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두시는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닌데

늦가을 낮 두시 해는

여름보다 더 기운 것 같아

 

여름이면 바람이 반가울 텐데

늦가을엔 별로야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가랑잎은

내 마음을 더 쓸쓸하게 해

 

 

 

 

*늦가을 오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지난 늦가을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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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오래전에는 누군가 살았을 텐데

그곳에 살던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외딴 집은

외로워서

조금씩 무너졌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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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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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부분을 보고 어떤 걸 짐작하고 정말 그게 맞을까 하면서 보다가, 다른 말을 보고 아닌가 하기도 했다. 사람을 보여주지만 다른 걸 끼워넣어서 그게 아닌가 하게 만든다. 보면 볼수록 처음 한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다른 말에 마음을 쓰다니. 그게 맞다는 걸 안다고 좋은 일도 없는데. 그러면 그런대로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빠질 뿐이다. ‘나’ 가 왜 사람을 죽였는지는 모른다. ‘나’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도 나오지 않고 그저 지금 모습만 조금 나온다. 그걸로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내가 심리학자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좀 우습구나. 심리학자는 ‘나’의 마음을 알까. 그건 ‘나’와 이야기를 해 봐야 알지도. ‘나’가 솔직하게 자기 말을 할지 모르겠다. 어쩌다 이런 말부터 시작했는지.

 

 앞에서 말한 ‘나’는 자신을 가위남이라 한다. 아니 이건 매스컴에서 붙인 이름이구나. ‘나’는 여학생 둘을 비닐 끈으로 목졸라 죽이고 목에 가위를 꽂았다. 그것 때문에 가위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는 아르바이트 하는 출판사에서 두 사람을 알고 세번째 사람을 정했다. ‘나’가 정한 사람은 다루미야 유키코로 ‘나’는 며칠에 걸쳐 다루미야 유키코 집과 얼굴을 알아보고 학교에서 어떻게 집으로 가는지도 알아본다. 그저 시험 점수가 좋아서. ‘나’는 예전에 시험 점수가 그리 좋지 않았을까. 이건 지금 든 생각이다. ‘나’가 다루미야 유키코를 죽이려 한 날 다루미야 유키코는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그것도 가위남 수법과 똑같이. ‘나’는 아직 유키코를 죽이지 않았는데.

 

 어쩐지 ‘나’는 성격이 어두워 보인다. 아니 다른 사람한테 말할 때는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혼자가 되면 그런 듯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죽였으면서 여러 번 죽으려고 한다. 그것도 주말에. 이거 좀 웃기지 않나. 진짜 죽으려면 주말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고 어설픈 방법으로 죽으려 하지 않을 텐데. ‘나’는 세제를 먹거나 쥐약을 먹고 한번은 담배를 끓여서 먹었다. 니코틴도 많이 먹으면 죽는다는데 ‘나’는 속이 안 좋을 뿐 죽지 않았다. 목을 매달았을 때는 커튼레일이 부러졌다. 그렇게 자꾸 죽으려 하는 건 왤까. ‘나’는 자신이 죽이지 않은 다루미야 유키코를 죽인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경찰이 수사하는 것과 ‘나’가 다루미야 유키코를 알아보는 게 번갈아 나온다. 그렇게 나와서 잘못 알게 하는 것도 있다. 그건 나만 그랬을지도.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봐야 했는데. ‘나’는 다중인격인 듯하다. 해리성 인격 장애라 해야 할까.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못하면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한다. 다중인격은 정말 있을까. ‘나’는 자신이 아는 게 별로 없다고 하는데 의사는 전문지식이 있어 보인다. 그것도 ‘나’가 아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인격이 여러 개면 저마다 아는 것도 다른지. 실제 그런 사람 본 적이 없어서 어떨지. 소설을 보면 ‘나’가 혼자 두 사람 역을 하는 것 같다. ‘나’였다 의사가 되는 듯한. 이 의사는 꼭 ‘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못했을 때만 나타나지 않는구나. 유키코를 죽인 범인을 찾으라고 ‘나’를 부추기기도 한다.

 

 범죄소설이라 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 마음을 다 알려주는 건 아니기도 하다. 여기서는 ‘나’뿐 아니라 가짜 가위남한테 죽임 당한 다루미야 유키코 마음도 알기 어렵다. 그저 이런저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다. 유키코는 정말 감정을 몰랐다. 자신을 좋다고 하는 사람하고 다 사귀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유키코를 좋아하다 그 마음이 미움으로 바뀐 범인 마음이 더 알기 쉽다니. 이걸 보고 하나 느낀 건 많은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생각한다는 거다. 이야기를 그렇게 썼지만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마음속을 어찌 다 알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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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07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대의 마음속을 알기도 어렵지만
때론 자기 마음을 모를 때가 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희선 2020-08-08 01:08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는 것만큼 자기 마음도 알려고 해야겠습니다 자기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하겠네요 그때 바로 알면 좋을 텐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면 아쉽겠습니다 아니 아주 늦지 않으면 괜찮겠네요

페크 님 주말이 찾아왔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네 이야길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아는 것이라도 있어야

다른 사람과 나눌 텐데

 

시간은 아주아주 잘 가

언제나 시간은 그랬지

 

