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꿈이었을까.

 

 한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걷고 옆사람과 이야기했어. 세상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나뿐이었나봐.

 

 차 소리도 새 소리도 사람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거리는 무척 이상하고 무서웠어. 앞으로 가야 할지 그대로 서 있어야 할지.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듯했는데, 겨우 몇분이 흘렀을 뿐이었어.

 

 곧 바람이 불었어.

 

 아주 세찬 바람이었어.

 

 그리고

 

 마법이 풀린 듯 소리가 돌아왔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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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우주 - 별과 우주를 사랑한 하버드 천문대 여성들 사이언스 걸스
데이바 소벨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밤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몇해 전만 해도 겨울 새벽에는 별이 반짝였는데. 별이 잘 보이지 않는 건 공기가 안 좋은 탓도 있겠지만 밤이 밝아서겠다. 밤새도록 켜두는 가로등과 네온사인. 이젠 네온사인 아니던가. 어쨌든 문을 닫은 밤에도 가게 간판을 켜두기도 한다. 전기요금 괜찮을까. 모든 가게가 그런 건 아니고 조금 있다. 어떤 가게는 색깔이 바뀐다. 그 빛은 내 방에 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밤에 다른 방에는 비친다. 내 방에서 가까운 곳에도 가로등이 있고 불 끄지 않는 간판이 있다. 이러니 내가 어떻게 일찍 자겠는가. 난 어두운 게 좋은데. 그러면서 날이 샐 무렵 자는구나. 여름 빼고는 거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금 높은 건물이 생겨서 이젠 달 보기도 어렵다. 한곳에 오래 살았구나. 밤에는 어둡고 낮에는 조용한 곳에 살고 싶다. 별 이야기하다 별 말을 다 했다.

 

 천문학은 오래전부터 있었구나. 그때는 눈으로만 별을 보고 별과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고 이야기도 지었구나. 망원경은 언제 만들었던가. 이런 거 잘 모른다. 천동설에서 지동설이 되기까지 시간 많이 걸렸겠지. 천문학 하면 별만 보고 좋을 것 같지만, 이게 좀 어렵다고 한다. 좀이 아니고 많이구나. 물리뿐 아니라 수학도 알아야겠지. 내가 오래전에 태어났다면 난 별 보고 이야기 같은 걸 만들었으려나. 지금도 별 별로 안 보고 별 이야기 만들지도 못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오래전에는 낮에도 조용하고 밤에는 어두운 곳 많았겠지. 난 왜 이렇게 정신없는 시대에 나고 고생하는지. 잠시 불평을. 예전에는 여성이 살기 어려웠을 텐데. 그런 걸 생각하면 지금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모두 내 마음에 드는 시대는 없을지도.

 

 책 제목인 유리우주는 뭘까 싶기도 하다. 여성과 남성이 경쟁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위로 올라가지 못할 때 유리천장이 있다고 한다. 유리우주는 그것과 상관없다. 유리우주는 유리건판에 찍힌 별을 말한다(유리천장도 말하는 걸지도). 그건 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지금은 컴퓨터가 생겨서 천체사진을 컴퓨터로 찍는다. 유리건판은 필름 같은 거겠지. 필름이 나오기 전에 사진을 찍은 거구나. 난 망원경은 그저 보기만 하는 건지 알았는데 사진도 찍었다. 망원경으로 오랫동안 우주를 봐도 바로 그걸 알기 어렵겠지. 사진으로 찍으면 천천히 보고 연구하겠다. 잘 모르지만 그럴 것 같다. 실시간으로 우주를 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하지만 천문학자라 해도 별을 자주 보지는 않는단다. 그래도 보통사람보다는 많이 보겠지. 난 인터넷에서 우주 사진만 조금 봤다. 멀리서 보면 멋져도 사람이 거기에 가지는 못하는구나. 그래서 더 꿈을 꾸는 건지도.

 

 아직 여성한테 참정권이 없던 19세기 후반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는 여성 계산원을 썼다. 여성은 밤새 남성 천문학자가 얻은 유리원판을 보고 별자리, 별 밝기 변화를 분석하고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했다. 그런 일하는 사람을 계산원이라 하다니. 그 일을 하려면 숫자 감각이 있어야 했다. 대학을 마치거나 고등학교만 나왔지만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계산원으로 일했다. 하버드 대학 세번째 천문대장이 된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은 여성 계산원을 쓰는 일을 꺼리지 않았다. 천문학 발전에는 아마추어도 한몫했다. 그런 건 여기에 나오지 않지만 어디선가 그런 말 봤다. 피커링은 자원봉사자를 여성으로 모으기도 했다. 변광성을 관찰하는 거였다. 그건 집에서 그냥 눈으로 볼 수 있는가 보다.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 밤이 밝아서. 지금 만큼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버드 천문대 둘레도 밝아졌다.

