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
조영주 지음 / KO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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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기 전에 제목을 정했어. 남은 30쪽 남짓을 봐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어. 끝까지 다 본 지금은 처음 생각과 바뀌지 않았어. 그것보다 다른 제목 생각하기 귀찮아. 내가 그렇지 뭐. 난 이래서 안 되는 거군. 뭔가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예전에 한번 말한 적 있는데, 난 책을 보게 되면서 잠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어. 이젠 전문가는 아니어도 그냥 글 쓰고 살고 싶어. 전문가로 글 쓰는 것과 그냥 쓰는 건 다르겠지. 난 책을 보면 써야 한다는 강박증이 여전히 있는데, 작가는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한 부담감을 느낄 것 같아. 난 그게 싫은 거군. 잘 쓸 자신도 없고.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 많아.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글 쓰고 실제 작가가 되기도 했겠지. 예전에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지만 그게 되려고 열심히 쓰지도 못했어. 쓸 게 없어서. 지금도 쓸 건 없군. 가장 중요한 건 글이지만, 다른 것 때문에도 못했어. 열심히 썼다 해도 안 됐을 텐데 다른 핑계를 대다니. 지금도 난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앞으로도 이렇게 살다 죽겠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무척 애써서 바뀐 사람도 있겠지만. 난 어려울 것 같아. 아니 바뀌고 싶지 않아. 지금처럼 좁은 세상에 머물 거야. 사는 건 그렇다 해도 생각은 자유롭게 넓게 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듯해. 마음이 괜찮았다가도 안 좋아지기도 하니. 이 말도 여러 번 했군.

 

 지난해에도 같은 작가 책 보고 쓸데없고 재미없는 내 이야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군. 책 이야기를 해서 이 책이 읽고 싶게 해야 하는데. 《어떤, 작가》는 ‘어떤’으로 나오는 책에서 하나야. 이 책을 내게 된 이야기도 여기 실렸어. 이건 일인출판사에서 나왔어. 난 일인출판사에서는 자기 책만 낼까 했는데 그건 아니더군. 자기 책도 내고 다른 사람 책도 내는 듯해. 이런 일 처음이 아닐 텐데 내가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몰랐겠지. 혼자 하는 출판사라 해도 책을 내야 돈을 벌잖아. 이런 말을 하다니. 요즘은 이런 곳 많군. 동네 작은 책방과 마찬가지로. 조영주와 공출판사 대표 공가희는 우연히 책방에서 여러 번 만나고 이렇게 책도 내게 됐어. 이런 인연도 있는 거지. 이 책이 나와서 난 ‘어떤’으로 나오는 책이 있다는 거 알았어.

 

 사람을 만나는 거 난 무척 힘들어. 조영주는 낯을 많이 가리기는 해도 나보다는 나아 보여. 어쩌면 바리스타 일을 해설지도 모르겠어. 조영주는 한번 만나고 싶다 생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게 다음으로 이어지기도 했어. 우연히 만난 플로리스트는 얼마 뒤 제주도로 가고 책방을 내. 조영주는 제주도에 가서 그곳에 가기도 하고 한해가 됐을 때는 그 책방에서 태어난 날을 축하받기도 했어. 자신이 좋게 본 소설 이야기를 쓴 글에는 그 소설가 아내가 댓글을 쓰기도 했어. 또 어떤 인연이 있더라.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군. 카페 홈즈에서는 잠시 일하고 카페 홈즈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을 배경으로 소설도 썼어. 난 카페 같은 데는 안 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그냥 그렇다고. 책도 집에서 보고 이런 글도 집에서 공책에 볼펜으로 써.

 

 내가 사는 곳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야. 예전에는 논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보여. 논에 아파트나 높은 건물을 지었어. 내가 이런 걸 아는 건 한 곳에 오래 살아서군. 어쩌다 위층에서 소리가 들린 적 있지만 그런 소리가 오래 들리지는 않았어. 이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야. 층간소음은 아주 괴롭잖아. 그래도 한동안 바깥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내가 우울하기도 했어. 조영주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를 여러 번 했어. 경기도 남양주로 옮기고도 그런 일이 일어났더군. 그런 때 책이 있는 곳에서 책등을 보다 글을 썼더니 위층에서 들리던 소리가 마음 쓰이지 않았대.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가 들리면 다른 데 집중하기 어려워. 요새 가끔 새벽에 바깥에서 음악소리 들릴 때 있어. 차에서 틀어둔 것 같은데, 그런 늦은 시간에 음악을 크게 틀다니. 늦은 시간이나 아파트 위층에 사는 사람은 조금만 조심했으면 좋겠어.

 

 세상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살아. 가끔 난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는 생각을 해. 지금도 다르지 않군. 내 세상은 좁아. 경험이나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넓혀야겠어. 자기 세상이 좁으면 또 어때. 이렇게 돌아오고 말다니. 난 늘 그런 것 같아. 좀 나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지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된다 해도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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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8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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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0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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