소중한 기억은

자신만의 걸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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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잇는 손 - 오후도 서점 두번째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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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에 ‘오후도 이야기’를 만나고, 그다음 이야기 《별을 잇는 손》을 바로 만났습니다. 가자하야 마을 호시노 백화점 안에 있는 책방 긴가도에서 일하던 츠키하라 잇세이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긴가도를 그만뒀습니다. 잇세이는 책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책이 있는 데서 일하고 싶었는데, 이젠 안 되겠지 할 때 사쿠라노마치에 있는 백년쯤 된 책방 오후도 주인이 아파서 잇세이한테 오후도를 맡아달라고 합니다. 바로 얼마전에 보고 썼는데 이 말 또 정리했군요.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짧게 말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지난번 책 ‘오후도 이야기’였는데 책방인 오후도보다 잇세이가 긴가도에서 알리고 싶어하던 책 단 시게히코가 쓴 《4월의 물고기》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방 이야기와 함께 책방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거기에 삼색고양이와 앵무새 선장도 나왔군요. 이번에는 선장 별로 안 나왔어요. 오후도 주인 손자인 도오루도. 그건 좀 아쉽지만 나오지 않아도 잘 지내겠지요.

 

 진짜 ‘오후도 이야기’는 이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지난번에 잇세이가 오후도를 맡는다 해도 앞으로 잘 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잇세이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잇세이는 곧 나올 책 《검푸은 바람》을 출판사에서 오후도에 보내주지 않는다는 말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봐요(전자편지였을지도). 시골에 있는 작은 책방이어서 그랬겠지요. 지난번에는 《4월의 물고기》고 이번에는 《검푸은 바람》을 알리려나 했는데, 이 책은 본래 많은 사람이 아는 거더군요. 작가가 다카오카 겐으로 이름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잇세이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는 건지, 이 작가가 오후도에 찾아오고 출판사에 말해서 오후도에 책을 보내라고도 했어요. 작가가 책방을 마음에 들어하고 거기에 책을 보내라고도 하다니. 아이돌로 시작하고 지금은 배우로 글도 쓰는 가시와바 나루미도 다르지 않군요.

 

 오후도에 좋은 제안이 들어와요. 그건 긴가도 체인이 되면 어떻겠느냐는 거였어요. 긴가도 책방 주인은 따로 있더군요. 점장이 주인인가 했는데. 주인은 한국 사람인 듯합니다. 한국에서 건너간 건 아니고 어머니가 예전에 일본에 가고 가자하야 마을에 살게 됐나 봅니다. 이야기를 그렇게 쓰다니. 체인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주인은 시골 마을에 등불 같은 오후도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그런 말을 한 거였어요. 잇세이는 예전 동료와 연락도 하고 좋겠지요. 긴가도 사람은 잇세이와 더 친하게 지낼걸 하기도 했는데. 이 생각은 잇세이도 했군요. 잇세이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지만 깊이 사귀지는 않았어요. 저는 그것도 괜찮은 것 같지만. 잇세이가 오랜만에 긴가도에 찾아가니 모두 반겼어요. 그 모습 부러웠어요. 여러 사람이 잇세이를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별걸 다 부러워했습니다.

 

 사쿠라노마치에는 예전에 관광객이 많이 왔지만, 이제는 그리 많이 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주 안 오는 건 아니고, 도시에 살던 사람이 와서 살기도 하는가 봐요. 그런 사람이 있어서 좀 낫겠지요.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아도 드문드문이어도 끊이지 않고 사람이 찾아오면. 여러 곳에 사는 사람이 오후도를 알고 거기 어떨까 하고 찾아가도 괜찮겠습니다. 그러면서 난 가지 않겠구나 했어요. 아주 가깝다면 모를까, 멀면 좀 힘듭니다. 다른 데서 잠 잘 못 자요. 세상에는 저 같은 사람 적을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사인회를 한다고 하면 멀리까지 가는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그런 데도 안 갈 테지만. 저는 작가보다 책(소설)을 더 좋아해서. 찬물을, 미안합니다. 가고 싶다고 거짓말 할 수는 없잖아요. 오후도에서는 사인회를 하기로 해요. 사쿠라노마치에서는 음력 12월에 별 축제를 해요. 그 축제에 맞춰서 사인회를 하는데 작가는 세 사람이나 와요. 그런 일 쉽지 않을 텐데. 작가도 오후도를 좋아하는군요.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이 책을 보면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서 그렇군요. 모두 오후도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요. 저는 특별한 기억이 있는 책방은 없지만, 책을 보거나 책을 사러 책방에 간 기억을 몇 사람이 말하기도 합니다. 이젠 사라진 곳도 있고, 할머니가 하는 곳도 있더군요. 그곳도 시간이 가면 아주 없어지겠습니다. 오후도는 어떨지. 오후도가 사라지지 않으면 좋을 텐데. 잇세이가 있는 동안에는 괜찮겠지요. 오후도와 잇세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 사쿠라노마치 사람은 더 중요합니다. 사쿠라노마치 사람이 책을 사고 신청하기도 하니. 한국도 책방에서 책을 배달해 줄까요. 그런 건 없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오후도 이야기’에 나왔어요. 그거 보면서 책방에서 책을 배달해 주기도 하다니 했어요.

 

 책방이 많이 줄고 책 읽는 사람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책이 나오고 책방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책방 잘 안 가면서 이런 말 했군요. 저는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데 책방이 있다면 가끔 가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주인과 친해지지 않는다 해도. 어떤 사람은 가게 주인하고 친해지기도 하던데, 저는 그런 곳 하나도 없네요. 가는 가게도 별로 없습니다. 요즘 큰 책방보다 작은 동네 책방이 생기기도 하죠. 그런 책방 잘 되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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