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II ~도비라코와 공백의 시간~
미카미 엔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 보기로 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II 》다. 예전엔 숫자였는데 이건 로마 숫자다. 숫자일 때는 ‘시오리코와~’였지만, 로마 숫자인 두번째 시리즈에서는 시오리코와 고우라 다이스케 딸인 ‘도비라코와~’다. 내가 모르는 사이 책이 두권이나 나왔다. 몇해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도비라코와 신기한 손님들~》을 봤다. 도비라코 이름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책 수수께끼는 시오리코가 풀었다. 시오리코는 비블리아 고서당 주인이다. 예전에는 소설이 나온 때와 실제 시간이 비슷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어렸던 도비라코가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 2021년에는 아홉살로 초등학교 3학년이다. 이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을까.
고등학생이 된 도비라코는 외할머니 시노카와 지에코가 요코미조 세이시 책을 알아볼 게 있다고 해서, 도비라코 아빠(다이스케)가 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012년 것과 2021년 것을 가지고 북카페 모구라당에 간다. 할머니 지에코는 아직 오지 않았다. 도비라코는 할머니를 기다리면서 그걸 읽는다. 요코미조 세이시 책 《설앵초》에 얽힌 이야기였다. 요코미조 세이시라니. 이름은 알지만 내가 읽은 책은 몇권 안 된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추리소설을 편하게 쓴 건 전쟁이 끝난 뒤였다. 전쟁 때는 추리소설 쓰지 못했던가 보다. 언젠가 요코미조 세이시가 전쟁이 끝나고 추리소설을 마음대로 쓰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는 말을 봤는데.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설앵초》를 도둑맞은 이야기부터 나왔다. 아니 그때는 《설앵초》가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 신문에 연재된 걸 책으로 장정한 거다. 우에시마 치요 남편이. 우에시마 치요는 남편과 아이가 죽고 집으로 돌아온다. 치요한테는 쌍둥이 동생 이우라 하쓰코와 우에시마 하루코가 있었다. 하쓰코는 어릴 때 다른 집 양자로 가게 되고 이우라라는 성이 되었다. 쌍둥이는 친하다고 하던데 하쓰코와 하루코는 사이가 나빴다. 치요가 죽고 요코미조 세이시 책 《설앵초》를 도둑맞는다. 치요 재산은 동생인 하루코가 물려받지만, 책은 하루코 아들 오토히코한테 준다고 했단다. 이 일을 의뢰한 건 이우라 하쓰코 딸인 이우라 기요미였다. 기요미는 자기 엄마가 그 책을 훔쳤다 생각했고, 오토히코는 자기 엄마 하루코가 책을 훔쳤다고 생각했다. 서로 자기 엄마를 의심하다니. 치요를 화장하던 날 가정부는 이우라 하쓰코가 창고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
자신이 갖지 못하는 책이어서 훔쳤을까. 그건 아니었다. 그 일은 쌍둥이 자매 하쓰코와 하루코가 함께 꾸민 일이었다. 오토히코는 치요 장례가 끝나면 다른 나라로 떠나려 했다. 두 사람은 오토히코가 일본을 떠나면 그 책을 볼 수 없다고 여기고 그런 일을 벌였다. 아들이고 조카니 말해서 책 좀 보여달라고 하면 될 텐데. 시오리코는 이때 일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 《설앵초》 안에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원고가 들어 있었는데, 그게 보이지 않았다. 하쓰코와 하루코는 서로 모른다고 했다. 오토히코는 그 일로 어머니와 거의 인연을 끊었다. 그게 그렇게 할 만한 일일까. 난 책만 보면 되는데, 작가가 쓴 원고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 게 비싼값에 팔린다는 말이 있기도 하구나. 아니 오토히코는 그저 요코미조 세이시를 좋아해서 그게 없어진 게 아쉬웠던 걸지도. 원고는 한장인데. 다도 아니고 겨우 한장.
두번째는 도비라코가 아홉살 초등학교 3학년으로 나온다. 2021년에 일어난 일로 도비라코는 학교에서 열리는 독서감상문 대회 때 읽을 책을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옥문도》로 정했다. 초등학생이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이라니 했다. 이 생각은 도비라코 담임도 했다. 도비라코 담임은 부모한테 전화해서 다른 책으로 바꾸게 하면 어떠냐고 한다. 선생님이라 해서 그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다이스케나 시오리코는 도비라코가 자유롭게 책을 읽게 했다. 도비라코도 할머니 지에코와 엄마 시오리코처럼 한번 읽은 건 잊지 않는다고 한다. 세사람은 아주 많이 닮았다. 다이스케는 도비라코가 시오리코처럼 책에 얽힌 일은 안 했으면 하는 것 같았다. 책 파는 게 아니고 책에 얽힌 수수께끼 풀기다. 그런 걸 하다보면 안 좋은 일도 있어서. 그게 마음대로 될까.
비블리아 고서당에도 《옥문도》가 있었지만, 도비라코는 모구라당에서 본 《옥문도》를 사려고 했다. 그 책을 도비라코가 산다고 해서 빼두었는데 책이 없었다. 그 책은 어디에 있었을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그 책은 2층 북카페를 하는 모구라당 주인 아내가 사가서 돌려받았다. 책이 잠시 안 보여서 찾아야 했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도비라코가 친구를 만난다. 모구라당 주인 딸로 도야마 케이다. 도비라코와 케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오래된 책을 보았다. 학교에는 그런 아이가 없었다. 둘 다 서로를 만나서 좋았겠다. 도비라코와 케이는 서로의 집에 다니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도 친구였다.
도비라코가 읽으려고 했던 《옥문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인 거였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도 추리소설을 썼다 한다. 에도가와 란포보다 먼저.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다시 쓴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도비라코 담임도 그걸 몰라서 도비라코가 다른 책을 보기를 바랐겠지. 그런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책은 괜찮다고 여기다니. ‘옥문도’ 제목은 알지만 나도 이 책 못 봤다. 여기에서 이 책 제목을 보니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도비라코는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보다니 좀 부럽구나. 엄마인 시오리코도 다르지 않았다. 한번 본 건 잊어버리지 않는다니 그것도 부럽다. 책을 보면서 이런 걸 부러워하다니 나도 좀 웃긴다.
마지막에서는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설앵초》를 둘러싼 이야기가 아홉해 뒤 2021년에 또 일어난다. 《설앵초》에 끼어 있었다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원고를 찾는 거다. 쌍둥이처럼 얼굴이 같은 사람이 나오고 여러 해 뒤에 예전에 풀지 못한 사건을 푸는 건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에도 나온단다. 쌍둥이인지 모르겠지만 얼굴 같은 사람 나온 거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생각하고 이번 이야기를 썼겠다. 2021년에는 《설앵초》가 책으로 나왔다. 이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환상의 원고였다고 하던데.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요코미조 세이시 책 찾아보니 《설앵초》 있었다. 아홉해 전에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원고를 훔친 사람은 밝혀진다. 그걸 훔친 마음은 여전히 모르겠다. 아무리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 오래된 책도 마찬가지다. 난 그저 책을 보기만 하면 된다.
소설 《설앵초》에서 우이코는 힘든 일을 겪지만, 시간이 흐르고 식구와 잘 살게 된다. 치요는 쌍둥이 동생 하쓰코와 하루코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랐다. 자매라고 해서 꼭 사이가 좋은 건 아닐 텐데. 그런 건 꼭 다른 사람이 바라기도 한다. 부모 형제라고 다 사이가 좋을 순 없다.
희선