상에 있겠구나. 열다섯살인 개와 사는 건 조마조마하기도 하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풋코가 건강하게 조금이라도 오래 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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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하면

아니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끝을 생각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지만

좀 빠르지

 

마음도 그래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이 마음은 언제까지 갈까 해

 

끝이 찾아온다 해도

그때까지는 즐겨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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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일기 2 노견일기 2
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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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책을 보고 몇달이 흘렀다. 풋코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책은 세번째까지 나왔는데(네번째도 나왔다). 곧 세번째도 볼 거다. 처음에 정우열은 풋코와 산책하다가 다른 개를 떠올렸다. 그건 예전에 죽은 소리였다. 정우열은 한해에 한번 소리가 나타나 풋코와 셋이 산책하고 싶다고 한다. 소리가 떠나고 다섯해가 흘렀나 보다. 다섯해가 흘러도 여전히 소리를 생각하는구나.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난다. 어렸을 때는 그런 거 잘 몰랐던 것 같다. 아이는 그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귀여워서 기르고 싶어한다. 함께 살다보면 책임져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겠지. 그것보다 동물이 사람한테 주는 게 더 클 것 같다.

 

 사람이 열여섯해 사는 것과 개가 열여섯해 사는 건 다르다. 개는 늙는다는 거 정말 모를까. 아주 모르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생각은 만화를 봐설지도 모르겠다. 만화에 나오는 동물은 사람 같다. 사람이 생각하고 그린 거니 그렇구나. 만화에는 나이든 동물 어린 동물이 나온다. 그런 것도 재미있기는 하다. 사람과 살기 전에 개는 어땠을까. 그러고 보니 언젠가 동물도 서로 돕고 산다는 말 봤다. 몸이 약하거나 어딘가 안 좋은 동물을 다른 동물이 도와줬다. 그게 어떤 동물이었는지는 잊어버렸다. 개였는지 늑대였는지. 종을 넘어 어미가 다른 동물 새끼를 보살핀 적도 있구나. 어미가 아니고 아비일 때도 있었을지. 초식동물은 무리지어 육식동물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개는 사냥하기도 했구나. 그런 습성이 많이 남은 개는 사납다.

 

 풋코는 나이 들어선지 얌전했는데. 정우열이 풋코를 다른 사람한테 잠시 맡겨뒀다 데리러 갔더니 짖었다. 그전까지 짖지 않다가 처음 짖었다고 한다. 풋코는 정우열이 반가워서 짖었을까. 왜 나를 여기 두고 간 거야 한 걸까. 지금은 풋코가 자주 짖지 않아도 예전에는 많이 짖었나 보다. 풋코를 맡은 사람이 정우열한테 전화해서 풋코를 데려가라 한 적도 있다. 정우열은 풋코가 예전과 달라져서 아쉬워했다. 하루는 정우열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도 풋코가 일어나지 않았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아주 많이 잘 텐데. 정우열은 풋코가 일어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죽은 거 아닌가 하고. 그날 풋코는 조금 기분 안 좋은 듯 일어났다. 개도 자다가 죽기도 할까. 그러면 개를 떠나 보내는 사람 마음이 좀 나을 텐데. 동물 마지막 모습 지켜보기 쉽지 않을 거다.

 

 여름이 갈 때였나. 그날을 정우열은 좋은 날이다 했다. 무슨 날이었느냐 하면 해수욕장 문 닫는 날이었다. 해수욕장을 열 때는 개는 거기에 못 가는가 보다. 바다가 해수욕장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정우열은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보고 사람이 더 바닷가를 나쁘게 만든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동물보다 사람이 자연을 더 망친다. 개털도 많이 날리겠지. 정우열이 다 마른 옷을 쌓아둔 곳에 풋코가 앉아서 털이 묻었다. 정우열은 옷에 묻은 털을 없애면서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한다. 마지막엔 풋코가 묻힌 털을 그대로 둘 생각인가 보다. 풋코가 갈 날을 생각하면 슬프겠다. 풋코 이야기를 이렇게 남겨둬서 나중에 보면 괜찮겠다. 아니 바로는 보기 힘들지도. 시간이 흐른 뒤에 풋코를 그리워하면 되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풋코와 지내는 하루하루는 소중하겠다. 풋코가 새끼였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풋코가 많이 아프지 않고 가기를 바란다. 아직은 잘 지내겠지. 풋코야, 좀 더 잘 지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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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5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사람보다 빨리 늙고 죽음을 맞는 걸 보는건 너무 슬플것 같아요. 집에 금붕어도 기르다가 죽으니까 안타깝던데 말이죠.

희선 2021-04-15 00:49   좋아요 0 | URL
금붕어도 꽤 오래 산다고 들은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함께 한 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을 떠나면 무척 슬플 거예요 그런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