 

 하번드 천문대에서 여성 계산원이 일하게 한 데 도움을 준 사람도 여성이다. 의사면서 천문학자인 헨리 드레이퍼가 갑자기 죽고, 아내인 애너 파머 드레이퍼는 남편이 하던 연구를 이어서 하려 했다. 그때 하버드 천문대장인 피커링이 하버드 천문대에서 드레이퍼 기념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캐서린 울프 브루스도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서 망원경 만드는 데 많은 돈을 기부했다. 하버드 천문대는 기부금으로 돌아간 듯하다. 본래 과학이 그렇던가. 기업이나 돈 많은 사람이 도와주어야 연구하겠지. 드레이퍼 메달이나 브루스 메달도 만들었는데 여성한테는 바로 주지 않았다. 이런 건 여전히 안 좋았구나. 돈도 남성보다 덜 받았다. 하버드 대학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교수가 된 건 1956년이다. 많은 여성이 천문학에 이바지했는데.

 

 여러 사람 이름이 나왔는데 기억하고 싶은 이름은 윌리아미나 플레밍, 안토니아 모리,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 애니 점프 캐넌 그리고 세실리아 헬레나 페인이다. 앞에서는 천문대장인 피커링뿐 아니라 모두 젊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사람 한사람 세상을 떠난다. 사람은 다 죽기 마련이지만 그런 모습 보니 쓸쓸했다.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는 죽은 뒤에 노벨상을 주고 싶다고 한다. 애니 점프 캐넌은 일흔이 넘어서도 천문대에서 일했다. 천문학이 전쟁에 쓰이기도 했다니. 과학과 전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구나. 할 수 있는 한 과학은 좋은 데 쓰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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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3-09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에서 다시 윌리아미나 플레밍이 언급되는군요. 반가운 이름이에요. ^^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1-03-12 01:26   좋아요 0 | URL
한번 본 이름을 다른 데서 보면 반갑기도 하지요 여러 사람 이름이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잊어버렸네요 그래도 써둬서... 피커링은 다시 생각났습니다


희선
 

 

 

 

난 밝은 사람이 못 될 것 같아

좀 더 나아졌으면 했는데

자꾸자꾸 가라앉아

 

숨쉬기 힘들지 않느냐고

이젠 밝은 곳이 더 힘들어

 

어두운 나여서

미안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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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커피 좋아하는 거 맞을까. 또 커피 사고 며칠 지나고서야 맛보았다. 드립백을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거의 커피 믹스 마신다. 커피 가루만 사고 설탕 넣어 마신 적도 있는데 어느 순간 귀찮아서. 믹스 커피도 맛좋다.

 

 

 

 

                 

                           유월엔 딸기를 칠월엔 능소화를 길에서 만났다

 

 

 

 두번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는 맛 괜찮다. 내가 커피 맛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지난번에 처음 마신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는 연했는데, 예가체프 레코는 진하다. 난 진한 걸 좋아하는 듯하다. 드립백을 뜯었을 때 냄새가 예전에 친구가 보내준 진한 커피와 비슷했다. 그건 꽤 진해서 두번쯤 내려 마셔도 괜찮았다. 한번은 내리 두 잔을 마셨더니 가슴이 두근 거렸다. 카페인을 잇달아 먹으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 카페인이 몸에 안 맞는 사람은 커피나 카페인이 든 거 조금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 거리겠지.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만 나는 건 아닐 텐데, 내가 마신 알라딘 커피 두 가지는 다 에티오피아에서 난 거구나. 에티오피아는 어디쯤 있을까. 아프리카 어디쯤. 시다모 난세보는 설탕 탔더니 맛이 별로였다. 예가체프 레코는 설탕 타도 괜찮겠다. 커피가 진해서. 하지만 안 넣었다. 우유만 넣어도 괜찮겠다. 내가 커피를 블랙으로 마셔본 건 아주 조금이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지도. 거의 믹스 커피 마셔서 그렇구나. 아무것도 안 넣은 커피를 마셔야 그걸 제대로 알지도 모를 텐데. 블랙은 깔끔하다. 그건 안다.

 

 더울 때는 시원한 커피 마시는 사람이 많겠지만, 난 더울 때도 따듯한 거 마신다. 이런 것도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 더워서 차가운 거 많이 마시면 배 아프다. 한두잔은 괜찮다.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다. 누구나 차가운 거 많이 마시면 배탈나겠다. 더워도 차가운 거 많이 안 먹는 게 좋겠다. 커피는 맛뿐 아니라 냄새도 중요하지 않나. 가을이나 겨울에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기는 한다.

 

 찬바람이 불면 따듯한 커피 한잔 어때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로.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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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30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리브레커피를 마시는데, 많은 분들이 알라딘 마시는 것 같아 저도 한 번 마셔봐야겠어요 :-)

희선 2020-08-30 00:27   좋아요 1 | URL
리브레 커피라는 것도 있군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저는 거의 믹스 커피 마셔요 알라딘에 커피가 있고 다른 분들이 쓴 글을 보니 한번 마셔 보고 싶더군요 알라딘에는 책만큼 커피 좋아하는 분도 많네요


희선
 

 

 

 

외로움과 괴로움은 친한 친구였어

친구가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외로움과 괴로움이 함께 있으면

어쩐지 더 외롭고 더 괴로운 듯했어

 

외로움과 괴로움은

그만 만나기로 했어

그랬는데

외로움은 여전히 외롭고

괴로움은 여전히 괴로웠어

 

외로움과 괴로움은

그때 깨달았어

외로움과 괴로움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걸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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